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그 남자인 줄 알았다

그는 꽤 역정이 나 보였다

니까짓 게 뭔데 감히 내 전화랑 톡을 차단하고 지랄이야

너 설마.. 나 미행했어?

입증이 되지 않았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꼴랑 살점 좀 뜯어졌다고 아픈 척 하지 마

네가 맞은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인데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그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니 기둥서방이랑 그 새끼 수족들 때문에 내 얼굴 작살이 났다고

이거 다 니가 시킨 거잖아

내 경고가 딱 친절했나 보네

나른한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전해온다

온 몸의 세포가 돋아나게 할 만큼 익숙했다

조금만 더 갔으면 재미 좋을 뻔했는데

남자의 음성은 감출 수 없을 만큼 살기로 떨렸다

내가 널 기다려준 건 말이지

앞으로 네게 할 행동들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려고 그랬던 건데

그래야 내가 덜 미안하거든

올해 또 부고 소식을 들을 일은 없을 거야

대신 여러 군데 고장이 날 거야

그래야 두번 다시 네 앞에 못 나타날 테니까

그녀의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졌다

내 얼굴 닳아 없어지면 네 손해 아닌가

그만 쳐다보라는 말이였는데

그녀는 결국 그와 눈길이 닿고 말았다

그녀의 시선이 한층 내려갔다

먼저 시선을 거둔 건 남자였다

계속 그 머리가 신경 쓰여

남자의 메마른 눈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어 낼 수 없었다

제가 왜 이러는지 아저씨는 아시죠

일부러 모른 척하는 거죠?

이미 들끓는 부끄러움이 임계점을 넘었다

이제는 당돌하게 굴기로 마음먹었다

고마움이랑 호감을 구분해야지

호기심 때문에 미래를 걸지 마

왜 괜히 잘해 줘서 심장을 울렁이게 했나요

스스로 인정하고 말았다

남자를 향한 다른 감정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남들이 말하는 첫사랑일지도 모른다

2년 전에 너를 힘들게 했던 스토커 말이지.. 내가 죽였어

그러니까 나를 보호자로만 생각해

니가 나를 마음에 담아도 나는 명줄이 줄어들어

나 떼어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잖아요

처음이었다. 남자의 손길이 서늘해진 것은

해주려던 거 마저 해주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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