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해골을 든 소년

아직 암스테르담에 있을 때 나는 몇 년 만에 엄마 꿈을 꾸었다. 그때 나는일주일이 넘도록 호텔에 처박힌 채, 두려워서 누구에게 전화를 하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승강기의 벨 소리, 미니바 카트가 덜그럭거리는 소리, 심지어는 시간을 알려주는 베스테르토렌"이나 크레이트베르흐성당의 종소리처럼 별것 아닌 소리에도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당황했다. 뎅뎅 울리는 종소리에는 음산한 분위기가 있었고 동화에나 나올 법한 파멸이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낮이면 나는 침대 발치에 앉아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네덜란드어를 알아들으려 애를 썼고(네덜란드어는 한 마디도 몰랐으므로 가망 없는 노력이었다). 그것을 포기하고 나면 옷 위에 낙타 털 외투를 껴입고 창가에 앉아 운하를 내다보았다. 뉴욕을 서둘러 떠나면서 가져온 옷들은 실내에서조차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P11

짧고 신비한 꿈이었는데, 꿈이라기보다 엄마의 유령이나를 찾아온 것 같았다. 나는 호비 아저씨의 가게에,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저씨의 가게를 그려놓은 듯한 꿈속의 장소에 있었는데, 뒤에서 갑자기 엄마가 나타났고 거울에 비친 엄마가 보였다. 엄마를 보고 나는 너무나행복해서 몸이 굳어버렸다. 아주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주근깨가 만드는 무늬까지 전부 진짜 엄마였다. 엄마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는데, 더아름다웠지만 나이가 더 들지는 않았고, 머리카락은 걷고, 입꼬리는 익살스럽게 약간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것은 꿈이 아니라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존재였고, 엄마만의 에너지, 살아 숨 쉬는 다른 존재였다. 나는 너무나도 뒤를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엄마를 똑바로 보는 것은 엄마의세계와 내 세계의 규칙을 어기는 것임을 알았다. 엄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유일한 방법으로 나를 찾아왔고, 우리의 시선은 조용하고 긴 찰나의 시간동안 거울 속에서 만났다. 하지만 엄마가 흥분과 애정과 분노가 섞인 듯한표정으로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고나는 잠에서 깼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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