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식물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소재도 눈에 띈다. 버섯 뿌리 부분을 이루고 있는 곰팡이, 균사체다. 균사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동물 가죽과 유사한 물리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키틴 등을 포함한 균사체에 추가적으로 바이오매스를 첨가해 단백질 혹은 키틴의 함량을 적절히 조절하면, 그 성질을 다양하게조절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균사체 가죽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빠른 생장성이다. 쓸만한 정도의 가죽을 얻기 위해서 동물은 최소 몇년, 식물 역시 최소 몇 개월은 기다려야 하지만, 균사체는 이 기다림이 단 몇 주로 줄어든다. 균사체를 키우는 과정 역시 동물과 식물에 비해 수월하다. 톱밥, 옥수수 속대 등 농업 폐기물에서 자라나는 균사체는 이론적으로 빛이없어도 무방하고, 공간 역시 적게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바이오 폐기물을 분해하거나,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를 균에 저장하기도 하는 것처럼 다양한 효과도 발휘한다. 이에 농업 생산 활동의 부산물을 주로 이용하는 식물성 가죽과는 달리, 아예 가죽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균사체를 키우는 업체가 있을 정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마이코웍스(Myco Works)가 대표적이다. 한편 균사체 가죽이 가진 또 다른 장점으로는 수명이 다할 경우 폐기하는 것이 매우 수월하다는 사실이 꼽힌다. 말 그대로 땅에 묻으면 다른 소재에 비해 쉽게 썩어 생분해되기에,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이 모두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장점을 인정받아 마이코웍스는 최근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3년간 실바니아(Sylvania)라는 이름의 균사체 가죽을 제공하기로 했다. - P202
여기서 잠깐 비건 패션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정의해야 할까. 정확한 정의가 내려진 것은 아니겠지만, 꼭 식물이나 천연 소재를 사용한것이 아니라도 ‘생태계를 배려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패션이라면충분히 비건 패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PETA 역시 이런 점을 감안해 재활용된 플라스틱 섬유, 고어텍스 텐셀등 논비건 소재 일부를 비건 패션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했다(PETA‘svegan clothing, 2020). - P205
중요한 것은 이런 숙제에도 불구하고 비건 패션의 확장성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히그 지수(Higg Index)다. 이는 소재 생산에서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추적해 ‘의류 소재 1kg 생산에 들어가는 환경부담지수‘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소(161), 알파카 (281) 등의 가죽은 인조가죽(59)에 비해 크게 4배가 넘는 히그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조 가죽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제작되는 식물성 가죽이 그보다 큰 차이를 보일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비건 패션의 확장은 어찌보면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라 할 수 있겠다. - P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