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은 이미 답을 짐작했을 것이다. 그렇다, 겹치기다!
100미터짜리 길고 강한 밧줄이라도 그 속 섬유들의 길이는 총장의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연륜연대학에서 겹치기 원리를 응용하려면, 우선 나이가 알려져 있는 현대의 나무에서 참조 지문 패턴을 읽는다. 그리고 현대 나무의 오래된 고리들과 같은 지문을 오래된 나무의 젊은 고리들에서 찾는다. 그런 다음 그 오래된 나무의 오래된 고리들 지문과 같은 패턴을 더 오래된 나무의 젊은 고리들에서 찾는다. 이런 식으로 계속 꼬리를 물고 올라가면, 이론적으로는 화석림을 사용해 수백만 년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고고학적 시간 규모인 수천 년 수준에서만 연륜연대학이 사용된다.
- P128

정확한 연도까지 제시해주는 체계로 나이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빙호점토층은 빙하호 바닥에 깔린 퇴적층인데, 이 또한 나이테와 마찬가지로 계절마다 해마다 달라진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같은 원리가 적용되고, 정확도도 같다. 산호초 또한 나무처럼 해에 따른 성장고리를 드러내는데, 환상적이게도 이것으로 고대에 지진이 일어났던 연대까지 탐지할 수 있다.  - P129

우리는 이제 전체 문제의 요점에 바싹 다가왔다. 불안정한 방사능동위원소들은 저마다 독특한 속도로 붕괴하며, 그 속도는 정확하게알려져 있다. 다른 원소들에 비해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붕괴하는윈소도 있지만, 어떤 경우든 붕괴는 지수적이다. 즉, 방사능 동위원소 100그램에서 시작한다면, 주어진 시간 동안 그중 정해진 양이, 가령 10그램이 다른 원소로 변하는 게 아니라, 남은 양 중에서 정해진 비율이 변한다는 뜻이다.
붕괴율을 재는 잣대로는 ‘반감기‘가 선호된다. 방사능 동위원소의 반감기는 원소들 중 절반이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원소가 붕괴했는가에 상관없이 반감기는 늘일정하다는 것. 이것이 지수적 붕괴의 참뜻이다. 쉽게 짐작할 수 있다시피, 그런 연속적 반감에서는 원소들이 완전히 없어지는 시점을짚어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가령 반감기 열 번)이 흐른뒤에는, 남은 원자들의 수가 너무 적어서 현실적인 의미에서는 다없어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탄소-14의 반감기는 5천~6천 년이다. 따라서 약 5만~6만 년보다 오래된 표본에 대해서는탄소 연대 측정이 소용이 없다. 그때는 더 느린 시계를 찾아야 한다.
루비듐-87의 반감기는 490억 년이다. 페르뮴-244는 3.3 밀리초다. 이처럼 너무나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것은, 굉장히 넓은 범위의 시계들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탄소-15의 반감기는 2.4초라서 진화적 질문에 답하기에는 너무 짧지만, 탄소-14의 반감기는5,730년이므로 고고학적 시간을 재기에 딱 알맞다.  - P135

예를 들어, 포유류 등 특정 종류의 화석은 반드시 특정 시점 이후에만 등장하고, 이전에는 등장하지 않는가? 이런 질문들에대한 대답은 모두 그렇다다. 언제나 그렇다! 예외는 없다. 이것은 진화에 대한 강력한 증거다. 왜냐하면 이것은 결코 필연적인 사실이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층 판별 기법이나 시계열 파악 기법으로부터 꼭 따라나와야 하는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데본기 암석이나 그보다 더 오래된 지층에서는 막연하게라도 포유류라고 볼 수 있는 화석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후기 암석보다 데본기 암석에서 통계적으로 드물다는 말이 아니다. 특정 시점 이전의 암석에서는 말 그대로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것은 꼭 그래야만 하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데본기에서 더 깊이파내려가 실루리아기를 지나고 더 오래된 오르도비스기까지 지났더니, 캄브리아기 (가장 오래된 지층이다)에서 갑자기 포유류들이 콸콸 쏟아져나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우리가 실제로 발견하는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 논증을 순환논증으로 비난할 수 없는 증거가 된다. 언제든 누군가 캄브리아기 암석에서 포유류를 한 마리만 캐내면, 진화 이론은 당장에물거품이 될 것이다. 캐내기만 한다면! 달리 말해, 진화는 반증 가능한 이론이고, 따라서 과학적인 이론이다. - P142

