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열전 - 인생 고수들이 들려주는 지혜의 말들
김영철 엮음,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 / 창비교육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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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표지 디자인부터 '공부 냄새'를 물씬 풍기는 본 도서는 책 뒷표지에 "당신에게 '공부'란 무엇입니까?"에 대한 책 속 11인 명사의 한 줄 대답이 실려 있다. 그래서 어찌보면 이 책의 내용이 쉬이 짐작이 가는 건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한 줄로 정의된 명사들의 "진정한 공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 기어이 한 글자도 빠짐없이 완독했다.

첫번째 명사인 김용택 시인은, 인터뷰 당시인 2017년 5월 17일 기준으로 3년여전쯤 병원에서 글을 깨치신 1928년생 모친의 일화를 소개하며, "평생 공부가 사람을 꽃이게 한다."라는 말로 평생학습에 대한 가치를 남겨주셨다. 또한, '막연한 동경으로 귀농, 귀촌을 택하지는 말라'는 경계의 말씀도 당부하셨다.

두번째 명사인 서재경(남도학숙 원장이자 아름다운서당)이사장님께서는 "아름다운재단과는 이름과 출범시기만 비슷할 뿐, 두 곳은 아무 상관없다"고 강조하시며, '3C형 인재'-성품(Character)이 바르고, 스마트하게 처리하는 역량(Competence)이 있고, 자신만의 소명의식(Commitment)을 갖춘-의 중요성을 피력하셨다. 그런 의도로 설립된 '아름다운서당'은 "24시간, 1년 365일 깨어 있는 곳"이라는 자부심으로 "인생은 공부의 연속입니다."라는 진리와도 같은 말씀을 전해주셨다.

다음으로, (주)착한여행 나효우 대표께서는 우리나라에 '공정여행'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고 이를 상품화하신 분으로서, "공정여행에서는 여행지와 여행자의 거래가 공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뿐 아니라 여행자끼리도 공정해야 돼요. 우리는 대부분 거래의 공정함을 생각하지만, 여행자 내부의 공정도 중요합니다.(중략)...모든 사람에게 여행의 기회를 준다는 것(travel for all)은 '학습'이라는 면에서 상당히 소중합니다."(본문 p.57~58참조)라며 공정여행의 필요성과 학습적 가치에 대해 피력하며 비전도 제시해주신다. "여행은 걷는 학교입니다. 함께 걸어가요!"라는 말씀도 전해주시며.

네번째 명사는 소설가 조정래 선생이시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인터뷰 일정상 해를 넘겨 2018년 1월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 분당 궁안마을 자택에서 특유의 흰색 무명옷을 입고 계신 조정래 작가님을 방문한 인터뷰어 김영철 소장에게 '오월명촌'-오대산 월정사 자연명상마을 촌장의 준말-이라는 자신의 새로 작명한 호를 소개하며, <풀꽃도 꽃이다>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판매실적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깨닫게 되셨다고..."인생의 고달픔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힘"인 평생교육은 "새 삶의 문이고 길!"이시란다.

다음으로, 인문학자이자 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대학장이셨던 도정일 교수님께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 더 절실해지는 인문·교양교육"에 대해 역설하시며, 법학자도 아닌 그가 평생교육에서 헌법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시민교육의 본질 목표는 공화국의 시민을 길러내는 일이다. 그런데 그 시민은 누구인가? 그에게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이 질문을 생각해 보는 것이 시민교육의 첫걸음이다."라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여섯번째 명사는, '대발이 아버지'로 유명하신 올해로 만 여든 네 살을 맞으신 노년이 아름다운 연기자 이순재님이시다. 이순재 선생은 1935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6·25전쟁 당시 피란을 온 실향민이시다. 피란시절 대전고 청강생 시절 '우발적'으로 이웃 학교인 충남여고 축제에 연극《햄릿》을 올렸던 계기로, 서울대학교 철학과 재학시절에도 영화에 빠져 연극 동아리 조직에 앞장섰던 그는 1957년 방송국 개국이후, KBS, MBC등의 방송사를 넘나들며 각종 드라마와 시트콤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서의 위상을 드높였다. 최근 10여년 사이에는 영화 스크린이나 연극 무대에서도 선생을 만날 수 있었고, 잠시 배우로서가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삶도 사셨는데, 13대 총선에서 낙선 후,14대 총선 재출마에서 당선되어 중랑구 갑 지역구의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하셨단다. 앞으로도 "맡겨 주는 거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는 평소 연기 인생의 소신을 밝히시며, 배움에 대한 물음에도 "배워서 남 주냐!!"는 말씀으로 '직진 순재' 다운 면모를 보여주셨다.

