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봄, 릴라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내게 금속으로 만든 상자를 하나 맡겼다. 상자에는 공책 여덟권이 들어 있었다. 남편이 읽을까봐 집에 둘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별다른 말 없이 상자를 받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칭칭 묶어놓은 상자의 상태에 대해서 내가놀리듯 두어 마디 던졌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 관계는 최악이었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가끔 마주쳐도 릴라는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고 나를 여전히 다정하게 대했다. 예전처럼 모질게 말하지도 않았다. - P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