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도 예쁘게 하지
우리 무슨 사이에요?
엉뚱한 말에 즐기던 그가 멈칫거렸다
현상을 봐, 무슨 사이겠어
파트너라는 소리에 몽글거리던 마음에 다시 용암이 밀고 올라왔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다시 천국에서 지옥으로
말 한 마디로 저를 극에서 극으로 옮기는 그녀는 요물이었다
누가 파트너한테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한대?
다른 남자가 이렇게 해 주면 좋겠어?
울먹이는 목소리를 한 그녀가 신음과 함께 원하던 대답을 뱉어 냈다
물음표는 거절한다
그에게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모두 신음으로 승화되었다
사람들 보여주는 거 상상했어?
오늘은 진짜에요
야근은 집에 가서 더 하자
우리 할 거 많잖아, 할 말도 있고
입구에서부터 벌거벗고 뭐에요
연애는 결혼한 다음에, 불안해서 안 되겠어
섹스만 잘 맞는다고 결혼하는 병신은 없어
너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좋아했어
혼자만의 짝사랑이 아닌 것이 내심 기뻤다
멋대가리 없는 거 아는데... 결혼하자
결혼한 다음부터는 멋대가리 있는 것만 해 줄게
멋대가리 없어도 괜찮아요
저... 회사에 다시 다니고 싶어요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여보에요
결혼도 안 했는데 할 건 다 했잖아
여자만 보면 눈 돌리는 네가 남의 여자한테 할 소리는 아니지
난 처음 사귄 여자랑 결혼하는 거야
내가 눈치가 없던 거였구나
정말 엉망진창의 프러포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