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이나 결혼같은 거 처음부터 내 계획에는 없었어
그래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었고
파혼이라는 말도 몰랐지
복잡하게 얽혀 있던 타래가 순식간에 제자리로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너의 나쁜 시간마저 나는 알아야겠어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까 뭐든 이야기해
말하면 다 들어줘요?
만능열쇠가 생긴 기분이었다
가슴도 쪼그만 게 한 번 이 안에 말이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지 않네
생존 본능처럼 그녀는 헐렁한 환자복 앞섶을 불끈 움켜쥐었다
이렇게 그녀를 안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빠져나갈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럼 내가 안 아프게 해 줘야겠다
안 된다면서 너무 적극적이다?
아까 말하라는 그 범위에, 병원에서 안 된다고 말리는 건 없어요?
그녀에게 낯선 감정.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
그녀는 이 순간을 영원히 이어가고 싶어졌다
알았으면 얼른 자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너무 귀여운 건 곤란한데
서류로 남겨서 변호사 공증이라도 받아 줄까?
이렇게 잘 먹이는데 왜 살아 안 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