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쓰릴 만도 했지

넌느 무슨 애가 술만 마시면 매번 끝장을 봐?

내가 그러 앤 걸 알면 나 좀 말리지

이렇게 될 때까지 퍼마시도록 왜 그냥 보고만 있었어

내가 말린다고 네가 그만 마실 애야?

그 한 잔에 내 속이 좀 덜 아팠을 수도 있는 거고

얼굴이 허옇게 된 걸 보니 숙취가 심하긴 한 모양이다

고작 말 한 마디에 마음이 놓일 수 있다니

전화 받는 예절이 왜 그 모양이야?

역시나 핸드폰 너머에서 첫 마디부터 지적이 건너온다

나 형한테 잔소리 들을 짓 한 거 없는데

누가 너더러 잔소리 들을 짓 했대?

형은 용건 없이 전화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그 용건이 보통 나한테 잔소리 하는 거고

전화는 불시에 끊겼다

신경질 가득한 손길이 머리칼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주차장이라고 집에 붙어있으래

설마 지금 너 보러 여기 오는 중인 거야?

형 오는 게 무슨 상관이라고...

그 남자 때문에 아직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늘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온몸에 아찔하게 소름이 돋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너무 거지 같은 타이밍이었다

그 찰나 손목에서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어딜 그렇게 꽁무니 빼듯이 도망가는데?

네가 언제부터 회사 밖에서 날 본부장이라고 불렀다고

어울리지도 않는 존댓말도 같은 맥락인가?

제가 들어도 소름끼치는데 그는 오죽할까

그런데 왜 이 주말에 뜬금없이 여길 온단 말인가

의도에 없이 대화가 단절되고 묘하게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가능하다면 자신을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은 듯했다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생소한 감정이 느껴졌다

여기 서 있는 걸 보니 동생이랑 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 말이 어려운가?

그가 혼란스러운 질문을 다시 해왔다

더는 뜸을 들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무슨 실수를 해?

했으면 어제 내가 했지

듣고 보니 어제 내가 진상이었던 것 같은데...

너 술만 보면 눈 뒤집히는 거 좀 고쳐야 해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할 것이지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는데

제발 아니길 바랐다

혹시 친구랑 있다는 약속이 저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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