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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제목을 본 순간 직감했다.
이 책과 사랑에 빠질 거라는 걸.
세상에 단 하나 남은 생명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건,
다시 없을 존재를 사랑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오리도 펭귄도 아닌, 그저 날지 못하는 새일 뿐이었던 존재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스스로 깃털을 다듬는 모습을 지켜보고, 부리를 움직이는 방식의 차이를 알아가며 오귀스트는 프로스프와 사랑에 빠진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
제목에서 이미 결말을 암시하고 있음에도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새는 큰바다쇠오리의 마지막 개체였다.
꿈을 향해 나아가던 청년 귀스는 적당한 때 결혼하고 귀여운 아들이 있는 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가족을 뒤로한 채 바다로 향했고, 그 바다를 떠나지 못한 채 몇 해를 기다렸다. 나는 그 마음이 궁금했다.
자신의 선의가 한 종의 멸종을 앞당겼을 수도 있다는 괴로움만은 아닐 것이다.
단지 내가 깨달은 건
새를 그리워하며 말라가는 인간도,
그저 새일 뿐이라며 학살에 가담하는 인간도 모두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어떤 인간일까.
아마도 그 중간 어디쯤의 '뷰캐넌' 같은 사람이 아닐까.
19세기의 마지막 30년 동안, 수억 마리의 새들이 인간의 손에 죽어갔다. 아름다운 깃털 장식을 위해, 멋진 모자를 위해,
기름지고 맛있는 고기를 위해.
큰바다쇠오리는
마지막 몇 개체까지도 한낱 인간의 ‘수집욕’ 때문에 사라졌다.
다른 종을 대하는 근본적인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는 동안 괴로웠다. '아무도 배고프지 않았으므로 근거 없는 학살'이었다는 귀스의 말에 나 또한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종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
그게 바로 인간을 ‘비천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책을 추천한다.
한 생명이 가진 무게를 끝까지 응시해 보기 바란다.
📍 하늘을 보세요. 검은 것들이 눈에 뛸 겁니다. 티끌만 한 반점들이 보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거건 먼지가 아니라 새들입니다. 그다음으로 저 바다를 보세요. 표면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합니다. 우리는 저 움직임을 물결이라 부릅니다. 세상은 그냥 이런 겁니다. P244
📍 나는 생선 비린내를 풍기는 사람입니다. 나는 프로스프를 떠나고싶지 않습니다. 프로스프를 다시 만날 수도 있는데, 왜 그런 기회를 저버리겠어요? 프로스프가 파도를 헤치고 나와서 나한테 인사를 할수도있어요.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싶어요.P242
📍 하지만 그는 대학살을 보고 구역질을 느꼈음에도, 지신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비천하게 만드는 그 장면을그냥 지켜보았다. 아무도배가 고프지 않았으므로 그건 아무런 근거 없는 학살이었다. P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