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인공지능 시대, 다시 정의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은 이제 이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적 흐름이 되었다. 기술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의 일부에 인공지능 기술이 계속해서 스며들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과정에서 추천 표현이 제시되는 것도 인공지능 기술이 이용되는 것이고, 동영상이나 영화 서비스의 제공과정에서 추천이 이루어지는것에도 인공지능이 이용된다. 인공지능은 배달로봇이나 안내로봇, 자율주행차 등의 하드웨어에 장착되어 작동기도 한다. 더 나아가, 금융이나 의료를 포함하여 전통적으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어 온 영역 또는 민감성이 높은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용도는 높아지고 있다.
- P11

사후적으로 생각해보면, 아쉬웠던 점 하나는 기술의 비대칭이다. 자연스러운 대화의 구현이라는 면에서는 기술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던 반면, 사회적 맥락에 대한 고려측면에서는 이용자들의 기대에 비해 부족함이 있었다. 즉이루다 서비스를 통해 제공된 대화 텍스트 자체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이에 비해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여 적절한 응답을 하는 능력은 부족했던 것이다. 특히 사회적맥락이나 규범적 맥락을 파악하여 응답을 하는 능력은 확보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같은 표현일지라도 대화의 맥락에 따라서 혐오적인 발언으로 이해될 가능성이나 대화 상대방 입장에서 불쾌하게 해석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판단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는 또는 이용자들은 이런 유형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어떤 기대를 형성해야 하는 것일까? 이와 같은 채팅 서비스를 포함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이해와 눈높이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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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유전 같은것이 없다고해도, 부모와 자식 간의 상관성은 양육 방법이 아이를 만든다는 주장을 입증하지는 못한다. 차라리 아이가 양육 방법을 결정한다는 뜻일 수는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알 듯이, 아이들은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획일적인 원재료 덩어리가 아니다. 아이들은 인성을 갖추고 태어난 작은 인간들이다. 그리고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인성에 반응하게 되어 있다. 다정한 아이의 부모는 애정을 되돌려 주기 위해 다정하게 반응하는 반면, 부모의 입맞춤을 피하기위해 몸부림치는 아이의 부모는 좀처럼 다정하게 반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멍하고 조용한 아이의 부모는 벽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느낄 것이고 그래서 아이에게 말을 잘 걸지 않을 것이다. 온순한 아이의 부모는 확고하지만 합리적인 원칙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고, 망나니 같은 아이의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엄한 규칙을 세우거나 어느 순간 포기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상관성이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모 자식 간의 상관성은 부모가 자식에게 영향을 미친다는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식이 부모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나, 유전자가 부모와 자식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혹은 둘 다를 의미할 수는 있다. - P673

 제2법칙을 뒷받침하는 발견들을 기억해 보자. 함께 자란 형제는 태어나서 헤어진 형제보다 더 비슷하지않다. 입양된 형제들도 낯선 사람들보다 더 비슷하지 않다. 그리고 형제들 간의 유사성은 공통된 유전자에 의해 완벽하게 설명된다. 부모들 그리고 가정들 간의 모든 차이는 아이들의 인성에 어떤 예측 가능한 장기적인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양육 전문가들이 건네는 많은 충고들이 허튼소리에 불과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 P672

환경의 성격 형성에 대한 해리스의 설명으로, 그녀는 여기에 집단 사회화 이론(Group Socializationtheor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든 것이 유전자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자에 없는 것이 부모에게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사회화 사회 생활에 필요한 규범과 기술의 습득는 또래 집단에서 이루어진다. 아이들도 문화가 있으며, 그 문화는 성인 문화의 요소들을 흡수하는 동시에 그들만의 가치와 규범을 발전시킨다. 아이들은 깨어 있는 동안 어른들의 근사치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아이들은 보다 나은 아이들, 그들 자신의 사회에서 잘 살아가는 아이들이 되려고 노력한다. 우리의 인성은 바로 이 도가니에서 형성된다.
- P683