일곱번째 명사는, 국내 프로파일러 1세대이신 범죄심리학자이자 현 경기대학교 교수이신 이수정님이시다. 특유의 날카로운 인상과 직설적 화법으로 자신의 범죄심리학 연구 내용을 범죄예방이나 형사법 제도 개선에 힘쓰시는 등의 실천적 학문을 행하시는 분으로서, "범죄의 재범률 감소는 시시콜콜한 논리 주입식 교육보다는 '제과제빵 교육'과 같은 경제적 생계문제해결책을 제시하는 사회적응 프로그램이 중요"하단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라는 대중서 발간으로 대중과 소통했던 이수정 교수님은 평소 생각하는 배움과 학습에 대한 "마음대로 하는 공부, 즐거움의 원천"이란 소신을 밝혀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보도되었던 '양성평등 교육 강의중, 15명이상 무더기 이탈' 관 관련한 내용을 보며, 아직도 한국사회의 양성평등 정착에는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명사는, 前유한킴벌리 대표이자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 후보자로도 유명하신 문국현 한솔섬유·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대표이시다. 그는 정치에 뛰어들었던 대선 출마 당시를 떠올리며, "행복했다"고 소회하며, 선진국인 독일·미국 등의 평생학습 성공사례와 최근 평생학습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을 언급해주셨다. 또한 자신의 회사 경영 당시, 강성 노조와 경영 악화로 힘든 시절, 오히려 회사 자산 처분으로 직원들의 평생학습 교육지원 시스템을 도입하니 3~4년후, 직원들의 역량이 강화되어 회사가 동반성장하게 된 사례를 들어, "서울시에도 서울시를 넘어 나라 전체를 보면서, 모든 일자리와 세상 도처가 평생학습의 터전이고 혁신과 성장의 터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후략)"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마지막으로 학습과 배움에 대한 소신으로, "평생학습과 일자리는 생명력과 발전의 원천이다"라는 뜻을 밝혀 주셨다.

아홉번째 명사는,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과 한국DMZ평화생명이사장도 겸임 중이신 정성헌님이시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재학중 1학년 때인 1964년, '한일회담반대시위'에 참여해 처음으로 감옥살이를 한 뒤, 줄곧 민주화운동과 농민운동, 생명 및 생태운동을 펼쳐왔다. 기존 새마을운동의 기치인 '근면·자조·협동'을 '생명·평화·공경'으로 바꾸며 '새마을운동시즌2'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정성헌 선생은 새마을연수원 내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위한 시험단지'로 조성된 텃밭을 보여주며, 방대한 전국 규모의 사회단체인 새마을운동조직에도 "직접 태양광 발전을 하며, 유기농 농사를 짓고, 계산을 뽑아 수익을 낸 성공모델'을 공유하는 포부를 밝히시며, 새마을운동의 기치 중 다소 봉건적 느낌의 '공경'에 대해 "자기가 겸손하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공경입니다."(본문 p.180참조)라는 뜻을 전하며, 노인들에게도 '어르신'이라는 대접을 받기 보다 "죽을 때까지 자기 정신을 가지고 주인공으로 살아가자"라고 강조하신단다. 선생의 배움에 대한 마지막 말씀은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공경하는 데에서 열릴 것입니다."였다.

