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간서치(看書癡, 책만 보는 바보)'라 불렸다는 이덕무를 부러워하는 독서가이자 경기도와 충남에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친 노충덕 작가님의 두 번째 독서이야기다.
브런치작가님으로서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 중 한 분이시기도 해서 더욱 반갑고 뜻깊었다.
이 책의 특징은 마치 독서 초보자를 배려한 듯, 여느 책의 속표지를 지나 목차와 서문으로 구성되는 형식 대신 속지에 공을 들여 활자에 서서히 스며드는 디자인으로 편집했다. 본문도 내게는 여전히 힘든 소위 '읽히는 글'을 일필휘지(一筆揮之), 쭉쭉 써내려간 느낌이다.
저자가 소개한 본문 속 책이 총 몇 권일까? "왜 읽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총 3장에 걸쳐 독서의 효용에 대해 설명한다.
01- 폐문 독서와 마주하기
저자는 "독서를 하려면 폐문(閉門)해야 한다. 문이란 나와 타자와의 소통이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다. 폐는 소통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근무 시간에 폐문하고 책을 읽기는 어렵지만, 가족이 자는 새벽 5시는 업무 전화도 오지 않는다. 오직 독서에 나를 던져 놓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시간에 독서를 반복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본문 p. 51)라고 하여, 하루 중 자신만의 독서 시간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다.
작가님처럼, 나도 작년 12월부터 새벽 5시 기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새벽독서를 실천하고 있다. 8개월쯤 되니 이제는 새벽 5시 기상이 습관이 되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올빼미족'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눈을 뜨고 있지만 머리가 멍한 상태일 때가 많아서 저자처럼 몰입독서는 힘들다. 각자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과 장소를 골라 최소 독서 시간을 확보해 책 읽는 습관을 길러보시라.
02- 선인들의 삶에서 배우기
이번 장에서는 다독가로도 유명한 '다산 정약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본 장의 뒷부분에 '다산의 마지막 습관'이라는 소제목으로, 평소 신중한 언행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 듣는 것은 외부의 자극과 영향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외부에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네 가지를 모두 예에 맞게 하라 한다. 보고 듣는 것은 내가 통제하기가 말하고 행동을 예에 맞게 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우선은 말과 행동을 삼가는 일이 중요하다. 날마다 긍정하는 말, 칭찬하는 말, 북돋는 말 ,격려하는 말을 해야 한다. 매일 그렇게 하여 습(習)이 되게 해야 한다. 총알이 신체를 상하게 하듯이 말은 상대의 영혼을 상하게 할 수 있다."(본문 p. 110~111)라고.
총, 칼만이 날카로운 무기가 아니다. 세치 혀로 사람을 죽일수도 있을만큼 위력을 갖는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삶에서 늘 말의 무게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03- 문제의식에 대해 결별하기
총 3장의 목차 중 앞선 두 장을 합한 분량보다 훨씬 많은 지면을 할애할 정도로 삶과 죽음을 논하고, 교사 출신답게 입시 위주의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개탄한다.
이번 장에서는 여러 좋은 통찰이 담긴 문장 중, "책이란 독자가 읽었을 때 책이다."(본문 p. 174)라는 한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다. 내가 속한 글쓰기 커뮤니티의 리더께서도 늘 회원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라고 당부하신다. "그냥 끄적인다고 모두 '글'이 되는 건 아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써라."라고 독려하신다. 그렇다. 글이 모두 책이 될 수는 없다. 잘 '읽히는 글', '팔리는 글'이 되려면 '짧게, 쉽게, 읽히게' 써야 한다.
북유럽에서 전해오는 덕목 10가지도 인상적인데, '자만과 오만을 지양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독서가 일상인 저자가 읽었던 책들을 자신만의 통찰을 얹어 소개하는 내용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개한 도서 목록을 '부록'편으로 따로 빼서 기재해주었으면 어땠을까하는 것이다. 다독을 하면서도 논리적 근거에 합당한 목록을 찾아 인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한다는 독자들은, 하루 중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시간을 찾아 독서 시간을 확보하라.
본 서평은 노충덕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