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식물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소재도 눈에 띈다. 버섯 뿌리 부분을 이루고 있는 곰팡이, 균사체다. 균사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동물 가죽과 유사한 물리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키틴 등을 포함한 균사체에 추가적으로 바이오매스를 첨가해 단백질 혹은 키틴의 함량을 적절히 조절하면, 그 성질을 다양하게조절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균사체 가죽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빠른 생장성이다. 쓸만한 정도의 가죽을 얻기 위해서 동물은 최소 몇년, 식물 역시 최소 몇 개월은 기다려야 하지만, 균사체는 이 기다림이 단 몇 주로 줄어든다.
균사체를 키우는 과정 역시 동물과 식물에 비해 수월하다. 톱밥, 옥수수 속대 등 농업 폐기물에서 자라나는 균사체는 이론적으로 빛이없어도 무방하고, 공간 역시 적게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바이오 폐기물을 분해하거나,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를 균에 저장하기도 하는 것처럼 다양한 효과도 발휘한다.
이에 농업 생산 활동의 부산물을 주로 이용하는 식물성 가죽과는 달리, 아예 가죽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균사체를 키우는 업체가 있을 정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마이코웍스(Myco Works)가 대표적이다.
한편 균사체 가죽이 가진 또 다른 장점으로는 수명이 다할 경우 폐기하는 것이 매우 수월하다는 사실이 꼽힌다. 말 그대로 땅에 묻으면 다른 소재에 비해 쉽게 썩어 생분해되기에,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이 모두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장점을 인정받아 마이코웍스는 최근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3년간 실바니아(Sylvania)라는 이름의 균사체 가죽을 제공하기로 했다. - P202

여기서 잠깐 비건 패션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정의해야 할까. 정확한 정의가 내려진 것은 아니겠지만, 꼭 식물이나 천연 소재를 사용한것이 아니라도 ‘생태계를 배려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패션이라면충분히 비건 패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PETA 역시 이런 점을 감안해 재활용된 플라스틱 섬유, 고어텍스 텐셀등 논비건 소재 일부를 비건 패션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했다(PETA‘svegan clothing, 2020). - P205

중요한 것은 이런 숙제에도 불구하고 비건 패션의 확장성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히그 지수(Higg Index)다. 이는 소재 생산에서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추적해 ‘의류 소재 1kg 생산에 들어가는 환경부담지수‘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소(161), 알파카 (281) 등의 가죽은 인조가죽(59)에 비해 크게 4배가 넘는 히그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조 가죽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제작되는 식물성 가죽이 그보다 큰 차이를 보일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비건 패션의 확장은 어찌보면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라 할 수 있겠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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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공정 디지털 트윈 모델
① 센서: 제조공정 전반에 걸쳐 배치된 센서들이 실세계의 물리적 프로세스에 대한 운영 및 환경 정보를 포착하는 신호 생성
② 데이터: 센서에서 생성된 실제 세계의 운영 및 환경 데이터는 기업의 다른 데이터들과 결합해 종합되는데, 기타 데이터에는 자재명세서, 기업시스템 정보, 설계 시방서, 엔지니어링 도안, 외부 데이터 피드 연결정보, 고객불만사항 등 포함
③ 종합: 센서는 종합 기술(통신 인터페이스, 보안기술 등 포함)을 통해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 간에 데이터 전송 수행
④ 애널리틱스: 애널리틱스 기법은 알고리즘 기반의 시뮬레이션과 시각화루틴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사용돼 인사이트 생성
⑤ 디지털 트윈: 그림에서 ‘디지털‘ 부분이 디지털 트윈이며, 앞의 구성 요소들을 결합해 물리적 세계 및 프로세스를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디지털모델로 생성. 모델의 목표는 최적값에서 벗어나는 허용 불가능한 오차를 다양한 차원에 걸쳐 파악하는 것. 이와 같은 오차 분석을 통해 비용 절감, 품질 개선, 높은 효율성 달성 등의 기회 파악. 분석 결과는 물리적 세계에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
⑥ 작동장치: 실제 세계에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은 작동장치를 통한행동 절차 생성, 작동장치는 물리적 프로세스 동작을 유발하는 사람이 개입해 통제 - P137

