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학생들 개개인이 어쩔 수 없는 고립감 때문에 저희끼리 동아리 짓기를 즐기는 햄든 같은 조그만 대학 사회에서 그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공식화되면서 햄든 학생들이 토해내는 정숙하지 못한 슬픔은 실로 가관이었다. 적어도 내 눈에 버니의 죽음은 그 상황에 공짜로 던져진 행삿거리, 학생들이 부끄러워하면서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선물로 비쳤다. 내가 알기로는 버니가 실종된 직후에도 버니라는 인간 자체를 놓고 상심하는 학생은 없었고, 최악의 소식밖에는 더 들어올 것이 없는 상황에서도 버니의 실종을 크게 슬퍼하는 학생은 없었다. 수색작업 자체도 학생들 중에는 어쩔 수 없이 가담하는 학생들도 있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그것은 자기네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학교의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버니가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들고부터 학교는 이상하게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많은 학생들에게 버니는 그럴 수 없이 절친한 친구가 되어갔다. 많은 학생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몸부림쳤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버니 없이는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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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자들은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쾌락과 고통이 뇌의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대립의 메커니즘을 통해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쉽게 말해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서로 맞은편에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
우리의 뇌에 저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중간에 지렛대 받침이 있는 저울이다. 평소에는 저울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지면과수평을 이룬다.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은 우리의 보상경로에 분비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다. 우리의 저울이더 많이, 더 빨리 기울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저울에 관한 중요한 속성이 하나 있다. 저울은 수평 상태, 즉 평형equilibrium을 유지하려고 한다. 한쪽이나 다른 한쪽으로 오랫동안 기울어져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울이 쾌락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저울을 다시 수평상태로 돌리려는 강력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self-regulating mechanism이 작동한다. 이러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은 의식적 사고나 별도의 의지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반사 작용처럼 균형을 잡으려 한다.
나는 이러한 자기 조절 시스템을 그렘린gremlin*들이 쾌락 쪽의 무게를 상쇄하기 위해 서울의 고통 쪽에 올라타는 모습으로 상상하곤 한다. 그렘린들은 어떤 생물체가 생리적 평형을 유지하려는경향, 다시 말해 항상성homeostasis 을 대변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쾌락 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이 반작용으로 수평이 되고나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 P69

어떤 쾌락 자극에 동일하게 혹은 비슷하게 반복해서 노출되면, 초기의 쾌락 편향은 갈수록 약해지고 짧아진다. 반면 이후 반응, 즉 고통 쪽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진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신경 적응neuroadaptation 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쾌락을 추구할수록 우리의 그렘린은 점점 더 커지고 빨라지고 많아지며, 우리는 이와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앞서 선택한 쾌락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쾌락을 느끼기 위해 중독 대상을 더 필요로 하거나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되는 것을 내성 tolerance 이라고 한다. 내성은 중독의 발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 P72

고통 쪽으로 기울어진 쾌락-고통 저울은 앞서 상당한 절제 기간을 거친 사람들도 다시 중독에 빠지게 만든다. 왜 그럴까? 우리의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그저 평범한 기분(수평 상태)을 느끼려 해도 중독 대상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 조지 쿱George Koob은 이러한 현상을 "불쾌감에 따른 재발dysphoria driven relapse이라고 표현한다. 중독 대상에 과거와 같이 다시 의존하게 되는 이유는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랜 금단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물론 희망적인 소식은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충분히 기다리면, 우리의 뇌는 중독 대상이 없는 상황에 다시 적응하고 항상성의 기준치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다. 저울이 수평을 이루는 셈이다. 뇌의 저울이 수평을 이루면, 우리는 산책하기, 해돋이 구경하기, 친구들과 식사 즐기기 등 일상의 단순한 보상에서 다시 쾌락을 맛볼 수 있다. - P77

