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중요한 것은 통계적 성공률만이 아니다. 시범자의 행동 유형에 따라 침팬지의 모방 성공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침팬지는 물체와 물체가 연관된 행동은 잘 따라 했다(object-to-object 조건). 가령, 공을 그릇에 가져다 놓는 것과 같이한 물체를 다른 물체 쪽으로 가져가서 무엇인가를 하는 행동은 비교적 잘했다. 하지만 그릇의 바닥을 치는 행위와 같이 한 물체에 어떤 행동을 가하는 것이나(one object 조건), 그릇을 머리에쓰는 행위와 같이 물체를 자신의 신체와 결합하는 행위 (object-to-self 조건)는 전혀 따라하지 못했다. 한편 오랑우탄이나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모방의 수준과 정도에 있어서 침팬지와같이 물체와 물체가 연관된 행동만을 따라 할 수 있었고 정교함도 떨어졌다. - P56

침팬지는 불투명한 상자를 가지고 실험했을 때는 대략 시범자의 행위를 잘 따라 했다. 하지만 투명한 상자로 실험을 했을때는 시범자의 행위를 똑같이 따라 하지 않았다. 상자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상자 윗부분에 행해진 행위가 먹이를 얻는 데 어떠한 인과적 힘도 없음을 아는 것 같았다. 침팬지들은불필요한 행위들을 알아서 제거한 뒤 먹이를 얻는 데 필요한 행위만을 따라 했다.
하지만 인간은 상자가 투명하는 투명하지 않는 시범자가 보여준 행위들을 그대로 따라 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실험의 중립성을 위해서 실험자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언어적 지침도 주지않거나 제한된 지침만을 주었고, 시범을 보인 뒤 방에서 나가는조건도 실험하였다. 윗부분이 보상을 얻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아이들이 무작정 시범자를 따라 한다는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행동은 보상을 얻는 결과에 도달하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실험 결과는 침팬지가 오히려 인간보다도 효율성 면에서 더 영리한 모방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침팬지와 인간의 행동에는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어쩌면 인간의 독특한 생애hife history의 진화에 그 비밀이 있을지 모른다. 인간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서도 유아기가 매우 긴 종이다. 즉,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돌봄을 받아야만 하는 종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리한 모방 전략은 ‘무작정 따라하기‘일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이 가지지 못한 신체 지향적 행동을 모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이유 때문일 것이다(Huber et al., 2009). - P66

위 실험에서 먹이를 꺼내 먹는 것이 이 번거로운 행위들의 최종목표였다면 침팬지는 승리자다. 그들은 융통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만일 목표가 아닌 절차가 문제였다면 어떤가? 절차를 무조건 따라 한 인간 아이들이 승리자다. 심지어 그 절차들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를 알든 모르든 그것도 문제되지 않는다. 절차가 관건이라면 무조건 따라 해야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침팬지는 목표에 민감하다. 그것이 생존과 번식에 관련되어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인간과 달리 그들은 절차를 챙기지않는다. 바로 이 차이가 침팬지와 인간의 진화 경로를 바꿔 놓았다.
호모 사피엔스가 이룩한 문명을 보라. 그것은 단지 개인적 학습의 결과일 수는 없다. 문명은 수많은 개인들이 얻은 지식과기술이 모방에 의해 전수되고 축적된 집단적 작업의 총체라고해야 한다. 만일 우리 선조들이 침팬지처럼 목표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절차들은 슬쩍 건너뛰었다면, 인류 문명은 어딘가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P68

하지만 모방 능력이 포유류, 영장류, 그리고 인간으로 이어지면서 점점 고도화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모방적 행동을 담당하는 단일 메커니즘이 존재할 개연성이 더욱 높아졌다. 1992년에 처음으로 발견된 거울 뉴런mirror neuron 은 모방적 행동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안될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거울 뉴런은 무엇이고 어떤 기능을 하며 모방적 행동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거울 뉴런은 다른 행위자가 행한 행동을 관찰하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위를 직접 할 때와 똑같은 활성을 내는 신경세포다.
우리는 거울 뉴런계를 통해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행동을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그 행위를 나의운동계획과 비교해 실행으로 바꾸는 과정을 용이하게 함으로써타인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다. 전자는 공감에 관한 것이며 후자는 모방 능력에 관한 내용이다. 공감은 도덕성의 기초이고 모방은 문화의 동력이다. - P73

