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보자고 하셨어요?

그녀는 벌써부터 너무 피곤했다

1분 1초라도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못 들은 말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기괴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저한테 주고 싶은 게 커피에요?

왠지 주말 내내 생각이 많았을 것 같아서

난 그랬거든

결코 길지 않은 말인데 그녀는 선뜻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얼굴 보니까 내 예상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네

하실 말씀 다 하셨으면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점심 같이 먹자고 하려고 했는데 표정 보니 싫다고 할 것 같네

역시나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이유도 없이 미움받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감정이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가 홀로 쌓고 있던 벽을 단박에 부술 것만 같은 기세였다

거침없던 걸음이 멈춰선 건 그녀의 코앞에서였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건데?

난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데

왜 넌 겁부터 집어먹고 그래

숨 쉬는 것조차 지나치게 느껴질 정도로 가슴이 간지러웠다

...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본능이나 다름없이 고개가 돌아갈 것 같았다

등 뒤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그게 꼭 온몸을 꽁꽁 옭아맨 것 같았다

이런 1차원적인 꼬임에도 마음이 설렐 수 있다니

진짜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뭐가 그렇게 정신을 쏙 뺴놓는데

근데 넌 왜 이 시간에 회사에 있어?

아침에 산 걸 지금 주는 거라고?

이걸 뭐 하러 다시 사 왔어?

왜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해야 하는 건지...

설마... 봤어?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산 너머 산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

... 대놓고 만날 수는 없잖아

상사와 부하직원의 만남이 그렇게 은밀해야 해?

바보처럼 그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한계치에 달한 모양이었다

너 형이랑 무슨 일 있었냐?

그가 아는 그녀는 거짓말에 영 소질이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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