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건 자신인지도 모른다

그의 눈에 자신은 얼마나 한심하게 보일까

적어도 내가 싫어서 그렇게 본 건 아닐 테지

그럼 내가 불쌍해서였나?

그녀가 더운 공기 중으로 한숨을 내뿜었다

오로지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 금요일 밤인 건 알고도 하는 말인가

대체로 감정적으로 구는 법 없는 그의 표정이 오늘따라 다체로웠다

전부 나 때문일까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면 여기서도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회식 장소가 집 코앞이었네

여자를 집으로 데려다 주는 게 익숙한 걸까

나 여기 사는 거... 아무도 몰라

귀찮아지니까, 회사 근처에 산다고 하면...

너만 알아. 그러니까 비밀 지켜

오늘 같은 날이, 지금껏 한 번도 없었는데

무심한 눈인사가 다였던 사이었는데, 집이라니

그는 오해하고 있다

어떻게 여자 친구가 있는 사람을 짝사랑하냐...

호감 이상으로 감정을 느낀 적이 분명히 있었다

도착한 그의 오피스텔은 깔끔했다

전부 다 불편하다

멀지만 회사로 갈걸...

네 집이잖아, 너도 너 편한 대로 해

나 왜 여기 있는 거람...

친구 녀석들에게조차 안 하던 참견을 했다

과한 오지랖에 그녀가 화를 내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였다

저도 술에 취한 주제에 사람을 챙기겠다고...

삽질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그래서인지 그녀를 보면 자꾸 한숨을 쉬게 된다

연애는 재미있어야 하고, 즐기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도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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