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열전 - 인생 고수들이 들려주는 지혜의 말들
김영철 엮음,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 / 창비교육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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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표지 디자인부터 '공부 냄새'를 물씬 풍기는 본 도서는 책 뒷표지에 "당신에게 '공부'란 무엇입니까?"에 대한 책 속 11인 명사의 한 줄 대답이 실려 있다. 그래서 어찌보면 이 책의 내용이 쉬이 짐작이 가는 건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한 줄로 정의된 명사들의 "진정한 공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 기어이 한 글자도 빠짐없이 완독했다.

첫번째 명사인 김용택 시인은, 인터뷰 당시인 2017년 5월 17일 기준으로 3년여전쯤 병원에서 글을 깨치신 1928년생 모친의 일화를 소개하며, "평생 공부가 사람을 꽃이게 한다."라는 말로 평생학습에 대한 가치를 남겨주셨다. 또한, '막연한 동경으로 귀농, 귀촌을 택하지는 말라'는 경계의 말씀도 당부하셨다.

두번째 명사인 서재경(남도학숙 원장이자 아름다운서당)이사장님께서는 "아름다운재단과는 이름과 출범시기만 비슷할 뿐, 두 곳은 아무 상관없다"고 강조하시며, '3C형 인재'-성품(Character)이 바르고, 스마트하게 처리하는 역량(Competence)이 있고, 자신만의 소명의식(Commitment)을 갖춘-의 중요성을 피력하셨다. 그런 의도로 설립된 '아름다운서당'은 "24시간, 1년 365일 깨어 있는 곳"이라는 자부심으로 "인생은 공부의 연속입니다."라는 진리와도 같은 말씀을 전해주셨다.

다음으로, (주)착한여행 나효우 대표께서는 우리나라에 '공정여행'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고 이를 상품화하신 분으로서, "공정여행에서는 여행지와 여행자의 거래가 공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뿐 아니라 여행자끼리도 공정해야 돼요. 우리는 대부분 거래의 공정함을 생각하지만, 여행자 내부의 공정도 중요합니다.(중략)...모든 사람에게 여행의 기회를 준다는 것(travel for all)은 '학습'이라는 면에서 상당히 소중합니다."(본문 p.57~58참조)라며 공정여행의 필요성과 학습적 가치에 대해 피력하며 비전도 제시해주신다. "여행은 걷는 학교입니다. 함께 걸어가요!"라는 말씀도 전해주시며.

네번째 명사는 소설가 조정래 선생이시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인터뷰 일정상 해를 넘겨 2018년 1월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 분당 궁안마을 자택에서 특유의 흰색 무명옷을 입고 계신 조정래 작가님을 방문한 인터뷰어 김영철 소장에게 '오월명촌'-오대산 월정사 자연명상마을 촌장의 준말-이라는 자신의 새로 작명한 호를 소개하며, <풀꽃도 꽃이다>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판매실적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깨닫게 되셨다고..."인생의 고달픔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힘"인 평생교육은 "새 삶의 문이고 길!"이시란다.

다음으로, 인문학자이자 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대학장이셨던 도정일 교수님께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 더 절실해지는 인문·교양교육"에 대해 역설하시며, 법학자도 아닌 그가 평생교육에서 헌법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시민교육의 본질 목표는 공화국의 시민을 길러내는 일이다. 그런데 그 시민은 누구인가? 그에게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이 질문을 생각해 보는 것이 시민교육의 첫걸음이다."라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여섯번째 명사는, '대발이 아버지'로 유명하신 올해로 만 여든 네 살을 맞으신 노년이 아름다운 연기자 이순재님이시다. 이순재 선생은 1935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6·25전쟁 당시 피란을 온 실향민이시다. 피란시절 대전고 청강생 시절 '우발적'으로 이웃 학교인 충남여고 축제에 연극《햄릿》을 올렸던 계기로, 서울대학교 철학과 재학시절에도 영화에 빠져 연극 동아리 조직에 앞장섰던 그는 1957년 방송국 개국이후, KBS, MBC등의 방송사를 넘나들며 각종 드라마와 시트콤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서의 위상을 드높였다. 최근 10여년 사이에는 영화 스크린이나 연극 무대에서도 선생을 만날 수 있었고, 잠시 배우로서가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삶도 사셨는데, 13대 총선에서 낙선 후,14대 총선 재출마에서 당선되어 중랑구 갑 지역구의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하셨단다. 앞으로도 "맡겨 주는 거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는 평소 연기 인생의 소신을 밝히시며, 배움에 대한 물음에도 "배워서 남 주냐!!"는 말씀으로 '직진 순재' 다운 면모를 보여주셨다.