우리가 기대한 보상을 얻으면, 뇌에서 발화한 도파민은 기준선을 넘어서 증가한다. 반면 우리가 기대한 보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도파민 수준은 기준선 밑으로 떨어진다. 다시 말해, 기대한 보상을 얻으면 도파민은 훨씬 더 많이 늘어나고, 기대한 보상을 얻지 못하면 훨씬 더 많이 줄어든다.
누구나 기대한 만큼 보상을 얻지 못해서 실망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를 떠올려보라. 기대했지만 못 받는 보상이 애초에 전혀 기대하지 않은 보상보다 더 나쁘다.
그렇다면 단서로 인해 발생한 욕구는 우리의 쾌락-고통 저울을 어떻게 움직일까? 저울은 앞으로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에 쾌락 쪽으로 기울어지는데도파민 소폭 증가), 곧 단서의 여파때문에 고통 쪽으로 기운다(도파민 소량 부족). 도파민 부족해지면 우리 뇌는 중독 대상을 찾으려는 행동을 유도한다.
지난 10년 동안 병적으로 심각한 도박에 대한 생물학적 원인을 파악하는 데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 그 결과 정신장애 진단및 통계 편람Diagnosite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제5판)에서 도박 중독은 다시 중독 장애로 분류되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도박으로 인한 도파민 분비는 최종적으로 주어지는 보상(일반적으로 돈) 자체 못지않게 보상 전달의 예측 불가성과 관련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도박을 유도하는 것은 금전적 이득보다는 보상 발생의 예측 불가능성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 P80

과학자들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매일 코카인에 노출된 쥐들은첫날엔 활기차게 뛰다가 마지막엔 정말 광란의 질주를 하면서 코카인의 영향에 누적된 감작作, sensitization 상태를 보였다. 그러다가 연구자들이 코카인 투여를 멈추자, 쥐들도 뛰기를 멈췄다. 실험 쥐의 일반적인 수명 기간인 1년 후 쥐에게 코카인을 한 차례다시 투여하자 1년 전 마지막 날 그랬던 것처럼 다시 미친듯이뛰었다.
과학자들이 그 쥐들의 뇌를 살펴본 결과, 쥐의 보상 경로에서지속적인 코카인 감작과 일치하는 코카인 유도 변화가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코카인 같은 중독성 물질이 뇌를 영원히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알코올부터 오피오이드, 대마초에 이르기까지 다른 중독 물질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인간이라고 다를까? 상담을 하면서 나는 심각한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수년 동안 의존을 멈추고도 단 한 번의 노출로다시 강박적인 의존에 빠진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 P83

학습 또한 뇌 속의 도파민발화를 증가시킨다. 다양하고 자극적인 새로운 환경에서 세 달간 머문 암컷 쥐들을 표준적인 실험실 우리에 머문 쥐들과 비교했을 때, 전자의 뇌보상 경로에서 도과민 시냅스가 급증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자극적이고 새로운 환경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뇌의 변화는 고도의 도파민을 유도하는 (중독성 있는 대상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뇌의 변화와 유사하다.
하지만 똑같은 쥐들이 중독성 강한 약물인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 같은 흥분제를 투여받으면,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되어도 시냅스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메스암페타민이 쥐의 학습 능력‘을 제한했음을 암시한다.
물론 희망적인 소식은 있다. 나의 동료인 에디 설리번EdieSullivan은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선 세계적인 전문가다. 그는 중독에 따른 뇌의 일부 변화는 돌이킬 수 없지만 손상된 영역을 새로운 신경망을 만듦으로써 우회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뇌의 일부가 영원히 바뀌더라도, 우리가 새로운 시냅스 경로를 찾아서 건강하게 행동할 수 있음을 뜻한다. - P84

고통(과 쾌락)에 대한 우리의 감각 지각은 우리가 그 고통과 쾌락)에 부여하는 의미에 큰 영향을 받는다. 헨리 놀스 비치 Henry이Knowles Beecher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그는 전쟁 중에심각하게 다친 225명의 병사들을 관찰했다.
비처는 연구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분류되는 심각한 부상 다섯 가지 중 한 가지에 해당하는" 인원만조사했다. "광범위한 말초 연조직의 상처, 장골의 복합 골절, 두부 관통, 흉부 관통, 복부 관통.… 그 사람들은 부상을 당했을 때정신이 맑았고... 조사 당시에도 놀라지 않았다."
비처의 발견은 놀라웠다. 심하게 다친 병사들 가운데 4분의 3이 부상 직후에 고통을 거의 혹은 아예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다쳤음에도 말이다.
비처는 그들의 신체적 고통이 "피곤함, 불편함, 불안함, 공포감, 실제 사망 위험 등으로 가득 찬 극도의 위험한 환경"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때문에 누그러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고통이 "안전한 병원으로 가는 티켓"이었기 때문이다. - P86

