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이란 무엇인가? 흥미롭게도 이 용어 역시 도킨스의 것이다. 그의 <이기적 유전자>의 11장에는 인간의 문화 현상에 대한새로운 진화론적 설명이 등장한다. 장의 제목처럼 거기서 그는 ‘밈‘이라는 ‘새로운 복제자realicator‘를 탐구했다.
나는 새로운 종류의 복제자가 지구상에 최근에 출현했다고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눈앞에 있다. 아직은 유아기에 있으며원시 수프 속에서 서투르게 헤매는 중이다. 하지만 낡은 유전자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진화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이 새로운 수프는 인간 문화의 수프이다. 우리에겐 새로운 복제자의 이름이 필요한데, 그것은 문화 전달ransmission의 단위, 혹은 모방imitation 의 단위라는 개념을 표현해줘야 한다. 이에관한 그리스어 어원은 ‘Mimeme‘이지만, 나는 ‘gene‘과 같은단음절을 원한다. 내가 mimeme meme으로 줄여 부를 때 고전학자 동료들이 나를 용서해줬으면 한다. 이를 양해해준다면, 이것은 ‘memory‘, 혹은 불어의 ‘méme‘과 연관된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 P39
우선 밈을 또 하나의 복제자로 간주한다는 것은, 예컨대 복제자의 세 가지 요건(수명 longevity, 산출력fccundity, 복제 충실도copying-fidelity)이 밈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유전자의 경우와 어떻게 유사하고 다른지를 비교한 후에 유전자가 복제자인 이유와 똑같은 의미에서 밈도 복제자라고 간주한다는 뜻이다. 가령 복제 충실도 면에서 유전적 복제자의 경우에는 매우 높지만 문화 복제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가상 반론에 대해, 그는 유전적 복제의 경우에도 그 충실도가 낮은 경우가 있으며 문화 복제의 경우에 오히려 충실도가 높은 경우들이 존재한다고 대답한다. - P40
도킨스의 밈 이론이 급진적인 진짜 이유는 그것이 이른바 ‘수혜자 질문qui bono question‘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 질문이란 말 그대로 ‘결국 무엇이 이득을 얻는가?‘라는 물음이다. 사람들은 대개 유기체 중심적 사고를 갖고 있어서 스스로 자기 자신의 이득을 위해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도킨스는유전자가 자신의 복사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운반자인 유기체를 만들어냈다는 진화의 사실을 드러내보임으로써, 그리고때로는 유전자 수준에서의 ‘욕구‘와 개체 수준에서의 ‘욕구‘가충돌할 수 있음을 보임으로써, 수혜자 질문-즉, 그 과정에서무엇이 이득을 얻는가‘라는 물음을 다시 철학의 테이블 위에올려놓았다? 수혜자 질문이 대두되면서 얻어진 자연스러운 귀결 중 하나는, 이제 사람들이 ‘집단의 응집력‘이라는 것이 전에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깨지기 쉬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몇몇 논자들이 새로운 유형의 집단 선택론을 들고 나와 집단의응집성 조건을 탐구하고 있긴 하지만 그 조건은 현실 세계에서는 매우 드물게 만족된다. - P41
밈도 자신의 밈적 적합도memetic fitness를 높이는 방식으로행동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밈은 문화의 전달 단위이다. 특정 단어, 아이디어, 인공물 등도 밈이 될 수 있다. 그런데이 팀들은 기본적으로 그것의 창시자나 운반자의 적합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적합도를 높이게끔 행동한다. 이런결론이 왜 도발적이란 말인가? 예를 들어보자. 아마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년한번씩 100만 명이 넘는 이슬람 신자들이 하지 순례를 위해 메카 주변에 모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수십 명이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하기도 한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결코 진행할 수 없는 회합이다. 하지만 이슬람 교인들의 꿈중 하나는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카바 신전을 직접 만져 보는것이란다. 이런 광경 자체는 이미 미디어를 통해 매년 소개되고있기 때문에 별로 놀랄 만한 사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외계인 과학자라고 생각해보자. 지구에와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을 연구해 보고서를 써야 한다면, 그에게 위와 같은 인간의 행동은 매우 반가울 것이다.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유형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좀 더실감 나는 예로 바꿔보자. 예컨대 당신의 정원에 개미 5000마리가 살고 있다. 그런데 매년 12월 24일날 정원 어딘가에 개미들이 모두 모여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춘다고 해보자. 만약 그런광경을 본다면 놀랍지 않겠는가? - P42
이런 행동, 즉 자신의 유전적 적합도를 낮추면서까지 무언가를 위하는 행동은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하지만 팀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여기서 과연 무엇이 (또는 누가 최종적으로 이익을 얻느냐는 것이다. 종교교리, 정치 이념, 경제 제도 등과 같은 밈 자신인가 아니면 그런 행동을 하는 이들의 유전자인가? 자유, 평등, 평화, 사랑과 같은 (숭고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다 바치는 존재, 이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지구 상의 생명체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그런 행동을 한다. 유전자의 관점으로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조망한 것이 진화심리학이라면, 밈학memetic은 유전자와 밈의 관점에서 인간 본성을 이해하려는 진화론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 P43
