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옛날에 이정표가 되었던 건물들이 너무 많이 사라진 것을보면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마을 끄트머리의 여관이 아직 그대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크게 안도하였다. 머리를 숙이고 현관문을 들어선 뒤 어깨에서 배낭을 내려놓는 그에게 여관주인이 인사를 건넸다. 앞치마에 손의 물기를 닦으면서 뒤에서 나타난 중년 여인이었다. 그녀가 숙박할 거냐고 물었다. 그는 그럴 거라고 대답하고 나서 우선 요기부터 해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고갯짓으로 선술집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가리켰다.
그가 다시 머리를 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몇 명의 손님만이 나무 탁자 여기저기에 흩어져 앉아 간단한 양배추와 감자 스튜를 먹거나 보드카를 한 잔씩 마시고 있었다. 남자는식사를 하다가 고개를 들어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상냥하게고개를 끄덕여주면서 선술집 뒤편의 낡은 러시아제 난로가 놓인 작은 방으로 향했다. 방의 한쪽 구석 2인용 탁자에는 회색빛 머리를한호리호리한 몸매의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 P7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프롤로그

이성의 끈을 꼭 붙든 영웅들

영웅이 으레 그렇듯이,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Stanislay Petrov라는 이름은 유명하지 않다. 아는 사람도 적고 기념비도 없다. 하지만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무명의 러시아인에게 삶을 빚지고 있다. - P8

지금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은 페트로프 중령의 직감이옳았음을 증명한다. 그의 추론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미국이 미사일 공격을 했다면 총력을 다했어야 한다. 미국이 자신의 적국을 지도에서 지우기로 결심했다면 소비에트연방 미사일 방어 체제를 제압하려 했을 것이다. 러시아가 무력으로 응전하리라는사실을 모를 리 없다. 따라서 만약 미국이 공격했다면 압도적인수의 미사일 세례를 퍼부었을 것이다. 하지만 겨우 다섯 발이라면 이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지상 레이더는 경보를 뒷받침할 증거를 보여주지 않았다. 여러 가능성을 가늠해본 페트로프중령은 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더그럴듯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령의 추론은정확했고, OKO가 본 불길한 미사일은 낮은 구름이 반사한 빛을탐지기가 잘못 해석한 것이었다.
행동하기 전에 사고하는 페트로프 중령의 태도는 전면적 - P10

인 핵전쟁으로 인한 전멸을 막았다. 페트로프 중령은 전 세계의영웅으로 추앙받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는 위기 당시의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는 명목상의 이유로 오히려 문책받았다. 몇 년 후, 페트로프 중령이 이는 불가능했다고 회상했다. "나는 한 손에는 전화를, 다른 손에는 인터컴을 들고 있었고, 내 손은 두 개뿐이었다." 사실 러시아군 사령부는 최첨단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자 당황해서 비난을 피하기 바빴다. 희생양이 되었다고 생각한 페트로프 중령은 결국 신경 쇠약에 걸렸다. 중령은이듬해 제대하고 연구소로 옮겨갔다. 소비에트연방 군부의 상급지휘관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 사건을 알지 못했고, 인류가 파멸 직전까지 다가갔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1998년이 되어서야세상은 페트로프 중령을 알아보았다. 그때에도 페트로프 중령은겸손했고, 2017년에 사망할 때까지도 자기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령의 자리에 그보다 이성적이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해보라. - P11

《베이징 인민일보北京人民日報》는 "모든 인민이 전투에 참전해서 (…) 혁명의 끈기로 굴하지 않고 전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투에 참여하라는 호소에 열정적인 호응이 따르면서 베이징에서만 300만 명이 동원되었다. 학생 소총 부대는 참새를 사냥했고, 둥지는 조직적으로 파괴되었으며, 알은 부서지고 새끼는 짓밟혔다. 냄비를 두드려 시끄러운 소리를 내서 참새들이 땅에 내려앉지 못하게 했다. 쉬지 못해 기력이 다한 참새들은 가엽게도하늘에서 떼 지어 떨어져 죽었다. 겁먹은 새들은 숨을 곳을 찾아모여들었으며, 이런 피난처 중에는 폭도들의 진입을 거부한 베이징 주재 폴란드 대사관이 있었다. 그러나 휴식도 잠시였을 뿐,
곧 북을 치는 자원자들이 대사관을 에워쌌다. 북소리가 이틀 동안 계속 이어지자, 폴란드 대사관은 죽은 참새들을 삽으로 떠서치워야 했다. 1년을 넘기기도 전에 참새 약 10억 마리가 죽었고,
실제로 중국에서 참새는 멸종했다.
그러나 이 파괴적인 선동을 지휘한 자들은 참새의 중요성을 미처 몰랐다. 부검 결과, 참새의 주식은 곡물이 아니라 곤충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뜻밖의 일이 아니었는데, 이미 중국조류학계의 권위자인 정줘신이 참새가 해충을 통제하는 중요한 동물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이 비판을 들은 마오는 분노했으며, 정줘신은 ‘권위적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사상 재교육 - P22

