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릴라가 그 지경이 된 것을 보고 목이 메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엉망인 상태를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나를 찾지 않았다고 했을 때 눈물이 흘러내렸다. 릴라는 연애소설에나 나올 법한 자신의 신혼여행 이야기를 냉정함이 느껴질 정도로 건조하게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나는 화가나고 괴로웠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미묘한 기쁨을 느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나는 릴라가 도움을 원하고 보호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웠다. 그녀가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만 드러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우리 둘 사이의 간격이 예상치 않게 좁혀졌음을 느꼈다. - P58
그 일이 일어난 후에 나는 릴라의 몸에 마르첼로의 몸이 닿기만 해도 릴라가 그를 죽여버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랬던 릴라가 지금 스테파노에게는 어떤 공격성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모습을 보아왔다. 낯선 남자는 우리 몸에 손가락 하나댈 수 없지만 부모님과 남자친구나 남편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우리의 뺨을 때릴 수 있다고 배우면서 자라왔다. 그들은 우리를 사랑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제대로 교육시키고 알아들을때까지 다시 가르치기 위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아무리 힘들어도 스테파노는 혐오스런 마르첼로가 아니라 릴라가 사랑해 마지않는 남자이자 자신과 결혼해 영원히 함께하기로 한 사람이기 때문에 릴라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려는 것이었다. - P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