우아함의 기술 - 일상의 우아함, 내면의 우아함에 대한 고찰
사라 카우프먼 지음, 노상미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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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함이란 무엇일까. 저명한 무용평론가인 저자가 우아함에 대해 책을 썼으니, 일단 신체의 우아함에 대해 이야기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저자는 먼저 배우들의 우아함에 대해 말하면서, 캐리 그랜트의 예를 든다(저자는 캐리 그랜트의 왕팬답게 이 책 곳곳에 캐리 그랜트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한다). 캐리 그랜트는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 곡예사로 일했던 경력 덕분에 우아한 신체연기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품까지 갖추고 있어서 우아함의 화신으로 불릴 만하다는 것이다(이언 플레밍은 그를 참조해서 007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그 외에도 몸의 움직임이 우아한 연기자로 그레타 가르보, 소피아 로렌, 오드리 헵번, 재키 글리슨, 덴젤 워싱턴, 리타 모레노, 크리스토퍼 워큰, 험프리 보가트, 제임스 카그니,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 장 폴 벨몽도, 빌 머레이, 케이트 블란쳇을 들고 있다. 그렇지 못한 연기자로는 캐서린 헵번(각진 골격과 성격을 갖고 있고, 꼿꼿하고 각지고 날카롭지만, 우아하지는 않다), 몽고메리 클리프트, 짐 캐리, 로빈 윌리엄스 등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몸을 잘 사용하는 연기자는 관객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내적 진실을 추구하는 메소드 연기가 유행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저자는 우아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세상과 편하게 지내는 것. 그리하여 주변 사람들에게도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것. 느긋하고 균형잡힌 몸. 매끄럽고 효율적인 움직임.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연민. 용기. 겸손하고 가식 없고 솔직한 태도. 서두르지 않는 것. 마음상태에 집중해서 이목을 끌지 않는 미덕. 자제심에서 나오는 편안함. 조화롭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 
  그 밖에도 자기조롱의 우아함(예를 들어 미셸 오바마가 지미 펄론 쇼에 출연해서 춤을 춘 것. 마거릿 대처가 실각 후에도 유머를 유지한 것), 힘든 상황에서의 우아함(예를 들어 제니퍼 로렌스가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넘어지고 보인 침착한 태도, 비욘세 놀즈가 패션쇼장에서 보여준 겸손한 태도), 일상에서의 우아함(쉐프, 웨이터 등이 요리하면서 보여주는 움직임), 예술에서의 우아함(고대 그리스 조각가 프락시텔레스의 조각을 보라. 하지만 피카소의 추상화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우아하지는 않다), 운동선수의 우아함(테니스의 로저 페더러를 보라. 그리고 축구의 마리오 괴체, 사이클의 리샤르 비랑크, 야구의 조 디마지오, 농구의 줄리어스 어빙, 스티븐 커리, 크리켓의 데이비드 가워, 테니스의 이본 굴라공, 체조의 올라 코르부트, 나디아 코마네치, 피겨의 도로시 해밀, 권투의 무하마드 알리, 미식축구의 린 스완, 다이빙의 그레그 루가니스의 움직임을 보라. 하지만 나달이나 조코비치, 세레나 윌리엄스, 르브론 제임스의 움직임은 우아하지 못하다), 무용수의 우아함(마고트 폰테인, 나탈리아 마카로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를 보라), 걷기의 우아함(모델들도 생각보다 우아하게 걷지 못한다. 모델 칼리 클로스는 우아하게 걷는 좋은 예이다), 신체장애와 우아함(파킨슨병 환자들이 무용강습을 받는 것, 에이미 퍼디), 과학과 우아함(우아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뇌 전체의 작용이 필요하다. 우리 뇌의 대부분이 사실 정신작용보다는 신체운동에 더 관여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신체 활동을 소홀히 대한다), 종교와 우아함(grace는 신의 은총, 자비를 의미하기도 한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아함은 모두가 (원한다면) 적절한 운동, 훈련을 통해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 또한 우아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생각해서 집어든 책인데, 보다 보니 우아함에 대한 좋은 이야기는 다 써놓은 것 같다. 사실 너무 포괄적인 개념이어서, 과연 우아함이란 무엇일까, 나는 정말 저자가 말한 우아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아함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반복되고 두서없지만, 저자의 또렷한 취향(호오)이 드러나는 것은 재미있다. 그동안 배우들의 신체연기나 운동선수들의 움직임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저자가 말한 사람들 위주로 몸의 움직임을 눈여겨보는 것도 재미있겠다(그래서 일부러 이름들을 다 적어놓았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수록 세상에 덜 시달리게 된다(빌 머레이). - 인생을 우아하게 헤쳐나가는 방법의 본질.

예의범절이란 기분좋은 행동방식이다. 그것은 바로 문명의 시작이다. 예절은 우리가 서로를 참을 수 있게 해준다(랄프 왈도 에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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