과 강제노동을 선고받았다. 1959년이 되자 공산당은 결국 진실에 굴복했지만 이미 참사는 돌이킬 수 없었다. 유일한 천적이었던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거칠 것이 없어진 메뚜기 떼가 중국 전역을 휩쓸며 곡물을 먹어 치웠다.
엄청난 재난 앞에서 중국은 급히 정책을 바꾸었으며, 소비에트연방에서 참새를 수입해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꺾여버린 곡물수확량은 이미 회복할 수 없었고, 재난이나 다름없었던 대약진운동의 다른 정책 덕분에 상황은 악화했다. 근시안적인 정책의결과로 1959~1961년에 3년 대기근이 찾아왔고, 1500~4500만명의 무고한 인민이 아사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 P23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하는 논문의 59퍼센트가량은 해당 논문을 읽지도 않은 사람들이 전파한다고 추측된다. 논문을 읽으•려면 품이 들지만, 눈에 띄는 제목의 논문을 잘 골라 공유하면 지적인 노력 없이도 소셜미디어에서 명성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사회적 요소는 주류 미디어보다 온라인에서 더 중요하며, 온라인 공유는 최악의 과잉 사태를 불러온다. 2014년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부도덕한 사건을 텔레비전이나 신문으로 볼 때보다 온라인에서 접할 때 더 크게 분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플랫폼이 이윤을얻으려는 목적으로 뉴스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신뢰도 높은 뉴스로 수익을 창출했던 전통 미디어도 매출이 하락하면서 인터넷에 뛰어들어야 했다. 온라인 공유에서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는? 격렬한 감정이다. 2017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roceedings of the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발표된 논문은 도덕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언어는 소셜미디어에서 정치 콘텐츠의 전파를 크게 늘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대가로 우리는 분노의 기계로 바뀌며, 진실성이나 사회적 가치는 고려하지 않은 채 암암리에 흥미 위주의 콘텐츠를 선택하게 된다. - P28

주장에 일관성이 없더라도 다양한 곳에서 외치는 소리가 같은 결론을 가리키면 확실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원칙은 우리를 설득하기보다는 상충하는 이야기로 압도해서혼란스럽고 타성에 젖은 몽유병 상태로 빠트리는 것이다. 이 모든 효과가 합쳐지면서 우리의 신념에 불규칙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는 매우 위태로우며, 볼테르는 "불합리한 것을 믿게 하는 사람은 잔혹 행위도 저지르게 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미국 전략첩보국OSS은 거의 200년이 지난 후에야 볼테르의말에 동의했다. 전략첩보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반쯤에 분석한히틀러의 심리 프로파일은 매우 설득력 있다.

히틀러의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다. 대중이 냉정해지게 놔두지않는다. 잘못이나 실수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적에게 일말의선이 있다고 수긍하지 않는다. 대안을 허용하지 않는다. 비난을인정하지 않는다. 한 번에 하나의 적에 집중해서 모든 나쁜 일의 원인으로 몰아간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을 더빨리 믿는다. 충분히 반복하면 조만간 믿게 된다. - P31

 위대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Edward O. Wilson이 주장했듯이, 인류의 진짜문제는 우리가 "원시인의 감정과 중세의 제도, 신에 필적하는 기술"을 가졌다는 점이다.
물론 누구나 망상이나 수상한 믿음을 어느 정도는 품고 산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인식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는깨닫지 못한다. 생각은 외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믿음 역시 진공속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정보는 윌러드 밴콰인 W.V. Quine의 이른바 ‘믿음의 거미줄 (콰인-뒤앙 논제에 나오는 개념으로 인간의 믿음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거미줄처럼 엉켜 있다는 비유. 옮긴이)‘을 구성한다. 인간의 생각은 복잡하게 엉켜 있으며,
미심쩍은 믿음 하나를 수용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개념을 연쇄적으로 바꿀 수 있다.  - P33

