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다른 난민들과 함께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솔레다드에게는 평생 가장 길게 느껴진다. 루카에게 엘 노르테에 거의 다왔다는 말을 들은 뒤로 지평선에서 엘 노르테의 냄새가, 맥너겟과 막 출시된 나이키 운동화 냄새가 나는 듯하다. 멀리서 희미하게 빛나는 엘 노르테가 보이는 듯하고 어서 가고 싶어서 온몸이 씰룩거린다. 솔레다드는 척추를, 눈을, 폐를 북쪽으로 내민다. 다른 사람들이 차갑고 단단한 땅에 앉아 콘크리트 벽에 기대어 자는 동안 솔레다드는 달빛 속에서 선로를 서성인다. 이렇게 엘 노르테에 가까이 오니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 새로운 공포가 그들을 덮쳐이뤄지기 직전인 꿈을 훔쳐 갈까 무섭다. 솔레다드는 눈을 붙여보려고 한다. 골치가 지끈거리고 나서야 자신이 숨을 죽이고 있다는걸 깨닫는다. - P423

이번에는 리디아가 파올라의 처지에 공감해 몸이 마비된다. 리디아는 자신이 느끼는 깊은 슬픔에 깜짝 놀란다. 그녀에게 아직 다른 사람을 위해, 파올로의 살해된 조카를 위해 슬퍼할 감정이 남아있단 말인가? 그렇다. 지독한 공허감이 들 정도의 고통과 만난 적도 없는 소년을 향한 절망이 느껴진다. 납치된 모든 소년에게 느끼는 무수한 슬픔이 루카가 이어놓은 점들처럼 이 집에서 저 집으로이어진다. 그 고통은 너무 크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각각의잔인한 죽음이 스스로 100배, 1,000배 증폭된다. 이 은행에 있는사람은 누구나 크든 작든 그런 슬픔을 알고 있다. 노갈레스에 사는사람이라면 누구나. 여러 개의 플라사로 나뉘어서 하비에르 같은사람들의 통치를 받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체 왜? - P465

리디아는 국경을 넘는 순간이 비장할줄 알았다. 한발짝만 내디디면 멕시코를 벗어나 미합중국에 들어가는 식으로 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질 줄 알았다. 그 순간이 오면 잠깐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물리적으로든 비유적으로든 자신이 남기고 가는 것, 그러니까 어디에나 존재하는 하비에르와 그의 심복들에 대한 두려움을돌아보며 생각에 잠길 수 있을 줄 알았다. 18일 동안 2,600여 킬로미터를 견딘 끝에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전, 학살이 일어나기 전의 삶, 아카풀코에서의 행복한 유년기도 돌아보고 싶다. 여섯 살 생일이 있던 여름에 매일 입었던 오렌지색 수영복, 십대 때라 케브라다 절벽에서 뛰어내린 일. 아직 아무런 부끄럼 없이 아빠 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바라비에하 해변을 거닐던 일. 엄마의사랑스러운 수백 가지 불만. 대학, 세바스티안, 책방. 출산 후 처음으로 루카를 안았던 순간. 리디아는 작은 죽음을 맞이하듯 이런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순간이 있을 줄 알았다. 다른 세계로넘어가는 문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저 사막의 방울뱀처럼 고통의 허물을 벗고 그것을 멕시코 땅에 남겨둘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국경을 넘는 순간은 이미 지났고 리디아는 국경을 넘는 줄도 몰랐다. 돌아보지도 못했고 국경 너머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될 만한 어떤 간소한 의식도 치르지 못했다. 이제는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다. 그저 전진할 뿐이다. - P519