10~20년 동안 아이에 집착하는 양육 방법은 진화 역사상 아주 최근의 관습이라고 해리스는 지적한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어머니들은 다음 출산 때까지 2~4년 동안 아이를 엉덩이나 등에 업고 다니면서 아이가 요구하면 젖을 먹인다. 동생이 생기면 아이는 형,누나, 사촌들로구성된 놀이 집단에 던져지고, 어머니의 모든 관심은 동생에게 집중된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모인 환경에서 잘 헤치고 나가거나 가라앉는다.
아이들은 또래들의 규범에 이끌리는 동시에 부모의 기대에 어느 정도 면역성을 보인다. 부모-자식 갈등 이론에서는 부모가 항상 아이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쪽으로 아이를 사회화시키지 않는다고 예측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당장은 부모의 보상, 처벌, 본보기, 잔소리에 복종한다해도 덩치가 작고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인성은 부모의 방법에 맞추어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또래들 사이에서 지위를 획득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한 해의 지위가 다음해의 지위 경쟁에 필요한 계단이 되고, 결국 10대 후반의 지위경쟁은 이성의 관심을 끄는 최초의 경쟁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 P683

해리스를 비판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해리스가 자녀의 삶에 대한 부모의 책임을 면제시키려 한다고 비난한다. 아이가 나쁜 길로 빠져도 부모는 자기 탓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해리스는 성인에게 삶에 대한 책임을 부여한다. 즉 삶이 어렵다고 부모탓만 하면서 불평하지 말라는 것이다. 해리스는 자식에게 닥친 모든 불행을 어머니 탓으로 돌리는 잘못된 이론으로부터, 그리고 아이에게 『잘자요 달님(Goodnight Moon)』을 읽어 주지 않고 살금살금 출근하는 어머니들을 비판하는 지식인들로부터 죄 없는 많은 어머니들을 구해 내고있다. 그리고 해리스의 이론은 우리 모두에게 지역과 문화의 건강에 대한 집단 책임을 부여한다. 그속에 또래 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P697

사람들은 아이가 특별한 인간 관계의 당사자란 사실을 쉽게 잊고 말랑말랑한 공작용 재료쯤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또래 집단에 적응한다는 이론도 그들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생각하면 그리놀라운 것이 아니다. "또래 집단"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친구와 동료"라고 표현하는 것을 아이들의 세계에 그럴듯하게 적용시킨 용어이다. 우리는 찢어진 청바지나 배꼽티를 입고 싶어 안달하는 아이들을 보고 개탄하지만 마찬가지로 덩치가 아주 큰 사람이 나에게 분홍색 덧바지를 입혀 기업 이사회 모임에 보내거나 디스코 의상을 입혀 학술회의에 보낸다면 죽고 싶은 심정이 들 것이다. "또래 집단에 의해 사회화된다."는 "어떤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인데, 사회적 동물에게 이것은 "삶"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빈 서판이라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종종망각한다. - P699

인류 역사의 수천 년 동안 모든 시대의 비평가들은 문화의 타락을 개탄했지만,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에 따르면 그들은 인지적 착각의 희생자라 할 수 있다. 명작은 항상 현재보다는 과거의 산물로 보이는 경향이있는데,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내가 선 줄보다 옆의 줄이 더 빨리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옆에 여러 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시대에서 엄선한 최고의 명작만을 감상한다. 살리에리의 작품은 잊고모차르트의 음악만 듣는 것이다. 또한 예술 장르(오페라, 인상주의 회화, 브로드웨이 뮤지컬, 느와르 영화)들은 크게 발전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시든다. 발생 초기에 있는 예술 형식은 한창 떠오를 때에는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고, 가치를 인정받을 때 쯤에는 전성기가 지나간다. 코웬은 또한 홉스의 말을 인용해, 현재를 비하하는 것은 경쟁자를 간접적으로 비하하는 방법임을 지적한다. "칭찬 경쟁은 과거에 대한 존경심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죽은 자가 아니라 산 자들과 경쟁하기 때문이다"  - P706