합리성을 지성의 부산물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지성과 합리성은 거의 연관이 없다.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도 낮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합리성 장애dysrationalia (정신 능력이 있는데도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고통받는다. 그러나 지능지수와 다르게 합리성은 쉽게 향상할 수 있다. 2015년에 발표된 흥미로운 논문은 실험대상자의 일반적인 의사 결정에서의 편향성 민감도를 측정했다. 그 후, 실험대상자는 자신의 논리적 오류를 설명하는 영상을 보거나 편향성을 낮추는 양방향 게임을했다. 몇 달 후 같은 문제에 부딪혔을 때 훈련받은 실험대상자들은 실수를 반복할 확률이 크게 낮아졌으며, 미심쩍은 주장을 인식할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 P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자‘를 꿈꾸는 데는 돈키호테 같은 뭔가가 필요하다는 걸 난알아요." 백작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모든 걸 고려해볼 때, 전자가가능성이 훨씬 희박하다 해도 사람이 어떻게 후자의 높은 가능성에 복종할 수 있겠어요? 그건 인간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훔쳐보고 싶은 것은, 혹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다른 사람들의 방식과 비교해보고 싶은 것은, 너무나 근본적인 인간의 욕구죠. 그래서 후자의 힘이 이 도시의 문을 걸어 잠갔을 때조차도 전자의 힘은 갈라진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 P552

아빠, 내 무덤에 흙을 덮을 때, 참새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빵 껍질을 부숴서 뿌려주세요. 그러면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게 될 테고, 혼자 누워 있는 게 아니니까 기쁠 거예요.
이 인용구를 읽자마자 백작은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분명 너그럽지만 신경질적이기도 했던, 너무나 짧게살다간, 그리고 이 처량한 아이처럼 세상의 모든 불공정함에도 세상을 원망하려 들지 않았던 친구를 위한 울음이었다.
하지만 백작의 울음은 자신을 위한 울음이기도 했다. 마리나와안드레이와 에밀과의 우정에도, 안나에 대한 사랑에도,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 찾아든 특별한 축복인 소피야에도, 미하일 표도로비치민디흐가 죽음으로써 젊었던 시절의 백작을 알던 마지막 사람도 함께 사라진 것이었다. 그렇지만 카테리나가 부탁한 대로, 적어도 그는 살아남아서 기억해주어야 했다. - P589

백작이 얘기를 계속했다.
"내겐 너를 자랑스러워할 이유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단다. 그리고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음악원 경연 대회가 열렸던 밤이었어. 하지만 정작 내가 최고의 자부심을 느낀 순간은 안나와 네가 우승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가 아니야. 그것은 바로 그날 저녁, 경연을 몇 시간 앞두고 네가 경연장으로 가기 위해 호텔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았을 때였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박수갈채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환호를 받게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란다."
"만약 제가 파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한다면, "잠시 뒤 소피야가 말했다. "전 아빠가 청중석에 앉아서 제 연주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랄뿐이에요."
백작이 미소를 지었다.
"얘야, 난 장담할 수 있어. 네가 달에서 피아노 연주를 한다 하더라도 나는 네가 연주하는 음 하나하나를 모두 다 들을 거야." - P6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녀는 피해자들에게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안다고 했다. 그래도 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말했다. 자신에게도 베풀어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너무 자책은 하지 마.‘ 왜, 왜 제가 자책을 할 수 없을까요? 전 이 아이의 엄마입니다. 내가 길렀어요. 만약 내가 한 어떤 일 때문이 아니라면, 내가 하지 않은 어떤 일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 P333

한 퇴직 형사 조앤 아첨볼트가 본 마리의 사건은 경찰의 회의주의가 얼마나 자기충족적인 예언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피해자를 취조하듯 신문하고 진술의 불일치를 따지는 것은 그저 피해자를 입다물게 하고 진술을 번복하게 함으로써, 많은 성폭력 고소가 사실 무근으로 끝난다는 법 집행기관의 편견을 강화하게 됩니다."
린우드 경찰은 마리를 신문했을 뿐만 아니라 보통은 강도 피의자에게 사용하는 리드 테크닉을 사용했다. 도발했다. 속임수를 썼다. 피해자의 신체적인 반응을 살폈다. 그런 방식의 접근은 "부적절했다."고 린타 경사는 외부 감사 보고서에 쓰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신체 언어를 해석하는 것은 부정확한 과학으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진실을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메이슨과 리트간은 분명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니었다."  - P353