그렇다면 탄소시계는 언제 영점화될까?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물이 죽는 순간이다. 그 순간에 생물은 먹이사슬에서 잘려나가고, 식물을 통해 대기로부터 신선한 탄소-14를 받아들이는 일도 더는 불가능하다. 이후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시체는 장작이든 천조각이든 다른 무엇이든, 그 속의 탄소-14들이 착실히 붕괴해 질소-14 가된다. 따라서 표본 속의 탄소-12에 대한 탄소-14의 비율이 점차 떨어져, 생물이 살았을 때의 값인 표준 대기 비율에서 점차 멀어진다. 결국에는 온통 탄소-12만 남는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탄소-14함량이 너무 줄어 측정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므로 탄소-12와 탄소-14의 비율은 생물이 죽어 먹이사슬에서 벗어나고 대기와의 상호교환이 불가능해진 시점으로부터 지금까지 흐른 시간을 계산하는 데 쓰일 수 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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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1월 5일, 수요일
눈사람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아침 11시, 무채색 하늘에서 쏟아지는 함박눈이 외계 행성의 무적함대처럼 로메리케의 언덕과 정원, 잔디밭을 침공했다. 오후 2시 , 릴레스트륌 시에서는 제설기가 가동됐다. 2시 반이 되자, 사라 크비네슬란은 콜로바이엔 가의 드문드문 떨어진 집들 사이로 도요다 코롤라 SRS를 천천히 조심스럽게 몰았다. 완만하게 펼쳐진 시골 풍경 위로 11월의 눈이 오리털이불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낮에 보니 집들이 달라 보인다고 사라는 생각했다. 너무 달라보여서 하마터면 그의 집을 그냥 지나칠 뻔했다. 급히 브레이크를밟자, 차가 미끄리지면서 뒷좌석에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 백미러에 아들의 못마땅한 얼굴이 비쳤다.
"엄마 금방 올게, 우리 아들."
- P12

 초췌하고 회색빛이 돌며 잔뜩 흐렸다. 늘 그렇듯이 눈동자는 충혈됐고, 큼지막한 코의 모공에는 검은색 피지가 박혀 있었다. 알코올에 찌든, 연푸른색 홍채가 자리한 눈 밑의 다크서클은 뜨거운 물로 세수하고, 수건으로 닦고, 아침을 먹고 나면 사라질 것이다. 어디까지나그의 짐작이었지만, 이제는 마흔이 되었기에 낮이면 어떤 얼굴이 될지 그도 알 수 없었다. 며칠간 악몽에 시달리고 깨어날 때의 그쫓기는 표정에도 평화가 내려앉고, 찡그렸던 미간도 말끔히 펴질지 아니면 그대로일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소피스 가에 있는작고 간소한 아파트를 나가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의 홀레 반장으로 지내는 동안에는 거울을 피해 다니기 때문이다. 대신 타인의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그들의 고통, 학전 악몽, 스스로 속이는 동기화 이유를 찾아내려 했다. 그들의 피곤한 거짓말을 들으며, 이미 마음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감우에 집어넣는 자신의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다. 미움과 자기혐오의 감옥이 어떤 것인지 그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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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호이아에 가고 싶어. 부자들이 가는 동네. 라호이아에 한 번도 안 가봤어."
빅 엔젤의 말에 리틀 엔젤이 대답했다.
"거기에 팬케이크 하우스가 있어. 팬케이크 사 먹을까?"
"뭐래?"
페를라는 계속 속삭였다.
"알았지?"
리틀 엔젤이 말하자, 빅 엔젤이 대꾸했다.
"알았다."
"8시야."
"준비할게."
"죽지마."
"아직은 안 죽어. 하지만 혹시 내가 죽으면 벌새가 보일 거야.
그럼 인사를 해. 그게 나일 테니까. 잊지 마."
"절대로 안 잊을게."
리틀 엔젤은 약속했다.
그들은 작별 인사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빅 엔젤은 아내를 꼭 껴안았다.
"뭐, 좋아 난 내일 죽을 거야.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변에 갈거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들 때문에 내가 미쳐비리겠어.
빅 엔젤은 내일 아침에 여행할 생각을 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리틀 엔젤은 그들을 데리고 이 동네를 빠져나와 농구 코트와 맥도날드를 지나 805번 국도에 진입할 것이다. 라디오를 틀고 큰형에게 웃어주겠지. 티후아나는 저 멀리서 점점 작이지면서 보이지 않게 되리라. 그들은 북쪽과 서쪽으로 가서, 해변에 도착한 다음 탁 트인 구릿빛 바다 위를 영원히 떠도는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리라.
- 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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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굴렸다.
"날 용서해라."
빅 엔젤이 말했다.
"형도 날 용서해."
리틀 엔젤이 대답했다.
이제 마당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말이야, 나한테 준 상자 인에는 뭐가 들었어?"
리틀 엔젤이 물었다. 손으로 침실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날 너한데 주려고 했던 거다. 그 크리스마스 날에."
빅 엔젤이 대답했다. 미니는 그의 휠체어를 굴려 멀어져갔다.
"가서 봐."
리틀 엔젤은 그 상자를 뜯지 않을 참이었다. 죽든지 말든지,
미겔 엔젤 따위, 죄다 될 대로 되라지. 하지만 그는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 초판 사인본이 들어있었다.
- P461

