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맞이한 바다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

이곳에 오기까지 그녀는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떠나는 준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회사 업무 중에 그녀가 인수인계해 줘야 할 업무는 없었다

고작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서 미안하다는 말 한 줄만 남겼다

겨우 미련을 접어 한 줄만 쓰고 나서야 집을 나올 수 있었다

8년 전에도 그랬는데 지금도 파도가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이렇게 가는 거야

죽는다는 게 이런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있으면 바다에 삼켜지겠지

바다는 크고 나는 작으니까

이렇게 나는 사라지는구나

나 같은 여자가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해요

저 같은 사람에게도 선물을 주시네요

그 사람 목소리를 듣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바닷물에 실린 그의 목소리가 고마웠다

그녀를 안고 바다에서 헤엄치는 그를 거부할 수 없었다

8년 전처럼 또다시 자신의 결심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당신 떠나면 난 혼자잖아요

당신 추억만 안고 늙어 죽느니 당신이랑 같이 떠나려고 온 거에요

그 말도 안 되는 걸 해야 하는 게 우리 집안이에요

내가 먼저 갈 거니까 당신은 따라와요

우리 같이 가죠, 바닷속으로

자신처럼 쓸모없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믿고 싶어도 믿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나 같은 여자 때문에 이러면 안 돼요

내가 바도 등신인 거 알잖아요

나 같은 바보 등신은 세상 살 자격이 없다고요

세상 살 자격만 없을까

사랑할 자격도 그녀에게는 없었다

내가 잘못 들었는지도 모르니까 다시 말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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