인간 거울 뉴런계의 경우는 어떨까? 원숭이의 것과는 달리우리의 거울 뉴런계는 운동이 실행되는 방식, 운동의 목표, 운동을 실행하는 자의 의도 모두를 정교하게 부호화할 수 있다. 운동이 실행되는 방식을 ‘어떻게‘, 운동의 목표를 ‘무엇을‘, 그리고운동을 실행하는 의도를 ‘왜‘라고 놓는다면, 행위를 관찰할 때표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이고 그 다음 수준이 ‘무엇을‘이며 가장 높은 수준이 ‘왜‘일 것이다(Thioux et al, 2008). 앞서살펴보았듯이 원숭이의 경우에도 상대방의 ‘무엇을‘에 대해서는 정교한 부호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무엇을‘에 대한 관찰이어려운 상황, 가령, 무언극이 행해지는 상황에서는 원숭이의 거울 뉴런은 활성화되지 않는다. 즉, 원숭이의 거울 뉴런은 타 개우리는 거울 뉴런계를 통해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행동을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그 행위를 나의운동계획과 비교해 실행으로 바꾸는 과정을 용이하게 함으로써타인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다. 전자는 공감에 관한 것이며 후자는 모방 능력에 관한 내용이다. 공감은 도덕성의 기초이고 모방은 문화의 동력이다. - P80

그렇다면 거울 뉴런계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론 인간의 거울 뉴런게 중 한 군데라도 문제가 생기면 타인의행동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예컨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실패하고 언어적 ·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상동증을보이기도 한다. 자폐증은 3세 이전의 발달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여러 가설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흥미롭게도 몇몇 연구자들은 자폐증의 증상이 거울 뉴런의 기능과 연관이 있으며, 따라서 자폐증의원인이 거울 뉴런계의 손상 때문이라고 주장한다(Rizzolatti et al., 2010a; Altschuler et al., 2000; Williams et al, 2001). 이런 주장은 이른바 ‘깨진 거울broken mirror 가설‘이라고 불리는데, 몇몇 학자들은 이것이뇌파, 경두개자기자극법,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Functional MagneticResonance Imaging, fMRI 등의 기법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감정적 표현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과제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경우 하두정엽에서 일어나는 활성이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친 아이들에 비해 약하다는 사실이 MRI기법을 통해 확인되었다. 또한 증상이 심각할수록 활성화 정도가 낮았다(Dapretto et al., 2006).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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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지만 책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많은 옛 그림들이 종이에 그려졌기 때문에 종이에 그림이 인쇄된 책은 활자만 있는책보다도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A.L. 시대가 열리며 정선,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이 전시장 한가운데 홀로그램으로 재생되어도 종이에 인쇄된 그림책은 종이가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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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이란 무엇인가? 흥미롭게도 이 용어 역시 도킨스의 것이다. 그의 <이기적 유전자>의 11장에는 인간의 문화 현상에 대한새로운 진화론적 설명이 등장한다. 장의 제목처럼 거기서 그는 ‘밈‘이라는 ‘새로운 복제자realicator‘를 탐구했다.

나는 새로운 종류의 복제자가 지구상에 최근에 출현했다고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눈앞에 있다. 아직은 유아기에 있으며원시 수프 속에서 서투르게 헤매는 중이다. 하지만 낡은 유전자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진화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이 새로운 수프는 인간 문화의 수프이다. 우리에겐 새로운 복제자의 이름이 필요한데, 그것은 문화 전달ransmission의 단위, 혹은 모방imitation 의 단위라는 개념을 표현해줘야 한다. 이에관한 그리스어 어원은 ‘Mimeme‘이지만, 나는 ‘gene‘과 같은단음절을 원한다. 내가 mimeme meme으로 줄여 부를 때 고전학자 동료들이 나를 용서해줬으면 한다. 이를 양해해준다면, 이것은 ‘memory‘, 혹은 불어의 ‘méme‘과 연관된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 P39

