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이나 결혼같은 거 처음부터 내 계획에는 없었어

그래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었고

파혼이라는 말도 몰랐지

복잡하게 얽혀 있던 타래가 순식간에 제자리로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너의 나쁜 시간마저 나는 알아야겠어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까 뭐든 이야기해

말하면 다 들어줘요?

만능열쇠가 생긴 기분이었다

가슴도 쪼그만 게 한 번 이 안에 말이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지 않네

생존 본능처럼 그녀는 헐렁한 환자복 앞섶을 불끈 움켜쥐었다

이렇게 그녀를 안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빠져나갈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럼 내가 안 아프게 해 줘야겠다

안 된다면서 너무 적극적이다?

아까 말하라는 그 범위에, 병원에서 안 된다고 말리는 건 없어요?

그녀에게 낯선 감정.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

그녀는 이 순간을 영원히 이어가고 싶어졌다

알았으면 얼른 자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너무 귀여운 건 곤란한데

서류로 남겨서 변호사 공증이라도 받아 줄까?

이렇게 잘 먹이는데 왜 살아 안 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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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신발을... 벗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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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 그와 같은 인물은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줄 알았다

오래 알고 지낼수록 더 신비주의가 되는 요상한 인물

다들 얼굴도 연애인 같고 얼굴도 주먹만 하니 무슨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가족이네

그러다 보니 단점마저도 없다면 너무도 비현실적이라 바라보기 거북할 터였다

소문으로만 돌던 정신병의 정체를 알게 된 시기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였다

식사할 공간 빼고 집 안이 온통 어두웠다

고작 세 사람이 살기엔 너무나도 지나치게 넓은 주택이다

한여름에 괜히 기분이 으슬으슬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편한 저녁 식사였다

기본적인 예절의 범위를 벗어나도 너무 크게 벗어났다

어차피 내 쪽은 애정 없는 정략결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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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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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식은땀을 흘리는 거지?

사실 그와 떨어지고 싶은 것도 그 이유가 컸다

너무 오랜 시간 가까이에 있었다..

내가 이상한 건가?

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그녀에게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몸이 뜨거워 눈이 떠지지 않았다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무방비 상태로 잔 건 이렇게 해달라는 거 아닌가?

그도 생각하고 한 일이 아니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그녀는 살짝 겁이 났다

너무 놀라서 그런 건가...

전에도 키스... 아니 뽀뽀까지는 해 보았다

다른 사람의 혀가 자기 입으로 들어온다는 게 너무 징그럽게 싫었다

무슨 고민을 하기에 사장실을 그렇게 뚫어지게 보는 거지?

이제 복수를 할 날도 멀지 않았다

여태까지 한 번도 그와 점심을 먹은 적이 없었다

옷에 냄새가 많이 밸 거에요

조그마한 체구에 먹는 건 어찌나 야무지게 먹는 건지

저만 너무 열심히 먹은 것 같아 민망했다

누가 나 먹으라고 내 밥 위에 반찬 올려준 거... 놀라서 그랬어

그렇게 불쌍한 고양이처럼 보지 마. 또 하고 싶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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