나는 환자들에게 절제하는 한 달을 보낸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이때 환자 대다수는 자신이 한 달 동안 절제에 성공하고 절제의 이점을 경험할 수 있음에도 다시 중독 대상에 기대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에 기대던 것과 다르게 기대고 싶어한다.
중독의학 분야에서 계속되고 있는 논란은, 중독 대상에 심하게기대왔던 사람들이 그 대상에 ‘적당히, 위험 없이 기대는 일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AA에 수십 년간 축적된 지식에 따르면, 중독자들에게 선택지란 절제뿐이다.
하지만 최근 증거에 따르면 과거에 중독 기준에 살짝 걸쳐 있던 일부 사람들, 절제된 방법으로 자신의 중독 대상에 다시 기댈수 있다. 내 임상 경험에서도 이것은 참이다. - P109

내 환자 중 중독 대상을 스스로 조절하는 데 성공한 이들도 계속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고 얘기했다. 결국 그들은 최종적으로는 중독 대상과의 이별을 택했다.
하지만 음식에 중독된 환자들은 어떨까? 아니면 스마트폰? 완전히 끊을 수 없는 중독 대상이라면?
‘어떻게 조절하느냐‘는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점차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고도의 도파민 상품이 말 그대로 곳곳에 널려 있어서 누구나 강박적 과용에 빠지기 쉽다. 중독의 임상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 P111

고도의 도파민 제품은 ‘만족을 미루는 능력‘을 해치는데, 이를지연 가치 폄하delay discounting 라고 한다.
지연 가치 폄하는 보상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보상 가치를 낮게 보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대부분 20달러를 받는다면 1년 후보다는 오늘 바로 받고 싶어 할 것이다. 인간이 오랜 시간 후에 받는 보상보다 짧은 시간 안에 받는 보상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은 여러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그러한 요인 중 하나가 의존 대상이 된 물질과 행동의 중독성이다. - P129

신경과학자 새뮤얼 매클루어 Samuel McClure와 그의 동료들은 즉시 보상과 지연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관여하는지를 연구했다. 관찰 결과, 참가자들이 즉시 보상을 선택했을 때는 뇌에서 감정 처리와 보상 처리를 하는 부위가 활성화되었고, 보상을 미뤘을 때는 계획과 추상적 사고와 관련된 뇌 부위인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됐다.
이 연구가 암시하는 바는, 현대에는 감정적 보상 경로가 삶에지배적인 동력이 되면서 우리 모두가 전두엽 피질 위축증을 앓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도의 도파민 물질에 기대는게 지연 가치를 폄하하는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예를 들어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죽음에 대한 노출에 적응한 이들이 있고, 자원이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하면서도 거기에 비슷하게 적응한 이들이 있다고 치자. 이때 지연 보상보다 즉시 보상을 중시할 가능성은 전자에게 더 크다. 실제로 빈민가에 사는 브라질의 젊은이들‘은 동년배의 대학생들보다 미래에 받을 보상을 낮게 평가한다. 싸구려 도파민에 얼마든지 쉽게접근할 수 있는 요즘 세상에서 가난이 중독의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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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루가 꿈같이 지나갔다.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 개 짖는 소리, 머리위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헬리콥터 소리. 거세진 바람은 나무 사이에서 바다의 파도 소리를 지어냈다. 헬리콥터는 올버니에 있는 뉴욕 주 경찰국에서 날아온 것들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열감지장치를 장착한 헬리콥터였다.
적외선 감지장치가 실린 경비행기도 자원 출동해서 수색작업을 지원하고있었다. 경비행기는 나무 꼭대기를 스칠 듯이 저공으로 비행하고는 했다.
수색대의 체제도 거의 갖추어져 있어서 각 단위조직의 지휘자에게는 휴대용 무전기가 지급되어 있었다. 수색대는 제대(梯隊)로 눈 덮인 산정을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사다리꼴 모양의 대형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셈이었다.
옥수수밭, 목초지, 관목에 덮인 구릉•••산기슭에 이르자 아래쪽으로 경사진 구릉이 나타났다. 아래쪽 계곡은 짙은 안개에 덮여 있었다. 계곡에서 안개를 뚫고 우뚝우뚝 솟아올라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나무는 흡사 하얀 물이 끓고 있는 거대한 가마솥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찰스는내 옆에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걸었다. 뒤처져 있는 헨리는 산 채로 유령이되어버린 것 같았다. 안개 속에서 어른거리는 그의 모습은 도무지 이 세상사람 같지 않았다. - P107

