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똑바로 차려요

냉정하던 그의 얼굴에 당황이 물들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것이다

자기를 성추행한 여직원을 고소는커녕 충고로 이 사태를 무마하지 않나

정말 해외 토픽에나 나올 법한 스토리였다

그걸 왜 나한테 묻습니까?

내가 이젠 직원 연애 수업도 해 줘야 합니까

그 짓거리를 할 때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맨정신으로 내가 한 짓을 말하려니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얼굴 빨개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제가 잘 배워서 대표님 책임질게요

원래 비서가 대표님 책임지는 거에요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맹랑했다

비서가 대표의 무엇을 책임진다는 말인가

그것 말고도 또 한가지의 목표가 생겼다

웃음기 가득하던 눈은 어느새 맹수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대표 책임지겠다며? 원하던 수업 해야지

수업할 마음이 없으면 나가든가

그의 말에 따라 연애 수업을 잘 받으면 되는 것이다

몸을 가리고 있던 이불이 흘러 내렸다

제정신으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을 남자에게 드러내는 것은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내가 이야기했을 텐데

하라는 대로 했더니 왜 화를 내는 걸까

남자가 하라는 대로 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눈을 꼭 감고 그의 혀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입을 벌렸다

그가 주는 느낌에 몸속 깊은 곳이 간질거렸다

누가 집에 들어온 건가?

키스하는데 왜 가만히 있어?

입에 손가락이 물린 터라 발음이 샜다

하지만 따가운 눈초리 앞에서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더럽고 구역질 나는 첫 키스가 떠올랐다

가르칠 맛 안 나네. 이렇게 이해력이 떨어져서야

손가락 때문에 벌어진 입에 침이 고였다

내 작은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은 묘한 승부욕을 불러일으켰다

조금 전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쪼끄마한게 그 자식한테 못된 것만 배워서....

용기를 냈던 목소리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알고 보니 대표님은 변태인 건가

그의 손가락에 따라 혀가 저절로 움직였다

뭐지.. 이제는 관심법도 하는 건가

고민할 것도 없었다

눈을 감고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또다시 어디선가 찌르릉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너 키스는 왜 이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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