합성생물학은 아직 명확히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생명의 구성 요소나 장치,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하고 제작하거나, 기존의 생명 시스템을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재설계하는 학문 분야를 말한다.
‘설계‘와 ‘제작‘, ‘장치‘ 같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합성생물학은 생명체와 생명 시스템에 공학적 관점을 적용하는 분야다.  - P151

물리학이나 화학은 어떤 현상이 발견되면 수학과 같은 틈을 통해단순화나 일반화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공학으로 발전해 산업에 활용되기가 쉬웠다. 하지만 생명체는 매우 복잡하고 또 다양했다. 그래서 생명과학은 다른 과학들처럼 산업 현장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공학으로 발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DNA가 발견되고 그 구조와 기능이 밝혀지자 생명과학도일반화·표준화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컴퓨터가 0과 1의 이진법으로 작동하듯이 생명의 암호는 DNA라는 화학물질에서 비롯 DNA는 A(아데닌), G(구아닌), C(사이토신), T(티민)라는 네 가지 염기의 조합만으로 생명 정보를 만들어낸다. 이 정보는 다시 RNA를 통해 복제되고, 단백질이라는 최종 산물로 생명 시스템이 작동한다. ‘센트럴 도그마‘라고 하는 생명체의 작동 방식은 복잡하고 다양한 생명현상을 DNA와 이를 구현하는 시스템으로 단순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P152

이렇게 유전자 시스템을 바꿔 원하는 기능을 가진 생명체를 만드는 합성생물학의 방식을 ‘톱다운(Top-down)‘이라고 한다. 그런데 거꾸로 생명체의 구성 요소를 하나하나 결합해 새로운 인공 생명 시스템(인공세포)을 만드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의 합성생물학 연구도있다. - P156

대표적인 것이 대체육이다. 가장 유명한 대체육 개발업체는 2011녀 패트릭 브라운 미국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가 설립한 스타트업인임파서블 푸드‘다. 임파서블 푸드는 고기나 유제품, 생선 등 다양한 동물성 식품을 대체하기 위해 식물을 기반으로 한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콩으로 고기 패티를 만든 ‘임파서블 버거‘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임파서블 버거 패티의 핵심은 ‘헴(heme)‘이다. 헴은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임파서블 푸드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고기 맛을 내는 데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헴이 산소와 결합해고기 특유의 붉은색과 향, 맛을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파서블 푸드는버거의 모든 재료를 식물을 기반으로 만들기를 원했기 때문에 고기에서 헴을 추출할 수는 없었다.
연구팀은 콩 뿌리에 있는 헴을 이용하기로 했다. 혈액에 있는 헤모글로빈처럼 콩과식물에는 레그헤모글로빈이 있는데, 여기에도 헴이있다. 임파서블 푸드 연구팀은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레그헤모글로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효모를 만들었다. 여기서 추출한 형과 다른 식물성 성분으로 만들어진 임파서블 버거의 패티는 기존 소고기 패티에비해 토지를 96% 덜 쓰고, 온실가스는 89%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합성생물학을 이용한 ‘대체 우유‘도 시판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스타트업 ‘퍼펙트데이‘는 우유 단백질 합성 유전자를 끼워 넣은 미생물을 이용해 우유의 핵심 성분인 유청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체 우유는 소를 키울 필요가 없어 같은양의 우유 단백질을 생산할 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97%, 물 소비를99%, 에너지를 60% 각각 절약할 수 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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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해골을 든 소년