도덕성을 함양하려면 역사와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만, 보통 수준의 사실주의 소설이나 전통적인 교육과 비교했을 때 엘리트 예술이 도덕성을 함양하기에 특별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분명한 사실은 여가 시간을 즐기는 방법에 따라도덕적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술가와 감식가들이 도덕적으로 앞서 있다는 확신은 도덕성에 해당하는 회로가 지위에 해당하는 회로와 교차 배선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지적 착각에 불과하다(15장을 보라.). 비평가 조지 스타이너가 지적했듯이, "한 남자가 저녁에 괴테나 릴케를 읽고 바흐나 슈베르트를 연주하고 나서는 아침에 일어나 아우슈비츠로 출근할 수 있다." 반면에 글자조차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신체일부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원봉사자로 일하거나 장애아를 입양해 키우면서, 현대 예술에 대해서는 "우리 네살 난 딸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P727

A. S. 바이어트는 《뉴욕 타임스 매거진》의 편집자들이 지난 1,000년동안 최고의 이야기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세헤라자데 이야기를 꼽았다.

「천일야화」 속의 이야기들은..….…… 사랑과 삶과 죽음과 돈과 음식과 그밖의 다른 필수품들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는 이야기들이다. 인간에게있어 이야기하기는 숨쉬기나 혈액 순환만큼이나 중요한 본성이다. 모더니즘 문학은 이야기를 제거하려 했다. 이야기를 저속하게 생각했고, 플래시백, 직관, 의식의 흐름 등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생물학적 시간의 본질이어서 우리는 그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 파스칼이 말했듯이, 인생은 동료 죄수들이 매일 처형당하기 위해 끌려 나가는 감옥에서 사는 것과 같다. 세헤라자데처럼 우리도 누구나 사형 선고를 받은 존재여서, 자신의 삶을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는 이야기로 생각한다. - P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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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맣게 어두워지기 직전 움푹 들어간 시냇물 수면에서 짙은 암흑이 기어 올라오고 아직도 근처의 풀이 움직이는 모양이 어슴푸레하게 시각에 느껴졌을 때였다. 멀리멀리 이어지는 시내 끝까지 무수한 선을 그리면서 양쪽으로 뒤섞이며 점멸하고 있던 유령 같은 반딧불은 지금도 꿈속에까지 여운을 남기고 있는지 눈을 감아도 생생했다. 정말 오늘밤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것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반딧불이를 보러 온 보람이 있었다. 역시 반딧불이잡이는 꽃놀이처럼 회화적인 것이 아니라 명상적인 것이라고 해야 좋을 것인가. 그런데도 옛날이야기 속 세계처럼 어린아이같은 면은 있지만 ...... 그 세계는 그림으로 그리기보다 음악으로 연주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토나 피아노로 그런 느낌을 작곡한 것이 있어도 좋을 텐데… - P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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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여성이 과학자, CEO, 국가 지도자, 그리고 모든 분야의 최고전문가가 될 "능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이 문제는 여러해 전에, 남성의 경우와 똑같이 여성의 경우에도 일부는 능력이 있고 일부는 능력이 없다는 해답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 유일한 문제는 능력있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동등해야 하는가이다.
- P619

