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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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것 같지?

서로 흥분으로 짙어지는 서로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견디기 힘든 전율이 느껴졌다

벌써 보채는 거야?

지금 네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알아?

그가 숨을 쉬며 헐떡이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거울을 마주 보고 서서 그녀의 가슴을 짓이길 것처럼 주물렀다

네가 얼마나 섹시한지 알겠어?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교성이 나왔다

결국 1년 반 동안의 뜨거운 연애 끝에 결혼했다

나하고 결혼하는 거지 우리 부모님하고 결혼하는 거 아니잖아

무슨 말을 하든지 신경쓰지 마

내가 너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무슨 상관이야?

네가 그런 걸로 기죽거나 우울해하면 그땐 내가 어머니한테 정말 화가 날 것 같아

가족은 숙명적으로 나한테 주어진 사람들이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아요

내가 선택한 사람이에요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내가 약속한 사람이에요

서운하게 들으셔도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니까 적당히 반대하셨으면 해요

반대하신다고 해서 제가 선택한 결혼을 안 하는 일은 없어요

내 아들이 선택하고 사랑하는 여자

내 아들이 제 인생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한 여자

딱히 좋은 것도 없던데 왜 자꾸 오라고 그러지

그 누님이 추천해 준 것 차고 우리가 이롭게 쓴 게 없잖아

우리가 별난 건가?

내심 뿌듯해하는 남편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집에 가서 확인시켜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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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익숙지 않은 박자로 흔들렸다

그 변화가 편안하기만 하던 자리를 단숨에 불편하게 만들었다

미팅을 핑계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직된 표정과 혼란하게 만드는 눈

틈만 나면 그 때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지금 한가하게 감정에나 빠져있을 때가 아닌데...

욕심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태고난 완벽주의 성향은 커져 가는 욕심만큼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고 갔다

잇새로 짙은 한숨이 나왔다

지금은 위험한 상태였다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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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히는 변태 여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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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도대체 언제 카드 지갑이 그의 집에 떨어진 걸까

기억이 날 리가 있나

그의 집에 나서는 순간까지 서럽게 펑펑 우느라 정신이라곤 하나도 없었는데

이전에 내가 했던 말은 그새 다 잊었습니까?

한마디도 안 잊고 다 기억하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딱 그만큼 불편해 죽을 맛이었다

원나잇을 한 남자와 그 남자의 동생 사이에 끼어있는 상황이라니

이보다 불편한 자리가 또 있을까

타인을 괴롭히는 걸 즐기는 악취미는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도망치는 그녀를 그냥 놔 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도록 둘 순 없지

짓궂은 생각을 하며 그가 피식거렸다

불순했던 의도와는 달리 그는 깔끔하게 뒤로 물러났다

상사와의 약속을 이렇게 어기다니...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이해할 수 없는 흥미만 돋았다

예정에 없던 대면 보고를 지시한 건 그답지 않게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대놓고 자신을 피하겠다?

조금 생각하면 가학적이기도 했다

앞으로 그에게 허락된 여유는 30분 정도에 불과했다

잔잔했던 마음에 거센 물살이 일기 시작했다

자꾸만 입술 끝이 간지러웠다

보고는 식사하면서 받는 걸로 하죠

이번에도 지극히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황당한 시선 뒤로 유쾌한 웃음이 이어졌다

한참을 웃어놓곤 뒤늦게 배려하는 척하는 말이 고작 그랬다

이왕 배려해줄 거 조금 더 예쁘게 말해 줄 수 없나

그가 퍽 얄미웠지만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문득 아침에 봤던 그가 떠올랐다

이게 끝인가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간결했다

왜, 쓴소리 안 들으니까 이상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한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7년 동안 나한테 많이 배우지 않았나?

이상한 건 흠 잡을 데 없는 네 보고서가 아니라 나지

이미 충분하기 인지하고 있는 진행 상황에 대해 굳이 보고하라고 지시한 나.

무슨 말을 들은 걸까

그의 말이 통 해석되지를 않는다

그날 일은, 여전히 기억이 안 나?

그가 그날의 일을 다시 물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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