아직 암스테르담에 있을 때 나는 몇 년 만에 엄마 꿈을 꾸었다. 그때 나는일주일이 넘도록 호텔에 처박힌 채, 두려워서 누구에게 전화를 하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승강기의 벨 소리, 미니바 카트가 덜그럭거리는 소리, 심지어는 시간을 알려주는 베스테르토렌"이나 크레이트베르흐성당의 종소리처럼 별것 아닌 소리에도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당황했다. 뎅뎅 울리는 종소리에는 음산한 분위기가 있었고 동화에나 나올 법한 파멸이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낮이면 나는 침대 발치에 앉아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네덜란드어를 알아들으려 애를 썼고(네덜란드어는 한 마디도 몰랐으므로 가망 없는 노력이었다). 그것을 포기하고 나면 옷 위에 낙타 털 외투를 껴입고 창가에 앉아 운하를 내다보았다. 뉴욕을 서둘러 떠나면서 가져온 옷들은 실내에서조차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P11

짧고 신비한 꿈이었는데, 꿈이라기보다 엄마의 유령이나를 찾아온 것 같았다. 나는 호비 아저씨의 가게에,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저씨의 가게를 그려놓은 듯한 꿈속의 장소에 있었는데, 뒤에서 갑자기 엄마가 나타났고 거울에 비친 엄마가 보였다. 엄마를 보고 나는 너무나행복해서 몸이 굳어버렸다. 아주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주근깨가 만드는 무늬까지 전부 진짜 엄마였다. 엄마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는데, 더아름다웠지만 나이가 더 들지는 않았고, 머리카락은 걷고, 입꼬리는 익살스럽게 약간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것은 꿈이 아니라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존재였고, 엄마만의 에너지, 살아 숨 쉬는 다른 존재였다. 나는 너무나도 뒤를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엄마를 똑바로 보는 것은 엄마의세계와 내 세계의 규칙을 어기는 것임을 알았다. 엄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유일한 방법으로 나를 찾아왔고, 우리의 시선은 조용하고 긴 찰나의 시간동안 거울 속에서 만났다. 하지만 엄마가 흥분과 애정과 분노가 섞인 듯한표정으로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고나는 잠에서 깼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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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되는 케이스야."
내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지 않으려는 연하의 마음이 아프게 밀려왔지만 나는 지지 않고 밀어붙인다.
"안 돼도 해. 되는 것만 어떻게 하면서 살아. 안 돼도 해.
적어도 내가 장애인은 절대 안 된다는 엄마한테... 세상에나 하나밖에 없는 엄마한테 널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당당히 말할 수 있게! 엄마, 연하는 포기를 몰라요, 세상 누구보다강해요! 그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게."
참으려 했지만 눈물이 쏟아졌다. 단단한 벽을 치고 나를밀어내던 연하의 눈빛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벽이었을 것이고, 내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이젠 그런 벽 뒤에 숨어 서로의 감정을 속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소모는 지난 삼 년으로 충분하다.
흔들림 없이 단단해진 내 마음을 알겠다는 듯 연하가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 먹먹함이 담겨있다. 나는 냅킨으로 눈물, 콧물을 닦아냈다.
"소설 끝나는 날 올게. 엄마한테 책 선물로 주고 그게 엄마 소원이거든."
차를 마시며 잠깐 생각에 잠겼던 연하가 진짜 속마음을 꺼냈다.
"안 오면... 죽는다. 진짜." - P106

슬로베니아에 돌아와보니, 다시 오는 건 쉽고 가볍게 느껴졌다. 어떤 길이든 그 길에 들어서기 전이 가장 두려운 법이다. 한발 내디뎌 내 발자국으로 길을 내고 보면, 그 길 위엔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괴물이 숨어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괴물은 언제나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상상 속 두려움일 뿐이다. - P108

삶의 한 자리에 죽음이 들어와 탐욕스럽게 자신을 노려보고있는데, 그것과 싸울 무기조차 없다는 얘기를 들으면  살며 갈고닦은 긍정성조차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 P260