"어젯밤에는 잠이 안 옵니다. 약간 멍청하기는 해도 괜찮은 친구였는데, 꽤 좋아했답니다. 이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글쎄, 견뎌낼 수 있을지몰라."
이러면서 줄리언은 사람과 숲과 설원이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한 폭의영화 장면 같은 정경을 내려다보았다. 목소리를 들어보면 분명히 걱정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분명히 그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버니의 실종사건이 그에게는 마음의 짐이 되었을 테고, 수색작업 자체도 그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을 터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규모의 수색작업이 연출하는 극적인 효과와, 사람과 풍경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설원의 풍경 자체에 감동하고 있음에 분명했다.
헨리도 그걸 바라보고 있다가 줄리언에게 속삭였다.
"톨스토이에 나오는 정경 같지 않습니까?"
줄리언은 어깨 너머로 헨리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그의 얼굴은 젖어 있는 것 같았다. 줄리언이 천천히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그렇군"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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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짜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은 2월 오후 2시. 가정부를 구하는 위조 씨 부부를 만나기 위해 캉"에서 버스를 타고 카부르로 향했다. 카부르에 위치한 뮈조 씨 부부의 집은 해안과 제방, 고급 호텔이 들어선 활기찬 도로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번잡스러움을 피해 그림 같은 새로운 구역 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뮈조 씨 부부의 베란다는 그 쾌적한 거리에서 건물 정면 창문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이기에 - 마치 연극 무대에서 빛나는 장면처럼 - 멀리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조끼를 입은 뮈조 씨는 테이블 주위를 돌며 서성거리고 있었고, 이따금씩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지 위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정성 들여 화장을 했고, 머리매무새를 단정히 손질하고 있었다. 차고와 울타리 사이의 흰 조약돌 길에 막 들어서는 순간, 뮈조 씨가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가 아내를 향해 몸을 돌리는데, 분명 그녀에게 알리려고 그랬을 텐데, 그녀는 이미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내가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열린다.
"가정부신가요?" - P28

이제 우리는 영화를 본다. 청소 작업복을 입고 진공청소기를 든한 남자가 사무실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는 양복을 입은또 한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작업복을 입은 청소부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그녀는 "이 장면을 보여주는 이유는, 모두가 다 인사를 할 필요는없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예의 그 두 남자실습생 중 한 사람이 그 사이에 모리스라고 자기소개를 한 뒤, 발언기회를 얻어 말한다.
"또 안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노크를 해야 합니다. 제가 전에 어떤 회사에서 이틀 동안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게 알려준겁니다."
여자 강사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여러분은 사람들이 인사도 안 하고 또 인사를 받아도 대꾸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개를 숙이거나 부루퉁할 일이 아닙니다. 다 자기할 나름이지요. 또 그것은 태도의 문제구요.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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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탐닉의 시대에서 살아가기

기분이 좋아, 기분이 좋아, 기분 좋은 데 쓰이는 이 세상의 모든 돈 - 레번 헬름 Levon Helm

이 책은 쾌락을 다룬다. 동시에 고통도 다룬다. 무엇보다 쾌락과고통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쾌락과 고통의 관계가 왜 중요할까?
우리가 세상을 결핍의 공간에서 풍요가 넘치는 공간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중독성 물질, 음식, 뉴스, 도박, 쇼핑, 게임, 채팅, 음란 문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오늘날 큰 보상을 약속하는 자극들은 양, 종류, 효능 등 모든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다. 디지털 세상의 등장은 이런 자극들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 세대에게 쉴 새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이 됐다. ‘나는아직 무언가에 중독된 적이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장담컨대 머지않아 자주 찾는 웹사이트에서 그것을 만나게 될 것이다. - P5