일곱번째 명사는, 국내 프로파일러 1세대이신 범죄심리학자이자 현 경기대학교 교수이신 이수정님이시다. 특유의 날카로운 인상과 직설적 화법으로 자신의 범죄심리학 연구 내용을 범죄예방이나 형사법 제도 개선에 힘쓰시는 등의 실천적 학문을 행하시는 분으로서, "범죄의 재범률 감소는 시시콜콜한 논리 주입식 교육보다는 '제과제빵 교육'과 같은 경제적 생계문제해결책을 제시하는 사회적응 프로그램이 중요"하단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라는 대중서 발간으로 대중과 소통했던 이수정 교수님은 평소 생각하는 배움과 학습에 대한 "마음대로 하는 공부, 즐거움의 원천"이란 소신을 밝혀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보도되었던 '양성평등 교육 강의중, 15명이상 무더기 이탈' 관 관련한 내용을 보며, 아직도 한국사회의 양성평등 정착에는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명사는, 前유한킴벌리 대표이자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 후보자로도 유명하신 문국현 한솔섬유·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대표이시다. 그는 정치에 뛰어들었던 대선 출마 당시를 떠올리며, "행복했다"고 소회하며, 선진국인 독일·미국 등의 평생학습 성공사례와 최근 평생학습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을 언급해주셨다. 또한 자신의 회사 경영 당시, 강성 노조와 경영 악화로 힘든 시절, 오히려 회사 자산 처분으로 직원들의 평생학습 교육지원 시스템을 도입하니 3~4년후, 직원들의 역량이 강화되어 회사가 동반성장하게 된 사례를 들어, "서울시에도 서울시를 넘어 나라 전체를 보면서, 모든 일자리와 세상 도처가 평생학습의 터전이고 혁신과 성장의 터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후략)"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마지막으로 학습과 배움에 대한 소신으로, "평생학습과 일자리는 생명력과 발전의 원천이다"라는 뜻을 밝혀 주셨다.

아홉번째 명사는,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과 한국DMZ평화생명이사장도 겸임 중이신 정성헌님이시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재학중 1학년 때인 1964년, '한일회담반대시위'에 참여해 처음으로 감옥살이를 한 뒤, 줄곧 민주화운동과 농민운동, 생명 및 생태운동을 펼쳐왔다. 기존 새마을운동의 기치인 '근면·자조·협동'을 '생명·평화·공경'으로 바꾸며 '새마을운동시즌2'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정성헌 선생은 새마을연수원 내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위한 시험단지'로 조성된 텃밭을 보여주며, 방대한 전국 규모의 사회단체인 새마을운동조직에도 "직접 태양광 발전을 하며, 유기농 농사를 짓고, 계산을 뽑아 수익을 낸 성공모델'을 공유하는 포부를 밝히시며, 새마을운동의 기치 중 다소 봉건적 느낌의 '공경'에 대해 "자기가 겸손하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공경입니다."(본문 p.180참조)라는 뜻을 전하며, 노인들에게도 '어르신'이라는 대접을 받기 보다 "죽을 때까지 자기 정신을 가지고 주인공으로 살아가자"라고 강조하신단다. 선생의 배움에 대한 마지막 말씀은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공경하는 데에서 열릴 것입니다."였다.

