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를 조성하는 흑백논리는 본질적으로 합리적인 담론과 정반대다. 흑백논리에 내재한 극단론은 실용적인 결론을 짓밟고 건설적인 대화를 무너트린다. 흑백논리 특유의 호소력은모든 것을 서로 반대되는 극단으로 단순하게 압축하는 능력에있으며, 독재자와 선동가는 오랫동안 이런 점에 매력을 느꼈다.흑백논리의 부식력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았으며 여전히광범위한 분야에서 예상한 그대로 뻔하게 활용된다. 소셜미디어는 바로 이런 현상으로 가득하며, 미묘한 관점의 차이에 따라 광범위한 영역이 펼쳐지는 복잡한 주제가 갑자기 두 개의 극단적인 해석을 두고 격렬한 말다툼을 벌이는 수준으로 전락한다. 이런 토론에서는 항상 이상하게 의견이 두 개로 나뉜다. 환원 오류에의 호소는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쉬우며, 복잡한현상을 단순하고 매끄럽게 설명한다. 이해한다는 착각은 안도감과 확신을 주며, 혼란한 세상에서 심리적인 애착 이불과 보호 토템 노릇을 한다. 인과관계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근본적이고 고유한 특성이며, 꺼지지 않는 이 욕망은 수천 년 동안 인류의 발전과 지적 욕망을 부추기는 엔진이었다. 불을 사용하고 양자역학을 체계화하는 일까지 모든 것을 이끌었다. 지식을 향한억누를 수 없는 열망이 없었다면 인류에게는 방대한 예술과 과학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식을 향한 욕구를 가진 한 인간은인과적 오류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인간의 미신, 의례, 심지어 종교 용어에도 새겨져 있다. 다음 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인류의 집단적 결함 덕분에 원인과 결과를 분리하기는 놀라울 정도로 어려우며, 반대로 실수를 저지르기는 너무나 쉽다. - P120
그러나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백신은 자신이 이룩한 성공의 희생자가 될 운명이었다. 한때는 피할 수 없었던 끔찍한 질병의 위력이 문화 의식에서 잊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천연두환자의 곰보투성이 얼굴도, 폴리오에서 살아남은 환자의 심각하게 손상된 몸도 볼 수 없었다. 공동체가 공유한 경험에서 홍역으로 죽거나 청력을 잃거나 뇌가 손상된 어린이들의 유령은 더는출몰하지 않았다. 위험이 추상적이고 모호해지면서 안주하려는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백신이 우리 세상을 근본적으로바꾸었다는 사실을 잊기 시작했다. 20세기에는 대부분 예방 접종률이 높았고, 끈질기게 백신을 거부하는 비주류를 막아냈다. 백신 거부감은 부글거리며 그림자 속에 숨었고, 상상할 수 있는모든 질병을 백신 탓으로 돌렸다. 대부분 이런 공격은 너무나 괴상해서 무시당했다." 20세기가 저물 때쯤 젊은 부모들은 부모 세 - P128
대처럼 자녀가 유아기에 사망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이제 생존이 당연해지자, 새롭게 소비할 공포를 누군가가 발견했다. 이 중에서도 늘어나는 발달장애를 향한 우려가 가장 컸다.20세기 후반에 어린이 자폐 비율이 눈에 띄게 치솟기 시작하면서 부모들을 놀라게 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전형적인 특징은 보통 걸음마를 시작하고 예방 접종을 받을 때쯤 나타난다. 이런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거북한 암시가 되었다. 어쩌면 백신 자체가 자폐를 일으키는 건 아닐까? 그러나 음침하게 이어지는 장면을 뒷받침하는 의학적 증거는 없었고 오히려 반박하는 증거가많았다. 겉으로만 그럴싸한 이 연결 고리는 악명 높은 영국 위장병전문의 앤드루 웨이크필드 Andrew Wakefield만 아니었더라면 서서히대중 의식의 변두리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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