난희가 회자를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언니 내가 암이래."
회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난희를 돌아보았다.
"많이 크대, 암이, 내일병원 들어가 진짜."
애써 웃어 보이는 난희를 회자가 와락 끌어안았다.
"어떡해 어떡해…."
희자가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 난희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는다. 이를 어쩌나, 이 젊고 예쁜 애를 어쩌나싶어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언니가 나보다 낫다 생각해라. 나는... 나는... 언니보다 내가 낫다 생각할게. 우리 그냥 그렇게 생각해버리자."
난희는 다시 회자를 안고 웃으려 애썼다.
"이제야 좀 위로가 된다. 병자끼리 있으니까."
난희와 희자는 그렇게 서로를 안았다. 서로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지고, 하필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온 건가 하는 분노와 아픔이 전해지고, 자기 품에 안긴 아픈 여인의 애틋함이 가슴속 깊이 전해져왔다. - P332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 말은 부모 된 입장에 선 사람이 한 말일 거다. 우리 자식들의 잘못은 단 하나. 당신들을 덜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영원히, 아니, 아주 오래 우리 곁에 있어줄 거라는 어리석은 착각. 아마도 그것이 아닐까. - P347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왜 나는 지금껏 그들이 끝없이죽음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고 생각했을까. 그들은 다만지난날 자신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을 너무도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내고 있는데…. 어차피 처음에 왔던 그곳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라면 그 길도초라하지 않게 가기 위해 오늘도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가고있는데….
다만 소원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조금 더 오래가길,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게 조금 더 오래가길 기원할 뿐이다.
친애하는 나의 늙은 친구들이여!
‘Bravo your life!‘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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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이후 시작된 나와 내 가족 대상 수사에 대한 법적평가는 부분적으로 종결되었다. 배우자 정경심 교수는 유죄판결이확정되어 복역 중이다. 고통스럽다. 나에 대해 1심 법원은 유죄판결을 내렸지만,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두 재판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피고인 신세라 자제하며 겸허한 자세로 남은 재판에 임하고자 한다. 다만,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불가론‘의근거로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청와대 주요 관계자에게 역설했던 ‘조국 사모펀드‘ 건은 아무 근거가 없음이 확인되었음은 명기해 두고싶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의 과오와 불찰이 윤 총장이 대권에 도전하는 명분과 빌미를 만들어줬던 점에 대해 깊이 자성 · 자책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밝히고 싶다. - P54

‘군사쿠데타‘가 총, 칼, 탱크를 사용한다면, ‘검찰 쿠데타‘는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검찰권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검찰 쿠데타‘의 완성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배출, 그리고 검찰의 권력장악이었다. 2014년 3월 브라질 세르지우 페르난두 모루 수사 판사(한국의 검사 권한까지 보유한 판사가 시작한 ‘세차 작전Operaçao LavaJato‘도 같은 맥락에서 ‘검찰·사법 쿠데타‘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권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사람들이 ‘브라질 모델‘을 참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모루는 국영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가 계약 수주 대가로 대형건설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정치인수사를 전개했다. 그는 예비구금 제도를 활용해 집권 노동당 PT과정부 인사들을 부패 혐의로 구속시켰고, 언론 플레이를 통해 수사대상자에게 유죄의 낙인을 찍었다. 각 수사 단계마다 ‘돌체 비타‘, ‘카사블랑카, ‘최후의 심판‘ 등 호기심을 끄는 코드명을 붙여 홍보했다. 대중은 모루를 ‘슈퍼맨‘으로 형상화해 "슈퍼 모루super Moro"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시민들은 모루의 얼굴이 박힌 티셔츠를 입고, 그의 이름이 새겨진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다녔다.
이렇게 반부패투쟁의 영웅이 된 모루는 2016년 3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Luiz Inácio Lula da Silva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브라질 빈농 출신 노동운동의 영웅으로 대통령이 된 룰라는 뇌물을 받은 부패 정치인의 낙인이 찍혀 추락했다.  - P55

