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 다른 건 내 알 바 아니고

나쁘지 않은 의미로 속이 울렁거렸다

바퀴가 구르는 걸 보고 있으려니 가는 길이 빤했다

아저씨.. 저 감이 좋아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날 안에, 저 죽어요

재수 없는 소리라고 취급하던 오빠도 꽤 놀랐었는데

애써 어른인 척 굴어도 애티가 날 것이다

일하고 또 일해도 메울 수 없는 빚 구덩이를 만들어요

멀쩡한 시절도 있었을 텐데 저는 기억이 없어요

엄마가 집 나가고는 계속 제가 냈어요

죽기 전에 한 번 쯤은 해 보고 싶어졌어요

저는 그 정도 욕심도 가지면 안 되나요

오빠가 간절히 바라던 제 역할이었다

성큼 침범한 그와 달리 그녀는 팔을 오므렸다

얼룩덜룩 맞은 자리가 너무 커서 다 가릴 수 없었다

아픈 건 확실히 말해

긴장이 풀릴 만큼 오래도록 끈질긴 키스

단정하고 바른 입맞춤은 아니었다

다듬더듬 눈꺼풀이 열렸다

동물처럼 관찰하고 있던 그가 물었다

아픈 거 네 입으로 말하지 않으면 난 몰라

지금 물에 젖은 너 때문에 머리가 빡 돌았거든

그가 한쪽 무릎을 굽혔다

집요하게 눈을 마주한 채로 그곳을 삼켰다

느릿하니 여유로운 것 같아도 사정은 달랐다

속이 마르도록 다 물지도 못했던 입술이 더 열렸다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이 밤에 다 해 보지 못할 장면이 가득 차올랐다

멍이 들고 부은 데다 근육이 잡히려니 아팠다

이쪽의 속을 전혀 모르는 눈빛이 순진했다

인생이 시궁창을 굴러도 자신과는 너무 다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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