한편 성범죄 전문 경찰은 점점 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형사들이 ‘트라우마 피해자 면담‘ 교육에서 강간 피해자들의 뇌에 생기는 신경학적인 변화를 배운다. 다른 디테일을 일깨우도록 도와주는 감각 기억에 관해 질문하는 방법도 배운다.(그때 어떤 소리를 들었나요?
어떤 냄새를 맡았나요?) 피해자들이 시간 순으로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며 중간에 말을 막지 않고 피해자들이 말하도록하는 법을 배운다. 신문의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다양한 답이 나오는 개방형 질문을 하는 법을 배운다.
지서으로 타면 나오는 오리 - P355

는2016년 가을 마리는 길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펜실베이니아였고 메인으로 물류 배송을 하러 가던 중이었다. 스테이시 갤브레이스가전화를 받자 마리는 자신을 소개했다. 마리는 자기의 이름과 성을 밝히면서 갤브레이스에게 자신이 그 사진 속의 여자라고 말했다. 애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말할 때 마리는 목이 메이기 시작했다. 갤브레이스는 마리에게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물었고 마리는 결혼했고 아이가 둘이라고 했다. 갤브레이스는 자기도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5분 정도로만 짧게 통화했는데 마리가 원한 것, 마리에게 진정 필요했던 것은 그저 갤브레이스 형사가 해준 일이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알리는 것뿐이라 시간은 상관없었다. 오리어리가 체포되기 전에 마리의 인생은 출구가 없는 막다른 길 같았다.
운전면허조차 따지 못했다.
"그분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니까요." 마리는 말한다.
마리는 18륜 대형 트럭을 몰고 펜실베이니아를 떠나 뉴잉글랜드로 가서 나머지 800킬로미터의 여정을 마쳤다. 북동쪽 도시에 도착한 후, 화물을 내리고, 새로운 화물을 싣고, 캘리포니아 서쪽을 향해 다시 떠났다. - P3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갤브레이스는 체포한 후 앰버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로 차를 타고 갔다.
강간 39일째였다. 범인 검거 소식을 직접 전하고 싶었다.
앰버는 집 바깥 주차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갤브레이스는 앰버에게 범인의 이름은 마크 오리어리라고 전했다. 그녀 전에 다른 여자들을 강간했고 앰버의 자세한 관찰과 설명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범인과의 대화를 시도한 것도 도움이 되었고 직감도 맞았다고 했다. 경찰에걸었던 전화도 도움이 되었다. 갤브레이스는 원래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말을 전하는 그녀의 마음은 안심, 만족감, 기쁨으로북받쳤다.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당신을 위해 이 일을 했어요. 그녀는생각했다.
앰버는 감정을 비추지 않았다. 갤브레이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갤브레이스를 잠깐 포옹한 다음에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갤브레이스는 이보다는 더 큰 반응을 원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피해자의 감정은 자신이 움직일 수 없다. 강간 피해자의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없다.
헨더샷은 세라에게 전화했다. 우리 만나야 해요, 헨더샷은 말했다. 세 - P259

라는 할 일이 많아 바쁘다고, 따로 만날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했다.
"굉장히, 굉장히 중요한 문제예요." 헨더샷은 말한다. "당신이 있는 곳으로 내가 갈게요. 장소는 당신이 정해요. 무조건 그곳으로 갈게요."
그날 저녁 헨더샷이 데니스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세라는 식당 구석에서 홀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세라에게는 근처에 사는 가족이 없었다. 남편은 사망했다. 그녀는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헨더샷은 앉아서 소식을 전했다.
"끝났어요, 다 끝났어요. 우리가 범인을 잡았어요." 세라에게 말했다.
두 여성은 식당 부스에 나란히 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피해자 맞은편에 앉아 당신이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었지만 그래도 이제 다시는, 다시는 그놈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게 되었을 때요?" 헨더샷은 말한다. - P260

