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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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금정연 작가를 처음 만난 건 <난폭한 독서>(마음산책, 2015)를 읽으면서 였다. 서평으로 책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후 그의 또다른 작품이 궁금해서 찾아 읽은 책이 <書書飛行서서비행>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작품을 직접 쓰고, 번역도 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 '숨 쉬듯 매일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의 근력을 기르자'는 주제를 담은 금정연 작가의 일기이다. 작가는 겸손하게 '일기日記'라고 하였으나, 내가 느끼기엔 '독서일기'라고 칭하고 싶다. 매 꼭지마다 낯선 작가들의 일기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내용에 따르면, 《고교독서평설》의 새로운 연제 제안에, 한 달에 한 번 일기를 공개하는 형식으로 2년 동안 완성한 원고라고 한다. 구체적인 원고 완성 과정까지 친절하게 공유해주었다. "매달 초 나는 내가 지난달에 쓴 일기(그때그때 다르지만 대충 원고지 800매에서 1,500매 사이)를 훑어보며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골랐다. 그렇게 200~300매 내외의 일기를 추린 다음, 그것을 다시 살피며 하나의 원고로 묶을 수 있을 만한 조각들을 엮어 25매 내외의 원고를 만들었고, 여기에 같은 달에 남이 쓴 일기의 일부를 넣었다.(내 생일이 있던 달만 제외하고, 그때 나는 다른 작가들이 자기 생일에 쓴 일기를 찾아 인용했다.). 짜잔, 완성!"(p. 6)이라고.

작가는 일기에서 딸 나윤의 이야기가 8할을 차지하는 딸바보다. 나머지 분량은 원고 마감일에 쫓겨 괴로운 심경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게다가 작가가 일찍 잠들지 못하는 번민을 토로한 부분에서는 올빼미족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나와 어쩌면 그리 같은 생각을 하는지, 나도 모르게 "맞아. 나도 그래"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잠을 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확히 말하면 적당한 시간에 자러 들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초조함과 불안과 아쉬움, 뭐 그런 것들 때문이다. 오늘이 만족스럽고 내일이 기대되고, 이렇질 않으니 선뜻 자러 갈 수가 없는 거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떤 생각으로 자러 가고, 눈을 뜨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본문 p. 211-212)라고.

나도 그렇다. 매일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오늘이라도 늦게까지 깨어서 그날의 과제를 다 마쳐야겠다는 자기 반성이 밀려와 도저히 일찍 잠들 수 없는 것이다.


본문에 인용된 전세계 유명 작가들도 글쓰기의 고통을 토로하는 내용의 일기를 많이 썼나 보다. '겨울'로 시작하는 목차상 이어지는 봄에 소개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에서 실비아는 "1959년 3월 9일 월요일에, "글쓰기 이외의 직업을 갖고 싶다는 소망. 유일한 직업으로 작가를 택하는 건 불가능하다. 너무 메마르고, 너무 자주 고갈이 찾아온다."(본문 p. 64)라고 썼다고. 작가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잘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실비아는 어느 날, "한꺼번에 다 하겠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게 겁나는 일이다. 소설이 그렇듯. 시험이 그렇듯. 하지만 한 시간씩, 매일 하루씩 해 나가다 보면, 삶도 가능해진다."(본문 p. 66)고 하여 매일 꾸준하게 한 시간씩이라도 꾸준히 쓰다 보면 삶이 된다고 강조한다. 금정연 작가도 매일 뭐라도 쓴 일기가 책 한 권의 원고가 되었음을 제목과 서문에서 강조하고 있다. 인용문과 관련하여 출판사가 저작권 보호에 힘썼음을 당당히 밝히고 있어 신뢰할 만하다.

20대 때, 30대 때 마음이 동할 때마다 일기를 쓰곤 했었다. 학창시절에 지겹도록 선생님께 검사 맡기 위한 일기가 아닌 나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진짜 일기' 말이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의 김신지 작가도 자신의 책에서 일기를 써오신 어르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기록이 그분의 인생이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 금 작가님께 시샘이 발동했다. 일기를 이렇게 폼나게 쓰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나같은 평범한 글쟁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일기를 쓰란 말인가. 이미 유명 작가니까 일기만 써도 책 출간을 해주지, 나 같은 일반인이 일기를 써 모았다며 원고랍시고 출판사에 투고를 한들 선뜻 출판제의를 해올까 싶기도 했다. 그만큼 술술 읽힌다. SNS 하나쯤 이용하시는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이제부터는 일기도 정성스럽게 꾸준히 올려보자. 혹시 아는가. 이미 명성을 쌓은 작가보다 조금은 어설픈 듯하지만 진솔함이 담뿍 느껴지는 글을 인정해주는 출판사를 만날지.

본 서평은 북트리거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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