열번째 명사는,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이자, 현 강화도우리마을 촌장이신 김성수님이시다. 원래 강화군 길상면 출신인 그는 1973년부터 1983년까지 대한민국 최초의 지적장애특수학교인 '성베드로 학교'를 만들고 교장으로 일하며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현실을 체감하고, 성공회대 내에 전공과 등을 통해 장애인 교육을 실시하였고, 이후 취업 등의 진로가 막막한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학교인 '우리마을'을 설립하셨다. 요즘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요양원 건립을 위해 힘쓰신다는 선생은 "장애인 양로원이 만들어지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발달장애인을 책임지는 하나의 사회적 시스템이 최초로 생기는 겁니다."라며 발달장애인 요양시설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셨다. 또한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나 대형 교회의 모금 사기 사건 등을 이유로 모금이나 기부가 부쩍 줄어 힘든 살림이지만, 4~5년전부터 자체 운영중인 콩나물 공장과 생산 전량 수매 협정을 맺은 '풀무원'식품과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하며, 배움에 대한 평등함을 강조하시며 "하나님은 결코 쓸모없는 사람을 세상에 내놓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도 버릴 게 없고 쓸모없는 게 없다, 세상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가득하다"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장애인에게도 학습이나 공부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소신과 함께, "함께 일하고 행복을 만드는 우리 마을"이란 마지막 말씀으로 인터뷰를 갈음했다.

"저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 이 세상은 살 만한 것이구나"란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김영철 원장님의 말씀처럼, 진정으로 종교적 진리와 교리를 신도들을 위해 실천하고 헌신하는 자세로 깨달음을 전해주는 실천적 종교지도자가 많았으면 좋겠다. 혹시 비신자 일반인들도 '우리 마을' 방문이 가능하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이 책에 여러 강사들과 더불어 마지막 열한번째 명사로 대미를 장식해주신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역사학자 강만길 선생님은 2019년 현재 86세의 고령에도 직접 운전도 하실만큼 평소 건강관리도 철저하시고, 가끔 청탁원고도 집필하신단다. 고향인 마산 대신 상지대 총장시절 학생들과 지나던 양양길에서 바다조망이 가능한 현재의 아파트를 보고 마음에 들어 사두었다가 은퇴후 거주하고 계신다는 강만길 교수님은 "책 읽느라 적적할 틈이 없다"는 말로 인터뷰어인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김영철 원장님의 걱정을 물리치신다. 또한 후배 역사가들을 향해서는 "너무 시류에 따라 가는 건 곤란해요. 물론 현실과 너무 떨어져서는 안되지만요. 현실에 따라붙어야 되지만, 가능성이 높단 말이에요. 그러면 진실되지 못한 학문이 됩니다. 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되는데, 현실을 얼마만큼 밝혀 내느냐, 추구할 거냐가 중요하지, 현실에 따라 가는, 나쁘게 말하면 아부하는 건 결단코 안되지요."(p.235~p.236)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선생의 마지막 "나보고 한 마디 하라 하면 역시 평화통일을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란 말씀을 끝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일제 식민지 치하와 6·25전쟁을 경험한 역사학자로서 역시 분단의 아픔이 가장 절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70년 가까운 세월동안 단절된 시간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서 그런지 한 발 나아가는 듯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형국의 통일외교정세는 '내 생애 통일의 시대를 맞을 수는 있을지' 걱정스럽다. 당장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십년후쯤의 병역문제와도 직결된 것이기에 부모의 심정은 더욱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명사분들의 주옥같은 말씀을 들으며, 결국은 나 자신부터 '변화'의 자세로, 나와 내 주변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며,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할 수 있는' 공부를 '스스로' 즐겨하면, 진실에 가까워지며, '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도 나의 일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고 달려가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달린다."

본 서평은 (주)창비교육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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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03
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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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책이 도착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공모 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앞뒤 표지를 장식한 채...

