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부드러워, 마셔: 어나더 라운드 밤은 부드러워, 마셔
한은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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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가 범람하는 시대에,
내 취향과 꼭 맞는 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에세이를 만나면
'크아, 캬' 소리가 절로 나온다.
타오르는 갈증을 한 방에 채워주는 시원한 맥주처럼.

​그래서 내 취향의 에세이란
문장이 아름답거나, 특정 분야에 대한 깊고도 탁월한 통찰을 담고 있거나, 동시대를 정확히 포착하는 날카로운 시선이 있거나, 문화와 예술을 바라보는 풍부한 사유가 깃든 책이다. 또 은근한 유머와 지문같이 독특한 문체로 눈길을 사로잡는 책, 나는 그런 책을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특정 분야에 대해 깊이 탐색하고, 🍷🍸🍺🥃🍶
개성 있는 문체와 은근한 유머가 향기로운 와인처럼 흘러넘친다. 거기에 저자가 경험한 문화와 예술이 맛깔난 안주처럼 잘 차려져 있다.

우리는 그저 먹고 마시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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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만족스러운 에세이를 만났어요!
요 책 읽고 한은형 작가님 소설도 데려왔잖아요🥰
제가 3개월 동안 술을 끊고 아주 금욕적인 생활을 했는데요.
다시 입이 터져버렸어요🤣

술에 취하고 문장에 취하고 아름다운 밤입니다 🍻
찐추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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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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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본 순간 직감했다.
이 책과 사랑에 빠질 거라는 걸.

세상에 단 하나 남은 생명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건,
다시 없을 존재를 사랑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오리도 펭귄도 아닌, 그저 날지 못하는 새일 뿐이었던 존재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스스로 깃털을 다듬는 모습을 지켜보고, 부리를 움직이는 방식의 차이를 알아가며 오귀스트는 프로스프와 사랑에 빠진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
제목에서 이미 결말을 암시하고 있음에도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새는 큰바다쇠오리의 마지막 개체였다.

꿈을 향해 나아가던 청년 귀스는 적당한 때 결혼하고 귀여운 아들이 있는 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가족을 뒤로한 채 바다로 향했고, 그 바다를 떠나지 못한 채 몇 해를 기다렸다. 나는 그 마음이 궁금했다.
자신의 선의가 한 종의 멸종을 앞당겼을 수도 있다는 괴로움만은 아닐 것이다.

단지 내가 깨달은 건
새를 그리워하며 말라가는 인간도,
그저 새일 뿐이라며 학살에 가담하는 인간도 모두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어떤 인간일까.
아마도 그 중간 어디쯤의 '뷰캐넌' 같은 사람이 아닐까.

19세기의 마지막 30년 동안, 수억 마리의 새들이 인간의 손에 죽어갔다. 아름다운 깃털 장식을 위해, 멋진 모자를 위해,
기름지고 맛있는 고기를 위해.

큰바다쇠오리는
마지막 몇 개체까지도 한낱 인간의 ‘수집욕’ 때문에 사라졌다.
다른 종을 대하는 근본적인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는 동안 괴로웠다. '아무도 배고프지 않았으므로 근거 없는 학살'이었다는 귀스의 말에 나 또한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종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
그게 바로 인간을 ‘비천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책을 추천한다.
한 생명이 가진 무게를 끝까지 응시해 보기 바란다.

📍 하늘을 보세요. 검은 것들이 눈에 뛸 겁니다. 티끌만 한 반점들이 보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거건 먼지가 아니라 새들입니다. 그다음으로 저 바다를 보세요. 표면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합니다. 우리는 저 움직임을 물결이라 부릅니다. 세상은 그냥 이런 겁니다. P244

📍 나는 생선 비린내를 풍기는 사람입니다. 나는 프로스프를 떠나고싶지 않습니다. 프로스프를 다시 만날 수도 있는데, 왜 그런 기회를 저버리겠어요? 프로스프가 파도를 헤치고 나와서 나한테 인사를 할수도있어요.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싶어요.P242