과학자들은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척도로서 도파민을 활용한다. 뇌의 보상 경로에 도파민이 많을수록 경험의 중독성은 더 커진다.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지난 한 세기 동안 신경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는,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쾌락과 고통은 저울 양 끝에 놓인 추와 같다. 초콜릿을 한 조각먹으면 다음 조각이 또 먹고 싶어지고, 괜찮은 책, 영화, 또는 비디오 게임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을것이다. 그런 순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리 뇌의 균형은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쾌락이 아니라 고통 쪽으로 기울어진다.  - P6

넓게 봤을 때 중독中毒 Addiction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도박, 게임, 섹스)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강박적으로 소비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 P27

어떤 대상에 중독되는 데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는 그 대상에 대한 용이한 접근성이다. 중독을 일으키는 대상(이하 ‘중독 대상‘)을 구하기 쉬울수록 시도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오피오이드opioid의 급속한 확산은 이사실에 대한 비극적이면서도 강력한 예시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 처방(옥시콘틴, 바이코딘, 듀라제식 펜타닐)이 4배로 증가했다. 미국 전역에 그러한 오피오이드가 널리 유통되면서 오피오이드 중독률과 이에 관한 사망률 역시 증가했다. - P30

인터넷은 중독 대상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우리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강박적과용을 부추긴다. 영상은 ‘입소문이 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말그대로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밈meme이 등장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혹자들이 온라인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할 때, 그 행동은 다른 사람들도 하고 있기 때문에 ‘평범하게 보인다. ‘트위터‘는 전문가들과 대표들이 똑같이 좋아하는소셜 미디어 메시지의 송수신 플랫폼으로서 이름이 딱 맞는다." 우리는 새 떼들과 같다. 우리 중 하나가 날갯짓을 하면, 전체가하늘로 날아오른다. - P41

강박적 과용의 문제를 겪기 가장 쉬운 이들은 가난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인데, 그중에서도 잘사는 나라에서 사는 이들이 특히 그렇다. 그들은 보상 수준이 높고, 효능이 강하며, 새로운약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시에 의미 있는 일자리, 안전한 주거, 수준 있는 교육, 적절한 의료 서비스, 법 앞에서의 인종 및 계급적 평등에 소외되어 있다. 이는 중독 위험 요소의 위험한 연쇄작용을 불러온다. - P44

하지만 나는 우리가 완충재를 가득 채운 독방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유년기를 너무 질병처럼 대하고 과하게 관리하는건 아닌지 걱정된다. 이러면 아이들은 상처받을 일이야 없겠지만 세상에 대처할 방법도 모르게 된다.
우리가 아이들을 역경으로부터 보호한 탓에, 아이들이 역경을 그토록 두려워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을 거짓으로칭찬하고 현실을 감추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인 탓에, 아이들이 참을성이 떨어지고 권리만 더 내세우며 자신의 성격적결함에 무지하게 된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들어준 탓에, 새로운 쾌락주의 시대를 조장하게 된 건 아닐까? - P53

뇌의 주요 기능성세포는 뉴런neuron이라고 불린다. 뉴런들은 시냅스에서 전기 신호와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을 통해 서로소통한다.
신경전달물질은 야구공과 같다. 투수는 시냅스 전presynaptic 뉴런이고, 포수는 시냅스 후postsynaptic 뉴런이다. 투수와 포수 사이의 공간은 시냅스 틈새synaptic cleft다. 공이 투수와 포수 사이에서던져지는 것처럼, 신경전달물질은 뉴런들 사이를 오간다. 뇌에서 전기 신호를 조절하는 화학적 메신저인 셈이다. - P66

도파민은 보상 과정에 관여하는 유일한 신경전달물질은 아니지만, 신경과학자들 대부분은 도파민이 그중 가장 중요하다는데 동의한다.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으로 도파민을 만들 수 없게 된 쥐들은 음식을 찾지못하고 음식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굶어 죽지만, 음식을 입안으로 바로 넣어주면 음식을 씹어서 먹으며 그걸 즐기는 것처럼 반응한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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