우선, 어린이책의 경향에 맞게 글밥과 그림의 비율이 적절한듯해서 읽기에 편하다.

또한 뒷표지에는 친절하게도 이미 책의 줄거리를 얘기해주고 있어서, 눈치빠르고 의무감에 독서록을 기록하는 아이들에겐 더할 나위없는 구성이다.

그러나 이 책을 서점이나 또는 도서관에서 만나 볼 친구들중에는 그런 요령을 피우는 어린이들은 없을 거라 믿는다.

총17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장편동화는, 사고로 온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긴 지수가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평행 우주 이론"에 빠져들면서 701호에 사는 물리학자 할머니와의 운명적 만남과 갑작스런 할머니의 사라짐으로 다시 혼란을 겪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있다.

그중 인상적인 몇 장면을 꼽자면,

이 장면에서,지수는 삼촌과 단둘이 사는 자기 집의 상황과 달리 눈앞에 펼쳐진 부모와 두 자녀, 강아지까지 총 다섯식구의 단란한 가족의 풍경에 심술보가 터진다. 아무리 어려운 물리학을 좋아하는 다소 어른스러운 사고를 할 줄 아는 지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견디기엔 열세 살은 어린 나이인 것이다.

다음은, 701호 할머니가 사라진 지 5일째 되던날, 우편함에 '홍지수'라고 적힌 우편물을 발견하고, 동봉된 딱지 세 장의 의미를 알아내는 과정이 담긴 부분이다.

늘 실없는 농담과 지수로서는 납득이 안되는 이야기만 하는 삼촌이지만, 해군 장교 출신답게 '모스 부호'를 해독해냈다. 그리고 제2의 가족인, 삼촌의 연인인 초등학교 교사인 은서 언니의 도움을 받아.

그리고 마침내 알아낸 단어들...

"비상등, 케임브리지, 이천팔십일"

701호 할머니의 실종 34일째되는 5월 18일에, 지수는 세 단어의 의미를 두고 카오스(혼돈)상태가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들어봤지만 실제 모스부호의 모양을 자세히 본 적은 없는데, 이런 어린이책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암호해독과정도 흥미로웠다.

마자막으로,

암호해독후 3일이 지난 등굣길에 뜻하지 않은 빅뱅을 경험한 지수가 집으로 되돌아와, 드디어 지난 1월말 701호 할머니가 주셨던 논문을 꺼내, 논문표지에 기재된 암호 단어들을 찾게 되는 장면이다.

바로 '평행 우주 탐험'이라는 이 논문을 논문의 저자, 오수미씨가 케임브리지 물리학 연구소 701호 연구실에서 쓴 것이다.

순간 지수는 머릿속에서 내면에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빅뱅을 경험했다. "그건 우리 우주와 평행하게 있는 또 다른 우주, 할머니의 우주였다." 라는 지수에 대사처럼.

다만, 아쉬운 건 논문표지를 보여주는 위 사진 장면에서 '출판편집상 한면에 실어주었으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 장인, '17. 우주로 가는 계단'에서는 실제로 월드아파트 6층에 사셔서 주로 계단으로 통행하신다는 이 책의 저자인 전수경 작가님의 생각이 오롯이 묻어나는 지수의 독백이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의 상식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다. 내가 건강한 아이들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서 20층으로, 20층에서 1층으로 단번에 쉽게 오르내렸다면 그 진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진실은 계단으로 다니는 사람만 볼 수 있다.

월드아파트 101동에는 304개의 계단이 있다. 그 계단은 단순히 1층에서 20층을 이어 주는 계단이 아니라 수많은 평행우주와 연결된, 우주로 가는 계단이다.(중략)...

우리는 곧 만나게 된다. 한 명은 우주를 건너고, 다른 한 명은 시간을 거슬러 2025년 9월7일, 케임브리지에서.

