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부모 밑에서 종종 공격적인 아이가 나오지만, 공격성이 "폭력의 순환"을 통해 부모로부터 학습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폭력적 성향이 학습뿐 아니라 유전을 통해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않는다. 만약 입양아들이 친부모보다는 양부모와 더 비슷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폭력의 순환은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성보다 남성이 폭력적 행동을 더 많이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남성성의 문화 탓으로 돌리는 심리학자들은,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사회적 역할에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생물학적 특성에도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지적 눈가리개를 벗을 필요가 있다. 미국 어린이들은 물론 폭력적인 역할 모델들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또한 어릿광대, 전도사, 포크 가수, 여장 남자 등에도 노출되어 있다. 문제는 왜 아이들이 특정한 사람들을 더 많이 흉내내려고 하는가이다. - P542
인간의 폭력성이 말 그대로 질병이나 중독이 아니라 유전적 설계의일부라고 믿을 만한 이유는 매우 많다. 그 이유를 제시하기 전에 먼저두 가지 두려움을 해결하고자 한다. 첫 번째 두려움은, 폭력의 뿌리를 인간 본성에서 찾는다면 폭력성을 폭력적인 개인의 나쁜 유전자로 환원시킬 수 있으며 폭력의 비율이 높은 인종 집단은 그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고약한 의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P551
두 번째는, 만약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폭력적 동기를 부여받았다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이거나, 지나가는 자리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루니 툰스」의 작은 악마 태즈처럼 항상 폭력적일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은 살인마 원숭이, 피에 대한 굶주림, 죽음 소원, 텃세, 폭력적인 뇌 등의 케케묵은 관념들에서 비롯되는 반응이다. 실제로 뇌속에 폭력적인 전략이 갖추어져 있다 해도, 그것은 우발적 전략이며 언제 어디서 그 전략을 전개해야 하는지를 연산하는 복잡한 회로와 연결되어있다. 동물들의 경우에도 공격은 대단히 선택적으로 전개되는데, 하물며 변연계가 엄청나게 큰 전두엽과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경우에는 당연히 훨씬 더 계산적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성인들은 폭력성의 버튼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잘 살아간다. - P552
경쟁은 폭력적일 수 있는데, 댈리와 윌슨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의 길로 달리면 완전한 번식의 실패로 끝날 것이라 느끼는생물은 종종 죽음을 무릅쓰더라도 어떻게든 현재의 생활 궤도를 개선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길에 놓인 가난한 젊은이들은 지위와 부와 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목숨이라도 걸려고 한다. 모든 사회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인구 통계학적 영역에는 파업 주동자, 범법자, 전사할 위험이 많은 병사들이 집중되어 있다. 1960년대 범죄율이 급증한 이유 중 하나는 당시가 베이비 붐으로 태어난 남자 아이들이 범죄 성향을 보이는 나이에 들어선 때였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폭력 사건의 발생 비율이 다른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한 가지 단순한 요인은 15~29세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 P559
둘째, "불신"의 원래 의미는 자신감 결여(diffidence)이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사』를 번역한 홉스는 "전쟁이 불가피해진 것은 성장하는 아테네의 힘과 그에 대해 스파르타가 느낀 두려움 때문이었다."라는 설명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만약 이웃이 내가 가진 것을 몹시 탐낸다면 나는 그들의 욕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따라서 나는 자신을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방어란 성벽, 마지노선, 대탄도 미사일 등의 첨단 기술을 망라해도 불확실한 방법이고, 그런 것이 없으면 더욱 미심쩍고 불확실하다. 자기 보호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이웃에게 선제 공격을 퍼부어 쓸어 버리는 것일 수 있다. 요기 베라의 충고대로 "최상의 수비는 최상의 공격이고, 또 최상의 공격은 최상의 수비이다." - P563
