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내 줘? 네가?

그녀의 말이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쬐끄만 게 힘도 없으면서 혼내주긴 누굴 혼낸다는 건지

너도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나는 인생이 그리 재밌기만 했을 것 같아?

바람난 아빠 때문에 엄마는 매일 울지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인종 차별도 당했지

엄마가 너무 안쓰러워서 다정한 아들이 되고 싶었어

계속 다정하게 굴다 보니 그게 습관이 되더라

오빠는 원래 다정했었어

너희 집에서 너랑 아줌마 처음 봤을 때 내 심정이 어땠을 거 같니?

화장 떡칠하고 뻘건 입술로 웃는 너희 엄마, 당장 죽이고 싶었어

게다가 너는 또 얼마나 악마같이 악을 쓰고 달려드는지

근데 나보다 네가 더 불쌍하더라

한평생 그러려고 하다 보니 그냥 몸에 익숙해진 거지

마음을 전하면 그녀는 그래도 알아 들었다

이 상태가 오래가진 않을 게 뻔했지만 그래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근데 왜 난 안 미워해?

얄미워 죽겠는데 그래도 미치게 사랑해

사람 마음이 정해놓은 대로 생기는 게 아니잖아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나직하게 말했다

그럼 나도 조금 널 믿어볼게

싸우다가 섹스하니까 더 맛있지?

제가 아프게 해 놓고 그녀는 뒤늦게 그가 걱정이 되었다

이제는 그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도망을 친 것이나 마찬가지

그에게 붙잡힐 때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멎어버릴 것 같았다

그의 모습은 아직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많이 다쳤나?

눈이 안 보여서 넘어졌으면 어떡하지

밀려드는 불안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다급히 몸을 돌리고 힘들게 온 길을 다시 뛰었다

나가는 길은 하나뿐인데 그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면 대체 어디로 갔을까

근데 너 언제부터 그런 거 가지고 다녔어?

전보다 나아졌는지 그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오빠가 잡으러 안 오길래...

진짜 다른 데는 안 아픈 거 맞지?

나보다 먼저 다치거나 죽기만 해봐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내 손으로 죽일 거야

그렇게 살벌한 고백이 세상에 어딨니

내 옆에 계속 있어 준다는 약속 꼭 지켜

다음에 도망갈 땐 제대로 잡으러 와야 해

입술 기다리는데 자꾸 엉뚱한 데만 혀를 놀리잖아

그의 웃음소리가 별장에 크게 울렸다

그것이 저 때문이라면 더 행복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