룰라의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던 극우보수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대선 4일 후 모루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발표되었다. 군사독재가 막을 내린 브라질에서 ‘검찰·사법 쿠데타‘를통해 군사독재 시절의 기득권 세력이 재집권한 것이다. 이 과정은2019년 하반기 이후 한국 상황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은한국판 ‘모루‘로 시작해 한국판 ‘보우소나루가 되었다.
그런데 2019년 6월 ‘더 인터셉트‘라는 온라인 매체가 모루와연방검사 사이에 이루어진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했는데, 금지된 수사 방향 조율을 양측이 논의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큰 파장이 일어난다. 2019년 11월 연방대법원은 룰라를 구속 580일 만에석방했고, 2021년 3월 연방대법원은 모루의 수사와 판결이 편파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룰라에 대한 하급심 유죄판결을 파기한다. 그리고 룰라는 다시 대선에 출마해 보우소나루를 꺾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이 대선에서 모루는 출마를 준비했으나 지지율이 잘 나오지않자 중도 포기했다.) - P57

수구보수 진영은 정권을 되찾기 위해 자신들의 두 수장,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던 윤석열을 새로운 수장으로 내세우는선택을 한 것이다. 윤석열 개인의 맹렬한 권력욕망, 정치권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수구보수 진영의 절실함, 축소된 검찰권을 다시 확대해야 한다는 검찰 조직의 이해관계 등이 융합된 결과였다. - P59

2장에서 서술하겠지만, ‘법의 지배rule of law‘는 사라지고 ‘법을 이용한 지배 rule by law‘가 판을 치고 있다. 군사독재 시대에서는 검찰권이 정치권력의 의도대로 운영되는 정도였다면, 이제 검찰 자체가 정치권력을 잡았다. "권력의 시녀"가 권력 자체가 된 것이다.
검찰청이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등 17개 청 위에 군림함은 물론 5정부 각 부서 요직에 전현직 검사를 배치해 "검찰 가족"이 지배하는나라가 만들어졌다. 전두환 정권 시절 육사 ‘하나회‘가 권력의 핵심역할을 했다면, 윤석열정권 아래에서는 전현직 검사들이 권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신군부대신 신부 집권이이루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검찰이 지배하는 ‘대한검檢국‘이 되어버렸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을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로 바꾸고, 제2항을 "대한민국의 주권은 검찰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검찰로부터 나온다"로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 P67

권력의 소재를 알 수 있는 두 번째 질문은 "시민이 누구를 제일 두려워하는가?"이다. 권위주의 또는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시민은군부를 두려워했고, 중앙정보부 또는 안기부를 무서워했다. 그러나 현재 보통의 시민들은 군부나 국정원을 겁내지 않는다. 그 대신검찰의 압수·수색, 체포·구속 기소와 중형 구형을 겁낸다. 국가는원래 ‘합법적 폭력‘의 독점체다. 과거에는 총, 칼, 납치, 고문, 살해등 ‘비법률적·초법률적 폭력‘을 겁냈다면, 이제는 형벌권이라는 법률적 폭력을 겁낸다. 2021년 11월 2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이 만약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상당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만나서 몇 년 동안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 판사가 마지막에 무죄를 선고해서 여러분이 자유로워지는게아니다. 여러분은 법을 모르고 살아왔는데 형사법에 엄청나게 숙련된 검사와 법정에서 마주쳐야 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앙이다. 검찰의 기소라는 게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 P86

이러한 상황이 되니 김정희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를 "‘자유‘와
‘시장‘의 이름으로 개인을 소외시키고 원자화하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처벌 기제와 공권력 수행을 통해 개인을 사회로부터 축출하고 범죄화"하는 "신자유주의 처벌국가"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김동춘 교수는 "구조적 부정부패나 부정의는 슬쩍 감추고, 피라미를 잡으면서 ‘순진한‘ 보통 사람들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중하층의 위기와 불안을 정권에게 돌리지 못하도록 소외층을 때려잡는속임수 정책을 구사하는 형벌국가"라고 규정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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