우선 밈을 또 하나의 복제자로 간주한다는 것은, 예컨대 복제자의 세 가지 요건(수명 longevity, 산출력fccundity, 복제 충실도copying-fidelity)이 밈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유전자의 경우와 어떻게 유사하고 다른지를 비교한 후에 유전자가 복제자인 이유와 똑같은 의미에서 밈도 복제자라고 간주한다는 뜻이다. 가령 복제 충실도 면에서 유전적 복제자의 경우에는 매우 높지만 문화 복제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가상 반론에 대해, 그는 유전적 복제의 경우에도 그 충실도가 낮은 경우가 있으며 문화 복제의 경우에 오히려 충실도가 높은 경우들이 존재한다고 대답한다. - P40

도킨스의 밈 이론이 급진적인 진짜 이유는 그것이 이른바 ‘수혜자 질문qui bono question‘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 질문이란 말 그대로 ‘결국 무엇이 이득을 얻는가?‘라는 물음이다. 사람들은 대개 유기체 중심적 사고를 갖고 있어서 스스로 자기 자신의 이득을 위해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도킨스는유전자가 자신의 복사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운반자인 유기체를 만들어냈다는 진화의 사실을 드러내보임으로써, 그리고때로는 유전자 수준에서의 ‘욕구‘와 개체 수준에서의 ‘욕구‘가충돌할 수 있음을 보임으로써, 수혜자 질문-즉, 그 과정에서무엇이 이득을 얻는가‘라는 물음을 다시 철학의 테이블 위에올려놓았다?
수혜자 질문이 대두되면서 얻어진 자연스러운 귀결 중 하나는, 이제 사람들이 ‘집단의 응집력‘이라는 것이 전에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깨지기 쉬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몇몇 논자들이 새로운 유형의 집단 선택론을 들고 나와 집단의응집성 조건을 탐구하고 있긴 하지만 그 조건은 현실 세계에서는 매우 드물게 만족된다. - P41

밈도 자신의 밈적 적합도memetic fitness를 높이는 방식으로행동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밈은 문화의 전달 단위이다. 특정 단어, 아이디어, 인공물 등도 밈이 될 수 있다. 그런데이 팀들은 기본적으로 그것의 창시자나 운반자의 적합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적합도를 높이게끔 행동한다. 이런결론이 왜 도발적이란 말인가?
예를 들어보자. 아마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년한번씩 100만 명이 넘는 이슬람 신자들이 하지 순례를 위해 메카 주변에 모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수십 명이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하기도 한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결코 진행할 수 없는 회합이다. 하지만 이슬람 교인들의 꿈중 하나는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카바 신전을 직접 만져 보는것이란다. 이런 광경 자체는 이미 미디어를 통해 매년 소개되고있기 때문에 별로 놀랄 만한 사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외계인 과학자라고 생각해보자. 지구에와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을 연구해 보고서를 써야 한다면, 그에게 위와 같은 인간의 행동은 매우 반가울 것이다.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유형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좀 더실감 나는 예로 바꿔보자. 예컨대 당신의 정원에 개미 5000마리가 살고 있다. 그런데 매년 12월 24일날 정원 어딘가에 개미들이 모두 모여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춘다고 해보자. 만약 그런광경을 본다면 놀랍지 않겠는가?  - P42

이런 행동, 즉 자신의 유전적 적합도를 낮추면서까지 무언가를 위하는 행동은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하지만 팀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여기서 과연 무엇이 (또는 누가 최종적으로 이익을 얻느냐는 것이다. 종교교리, 정치 이념, 경제 제도 등과 같은 밈 자신인가 아니면 그런 행동을 하는 이들의 유전자인가? 자유, 평등, 평화, 사랑과 같은 (숭고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다 바치는 존재, 이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지구 상의 생명체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그런 행동을 한다. 유전자의 관점으로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조망한 것이 진화심리학이라면, 밈학memetic은 유전자와 밈의 관점에서 인간 본성을 이해하려는 진화론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 P43

