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잔소리가 좋아서 밑줄 긋는 그날까지 - 인생 선배인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인생 조언
전미령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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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표지의 ‘인생 선배인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인생 조언’이라는 부제가 딱 어울리는 내용의 전미령 작가의 첫 에세이다.

성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읽어 내려가며, 언제쯤 나도 그녀처럼 첫 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부럽기도 하고 심란하기도 했다.


본문을 사계절에 비유하여 네 부분으로 나누어 기술한 목차가 인상적이다. 매 새로운 이야기마다 제목 외에 부제를 달아두어, 저자가 평소 성실하게 글쓰기 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주제와 부제를 상기하며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습관이라 느껴진다.


문장마다 딸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엄마의 아픈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픈 추억을 여유롭게 꺼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야. 이만큼의 용기가 생긴 건 너의 역할이 커. 잘 웃지도 않는 엄마가 너의 저렴한 개그에도 빵빵 터지는 건, 아마도 네가 엄마의 소중한 바구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 아닐까?”(본문 p.47) 와 같은 부분이다. 사춘기 딸의 극렬한 심경 변화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오히려 극강의 감정 기복을 겪는 딸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격려하고 위로한다.

필자는 고1 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게 힘들다. 매 순간 거슬리는 언행만 두드러지게 느껴져 잔소리를 늘어놓고, 때로는 감정 섞인 비난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딸에게 조곤조곤 살아가는 데 유용한 여러 기술을 일러준다. 관계를 유지하는 법, 절망에서 빨리 벗어나는 법, 공부해야 하는 이유 등.또한 작가는 딸에게 2박 3일간의 친구들과 떠난 제주 여행의 감동을 전하며,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이색 현상‘이라는 부제로 단조로운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보라고 조언한다.

딸의 학원 가방 분실로 화가 나서 딸을 혼낸 후 카페에서 무려 2L의 커피를 마셨다는 고백을 하며 써내려간 인생의 교훈은 내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같은 곳을 가더라도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느끼는 점이 달라. 인생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매일 같은 날에 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얻는 것이 매일 똑같지 않다는 거야. 인생은 단조로운 매일의 반복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는 해적선 지도와도 같아. 결국 인생은 지루한 반복을 통해 새로운 걸 찾아내는 즐거움이 숨어 있지. 그러니 일상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센스를 키워 봐.”(본문 p.223)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담담한 어조가 부러웠다. 나였다면 분명 같은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한바탕 비판을 쏟아낸 후 격한 감정을 배설하듯 절제 없이 써놓고 뒤에 가서는 후회하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되었을 것이다.


작가의 온기 품은 문장들을 읽다 보면 사춘기 딸의 공고한 마음도 서서히 녹을 것을 믿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잠시 놓았던 펜을 다시 손에 꼬옥 쥐어본다. 당장오늘부터라도 아들에게 전하는 훈훈한 메시지를 기록해보리라. 당장은 힘들겠지만 진심을 다해서 글자마다 꾹꾹 눌러 담은 사랑이 바위처럼 견고한 사춘기 마음에도 동요를 일으키리라 믿는다.

사춘기 자녀들과 소통하기 힘든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당신들의 자녀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젠 말 대신 진심을 담은 글로 써보자.


*이 책은 미다스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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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어도 읽습니다 -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인생에 대한 탐구
노충덕 지음 / 모아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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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간서치(看書癡, 책만 보는 바보)'라 불렸다는 이덕무를 부러워하는 독서가이자 경기도와 충남에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친 노충덕 작가님의 두 번째 독서이야기다.

브런치작가님으로서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 중 한 분이시기도 해서 더욱 반갑고 뜻깊었다.


이 책의 특징은 마치 독서 초보자를 배려한 듯, 여느 책의 속표지를 지나 목차와 서문으로 구성되는 형식 대신 속지에 공을 들여 활자에 서서히 스며드는 디자인으로 편집했다. 본문도 내게는 여전히 힘든 소위 '읽히는 글'을 일필휘지(一筆揮之), 쭉쭉 써내려간 느낌이다.

저자가 소개한 본문 속 책이 총 몇 권일까? "왜 읽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총 3장에 걸쳐 독서의 효용에 대해 설명한다.