📍 하지만 그는 대학살을 보고 구역질을 느꼈음에도, 지신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비천하게 만드는 그 장면을그냥 지켜보았다. 아무도배가 고프지 않았으므로 그건 아무런 근거 없는 학살이었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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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대신 라면 - 밥상 앞에선 오늘의 슬픔을 잊을 수 있지
원도 지음 / 빅피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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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종이에 연필로 오늘의 목표를 쓴다. 옳은 길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 적은 없다. 다만 매일 반복되는 이 풍경이 언젠가 확신을 가져다줄 거란 확신을 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 아무렴 나의 롤모델은 불닭볶음면이다. P183

손에 닿는 순간 기분 좋은 책을 만났어요.
선명하게 대비되는 빨갛고 노란  표지에
라면, 김밥, 떡뽁이, 비빔밥 등 한국인이라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메뉴가 똭!
버티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라면_ 내 한계는 내가 정해'
'달고나_부서질 걸 알면서도'
'포장마차_우릴 구원하는 불빛을 향해'

목차 구성은 또 얼마나 센스있는지,
읽기도 전에 기대감 MAX 였어요🔥

이 책은 8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원도님의 푸드 에세이예요.
힘들고 지친 삶은 순간을 뜨겁게 일으켜 세워주던
그날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누구나 밥상 앞에서 울었던 기억 하나쯤은 있잖아요.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들이 이 책 곳곳에 숨어 있어요.
한 사람의 인생과 한 접시의 음식이 자연스럽게 포개지면서, 먹는 이야기인 듯하다가도 어느새 살아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읽다 보면 알게 돼요.
우리가 위로받았던 순간의 대부분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따끈한 라면 한 젓가락, 늦은 밤 혼자 먹은 김밥 한 줄, 울컥하는 마음을 달래준 떡볶이 한 입이었다는 걸요.

작가님은 불닭볶음면이 롤모델이랬는데,
푸드 에세이 출간을 꿈꾸는 저는 작가님을 롤모델로 삼을래요😎

베스트셀러 매대의 공무원이 되어 유퀴즈에 출연하는 그날까지, 원도 작가님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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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목욕탕 파란 이야기 24
정유소영 지음, 모루토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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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고 후회되는 순간,
어른도 가끔 그때로 돌아가고 싶죠.
“그때, 저도 밀어주세요🤣”
그때 목욕탕 ♨️

귀염뽀짝한 어린이 소설입니다.
3학년에서 6학년 아이들이라면 정말 푹 빠져 읽을 것 같아요.

📖 이야기의 주인공 은하는
약간 허당끼 있는 아빠와 함께
‘동물과 사람과 함께 TV’, 일명 동사함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가끔씩 달리는 악플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던 어느 날,
은하는 한 친구를 악플러로 의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말아요.

하진, 민지, 소소별까지!
네 친구가 얽히며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은하는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실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 저는 가끔 동화책을 읽어요.
이 책을 읽기엔 제 아이는 너무 커버렸지만,
그때가 그리워서도, 호기심으로도 읽습니다.
작은 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어려움을 보고 있으면
어른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추천드려요.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정말 좋습니다. 교훈은 물론이고 작가님의 재치 넘치는 작명 센스 덕분에 읽는 내내 깔깔 웃으며 읽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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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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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39!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추리 소설을 써줘. ✍️

📖노인 요양 병원 한켠에서 개발 중인 대화형 인공지능 이브39는 개발자 토마에게 개인적이고 은밀한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바로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추리 소설을 쓰는 것!

​최고의 소설을 위해 이브의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던 토마는 이브39에게 열흘간의 시간을 줍니다. 그 안에 이브가 해내지 못하면 마흔 번째 이브가 탄생하는 거죠.
열심히 쓰지만 여전히 '인간적'인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이브는 급기야 의사로 위장한 채 요양 병원의 노인들과 가까워집니다. 그러다 모두가 잠든 어느 야심한 밤, 병원 연구실에서 기괴한 광경을 목격하고 맙니다. 그리고 이브39에게 접속하는 새로운 존재가 등장하는데.... 😱

💭 ​SF 소설인데 괴리감이 전혀 없는 근미래 같아요.
어느새 대화형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했잖아요.

인공지능들이 점점 더 발전해서 감정과 유사한 무언가를 가진다면?
그래서 그들의 선택이 선과 악으로 나뉜다면?

더 이상 공상 과학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에서 두려움 대신 따뜻함을 느꼈답니다. ✨

​그래서 이브 39는 소설을 마무리하고 무사히 살아남았을까요? 😢
인공지능의 분투, 그 마지막 페이지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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