그렇다면 이런 모방 능력의 진화가 밈의 출현과는 어떤 관련이 있단 말인가? 인간만이 가진 정교한 모방 능력 (목표뿐만 아니라절차까지 따라 할 수 있는 능력)은 인공물을 복제자로 격상시키는 마법 장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모방 능력은 자연선택이작동하기 위해 복제자가 갖춰야 할 ‘높은 복제 충실도‘를 견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누군가가 다소 복잡하지만 효과적인 새로운 사냥 기술을 발명했다고 해보자. 그것을 그대로 복제하는 행동은 틀림없이 유전적 적합도를 높이는 적응 행동이다.
그 기술을 습득함으로 인해 추후에 더 많은 사냥감을 얻을 수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무엇이든 잘 따라 하는 개체는 이성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고 짝짓기에 유리해질 것이다. 또한 성공한 개체의 행동을 무작정 따라하게 하는 메커니즘은 그리 복잡한 과정이 아니면서도 적응적일 수 있다. 성공한 개체의 어떤 행동은 따라 하고 다른 행동은 따라 하지 말라는 지침은 복잡하고 틀릴 수도 있다. 무엇이 성공을 가져온 행동인지가불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방 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집단 내에서 빠르게 퍼졌을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은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는 신체 지향적 행동까지도 움직임 수준에서 정확히 따라 할 수 있는 모방 능력을 갖게 되었고, 그 모방메커니즘 덕분에 인공물들이 복제자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
게다가 인류는 모방을넘어서는 ‘가르치는 행위teaching‘를 진화시킴으로써 밈의 복제충실도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 P44

영국의 심리학자 수전 블랙모어 Susan Blackmore(1951~)는 참된 모방을 단순한 전염contagion, 개인적 학습, 그리고 비모방적 사회적학습과 구분한다. 가령, 하품을 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덩달아하품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옆 사람들이 웃으면 나도 덩달아 웃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흔히 하품이나 웃음이 전염된다고들 하는데, 전염도 남을 따라 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하품과웃음을 모방했다고 할 수 있는가? 위의 정의에 따르면 모방에는 학습이 포함되어야 한다. 즉, 하품과 웃음 그리고 기침 등의행동은 타인을 통해 꼭 배우지 않더라도 수행할 수 있는 선천적행동이기에 모방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개인적 학습도 모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개체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특정 반응이나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크게 고전적 조건화와 조작적 조건화를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두 조건 형성 과정에는 타개체를 관찰하는 과정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 학습이 모방은 아니다.
반면 사회적 학습은 타 개체를 보는 과정이 포함된 학습이다.
따라서 관찰과 학습이 포함된 모방도 일종의 사회적 학습이다. 그렇다면 모방과 사회적 학습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물론 모방을 제외한 사회적 학습도 있는데, 자극 강화stimulus enhancement, 장소 강화local enhancement, 목표 따라 하기 goal emulation 등이 그것이다. 가령, 고구마를 씻어서 먹을 수 있게 된 일본 원숭이 Japanese macaque 의 사례를 들어보자. 1950년대에 일본 고시마 섬에는 일본 원숭이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육사들은 밭에서 캔 고구마를 해변가 모래밭에 던져주었고, 흙과 모래가 묻어 있는 고구마를 일본 원숭이들이 그냥 먹고 있었다. 1953년 어느 날
‘이모‘라 불리는 젊은 암컷 한 마리가 그런 고구마를 물가로가져가서 씻어먹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새로운 행동을 이모의 친척들이 따라하기 시작하더니 두 세대 만에 그 집단의 거의 모든 원숭이들이 고구마 씻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회적 학습 과정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Kawai, 1965; Galef, 1992). - P52