01- 폐문 독서와 마주하기

저자는 "독서를 하려면 폐문(閉門)해야 한다. 문이란 나와 타자와의 소통이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다. 폐는 소통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근무 시간에 폐문하고 책을 읽기는 어렵지만, 가족이 자는 새벽 5시는 업무 전화도 오지 않는다. 오직 독서에 나를 던져 놓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시간에 독서를 반복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본문 p. 51)라고 하여, 하루 중 자신만의 독서 시간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다.

작가님처럼, 나도 작년 12월부터 새벽 5시 기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새벽독서를 실천하고 있다. 8개월쯤 되니 이제는 새벽 5시 기상이 습관이 되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올빼미족'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눈을 뜨고 있지만 머리가 멍한 상태일 때가 많아서 저자처럼 몰입독서는 힘들다. 각자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과 장소를 골라 최소 독서 시간을 확보해 책 읽는 습관을 길러보시라.

02- 선인들의 삶에서 배우기

이번 장에서는 다독가로도 유명한 '다산 정약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본 장의 뒷부분에 '다산의 마지막 습관'이라는 소제목으로, 평소 신중한 언행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 듣는 것은 외부의 자극과 영향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외부에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네 가지를 모두 예에 맞게 하라 한다. 보고 듣는 것은 내가 통제하기가 말하고 행동을 예에 맞게 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우선은 말과 행동을 삼가는 일이 중요하다. 날마다 긍정하는 말, 칭찬하는 말, 북돋는 말 ,격려하는 말을 해야 한다. 매일 그렇게 하여 습(習)이 되게 해야 한다. 총알이 신체를 상하게 하듯이 말은 상대의 영혼을 상하게 할 수 있다."(본문 p. 110~111)라고.

총, 칼만이 날카로운 무기가 아니다. 세치 혀로 사람을 죽일수도 있을만큼 위력을 갖는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삶에서 늘 말의 무게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03- 문제의식에 대해 결별하기

총 3장의 목차 중 앞선 두 장을 합한 분량보다 훨씬 많은 지면을 할애할 정도로 삶과 죽음을 논하고, 교사 출신답게 입시 위주의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개탄한다.

이번 장에서는 여러 좋은 통찰이 담긴 문장 중, "책이란 독자가 읽었을 때 책이다."(본문 p. 174)라는 한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다. 내가 속한 글쓰기 커뮤니티의 리더께서도 늘 회원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라고 당부하신다. "그냥 끄적인다고 모두 '글'이 되는 건 아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써라."라고 독려하신다. 그렇다. 글이 모두 책이 될 수는 없다. 잘 '읽히는 글', '팔리는 글'이 되려면 '짧게, 쉽게, 읽히게' 써야 한다.

북유럽에서 전해오는 덕목 10가지도 인상적인데, '자만과 오만을 지양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독서가 일상인 저자가 읽었던 책들을 자신만의 통찰을 얹어 소개하는 내용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개한 도서 목록을 '부록'편으로 따로 빼서 기재해주었으면 어땠을까하는 것이다. 다독을 하면서도 논리적 근거에 합당한 목록을 찾아 인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한다는 독자들은, 하루 중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시간을 찾아 독서 시간을 확보하라.

본 서평은 노충덕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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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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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미 책날개에서 간단한 저자 소개에 이어, 어떤 책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러므로 평소 나처럼 '표지'부터 마지막 '옮긴이의 말'까지 책을 꼼꼼히 살피는 독자라면 굳이 본문을 다 읽지 않더라도 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독자들일수록 저자의 작품 속 의도가 궁금해서 기어이 완독하게 된다.

신비로움을 자아애는 초록숲을 비추는 풍성한 햇살의 표지 디자인은, '노년'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의 주제와 묘한 대비를 이루어 아이러니하다.

본 도서의 저자 존 릴런드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뉴스위크>>의 선임 편집자 <<디테일스Details>>의 편집장을 거쳐 현재 <<뉴욕 타임스>>의 기자로 활동 중이다.