그때 우리 나이는 둘 다 스무살. 어쩌면 서로를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알아보게 될 것이다. 우리 사이에는 서로를 강하게 당기는 우주적 끌림이 있기 때문이다."(p.169~170 참조)

불과 3년여전 최고의 인기 드라마 《도깨비》는 시간을 거슬러 연인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남녀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는데...과연 그 연출가나 극작가도 이러한 '평행 우주 이론'에 기반하여 글을 쓰고 연출을 했을까하는 뜬금없는 의문도 품게 되는 순간이었다.

엊그제 '블랙홀'이미지를 각국의 최성능대형관측카메라와 슈퍼컴퓨터의 장비 등을 동원해천문과학자 200여명이 추출해냈단다. 정말 과학문외한인 내가 봐도 신비롭기 그지없는 장면이었다. 이렇게 가슴 떨리는 순간을 경험한 차에, 이 책의 말미에서 지수가 읽었다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도 얼른 읽어보고, 스티븐 호킹도 만나봐야겠다.

초등5학년 아들이 독서후 솔직하게 작성한 독서록! 제발 글씨 좀 잘 쓸 수 없는지...ㅠㅠ

본 서평은 '(주)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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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계약이다 - 안전하고 자유로운 사랑을 위하여
박수빈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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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만으로도 본 도서의 내용을 짐작해볼 수 있는 센스있는 작명이다. 저자는 대학에서는 미학을 전공, 학부 시절 내내 연극동아리 활동에 심취했던 로스쿨 출신의 박수빈 변호사이다. 책 날개 저자 소개글에서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사람에게 덜 잔인한 사회가 되고, 사람들이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는 입장을 밝힌 '그'-성별에 상관없이 제3자의 호칭을 통칭하고 싶기에- 늘 소신대로 현재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법위원회 위원과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신 경향에 맞춘 구성으로, 프롤로그와 본문, 에필로그 형식을 취하고 있는 본 도서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저자의 입장이 드러나 있다.

"먼저 이 책과 관련해 밝혀둘 것이 있다. 내 글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여성도 있고 남성도 있다. 가끔 필요에 의해서 '그/그녀' 라고 부르게 되는 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남녀 모두를 '그'로 통칭했다. 또한 나의 한정된 경험때문에 이성애자 중심으로 연애 이야기를 풀었다. 하지만 나는 '연애'란 사람과 사람이 '사랑' 중에서도 성애적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성애자이건 동성애자이건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겪는 설렘, 기쁨, 고통, 배신, 신뢰와 같은 문제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전적인 공감은 힘들다. 다만, 편견없는 저자의 시선은 본받고 싶다.

차례는 현직 변호사답게 '1부-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2부-연애의 개시와 소멸, 3부-연애와 관련된 범죄' 로 명료하게 구성돼 있다. 또한 각 주제별 사안도 법률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민법상 계약'에 빗대어 흥미로운 설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위 '썸 탄다'는 개념의 연애 시작 단계를 '계약 교섭 단계'에 빗대어 설명하는 형식이다.

언뜻 달콤한 사랑행위인 연애를 법률행위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이번 기회에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많이 행해지는 것이 '계약행위' 이므로, 본 도서를 통해 친근하게 접근하면 좋을 듯하다.

