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잔소리가 좋아서 밑줄 긋는 그날까지 - 인생 선배인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인생 조언
전미령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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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표지의 ‘인생 선배인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인생 조언’이라는 부제가 딱 어울리는 내용의 전미령 작가의 첫 에세이다.

성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읽어 내려가며, 언제쯤 나도 그녀처럼 첫 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부럽기도 하고 심란하기도 했다.


본문을 사계절에 비유하여 네 부분으로 나누어 기술한 목차가 인상적이다. 매 새로운 이야기마다 제목 외에 부제를 달아두어, 저자가 평소 성실하게 글쓰기 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주제와 부제를 상기하며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습관이라 느껴진다.


문장마다 딸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엄마의 아픈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픈 추억을 여유롭게 꺼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야. 이만큼의 용기가 생긴 건 너의 역할이 커. 잘 웃지도 않는 엄마가 너의 저렴한 개그에도 빵빵 터지는 건, 아마도 네가 엄마의 소중한 바구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 아닐까?”(본문 p.47) 와 같은 부분이다. 사춘기 딸의 극렬한 심경 변화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오히려 극강의 감정 기복을 겪는 딸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격려하고 위로한다.

필자는 고1 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게 힘들다. 매 순간 거슬리는 언행만 두드러지게 느껴져 잔소리를 늘어놓고, 때로는 감정 섞인 비난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딸에게 조곤조곤 살아가는 데 유용한 여러 기술을 일러준다. 관계를 유지하는 법, 절망에서 빨리 벗어나는 법, 공부해야 하는 이유 등.또한 작가는 딸에게 2박 3일간의 친구들과 떠난 제주 여행의 감동을 전하며,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이색 현상‘이라는 부제로 단조로운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보라고 조언한다.

딸의 학원 가방 분실로 화가 나서 딸을 혼낸 후 카페에서 무려 2L의 커피를 마셨다는 고백을 하며 써내려간 인생의 교훈은 내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같은 곳을 가더라도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느끼는 점이 달라. 인생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매일 같은 날에 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얻는 것이 매일 똑같지 않다는 거야. 인생은 단조로운 매일의 반복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는 해적선 지도와도 같아. 결국 인생은 지루한 반복을 통해 새로운 걸 찾아내는 즐거움이 숨어 있지. 그러니 일상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센스를 키워 봐.”(본문 p.223)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담담한 어조가 부러웠다. 나였다면 분명 같은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한바탕 비판을 쏟아낸 후 격한 감정을 배설하듯 절제 없이 써놓고 뒤에 가서는 후회하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되었을 것이다.


작가의 온기 품은 문장들을 읽다 보면 사춘기 딸의 공고한 마음도 서서히 녹을 것을 믿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잠시 놓았던 펜을 다시 손에 꼬옥 쥐어본다. 당장오늘부터라도 아들에게 전하는 훈훈한 메시지를 기록해보리라. 당장은 힘들겠지만 진심을 다해서 글자마다 꾹꾹 눌러 담은 사랑이 바위처럼 견고한 사춘기 마음에도 동요를 일으키리라 믿는다.

사춘기 자녀들과 소통하기 힘든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당신들의 자녀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젠 말 대신 진심을 담은 글로 써보자.


*이 책은 미다스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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