저자가 <<뉴욕 타임스>>에 연재한 6부작 기사,<여든 다섯, 그 너머85&UP>에서 시작되었다고. 1년 동안 서로 다른 삶의 경험과 배경을 가진 여섯 명의 노인을 인터뷰하면서 저자가 느낀 노년의 아름다운 삶의 지혜를 1,2부로 나누어 들려준다.

1부, 아주 특별한 만남

6명의 초고령 노인을 인터뷰한 1년 동안 각각의 이야기속에서 찾아낸 노년기의 특징과 삶을 연구한 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한다.

"우리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남겨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할 수 있다. 이미 잃어버린 것에 연연할 수도 있지만, 현재 주어진 삶에 집중할 수도 있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다고 하기엔 아직 인생에는 더 많은 것이 남아 있다."(본문 p. 10)라는 화두로.

2부, 마지막 인생 수업

1부에서 소개한 어르신들, 프레드, 핑, 존, 헬렌, 루스, 요나스의 인생 이야기를그들이 목소리로 좀 더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가 이 1년간의 초고령 노인들을 인터뷰하며 얻은 깨달음을 본문 마지막 장에 정리해두었다.

"우리는 매일 우리를 괴롭히는 소란과 두려움, 욕망들을 잊어버리고 인생이 얼마나 놀랍고 놀라운지 생각해봐야 한다. 인생은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고, 매 순간마다 결코 다시 오지 않을 선물이 담겨 있었다. 미래에 끝이 있는 것처럼 산다면 현재는 훨씬 더 경이로워질 것이다."(본문 p. 301)라고.

두 목차에서 공통적으로 각 어르신들의 사례가 시작되는 부분과 맺는 부분에서 표지와 동일한 초록색 디자인 삽지로 구분하여 주인공들의 육성과 저자 나름의 해석을 실어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대한민국에서 닮고 싶은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104세 김형석 교수님이 떠올랐다. '100세 시대'를 상징적 의미가 아닌 구체적 현실로 만들어주신,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이자 작가이시다. 100세를 넘기시고도 여전히 강의와 집필을 이어가시는 모습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여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귀감이 된다.

그저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아닌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뇌를 젊게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배움'을 실천하고, 육체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수영이나 걷기, 골프 등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해야 한다. 배움과 운동 못지 않게 편안한 노후를 위해 '경제적 안정'도 중요하므로, 미래를 위해 꼼꼼한 재정 계획도 미리미리 세워두자.

본 서평은 북모먼트('책읽어주는남자'의 출판브랜드)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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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셀프 트래블 - 2024-2025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맹현정.조원미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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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스위스의 상징인 알프스와 빨간 기차가 등장하며 관광할 때, 열차가 주요 이동수단임을 짐작케 한다. 속표지를 지나 프롤로그 지면에 이르기까지 스위스의 대표 관광지, 융프라우, 루체른, 베트머호른, 베른 지역의 풍광을 담은 사진을 실어두었다. 이는 얼른 본문의 다채로운 명소들을 감상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스위스 여행 관련 기업, 단체를 위한 마케팅 업무 담당 Jay, 맹현정님과 대학시절부터 꿈꾸던 홍보인으로 20년째 살며 업력의 절반을 스위스 정부 관광청 홍보일을 하며 스위스가 제2의 고향이라는 Janice, 조원미님이 함께 썼다. 공저책인 만큼 Janice와 Jay는 그동안의 인연과 경험을 담은 가이드북을 기획하며, 여행자들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리라.

인구와 면적이 대략 한국의 1/5수준임에도 지역에 따라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4개 국어가 공용어로 되어 있다는 사실, 스위스의 전 지역의 자연 환경과 문화적 요소를 꼼꼼하게 안내해준다.

목차는 스위스의 기본 정보에 이어 3, 5, 7일에 맞춘 추천 일정을 제안한다. 또한 상상출판사의 여행도서 시리즈의 특징인 'Mission in~'과 'Enjoy~'구성으로 Switzerland를 요목조목 분석해 설명해준다. 마지막 꼭지인 'Step to Switzerland에서는 스위스로 떠나기 전 꼭 필요한 여행 정보를 모아 소개한다.

스위스 전도 수록은 물론이고 취리히, 베른, 바젤, 제네바, 루가노, 융프라우 등 크게 10곳의 지역 소개에 앞서 해당 지역의 지도를 확대해 수록해두어 관광할 구역을 찾기 쉽도록 배려했다.