본론에 해당하는 '2부-연애의 개시와 소멸'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민법상 계약과 관련된 법률용어들이 등장한다. 아울러, '연애가 계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와 관련한 저자의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p. 80~81 "연애가 계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계약법을 배우면서였다. 공부를 하면서 법리를 쉽게 이해하려고 연애에 빗대어 생각하곤 했는데, 문득 '내 것'과 '네 것'이 되는 연애관계와 계약에 빗대어지는 연애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것'과 '네 것'이 되는 관계에서는 예비 신랑들이 미래의 장인어른에게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라고 말한다. 어떤 물건이 내 것이 되려면 물건의 소유자와 계약을 해야 하는 것처럼, 딸을 부모 특히 가장인 아버지의 소유물이라 여기는 문화 탓이다. 이 경우 예비 신랑의 계약 상대방은 예비 신부가 아니라 장인이 된다. 이런 관계에서의 연애는 결코 두 사람 사이의 계약일 수 없다. 연애를 하는 둘 중 한 사람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계약은 갑과 을이 특정한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기로 합의하고 약속하는 것이다(반드시 종이에 써야만 계약인 것은 아니다. 계약서는 서로 그런 계약을 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표 역할을 할 뿐이다). 나는 연인과 사귀기로 약속하는 것이지 연인을 소유한 누군가와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연애의 소멸 부분과 관련하여, 가끔은 헤어지고 나서 연애하면서 준 물건이나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하는 일도 있단다. 대개 명품 가방 등과 같은 고가의 선물인 경우, 또한 큰 돈을 빌려주거나 주었을 때와 같은 경우이다. 계약이 해제되면 그와 관련된 것들을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원칙이다.(p.193 참조)

참 서글프지만 그렇게라도 이별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감 때문에 벌어지는 일일 것이다.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억울하지 않을 만큼만 주고 받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 순간이었다.

'3부-이것은 연애가 아니다' 편에서는 연애 중에 발생하는 여러 범죄행위 가능성에 대해 우려와 경고를 동시에 하고 있다. 요즘 사회적 핫이슈인 '데이트 폭력, 몰래카메라 범죄, 디지털 성범죄' 등과 관련된 발생 가능 장소 및 불법 동영상 유포 행위 등을 예시하고 있으며, 이를 적발시에 형사처벌 및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반드시 증거 영상·물품, 녹취와 같은 증거 확보가 관건이며, 변호사의 조력을 얻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 수집이나 증언을 해야함을 각오할 것도 강조하고 있다.

요즘 연일 언론 매체에서 강남 유명 클럽 운영과 관련된 여러 범죄와 범죄용의자들의 범죄 혐의와 수사 진행 상황 등이 보도되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처럼 연애가간에도 충분히 발생가능한 범죄들이기에 연인의 성품과 행태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지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나서 맨 처음 든 생각은 '왜 이런 책이 이제서야 나왔을까?' 였다. 시대의 화제작,「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책 제목처럼,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볼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의 저자, 박 변호사님처럼 나의 이상형도 그러했거늘...

"나는 자세가 바른 사람을 좋아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에서 나오는 반듯한 등보다는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느라 살짝 굽은 등과 약간의 거북목을 좋아했고, 천진난만하고 서글서글하게 붙임성 좋은 사람보다는 다소 예민하고 눈을 내리까는 습관을 가진 사색적이고 진지한 사람들을 좋아했다. 나름대로 자신의 세계가 잘 구축되어 있는 사람이 좋았고, 그 사람의 관심사를 함께 들여다보고 탐색하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현실은...

본 서평은 도서출판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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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세상을 움직이다 지혜의 시대
김현정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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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제본' 형식의 도서를 처음 받아 본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출간 전 도서라는 '생생함'과 편집과정을 거쳐 근사한(?) 표지를 두르고 출판사 이름까지 당당히 박혀 여러 서점에 놓여질 '설레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였다.

초등학교 4학년때 어머니로부터 라디오 기능이 있는 조그만 카세트를 선물 받고 라디오를 듣기 시작한 때부터 '라디오 PD'를 꿈꾸었다는 저자는, 당대의 유명 연예인들의 라디오 진행시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들에게 던진 의례적 인사말도 "바로 옆에서 건네는 언니의 혹은 오빠의 위로로 느껴졌다"(본문 중) 고 할 정도로 라디오 매체에 매료되었단다.