그렇다면 이 원숭이들은 참된 모방을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행동은 사회적 학습 과정 중에서 ‘자극 강화‘에 가깝다.
원숭이들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이모의 행위를 관찰하고자신에게도 고구마가 주어졌을 때 물가에 가서 씻어 먹었다. 흙과 모래가 묻지 않은 고구마는 그들에게 보상이 되었을 것이고, 이후 고구마가 주어질 때마다 원숭이들은 물에 씻어 먹게 된 것이다. 타개체의 행위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새로운행동 자체를 배운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오히려 ‘고구마‘ (자극)를 ‘물에 씻어 먹으면‘(반응), ‘깨끗한 고구마‘(강화)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을 개인적 학습에 의해 강화된 행동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리고 원숭이는 고구마를 짚거나 물을 이용하는 행동을 원래부터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새로운 행동을 배운 것도 아니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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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일은 별다를 것 없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라시모 호텔의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노란색 아이섀도를 고쳐 바르던 사샤는 세면대 옆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화장실 칸막이의 아치형 문 너머로 희미한 소리를 내며 오줌을 누는 여자의 것이분명했다. 가방의 둥근 가장자리 안쪽으로 옅은 초록색 가죽 지갑이 얼핏 엿보였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당시 오줌 누고 있는 그여자의 맹목적인 믿음에 짜증이 났다는 걸 쉽게 인정할 수 있었다.
조그만 틈이라도 보이면 코를 베어가는 세상에서 훤히 다 보이는 곳에 물건을 흘리고 간 주제에, 다시 나왔을 때 그 물건이 그대로 있길 바라는거야? 사샤는 여자에게 한 수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사샤가 늘 느끼는 가슴속 깊은 곳의 감정을 위장한 것일 뿐이었다. 손 안에 굴러들어온 두툼하고 부드러운 감촉의 지갑, 더없이 칙칙하고 평범하게 생긴 것이 순간을 포착하고 도전을 받아들이고 튀어오르고 달아나고 물불 가리지 않고, 위험천만하게 살면서 ("알아들었어요"라고 심리치료사인 코즈가 말했다). 그 망할것을 습득하기보다는 거기 그대로 놔두는 편이 나아 보였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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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다윈의 정원을 거닐며

"개와 비둘기에 관한 내용만 남기고 뒤에 있는 어려운 내용을 덜어낸다면 이 책은 정말 대박이 날 것입니다."
1859년 어느 날 존 머리 John Murray 출판사의 한 편집자가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1809~1882) 이 써 보낸 《종의 기원On the Originof Species》 초고를 검토한 후에 조언한 내용이다. 다윈이 이 조언을 무시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세상을 바꾼 책 《종의 기원》을 독파하려는 열망으로 책장을힘차게 넘겨본 독자라면, 제1장 처음부터 살짝 품격이 떨어지는이야기들 때문에 적이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옆 동네에 사는 아무개 사육사가 그러는데 비둘기 이놈저놈을 교배시켰더니 이런 기막힌 놈이 나왔다" 뭐 이런 식이다. 그는 육종사의 ‘매직핸드‘에 의해 비둘기나 개의 다양한 변이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시시콜콜하게 써내려갔다. 제1장 제목부터가 사육 및 재배환경에서의 변이 ‘이지 않는가! 그러니 뭔가 폼 나는 얘기를 기대하던 독자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윈이 살던 시대로 되돌아가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9세기 영국 사회에서는 육종을 통해 특이하게 생긴 비둘기나 개를 만들어내는 일이 대유행이었다. 계층을 막론하고 개 품평회 같은 것들은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였다. 애견으로 육종된 닥스훈트니 그레이하운드니 그런 것들이 다 그때 탄생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비둘기와 개 얘기로부터 책을 쓴 다윈은 얼마나 탁월한 글쟁인가! 그는 책 중반에 가서야 히든카드(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를 꺼냈다. - P6