한편, '퐁뒤'가 스위스의 대표음식이라고 많이들 알고 있지만, 와인도 수준급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되어 있어 스위스 와인 맛도 몹시 궁금하다. 그러고보면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와인 제조는 일상인 듯 흔하다.

한 권에 스위스의 매력을 다 담기 힘들 정도로 다채롭다.

- 스위스 제1의 도시, 취리히

내가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서서자격증의 필요성을 느껴 '장크트 갈렌 수도원 도서관'이 가장 눈길이 갔다. 719년에 세워진 이 도서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아름답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도면이 있을 정도로 중세시대부터 유럽 문화와 역사의 발전을 보여준다.

- 포켓 사이즈 대도시, 바젤

현대 건축물과 중세부터 전해진 고풍스런 교회, 다리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두 얼굴의 도시'바젤은, '박물관의 종합선물세트'라 불릴 정도로 현대미술, 종이, 만화, 인형, 역사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가 끊이지 않는다고. 특히 3개국 접경지로서, 프랑스의 '콜마르'와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를 같이 여행해도 좋겠다.

-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루체른

루체른은 오래전부터 스위스 정중앙에 위치해 교통의 요지이자 대표적인 스위스 관광지였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깨끗한 도심의 모습과 시내 너머로 보이는 알프스의 명산들과 도시를 둘러 싼 아름다운 루체른 호수까지, 스위스다운 요소들로 가득한 곳이라고. '무제크 성벽'에 가면 루체른 시내와 호수, 알프스의 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무제크 성벽 언덕길을 올라가 보시길.

- 고색창연한 스위스의 수도, 베른

1848년부터 스위스의 수도였다는 '베른'은 스위스의 정치·행정 중심지이자 교통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단다. 베른의 구시가지는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고풍스럽다고. 스위스의 치즈와 명품 초콜릿을 맛보고 싶다면 '그뤼에르'로 이동하여 치즈 공방인 '그뤼에르의 집'과 네슬레 초콜릿 '메종 까이에'에 방문해보자.

- 독특한 자연의 매력이 있는, 베르너 오버란트-융프라우 지역

베른 주의 남쪽 끝, 주에서 가장 높은 지방을 베르너 오버란트라 한단다. 이곳은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저절로 떠올릴 만큼 유명한 지역이라고 하니, 만년설이 내려 앉은 3천 미터급 봉우리들과 융프라우 주변 호수를 감상하며 다양한 액티비티와 하이킹을 즐겨보시길 추천한다.

- 호수가 아름다운 금빛 도시, 뇌샤텔

쥬라 산맥에서 가져온 금색 돌이 도시의 건물과 중세풍의 구시가지를 만들어낸다는 뇌샤텔은, 스위스에서 가장 큰 호수를 가지고 있다고. 현지인들에게 더 인기가 높다는 뇌샤텔 호반에서의 유람선 관광도 놓치지 말고 여유로운 여행의 묘미도 즐겨보시라.

- 마테호른과 청정 산악 마을, 체르마트

저자는 이 지역을 소개하며, "죽기 전에 스위스 지역 중 오직 단 한 곳만 여행할 수 있다면, 나는 여름이면 체르마트를, 가을에도 체르마트를, 겨울이라도 또 체르마트를 선택할 것 같다."(본문 p. 324)라고 극찬했다. 알프스의 명봉 마테호른 산은 물론이고 청정자연을 지키고자 차량 진입도 철저히 금지시키고, 전통 목조 가옥 그대로를 보존해 나가는 체르마트 사람들의 자연과 사람에 대한 진정성 때문이라고 부연하는 저자가 추천하는 마테호른의 주요 전망대의 하이킹 코스를 따라 여행해보자. 그중 가장 대표적이고 편리한 방법인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다.