우리 모두 기뻐하며 왔답니다.
즐겁게 당신을 축하하러요.
그들은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 마침내 노래가 끝나자, 모두는 큰 소리로 오랫동안 박수 쳤고, 자리를 뜰 때까지 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이윽고 리틀 엔젤은 형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
사람들이 박수 치고 휘파람을 부는 가운데, 빅 엔젤은 기진맥진한 권투 선수처럼 두 손을 들고 머리 위에서 손을 맞잡아 흔들면서 입 모양으로 ‘그라시아스‘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반짝이는 눈물이 모든 이들을 바늘처럼 찔러댔다.
리틀 엔젤은 눈 위에 손을 얹었다.
- P466

빅 엔젤은 무릎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기진맥진한 채로 잠들었다. 그리고 하느님은 그에게 계시를 내려주셨으니, 꿈에서 송별 파티를 보았던 것이다. 그는 모든 장면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페를라가 겁에 질린 채로 소리치는 가운데 깨어났다. 그녀는 빅 엔젤의 얼굴과 베개에 묻은 피를 발견했고, 사람들은 허겁지겁 집에서 달려 나와 싫다는 빅 엔젤을 침대에서 끌어내어 응급실로 달렸다. 그러는 내내 그는 죽기를거부했다. 바로 이 파티 때문이었다. 이 케이크, 이 노래 때문이었다.
그는 이제껏 잡혀 있던 시간의 기포에서 빠져나왔다.  -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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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바닷가 모래사장을 걸으면서 발에 모래가 밟히는 감각을 느낀다면 그 감각은 촉감보다는 감촉이라고하는 게 더 적확해 보이고, 아이들이 고운 모래를 가지고 손장난을 하면서 모래의 부드러운 질감을 느낀다면 그 감각은 감촉보다 촉감이 더 적절해 보인다 .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감촉은 어떤 물체가 피부에 닿는 것을 느끼는 일을 가리키고, 촉감은 어떤 물체를 피부에 접촉하여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는 일을 가리킨다. 곧 감촉은 감각의 수동성 · 비의도성을, 촉감은 감각의 능동성 · 의도성을 함의한다.
- P339

또한 패러다임은 한 시대를 지배하는 인식 체계라는 거시적 의미를 가지는 반면, 프레임은 어떤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라는 점에서 미시적 의미를 가진다. 패러다임이 새롭게 바뀌거나 특정인에의해 자의적으로 변화되기 좀처럼 어려운 반면, 프레임은 주어진 맥락이나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다. 정치가나 선동가 등이 정치적 ·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거나 선거 전략을 짤 때 프레임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도 프레임의 그런 속성 때문에 가능하다.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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