성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부인하는 것보다 더 인간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성공과 실패, 행복과 고통의 당사자는 전체 남성과 여성이아니라 구체적인 남자와 여자들이고, 그들에게 가치관과 선택의 능력을 부여하는 뇌(아마도 제각기 다른 뇌일 것이다.) 역시 개별 남녀들의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현대적 생활 양식을 다루는잡지에 규칙적으로 실리는 기사를 보면 자식들과 함께 집을 지키고 있는 여자들이 자신의 삶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페미니즘(여성 운동)은 선택에 관한 문제라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일을 선택한 여성들에게도, "가족을위해" 수입의 일부를 포기한 여성들에게도(그리고 물론 같은 선택을 한 남성들에게도) 맞는 말이다. 같은 수의 남녀가 법률 회사에서 8시간 근무제로 일해야 한다거나 혹한의 바다에서 시추 작업을 하기 위해 몇 달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진보적인 주장이 아니다. 그리고 (양성 동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이언스>를 통해 요구했던것처럼) 보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공학 분야를 선택하도록 조건화되어야 한다."라고 요구하는 것도 괴이한 일이다. 여성들은 스키너의 상자에 갇힌 생쥐가 아니다. - P626

감정만 앞서고 도덕적으로는 무의미한 엉터리 지식 때문에 주제에서 벗어날 이유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들 덕분에 우리는 엉터리 정보와 정말로 중요한 목표를 구별함으로써 여성의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페미니즘은 정치적·사회적 평등을위한 운동으로서는 중요하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괴벽스런 교의에 몰두하는 학문적 파벌로서는 중요하지 않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여성과 남성이 뒤바뀔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선택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여성이 모든 직업의 50퍼센트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성폭행을 근절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강간범이 전체 남성의 공모 하에 강간을 저지른다는 이론은 중요하지 않다. - P648

무엇이 어떻게 측정되는 결과는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 떨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는 아주 비슷하게 나오고, 떨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는 함께 자란 이란성 쌍둥이보다 더 비슷하게 나오고, 친형제들은 입양 형제들보다 훨씬 더 비슷하게 나온다. 이 모든 것을 유전율로 환산하면 대개 0.25에서 0.75의 값이 나온다. 전통적인 요약에 따르면, 지능, 성격, 생활의 결과적 측면들에서 나타나는 차이의 절반 정도가 유전에 의한 것ㅡ유전자와 상관성이 있거나 유전자의 간접적 산물이라 한다. - P655

모든 특성은 유전적이다."는 약간은 과장되었지만 그리 크게 과장된말은 아니다. 물론 가정이나 문화가 제공하는 내용에 의존하는 구체적인 행동 특성들, 가령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 어떤 종교를 믿는가. 어떤 정당에 가입하는가 등은 유전과 전적으로 무관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재능과 기질에 반영되는 행동 특성들, 가령 언어에 얼마나 능숙한가. 얼마나 종교적인가, 얼마나 자유주의적인가 또는 보수주의적인가 등은 유전적이다. 일반 지능은 유전적이고, 사람들의 성격에 차이를 부여하는 다섯 가지 주요 특성 또한 유전적이다. 그 다섯 가지 주요 특성은 경험에 대한 개방성 (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내향성 (extroversion-introversion), 적대성-친화성 (antagonism-agreeableness), 정서 안정성(neuroticism)인데 이를 OCEAN이라는 약자로 지칭하기도 한다.  - P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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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부모 밑에서 종종 공격적인 아이가 나오지만, 공격성이 "폭력의 순환"을 통해 부모로부터 학습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폭력적 성향이 학습뿐 아니라 유전을 통해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않는다. 만약 입양아들이 친부모보다는 양부모와 더 비슷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폭력의 순환은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성보다 남성이 폭력적 행동을 더 많이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남성성의 문화 탓으로 돌리는 심리학자들은,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사회적 역할에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생물학적 특성에도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지적 눈가리개를 벗을 필요가 있다. 미국 어린이들은 물론 폭력적인 역할 모델들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또한 어릿광대, 전도사, 포크 가수, 여장 남자 등에도 노출되어 있다. 문제는 왜 아이들이 특정한 사람들을 더 많이 흉내내려고 하는가이다. - P542

