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지금 자아 성찰을 하는 걸까

친구를 집에 안 들여서 몰랐다

어쩐지 이 오빠는 술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라면서 잘 마시지 않는다 싶었다

지금이라도 생긴 술 친구를 잘 챙겨야지

진짜 조절하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계속 잔을 채워 주니까 나도 모르게 그랬어

주중에 마시는 건 민폐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네가 들 만한 상태가 아니야. 방 어디야?

오빠 진짜 미쳤어? 왜 이렇게 마셨어

안 마시려고 했는데... 강아지가 죽었대

강아지가 죽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표정은 저래도 속은 얼마나 아플까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20만 원짜리 신발의 대가가 이거였나 보다

내일 아침에 이 증거물들을 들이대면서 혈육에게 금주령을 내릴 생각이었다

거기서 뭐 해?

갈아입을 옷 드리려고요

이거 입으면 가야 해?

요즘 혼자 사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많이 키운다고 들었다

한숨을 내쉬는 얼굴이 옅게 상기되어 있었다

솔직히... 잘 생겼다

다 벗은 몸을 봐도 눈이 편한 게 새삼 보기 드문 미남이었다

오빠 방이라는 최대한 먼 곳이 편해서요

들어오자마자 안 마주치고 방에 바로 들어갈 수도 있고...

.... 원래 남매는 그런 것이거든요

이러면 곤란하지?

둘이서 오붓하게 대화할 시간 만드려고 내가 네 오빠 술 먹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쟤 저 지경 만드느라 나까지 취했잖아

그녀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그는 오늘 작정하고 오빠랑 술을 마셨다

그것도 그를 인사불성 상태로 만들기 위해 자기가 취할 정도로 많이...

잠깐 옆에 앉아 봐

분명 이곳은 자기네 집인데 오히려 그녀가 손님처럼 쭈뻣거렸다

차라리 찝찝하게 두고 피할 바엔 이게 나았다

대화로 설득해서 이번에는 정말 그와의 접점을 완벽하게 끊어 내는 게 좋을 듯 했다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그에게 비밀로 하겠다는 다짐을 받아 내야 속이 편할 것 같았다

그래도 그날은 기억해요

저 같이 잔 사람 잊을 정도의 쓰레기는 아니에요

그의 눈썹이 삐닥하게 올라갔다

하긴... 그렇게 해 댔는데 잊으면 곤란하지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엔 지금 나도 좀 피곤하고

맨입으로 비밀로 해 주긴 싫은데

내가 그거 비밀로 해 주면 너는 나한테 뭘 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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