다윈은 일개 사육사의 흙 묻은 경험에도 귀를 기울이는 과학자였다. 다윈 같은 상류 지식층 인사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지질학자, 식물학자, 해부학자, 그리고 철학자들을 불러들여 함께 산책했고, 뛰노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며 정원 한쪽에 앉아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1812~1870)와 조지 엘리엇George Eliot(1819-1880) 의 소설들을 읽었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하면서 그의 사상과 글은 어느 누구에게나 호소력을 가진 콘텐츠로 진화했다.
《종의 기원> 개정판 6판(1876)을 출간하면서 출판사 사장에게 런던의 일일 노동자의 임금이 얼마냐고 물었던 일화는 꽤 유명하다. 그 이유는 저렴한 보급판을 만들어 그들에게도 자신의 책을 읽히고 싶어서였다. 그가 책을 써서 벌어들인 인세는 오늘로치면  10억 원 정도가 된다. 지금보다 훨씬 더 작았을 그 당시의 출판 시장을 생각해보면, 그의 책은 정말 대박이었던 셈이다. 고급 문화 매거진 <뉴요커New Yorker>의 고정 칼럼니스트인 애덤 고프닉Adam Gopnik 은 다윈의 필력을 분석하며 그를 ‘자연의 소설가Natural novelist‘라 평했다. 만일 다윈이 자신의 전공 분과에만 갇혀소수의 전문가에게만 통하는 글을 썼다면, 《종의 기원>>과 같이세상을 바꾼 과학책이면서 동시에 베스트셀러인 독특한 저작물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윈의 3부작인 《종의 기원》, 《인간의 유래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The Expression of Emotions in Man and Animals)은 말그대로 그 정원에서 가꾼 지식 융합의 열매들이다. - P14

그렇다면 진화론의 관점에서 본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그런 인간관은 기존 인문학의 인간관과 무엇이 다를까? 나는 여기서 인간에 대한 현대 진화론의 두 가지 중요한 통찰에 대해 논의하려고 한다. 그중 하나는 인간이 ‘유전자의 생존 기계‘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밈의 생존 기계‘
이기도 하다는 주장이다. 인간이 이 두 유형의 기계라는 측면에서, 나는 인간을 ‘다윈 기계Darwinian machine‘라 부르려 한다. - P21

예컨대 개미와 벌을 비롯한 진사회성 곤충eusocial insect들의타적 행동은 이 모형에 의해 극적으로 잘 설명되었다. 개미 사회를 보자. (벌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독특한 유전 체계를 가지고 있다. 개미 가계도에 나타나 있듯이 만일여왕개미가 알을 낳을 때 보관하고 있던 정자를 사용하여 수정란을 낳으면 그 수정란은 암컷으로 자라 일개미 또는 차세대의 여왕개미가 된다. 하지만 정자를 사용하지 않고 미수정란을 낳으면 그 자식은 수개미가 된다. 따라서 개미 사회에서 암컷들은인간처럼 염색체를 한 쌍씩 지니고 있는 이른바 이배체diploid이지만 수컷들은 염색체를 하나만 지닌 반수체haploid 이다.
이런 독특한 유전체계 때문에 개미 사회에서 일개미들, 즉자매들 간의 유전 근연도genetic relatedness는 2분의 1이 아니라 4분의 3이다. 그런데 만일 일개미가 수개미를 만나 짝짓기를 하여자식(일개미)을 낳는다면 어미 일개미와 자식 일개미 간의 유전근연도는 2분의 1이 된다. 그런데 2분의 1은 4분의 3보다 작다.
해밀턴은 이 사실에 근거해서 일개미가 자식을 낳지 않는 대신에여왕개미의 출산을 도와 자매를 많이 갖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왜 곤충 사회에서 ‘불임‘과 ‘자매 돌보기‘라는 극단적인 이타적 행동이 존재하는지가 리로 인해 명쾌하게 설명되었다. - P26

 그들에 따르면, 인간의 연역 추론 능력은 주어진 과제가 ‘사회적 교환social exchange‘의 상황일 때 가장 잘 발휘된다. 이런 결과는 인류 진화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한 수렵·채집의 기간 동안 인류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해결해야만 했던 적음적 문제 (이 경우에는 사회적 교환 상황에서 사기꾼을 잘 탐지해야만 하는 문제에 대해 인간의 마음이 적용되었다는 증거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이 인간의 마음에 ‘사기꾼 탐지 모듈‘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회적 교환 상황에서는 사기꾼을 탐지하느냐 못하느냐가 생사와 번영의 관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모듈module‘이라는 용어와 "인간의 마음이 모듈화되어 있다"라는 주장은 저명한 심리철학자인 제리 포더 JerryFodor(1935~)가 철학 분야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것이었다. 이때 ‘모듈‘이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그것의 구성 인자들끼리는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되 다른 모듈의 구성원들과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장치를 말한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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