그렇다면 이런 모방 능력의 진화가 밈의 출현과는 어떤 관련이 있단 말인가? 인간만이 가진 정교한 모방 능력 (목표뿐만 아니라절차까지 따라 할 수 있는 능력)은 인공물을 복제자로 격상시키는 마법 장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모방 능력은 자연선택이작동하기 위해 복제자가 갖춰야 할 ‘높은 복제 충실도‘를 견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누군가가 다소 복잡하지만 효과적인 새로운 사냥 기술을 발명했다고 해보자. 그것을 그대로 복제하는 행동은 틀림없이 유전적 적합도를 높이는 적응 행동이다. 그 기술을 습득함으로 인해 추후에 더 많은 사냥감을 얻을 수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무엇이든 잘 따라 하는 개체는 이성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고 짝짓기에 유리해질 것이다. 또한 성공한 개체의 행동을 무작정 따라하게 하는 메커니즘은 그리 복잡한 과정이 아니면서도 적응적일 수 있다. 성공한 개체의 어떤 행동은 따라 하고 다른 행동은 따라 하지 말라는 지침은 복잡하고 틀릴 수도 있다. 무엇이 성공을 가져온 행동인지가불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방 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집단 내에서 빠르게 퍼졌을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은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는 신체 지향적 행동까지도 움직임 수준에서 정확히 따라 할 수 있는 모방 능력을 갖게 되었고, 그 모방메커니즘 덕분에 인공물들이 복제자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 게다가 인류는 모방을넘어서는 ‘가르치는 행위teaching‘를 진화시킴으로써 밈의 복제충실도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 P44
영국의 심리학자 수전 블랙모어 Susan Blackmore(1951~)는 참된 모방을 단순한 전염contagion, 개인적 학습, 그리고 비모방적 사회적학습과 구분한다. 가령, 하품을 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덩달아하품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옆 사람들이 웃으면 나도 덩달아 웃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흔히 하품이나 웃음이 전염된다고들 하는데, 전염도 남을 따라 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하품과웃음을 모방했다고 할 수 있는가? 위의 정의에 따르면 모방에는 학습이 포함되어야 한다. 즉, 하품과 웃음 그리고 기침 등의행동은 타인을 통해 꼭 배우지 않더라도 수행할 수 있는 선천적행동이기에 모방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개인적 학습도 모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개체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특정 반응이나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크게 고전적 조건화와 조작적 조건화를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두 조건 형성 과정에는 타개체를 관찰하는 과정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 학습이 모방은 아니다. 반면 사회적 학습은 타 개체를 보는 과정이 포함된 학습이다. 따라서 관찰과 학습이 포함된 모방도 일종의 사회적 학습이다. 그렇다면 모방과 사회적 학습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물론 모방을 제외한 사회적 학습도 있는데, 자극 강화stimulus enhancement, 장소 강화local enhancement, 목표 따라 하기 goal emulation 등이 그것이다. 가령, 고구마를 씻어서 먹을 수 있게 된 일본 원숭이 Japanese macaque 의 사례를 들어보자. 1950년대에 일본 고시마 섬에는 일본 원숭이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육사들은 밭에서 캔 고구마를 해변가 모래밭에 던져주었고, 흙과 모래가 묻어 있는 고구마를 일본 원숭이들이 그냥 먹고 있었다. 1953년 어느 날 ‘이모‘라 불리는 젊은 암컷 한 마리가 그런 고구마를 물가로가져가서 씻어먹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새로운 행동을 이모의 친척들이 따라하기 시작하더니 두 세대 만에 그 집단의 거의 모든 원숭이들이 고구마 씻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회적 학습 과정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Kawai, 1965; Galef, 1992). - P52
그렇다면 이 원숭이들은 참된 모방을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행동은 사회적 학습 과정 중에서 ‘자극 강화‘에 가깝다. 원숭이들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이모의 행위를 관찰하고자신에게도 고구마가 주어졌을 때 물가에 가서 씻어 먹었다. 흙과 모래가 묻지 않은 고구마는 그들에게 보상이 되었을 것이고, 이후 고구마가 주어질 때마다 원숭이들은 물에 씻어 먹게 된 것이다. 타개체의 행위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새로운행동 자체를 배운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오히려 ‘고구마‘ (자극)를 ‘물에 씻어 먹으면‘(반응), ‘깨끗한 고구마‘(강화)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을 개인적 학습에 의해 강화된 행동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리고 원숭이는 고구마를 짚거나 물을 이용하는 행동을 원래부터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새로운 행동을 배운 것도 아니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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