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호텔에서 퍼질러 자고 싶은 마음 뿐인데

분명 맛은 있는데 옆에 앉은 그 때문에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쉬기만 하게?

이제는 품에 있는 걸 가져가는 데도 스스럼이 없어 보였다

시끄러운 거 싫지?

왜 안 하던 짓이냐고?

그녀는 다 제쳐 두고 간단하게만 물었다

나쁘지 않잖아. 조금 친해져 보는 것도

이러면 친해져? 우리가?

더한 짓도 했는데 뭐...

그는 이렇게 쉽게 꺼내는 이야기를 그녀는 할 수 없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하루하루 자괴감에 빠져들고 있는 건 그녀뿐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 그건 어렵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대로, 널 흉내 내면 되니까

겨우 그깟 게 뭐라고

알아본 곳이 여기야?

파도 소리에 집중해. 그럼 조용해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싶었다

이렇게 껄끄러운 사이가 또 아디 있다고

술, 담배, 카페인 자제 요망이라고 써 있던데?

결과지는 왜 차에 두고 버리지 않았을까

앉는 건 좀 그렇고 그냥 걸을래

옆에서 걷는 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그녀는 해변가롤 향했다

그는 무작정 걷는 그녀를 긴 다리로 금방 따라잡았다

옆에 앉는 거나 옆에서 걷는 거나 매한가지였다

충동으로 시작했다고 결국 후회할 걸 알면서도 그만 둘 수 없었던 지난 밤

그는 몇 번이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장난처럼 그가 하는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기억에서 도려내고 싶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해변가 끝이었다

난데없이 시작된 오해는 현재진행형이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오해인지 되짚어 줄 생각이 없으니 대답도 말아야 했다

생각해 봤는데, 네 반응 말이야.. 좀 지나쳐

가볍게 꺼내는 말이 아닌 듯 그의 표정은 더는 장난처럼 보이지 않았다

꼭 피하고 싶어서 필사적인 사람처럼

질문에 대답할 가치가 없었다

섹스까지 했으면 보통 연애까지도 가

물론 연애가 먼저일 떄도 있고, 감정 없이 욕구만 푸는 쓰레기랑 잤다고 생각했어?

날카롭게 닿는 말들이 편견에 사로잡힌 그녀의 머릿속을 찔러댔다

다른 남자 좋아하는 여자랑 잔 건 처음이었다

대체 나를 어떤 쓰레기라고 생각한 거야?

이제 그만 돌아갈 타이밍이었다

나랑 어쩌고 싶어서 자꾸 그런 걸 확인해?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이렇게 숱한 밤을 함께하다 보면 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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