인간의 폭력성이 말 그대로 질병이나 중독이 아니라 유전적 설계의일부라고 믿을 만한 이유는 매우 많다. 그 이유를 제시하기 전에 먼저두 가지 두려움을 해결하고자 한다.
첫 번째 두려움은, 폭력의 뿌리를 인간 본성에서 찾는다면 폭력성을 폭력적인 개인의 나쁜 유전자로 환원시킬 수 있으며 폭력의 비율이 높은 인종 집단은 그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고약한 의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P551

두 번째는, 만약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폭력적 동기를 부여받았다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이거나, 지나가는 자리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루니 툰스」의 작은 악마 태즈처럼 항상 폭력적일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은 살인마 원숭이, 피에 대한 굶주림, 죽음 소원, 텃세, 폭력적인 뇌 등의 케케묵은 관념들에서 비롯되는 반응이다. 실제로 뇌속에 폭력적인 전략이 갖추어져 있다 해도, 그것은 우발적 전략이며 언제 어디서 그 전략을 전개해야 하는지를 연산하는 복잡한 회로와 연결되어있다. 동물들의 경우에도 공격은 대단히 선택적으로 전개되는데, 하물며 변연계가 엄청나게 큰 전두엽과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경우에는 당연히 훨씬 더 계산적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성인들은 폭력성의 버튼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잘 살아간다. - P552

경쟁은 폭력적일 수 있는데, 댈리와 윌슨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의 길로 달리면 완전한 번식의 실패로 끝날 것이라 느끼는생물은 종종 죽음을 무릅쓰더라도 어떻게든 현재의 생활 궤도를 개선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길에 놓인 가난한 젊은이들은 지위와 부와 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목숨이라도 걸려고 한다. 모든 사회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인구 통계학적 영역에는 파업 주동자, 범법자, 전사할 위험이 많은 병사들이 집중되어 있다. 1960년대 범죄율이 급증한 이유 중 하나는 당시가 베이비 붐으로 태어난 남자 아이들이 범죄 성향을 보이는 나이에 들어선 때였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폭력 사건의 발생 비율이 다른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한 가지 단순한 요인은 15~29세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 P559

둘째, "불신"의 원래 의미는 자신감 결여(diffidence)이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사』를 번역한 홉스는 "전쟁이 불가피해진 것은 성장하는 아테네의 힘과 그에 대해 스파르타가 느낀 두려움 때문이었다."라는 설명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만약 이웃이 내가 가진 것을 몹시 탐낸다면 나는 그들의 욕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따라서 나는 자신을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방어란 성벽, 마지노선, 대탄도 미사일 등의 첨단 기술을 망라해도 불확실한 방법이고, 그런 것이 없으면 더욱 미심쩍고 불확실하다. 자기 보호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이웃에게 선제 공격을 퍼부어 쓸어 버리는 것일 수 있다. 요기 베라의 충고대로 "최상의 수비는 최상의 공격이고, 또 최상의 공격은 최상의 수비이다." - P563

사회 심리학자 리처드니스벳과 도브 코언은 『명예의 문화(Culture of Honor)』에서, 폭력적인 문화는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가치 있는 재산들이 쉽게 도난당하는 사회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동물을키우는 사회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목축을 하는 사람들은, 작물을 재배하기에 부적합해서 정치의 중심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 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주요 재산인 가축은 농부들의 주요 재산인 땅에 비해 쉽게 훔칠 수 있다. 목축 사회에서는 눈 깜짝할 새에 전 재산을(그와 함께 재산을 모으는 능력까지) 빼앗길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남자들은 여차하면 피의 보복을 감행하겠다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그 대상에는 가축 도둑 외에도, 그들을 가축 도둑에게 손쉬운제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무례한 행동을 함으로써 그들의 결단력을 시험하는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스코틀랜드 고지인, 애팔래치아 산지인, 서부 개척시대의 카우보이, 마사이의 전사, 수인디언, 드루즈와 베두인부족, 발칸의 씨족사회, 인도차이나 산지인이 대표적인 예다. - P573

