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감정이 복받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릴라가 그런 아이였던가. 원래부터 나처럼 고집스러울 정도로 성실했던 게 아니었던가. 이때껏 오직 내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그토록 많은 생각을 하고, 구두를 만들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 복잡한 계획을 짜고, 분노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창작해낸 것이었단 말인가. 그녀가 이토록 방황하는 이유는 그런 목적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인가. 신부복 차림의 사진에 한 작업도 다시는 재현할수 없는 건가. 릴라가 이루어낸 모든 일이 실은 매번 자신이 처했던 혼란스러운 상황의 결과물이었단 말인가.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고통스러운 긴장감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촉촉이 젖은 릴라의 눈과 섬약해 보이는미소에 나는 마음이 약해졌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릴라는 버릇대로 손을 이마에 갖다 대고 후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보이지 않으면 못 견딜 것같아."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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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공식은 정확하며 객관적인 수치를 제공한다. 특히 와인 선물 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숫자로 표현된 품질 지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보르도 와인 제조와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반도체 제조 공정이다. 무엇이든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데는 보통 여러 개의 공정을 거친다. 반도체 같은 제품은 무려 500개의 공정을 거치기도 한다. 각 공정 내의 온도, 습도, 압력, 다양한 기체들의 농도, 전압 값들이 센서에 의해서 측정되고 데이터로 저장된다. 공정 하나를 보르도의 포도밭으로 보고 그 공정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특정 해의 프랑스 기상청 날씨 데이터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기간에 그 공정에서 생산될 제품의 품질을 예측하는 것은 보르도와인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것과 개념적으로 동일하다.
이렇게 공정 빅데이터를 가지고 제품의 품질을 예측하고 검사를 대신하는 것은 제조업의 핵심가치 창출이 된다. 이를 인더스트리 4.0이라고 하고, 스마트 팩토리라고도 부른다. - P98

이제 마케팅 및 영업 분야에서의 빅데이터 가치 창출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고객 이해의 관점이다. B2C business to consumer 사업인 경우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진정한 고객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어느 마트의 우수 고객은 어떤 사람이냐고 질문했을 때, 한두 마디로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체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서 각 조각에 대해 깊은 관찰을 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것이 바로 ‘마켓 세그먼테이션 market segmentation‘, 즉 시장 세분화다. - P105

이제 소비자는 물어볼 대상이 아니라 관찰의 대상이다.
묻지 말고 관찰해야 한다. 그들의 글과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그것이 훨씬 정확한 예측을 가져온다. 마케팅에서의 소비자 연구, 그 답은 소비자의 입이 아닌 행동에 있다. - P120

모든 다른 신기술이 그렇듯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줄것이다. 이러한 득이 있는 만큼 얼마간의 실도 존재한다. 결국 이러한 실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수 있는지는 정부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사라지는 업종의 사람들이 업종 전환을 할수 있게 새로운 교육 기회를 제공해주는 등의 도움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무튼 자동차를 포기하고 말 타고 다니는 것이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는것처럼, 빅데이터를 취할 것인가 말 것인가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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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단계의 진행 방향을 보이는데, 첫 번째가 묘사분석, 두 번째가 진단분석, 세 번째가 예측분석, 네 번째가 처방분석이다. 즉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또는 일어나고 있는가‘로부터 시작해서 ‘왜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로 이어지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나아간다. 과거의 상황 이해, 원인 이해, 미래 예측, 그리고 우리의 액션 플랜을 파악하는 순으로 나아간다. - P53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어떤 관계인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애널리틱스의 핵심 방법론이 인공지능이다. 즉 빅데이터는 재료이고, 인공지능은 조리법이다. 재료인 ‘파스타면‘과 조리 방법인 ‘면을 삶는다‘를 어떻게 분리할 수 있겠는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데이터 입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자신을 인사이트로 만들어주는 행위이자 절차이고, 인공지능 입장에서 빅데이터는학습의 재료다. 재료가 없으면 조리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 빅데이터다. - P61

머신러닝은 인간이 자주 쉽게 수행하는 이 귀납적 추론방법을 컴퓨터에게 시켜서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즉, 지식 기반과 달리 컴퓨터에게 명제를 주는 대신, 사진같은 데이터를 여러 개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컴퓨터가 자연스럽게 의자를 인지하고 개와 고양이를 구분할 수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이 작동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충분히 많은 데이터와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수정하는 아주 빠른 컴퓨터다. 그렇지 않으면 정확도가 낮아진다. 일본 사람을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처음 일본공항에 내려서 스모 선수단을 보았다면, "일본인은 덩치가 한국인의 두 배쯤 크다"라는 귀납적 추론을 할 것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수많은 일본 사람을 만나야 한다. 즉 일본인 데이터가 충분히 많아야 한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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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릴라가 그 지경이 된 것을 보고 목이 메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엉망인 상태를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나를 찾지 않았다고 했을 때 눈물이 흘러내렸다. 릴라는 연애소설에나 나올 법한 자신의 신혼여행 이야기를 냉정함이 느껴질 정도로 건조하게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나는 화가나고 괴로웠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미묘한 기쁨을 느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나는 릴라가 도움을 원하고 보호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웠다. 그녀가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만 드러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우리 둘 사이의 간격이 예상치 않게 좁혀졌음을 느꼈다. - P58

 그 일이 일어난 후에 나는 릴라의 몸에 마르첼로의 몸이 닿기만 해도 릴라가 그를 죽여버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랬던 릴라가 지금 스테파노에게는 어떤 공격성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모습을 보아왔다. 낯선 남자는 우리 몸에 손가락 하나댈 수 없지만 부모님과 남자친구나 남편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우리의 뺨을 때릴 수 있다고 배우면서 자라왔다. 그들은 우리를 사랑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제대로 교육시키고 알아들을때까지 다시 가르치기 위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아무리 힘들어도 스테파노는 혐오스런 마르첼로가 아니라 릴라가 사랑해 마지않는 남자이자 자신과 결혼해 영원히 함께하기로 한 사람이기 때문에 릴라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려는 것이었다. - P68

목욕을 마치자 내 피부는 태어난 이래 가장 매끄러워졌고 머리는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르면서 윤기 흐르는 금발이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부‘가 이런 것인가보다고 생각했다. ‘부‘라는 것은 금화와 다이아몬드가 가득 찬 금고가 아니라 매일 몸을 담글 수 있는욕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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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봄, 릴라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내게 금속으로 만든 상자를 하나 맡겼다. 상자에는 공책 여덟권이 들어 있었다. 남편이 읽을까봐 집에 둘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별다른 말 없이 상자를 받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칭칭 묶어놓은 상자의 상태에 대해서 내가놀리듯 두어 마디 던졌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 관계는 최악이었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가끔 마주쳐도 릴라는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고 나를 여전히 다정하게 대했다. 예전처럼 모질게 말하지도 않았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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