결국 1997년 말 터진 IMF외환위기에도 CBS라디오 피디로 무사히(?) 입사하게 된 김현정 피디님은 심야 음악 프로그램 담당자로 지내던 중, 2005년 운명의 장난처럼 편성국장님의 호출로 낮 시간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의 2주 휴가기간에 진행 대타를 하게 된 것이 2005년 가을 개편과 함께 그 시사 프로그램-현재의 <김현정의 뉴스쇼>의 전신-의 진짜 진행자가 되고 말았단다.

이런 사연으로 탄생하게 된 <김현정의 뉴스쇼>의 여러 에피소드의 소개와 뉴스의 필요성, 가치중립적 보도의 중요성, '선입견을 깨고 균형 있게 뉴스 읽기'와 같은 핵심적 논제를 어렵지 않은 언어로 서술하면서 뉴스의 기능과 그 중 특히 '시사프로그램'의 역할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주제를 가진 도서로 프랑스 출신 작가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가 있는데, 그 책에서도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가려내기 위한 시청자와 독자(신문의 경우)들의 바람직한 자세와 바른 언론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어서 아직 그 책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본 도서인 김현정님의 「뉴스로 세상을 움직이다」를 먼저 읽은 후, 「뉴스의 시대」를 읽어보길 권한다. 강연 사진 하단의 글귀들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문이라 생각하기에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뉴스가 세상을 움직이려면 때로는 가슴을 울리고 마음을 두드리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뉴스프레임 밖으로 탈출해야 합니다. 프레임 밖에는 뭐가 있을까 질문해 보려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이렇듯, 뉴스의 역할과 시사프로그램의 방향성, 청취자-때로는 시청자, 독자이기도 한-들의 뉴스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힘주어 말하고 있는 저자는,강연 말미의 '묻고 답하기' 꼭지에서는, '정보 홍수 속 하루 뉴스 구성의 기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뉴스의 두 가지 기준, 즉 청취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뉴스와 청취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뉴스의 조화를 강조하며, "별로 흥미롭거나 궁금하지 않아도 꼭 알아야 하는, 밥상으로 치자면 맛은 없지만 필수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음식 같은 뉴스"는 "주로 앞부분에 배치"하고, "몰라도 사는 데 별 지장은 없지만 많이들 궁금해하는 뉴스가 있고, 개중에는 가십 수준의 뉴스도 있지만 다수의 대중이 궁금해 한다면, 그 의문을 풀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이므로 그런 뉴스 역시 적절한 위치에 배치"한다고 하며, "이렇듯 '꼭 알아야 할 뉴스'와 '꼭 알고 싶어하는 뉴스'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합니다."라는 말로 강조하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가져야 할 태도와 갖춰야 할 자질을 묻는 질문에서도 저자는 "무엇보다 건강하고 보편적인 시각이 중요하다"라고 하면서,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사안을 다루고 청취자들이 각자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근거들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진행자의 바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올바른 진행자의 역할에 대해 재차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렇다. 균형적 시각과 선입견 없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비단 뉴스의 영역뿐이겠는가. 모든 사회 속 제도와 인간 관계, 학습(또는 연구)의 영역 속에서도 반드시 요구되는 필요조건이라 생각된다.' 참으로 바뀌기 힘든 것이 사람(의 성품)'이라고들 하듯, 한 개인의 식견과 입장, 행태 등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자기 검열이 요구된다. 원칙과 소신을 목숨처럼 중하게 여기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감히 그러한 '거창한 삶'을 살기 힘든 나는 그저 일상 속 수많은 뉴스들과 시사프로그램을 보고, 듣고, 읽을 때 조금 더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시청, 청취, 독해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가끔씩 방향을 잃으려 할 때마다 지금 이 책, 「뉴스로 세상을 움직이다」 의 글귀들을 새삼 가슴에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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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함께 사전 아홉 살 사전
박성우 지음, 김효은 그림 / 창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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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몇 안되는 책입니다. 특히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그림도 있고, 글밥도 많지 않아 거부감 없이 술술 읽을 거에요.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공개한 기사를 읽으니 내년쯤 3탄도 출시 예정이라 하니 다음편이 기대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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