미국 남부에서는 오랫동안 북부에서보다 폭력 발생률이 높았고, 앤드루 잭슨처럼 "명예를 걸고" 남자들끼리 결투하는 전통이 남아 있었다. 니스벳과 코언은 남부의 대부분 지역에 맨 처음 정착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출신의 목축민이었던 반면, 북부에는 영국 출신의농부들이 정착했음을 지적한다. 또한 남부 산악 지대의 개척지에는 오랫동안 법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남부에서 발전한 명예 문화는 21세기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법과 사회적 관습에 뚜렷이 살아 있다.
남부의 주들은 총기 소유를 거의 규제하지 않고, 공격자나 강도를 만났을 때 먼저 물러나지 않고 총으로 쏘는 것을 허락하고, 부모와 교사의체벌에 대해 관대하고, 국방 문제에 대해 보다 강경하고, 범죄자를 더많이 처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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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사는 도심의 주거지는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당히 폭력적인 환경에 속하는데, 그곳 역시 명예 문화가 뿌리깊은곳이다.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논문 「거리의 코드(The Code of the Streets)」에서 사회학자 일라이저 앤더슨은 존경에 대한 젊은이들의 집착, 터프하다는 명성을 얻기 위한 노력, 사소한 모욕에도 참지 못하고 폭력적 보복을 가하는 성향, 이러한 규범에 대한 보편적 승인 과정 등을 자세히 묘사했다. 그들만의 언어가 소개되지 않았다면 앤더슨의 설명은 남부 백인들의 명예 문화에 대한 설명과 구별될 수 없을 것이다. - P574

무장한 권위자에 의한 판결은 지금까지 선보인 폭력 감소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고 일반적이다. 우리는 가령 사형 대 종신형 같은 범죄 정책의 차이에 따라 폭력이 몇 퍼센트 감소할 수 있는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지만, 무정부 상태에서 사는 것보다는 사법 제도가 있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른 사람의 손에 죽는 남자의 비율이 10퍼센트에서 60퍼센트에 달하는 국가 이전 사회의 놀라운 살인사건 발생률이 한 증거이다. 또 다른 증거는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는 거의 항상 폭력적인 명예 문화가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역사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중세와 그 밖의 여러 시대에 사람들이 중앙 집권적 권력에 동의한 것은 자신과 친족에게 해를 가하는 적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 짐을 덜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 집권적 권력의 성장은 중세 이후 유럽 사회의 살인 사건 발생률을 100분의 1로 감소시킨 원인이었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전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동안 도시의 범죄율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그것은 각 도시에 전문적인 경찰력이 편성된 시기와 일치한다. - P578

합리성의 개방적 측면에 대한 강조는, 마음이 조합적 · 회귀적 체계라는 인지과학의 발견과 일맥 상통한다. 우리는 생각을 할 뿐 아니라, 생각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에 대한 생각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가 이장에서 살펴보았던 갈등 해결의 진보적 방법들―법치에 복종하는 것, 양편이 체면을 잃지 않고 양보하는 방법을 찾는 것, 자기 기만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을 평등한 눈으로 보는 것―은 조합적 · 회귀적인 사고 능력에 달려 있다.
많은 지식인들이 폭력의 진화론적 논리를 외면한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것을 수용하거나 승인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고상한 야만인이 던져 주는 안락한 망상을 추구하면서, 폭력이 학습의 임의적 산물이거나 외부에서 침투한 병원균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폭력의 논리를 거부하면 폭력이 얼마나 쉽게 고개를 드는지를 잊기 쉽고, 폭력에 불을 붙이는 마음의 기능들을 무시하면 그 불을 끌 수 있는 마음의 기능들을 간과하기 쉽다. 우리의 많은 관심사들처럼 폭력의 경우에도 문제는 인간 본성에 있고, 해결책도 인간 본성에 있다. - P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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