- 국제회의가 열리는 곳, 제네바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제네바는 현지에서 쥬네브라 불리며 각종 국제회의, 박람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도맡아 하는 '국제도시'이미지가 강하다고. 프랑스 종교개혁운동가 '장 칼뱅(1509~1564)'의 주 활동무대여서 제네바는 개신교의 성지로 불리기도 하고, 16세기 후반 종교 박해를 피해 프랑스에서 제네바로 망명한 시계 기술자들 덕택에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의 메카가 되었단다. 저자 Jay는 "제네바가 처음이라면 제네바의 주요 관광지를 도는 미니 열차를 이용하여 제네바를 한 바퀴 돌아보면 도보 여행하는 데 참고가 된다."(본문 p. 307)고 조언하니, 자녀 동반 여행이라면 필히 미니 열차를 타고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면 좋을 듯하다.

- 아름다운 호수와 산이 있는, 루가노

타치노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루가노는 밀라노에서 차로 1시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인 만큼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이탈리아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한다. 스위스 호수들 중 가장 로맨틱한 감성을 품고 있다고 하니, 사랑하는 연인과 호숫가를 거닐며 사랑 더 키워보면 어떨까. 많은 레스토랑과 비스트로가 모여 있는 곳으로 도시의 만남의 장소라는 '리포르마 광장'에서 현지의 신·구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셀러브리티가 찾는 고급 휴양지, 생 모리츠

150여 년전 젊은 영국인 여행자 넷으로부터 시작된 스위스 관광의 발상지인 생 모리츠는 풍부한 일조량과 아름다운 숲이 어우러진 자연 경관으로 고급 관광 리조트로서의 평판을 이어가고 있다고. 또 세계 최초로 스키 리프트를 운행한 생 모리츠는 두 차례 동계 올림픽도 치러내면서 겨울 스포츠 리조트로서의 명성도 자자하다. 테마열차인 빙하 특급과 베르니나 특급 구간은 입이 떠억 벌어지는 절경이라고 하니 꼭 한 번 타보고 싶다.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생 모리츠에서 온천이라니. 저자들의 소개에 따르면, 생 모리츠를 포함한 엥가딘 지역은 3,500년 전부터 메디컬 온천으로도 널리 알려진 지역이었다고 하니, 나처럼 만성 관절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필수 방문 코스가 아닐런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SPECIAL AREA'라는 꼭지 중 맨 마지막인 생 모리츠 주변지역, 그라우 뷜덴 주의 '알프스 소녀 하이디'로 유명한 '마이언펠트'와 '바드 라가츠'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나의 어린 시절, '빨강머리 앤'과 더불어 소녀 감성을 채워주었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원작이 탄생한 지역이라고 하니, 당연히 눈길이 갈 수 밖에.

알프스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스위스의 풍광을 어찌 책 한 권에 다 담을 수 있었겠는가. 본문 기준 총 503쪽의 분량이 무색하게 책장을 덮기가 아쉬울만큼 그 풍광이 하나하나 눈에 어린다. 호수라고 하기엔 민망한 하천변에 살고 있는 내게는 중세의 고풍스런 성을 품고 있는 책 속 호수를 보며, '몇 날 며칠 '물멍'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 산의 웅장함은 또 어떻겠는가. 지금으로서는 평생 스위스 땅 한번 밟을까 싶지만, 표지부터 설레게 하는 빨간 산악열차는 꼭 한번 타보고 싶다. 올여름 해변 일색인 여행 일정 대신 생의 특별한 추억이 될 멋진 나만의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유럽 국가 중에서도 스위스를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프랑스, 이탈리아와 접경지인 곳도 있으니, 스위스에 머무르면서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잠깐씩 나들이를 다녀온다면 가성비 훌륭한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연이 곧 관광자원이 된 나라, 스위스. 그 천혜의 자연을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이 아닐까. 나도 죽기 전에 하이디 한번 만나러 가야지.