열번째 명사는,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이자, 현 강화도우리마을 촌장이신 김성수님이시다. 원래 강화군 길상면 출신인 그는 1973년부터 1983년까지 대한민국 최초의 지적장애특수학교인 '성베드로 학교'를 만들고 교장으로 일하며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현실을 체감하고, 성공회대 내에 전공과 등을 통해 장애인 교육을 실시하였고, 이후 취업 등의 진로가 막막한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학교인 '우리마을'을 설립하셨다. 요즘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요양원 건립을 위해 힘쓰신다는 선생은 "장애인 양로원이 만들어지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발달장애인을 책임지는 하나의 사회적 시스템이 최초로 생기는 겁니다."라며 발달장애인 요양시설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셨다. 또한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나 대형 교회의 모금 사기 사건 등을 이유로 모금이나 기부가 부쩍 줄어 힘든 살림이지만, 4~5년전부터 자체 운영중인 콩나물 공장과 생산 전량 수매 협정을 맺은 '풀무원'식품과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하며, 배움에 대한 평등함을 강조하시며 "하나님은 결코 쓸모없는 사람을 세상에 내놓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도 버릴 게 없고 쓸모없는 게 없다, 세상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가득하다"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장애인에게도 학습이나 공부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소신과 함께, "함께 일하고 행복을 만드는 우리 마을"이란 마지막 말씀으로 인터뷰를 갈음했다.

"저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 이 세상은 살 만한 것이구나"란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김영철 원장님의 말씀처럼, 진정으로 종교적 진리와 교리를 신도들을 위해 실천하고 헌신하는 자세로 깨달음을 전해주는 실천적 종교지도자가 많았으면 좋겠다. 혹시 비신자 일반인들도 '우리 마을' 방문이 가능하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이 책에 여러 강사들과 더불어 마지막 열한번째 명사로 대미를 장식해주신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역사학자 강만길 선생님은 2019년 현재 86세의 고령에도 직접 운전도 하실만큼 평소 건강관리도 철저하시고, 가끔 청탁원고도 집필하신단다. 고향인 마산 대신 상지대 총장시절 학생들과 지나던 양양길에서 바다조망이 가능한 현재의 아파트를 보고 마음에 들어 사두었다가 은퇴후 거주하고 계신다는 강만길 교수님은 "책 읽느라 적적할 틈이 없다"는 말로 인터뷰어인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김영철 원장님의 걱정을 물리치신다. 또한 후배 역사가들을 향해서는 "너무 시류에 따라 가는 건 곤란해요. 물론 현실과 너무 떨어져서는 안되지만요. 현실에 따라붙어야 되지만, 가능성이 높단 말이에요. 그러면 진실되지 못한 학문이 됩니다. 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되는데, 현실을 얼마만큼 밝혀 내느냐, 추구할 거냐가 중요하지, 현실에 따라 가는, 나쁘게 말하면 아부하는 건 결단코 안되지요."(p.235~p.236)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선생의 마지막 "나보고 한 마디 하라 하면 역시 평화통일을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란 말씀을 끝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일제 식민지 치하와 6·25전쟁을 경험한 역사학자로서 역시 분단의 아픔이 가장 절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70년 가까운 세월동안 단절된 시간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서 그런지 한 발 나아가는 듯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형국의 통일외교정세는 '내 생애 통일의 시대를 맞을 수는 있을지' 걱정스럽다. 당장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십년후쯤의 병역문제와도 직결된 것이기에 부모의 심정은 더욱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명사분들의 주옥같은 말씀을 들으며, 결국은 나 자신부터 '변화'의 자세로, 나와 내 주변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며,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할 수 있는' 공부를 '스스로' 즐겨하면, 진실에 가까워지며, '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도 나의 일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고 달려가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달린다."

본 서평은 (주)창비교육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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