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혼한 건 기억하지?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해졌다

이제 그 죽일 것들을 갈가리 찢어버릴 순간이 온 것이다

그냥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해 버리자

억울하다고 재판으로 가자고

들어보지도 못한 돈을 받아놓고는 그렇게 굴었다니

애먼 여자에게 돈 퍼주면서 살았다는 걸 얼마전에야 알게 되었다

이제 와서 자기 손녀를 찾겠다니

난 욕먹어도 되는데 회장님이 욕을 먹잖아요

저처럼 빠지는 며느리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가만 보니 희수라는 여자도 분명 색소가 연한 눈빛이었다

그래서 저와 닮았다고 하셨던 거군요

머릿속에 자꾸만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와 비슷한 눈빛을 가진 사람을 봐서인가

넌 실종돼서 연락도 안 되더니

이 분은 실종되신 적이 없습니다

감히 누구에게 소리를 치는 거지?

제가 분가하자마자 이사하신 것도 알아요

왜 제가 실종이라고 말하시는지 모르겠어요

하루빨리 나가라며 매일 구박했으면서

분노한 그녀의 얼굴이 그의 두 눈에 가득찼다

당신들이 팔고 간 그 집. 누가 샀다고 생각하는지?

하나도 버리지 않고 하나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남겨 두었지

납치당하거나 신변을 위협당한 적이 있습니까?

아무리 결혼을 했어도 집에 안 올 셈이냐?

이 사람 있는 곳이 제 집이에요

미안해요. 저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해서

그들은 학대라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자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반대로 생각해보니 아무 죄 없는 어린아이를 그들이 죽도록 괴롭힌 것이 아닌가

우리가 그 애를 학대한 거냐?

꼭 저를 그렇게 나쁘게 이야기하셨어야 했습니까

그런데 왜 말해?

하지만 너도 속는 거라는 건 알아야지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알려주는 친절.

마음이 가라앉으면 올게요

감히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을 이렇게 망치다니

잠시만 숨 쉴 곳이 필요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이제 그게 사랑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워요

조금만 날 사랑해 줄 수는 없었나요

어머니 무덤이라고 애뜻하지도 않았다

속았다고 좋을 만큼 그를 사랑했다

내가 미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그는 그녀를 눈물로 속인 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도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뒤틀렸다

늙은이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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