사회 심리학자 리처드니스벳과 도브 코언은 『명예의 문화(Culture of Honor)』에서, 폭력적인 문화는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가치 있는 재산들이 쉽게 도난당하는 사회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동물을키우는 사회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목축을 하는 사람들은, 작물을 재배하기에 부적합해서 정치의 중심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 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주요 재산인 가축은 농부들의 주요 재산인 땅에 비해 쉽게 훔칠 수 있다. 목축 사회에서는 눈 깜짝할 새에 전 재산을(그와 함께 재산을 모으는 능력까지) 빼앗길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남자들은 여차하면 피의 보복을 감행하겠다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그 대상에는 가축 도둑 외에도, 그들을 가축 도둑에게 손쉬운제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무례한 행동을 함으로써 그들의 결단력을 시험하는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스코틀랜드 고지인, 애팔래치아 산지인, 서부 개척시대의 카우보이, 마사이의 전사, 수인디언, 드루즈와 베두인부족, 발칸의 씨족사회, 인도차이나 산지인이 대표적인 예다. - P573
미국 남부에서는 오랫동안 북부에서보다 폭력 발생률이 높았고, 앤드루 잭슨처럼 "명예를 걸고" 남자들끼리 결투하는 전통이 남아 있었다. 니스벳과 코언은 남부의 대부분 지역에 맨 처음 정착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출신의 목축민이었던 반면, 북부에는 영국 출신의농부들이 정착했음을 지적한다. 또한 남부 산악 지대의 개척지에는 오랫동안 법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남부에서 발전한 명예 문화는 21세기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법과 사회적 관습에 뚜렷이 살아 있다. 남부의 주들은 총기 소유를 거의 규제하지 않고, 공격자나 강도를 만났을 때 먼저 물러나지 않고 총으로 쏘는 것을 허락하고, 부모와 교사의체벌에 대해 관대하고, 국방 문제에 대해 보다 강경하고, 범죄자를 더많이 처형한다. ••••••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사는 도심의 주거지는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당히 폭력적인 환경에 속하는데, 그곳 역시 명예 문화가 뿌리깊은곳이다.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논문 「거리의 코드(The Code of the Streets)」에서 사회학자 일라이저 앤더슨은 존경에 대한 젊은이들의 집착, 터프하다는 명성을 얻기 위한 노력, 사소한 모욕에도 참지 못하고 폭력적 보복을 가하는 성향, 이러한 규범에 대한 보편적 승인 과정 등을 자세히 묘사했다. 그들만의 언어가 소개되지 않았다면 앤더슨의 설명은 남부 백인들의 명예 문화에 대한 설명과 구별될 수 없을 것이다. - P574
무장한 권위자에 의한 판결은 지금까지 선보인 폭력 감소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고 일반적이다. 우리는 가령 사형 대 종신형 같은 범죄 정책의 차이에 따라 폭력이 몇 퍼센트 감소할 수 있는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지만, 무정부 상태에서 사는 것보다는 사법 제도가 있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른 사람의 손에 죽는 남자의 비율이 10퍼센트에서 60퍼센트에 달하는 국가 이전 사회의 놀라운 살인사건 발생률이 한 증거이다. 또 다른 증거는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는 거의 항상 폭력적인 명예 문화가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역사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중세와 그 밖의 여러 시대에 사람들이 중앙 집권적 권력에 동의한 것은 자신과 친족에게 해를 가하는 적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 짐을 덜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 집권적 권력의 성장은 중세 이후 유럽 사회의 살인 사건 발생률을 100분의 1로 감소시킨 원인이었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전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동안 도시의 범죄율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그것은 각 도시에 전문적인 경찰력이 편성된 시기와 일치한다. - P578
합리성의 개방적 측면에 대한 강조는, 마음이 조합적 · 회귀적 체계라는 인지과학의 발견과 일맥 상통한다. 우리는 생각을 할 뿐 아니라, 생각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에 대한 생각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가 이장에서 살펴보았던 갈등 해결의 진보적 방법들―법치에 복종하는 것, 양편이 체면을 잃지 않고 양보하는 방법을 찾는 것, 자기 기만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을 평등한 눈으로 보는 것―은 조합적 · 회귀적인 사고 능력에 달려 있다. 많은 지식인들이 폭력의 진화론적 논리를 외면한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것을 수용하거나 승인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고상한 야만인이 던져 주는 안락한 망상을 추구하면서, 폭력이 학습의 임의적 산물이거나 외부에서 침투한 병원균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폭력의 논리를 거부하면 폭력이 얼마나 쉽게 고개를 드는지를 잊기 쉽고, 폭력에 불을 붙이는 마음의 기능들을 무시하면 그 불을 끌 수 있는 마음의 기능들을 간과하기 쉽다. 우리의 많은 관심사들처럼 폭력의 경우에도 문제는 인간 본성에 있고, 해결책도 인간 본성에 있다. - P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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