우리가 해야 일 중에서도 그게 가장 최악의 일이었죠." 라이더는 이렇게 말했다.
먼저 콜로라도로 향했다. 3월 14일 두 남자는 강간범을 체포한 두 명의형사들에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린우드 경찰들은 자신의 부서가 저지른과오에 충격을 받고 혼란에 빠졌던 것 같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이후의대처 방식은 갤브레이스의 마음에 들었다. "좋은 경찰들이었어요. 괜찮은 사람들이었죠. 진심으로 피해자의 입장을 우선하는지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바로잡는지 보면 알 수 있죠. 그들은 전혀 오만하지 않았어요. 우리 대화에는 벽도 없었죠. 자신들을 애써 방어하는 느낌도 없었어요. 그저 그런 일이 벌어졌고, 앞으로 이렇게 행동하자. 그런 식이었죠."  - P290

"까다로운 사건을 협력하여 해결하고 우리의 사건도 해결해준 훌륭한수사원들과 함께 있었어요. 우리는 이곳에 속할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을알기 때문에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경찰서가 일을 이렇게까지 망쳐놓았으니까요." 라이더는 말한다. "그 사람들은 우리를 보면서 그랬을거예요. ‘어떻게 일을 이렇게 처리할 수 있어요?"
린우드 경찰들은 콜로라도 기관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협력 수사를 해냈는지에 충격받았다. "협력 정신이 있었죠." 콘하임은 말한다. 그들은 정보를 교환했다. 정기적으로 만나 의견을 나누었다. "이 사람들은 서로 서로를 다 알더라고요. 커뮤니케이션이 부자연스럽다거나 어색하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워싱턴주의 린우드 경찰은 고작 25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않은 커클랜드의 협조 요청을 무시했다. 섀넌이 제보해 두 사건이 관련 있을 거라 주장했지만 두 서의 경찰들은 직접 만나지 않았다. 전화로 오간 정보들을 기록해두지도 않았다. 두 기관의 수사 파일에는 두 기관이 접촉을 했다는 말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
첫 번째 산을 넘었으니 이제 다음 산을 넘어야했다. 가장 두려워했던 일, 마리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 P291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후에 진실로 밝혀질 성폭력을 당하고도가짜 주장을 한다는 비난을 받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런 통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의 사건처럼 피해자가 기소되는, 거짓말했다고 비난받을 뿐 아니라 그 때문에 기소되기까지 한 극단적인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언론에 보도된 유사한 사건만 최소3건이다.
1997년 위스콘신 매디슨에서는 법적으로 시각 장애인이라 인정받은수준의 시력을 가진 패티라는 여성이 칼로 위협하는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저널리스트 빌 루에도가 그 사건을 취재해 쓴 『강간이라 울부짖다(Cry Rape)』라는 책에 따르면 경찰은 그녀가 강간 피해자처럼행동하지 않는다며 그녀를 믿지 않았다. 담당 형사가 그녀를 취조했고, 그녀를 속였다. 경찰은 강간범이 사용한 콘돔의 일부라고 추정되는 라텍스조각을 검사했는데 결과가 음성이었다고 말했으나 그건 거짓말이었다.(그런 검사를 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외상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그녀에게말했다.(간호사는 찾았다.) 페티가 우울증 전력이 있으며 프로작을 복용한사실을 들먹였고 그녀의 시력이 정말 나쁜지 의심했다. 패티는 계속된 신문에 굴복해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말해버렸고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되었다. "그녀가 피고인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것은 세상이 미쳐간다는증거입니다." 그녀의 변호사는 판사에게 말했다. "이건 극단적으로 부조리한 상황입니다.‘ 난 시각 장애인이에요.‘ ‘아니잖아.‘ ‘난 강간당했어요.‘ ‘아니. 안 당했어.‘ ‘물증이 있어요.‘ ‘아니, 없어.‘" - P294

그들은 마리에게 기소 관련 기록은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500달러짜리 수표를 한 장 건넸다. 소송 비용으로 마리가 납부한 금액에 대한 반환이었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상담 정보가 담긴 봉투를 건네주었다.
마지막으로 콘하임이 마리를 본 건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자백을 철회하려고 애쓰던 때였다. 그는 리트간 형사가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에서실패하면 감옥으로 보낼 수도 있다고 협박하는 장면도 보았다. 다시 마리를 보면서 콘하임은 그녀가 "이중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번은 강간범에게, 한 번은 경찰에게.
어떻게 다시 그녀를 전처럼, 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돌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그건 가능한 일 같지 않았다. - P3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