본 서평은 상상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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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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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금정연 작가를 처음 만난 건 <난폭한 독서>(마음산책, 2015)를 읽으면서 였다. 서평으로 책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후 그의 또다른 작품이 궁금해서 찾아 읽은 책이 <書書飛行서서비행>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작품을 직접 쓰고, 번역도 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 '숨 쉬듯 매일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의 근력을 기르자'는 주제를 담은 금정연 작가의 일기이다. 작가는 겸손하게 '일기日記'라고 하였으나, 내가 느끼기엔 '독서일기'라고 칭하고 싶다. 매 꼭지마다 낯선 작가들의 일기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내용에 따르면, 《고교독서평설》의 새로운 연제 제안에, 한 달에 한 번 일기를 공개하는 형식으로 2년 동안 완성한 원고라고 한다. 구체적인 원고 완성 과정까지 친절하게 공유해주었다. "매달 초 나는 내가 지난달에 쓴 일기(그때그때 다르지만 대충 원고지 800매에서 1,500매 사이)를 훑어보며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골랐다. 그렇게 200~300매 내외의 일기를 추린 다음, 그것을 다시 살피며 하나의 원고로 묶을 수 있을 만한 조각들을 엮어 25매 내외의 원고를 만들었고, 여기에 같은 달에 남이 쓴 일기의 일부를 넣었다.(내 생일이 있던 달만 제외하고, 그때 나는 다른 작가들이 자기 생일에 쓴 일기를 찾아 인용했다.). 짜잔, 완성!"(p. 6)이라고.

작가는 일기에서 딸 나윤의 이야기가 8할을 차지하는 딸바보다. 나머지 분량은 원고 마감일에 쫓겨 괴로운 심경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게다가 작가가 일찍 잠들지 못하는 번민을 토로한 부분에서는 올빼미족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나와 어쩌면 그리 같은 생각을 하는지, 나도 모르게 "맞아. 나도 그래"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잠을 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확히 말하면 적당한 시간에 자러 들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초조함과 불안과 아쉬움, 뭐 그런 것들 때문이다. 오늘이 만족스럽고 내일이 기대되고, 이렇질 않으니 선뜻 자러 갈 수가 없는 거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떤 생각으로 자러 가고, 눈을 뜨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본문 p. 211-212)라고.

나도 그렇다. 매일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오늘이라도 늦게까지 깨어서 그날의 과제를 다 마쳐야겠다는 자기 반성이 밀려와 도저히 일찍 잠들 수 없는 것이다.


본문에 인용된 전세계 유명 작가들도 글쓰기의 고통을 토로하는 내용의 일기를 많이 썼나 보다. '겨울'로 시작하는 목차상 이어지는 봄에 소개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에서 실비아는 "1959년 3월 9일 월요일에, "글쓰기 이외의 직업을 갖고 싶다는 소망. 유일한 직업으로 작가를 택하는 건 불가능하다. 너무 메마르고, 너무 자주 고갈이 찾아온다."(본문 p. 64)라고 썼다고. 작가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잘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실비아는 어느 날, "한꺼번에 다 하겠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게 겁나는 일이다. 소설이 그렇듯. 시험이 그렇듯. 하지만 한 시간씩, 매일 하루씩 해 나가다 보면, 삶도 가능해진다."(본문 p. 66)고 하여 매일 꾸준하게 한 시간씩이라도 꾸준히 쓰다 보면 삶이 된다고 강조한다. 금정연 작가도 매일 뭐라도 쓴 일기가 책 한 권의 원고가 되었음을 제목과 서문에서 강조하고 있다. 인용문과 관련하여 출판사가 저작권 보호에 힘썼음을 당당히 밝히고 있어 신뢰할 만하다.

20대 때, 30대 때 마음이 동할 때마다 일기를 쓰곤 했었다. 학창시절에 지겹도록 선생님께 검사 맡기 위한 일기가 아닌 나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진짜 일기' 말이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의 김신지 작가도 자신의 책에서 일기를 써오신 어르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기록이 그분의 인생이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 금 작가님께 시샘이 발동했다. 일기를 이렇게 폼나게 쓰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나같은 평범한 글쟁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일기를 쓰란 말인가. 이미 유명 작가니까 일기만 써도 책 출간을 해주지, 나 같은 일반인이 일기를 써 모았다며 원고랍시고 출판사에 투고를 한들 선뜻 출판제의를 해올까 싶기도 했다. 그만큼 술술 읽힌다. SNS 하나쯤 이용하시는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이제부터는 일기도 정성스럽게 꾸준히 올려보자. 혹시 아는가. 이미 명성을 쌓은 작가보다 조금은 어설픈 듯하지만 진솔함이 담뿍 느껴지는 글을 인정해주는 출판사를 만날지.

본 서평은 북트리거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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