두 모자 혹은 루카는 여전히 불을 켜고 잔다. 리디아는 대개 잠을 자지 않고 루카 옆에 일어나 앉아 있다. 예전에 세바스티안이 잤던 자리에 이제는 루카가 자고 있다. 리디아는 한 손으로 루카의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가 또 아빠 꿈을 꾸기 바란다. 곧 세바스티안이 아들의 꿈에서 나와 자신의 꿈에도 찾아오길 바란다. 마치 세바스티안이 이 방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분자이자 원자라서 루카의 뇌에서 그녀의 뇌로, 루카의 귀에서 그녀의 귀로 이동할 수 있다는 듯이. 리디아는 그날 밤늦게까지 책을 읽는다. 램프의 부드러운 둥근 불빛이 끌어당겨 세운 그녀의 무릎에, 따뜻한 담요에, 루카가 내뱉는 숨에 떨어진다. 새로운 집에서 리디아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다시 읽는다. 처음에는 스페인어로, 그다음에는 영어로, 아무도 그 책을 빼앗아갈 수 없다. 그 책은 리디아만의 것이다. - P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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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트에 따르면 근대사회는 인간을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시키는 노동사회로서 행동의 모든 가능성을 파괴해버린다.행동이 능동적으로 새로운 과정을 발동시키는 것이라면, 근대의 인간은 반대로 익명적 삶의 과정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사유도 계산이라는 뇌의 기능으로전락한다. 제작과 행동을 아우르는 활동적 삶의 모든 형식은노동의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것이 근대를 보는 아렌트의 관점이다. 이 시대는 모든 인간 능력이 전례 없이 영웅적으로활성화되면서 출발했지만, 결국 치명적인 수동성으로 귀결되고 만다 - P39

 그러나 후기근대의 자아는 완전히 개별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죽음의 기술로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주고지속의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할 종교도 이제 그 시효가 다 되었다. 세계는 전반적으로 탈서사화되었으며 Entnarrativisierung*이로 인해 허무의 감정은 더욱 강화된다. 탈서사화는 삶을 벌거벗은 생명으로 만든다. 노동 자체가 적나라한 활동이다.
벌거벗은 노동은 벌거벗은 생명에 정확히 조응하는 활동인것이다. 벌거벗은 노동과 벌거벗은 생명은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 된다. 서사성을 지닌 죽음의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 벌거벗은 생명 자체라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난다. 이미 니체가 말했듯이 신의 죽음 이후에는 건강이 여신의 자리에 등극한다. 만일 벌거벗은 생명 자체를넘어서는 의미 지평이 존재한다면, 건강의 가치가 이토록 절대화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P41

과잉활동, 노동과 생산의 히스테리는 바로 극단적으로 허무해진 삶, 벌거벗은 생명에 대한 반응이다. 오늘날 진행 중인 삶의 가속화 역시 이러한 존재의 결핍과 깊은 관련이 있다. 노동사회, 성과사회는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며 계속 새로운 강제를 만들어낸다.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은 모두가 자유롭고 빈둥거릴 수도 있는 그런 사회로 귀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주인 스스로 노동하는 노예가 되는 노동사회를 낳는다. 이러한 강제사회에서는 모두가 저마다의 노동수용소를 달고 다닌다. 그리고 그 노동수용소의 특징은 한 사람이 동시에 포로이자 감독관이며 희생자이자 가해자라는 점에 있다. 그렇게 인간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이로써 지배 없는 착취가 가능해진다. 우울증, 경계성성격장애, 소진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나치 강제수용소의 무젤만"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 무제만은 탈진하여 완전히 무력해진 수감자들로서, 극심한 우울증 환자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무감각상태에 빠져 심지어 육체적인 추위와 감독관의 명령조차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우리는 후기근대에 신경 질환을안고 살아가는 노동하는 동물 역시 일종의 무제만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물론 이들은 강제수용소의 무제만과 달리 영양 상태가 좋고 몸에 지방이 과다한 경우도 드물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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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Whitehead 또한 이와 비슷한 논리를 역설했다. "많은 책들과 유명인사들의 연설에서 반복되는 문구 중에 한 가지 잘못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반대가 맞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해낼 수 있는 주요 기능들이 늘어날수록 문명은 발전한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징과 기호를 통해 다른 사람의 지식을 이용한다.
- P81

시장 신호(시장가격 체계 또는 가격 신호)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회는 희소 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왜냐하면 앞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집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 아무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실제로 의도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회의 이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나는 공공연하게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공공선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또는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 P82

비록 스미스가 부를 증가시키는 비밀을 밝혀냈다고 자신했지만, 그것이 보편타당한 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노동분업에 몇 가지 결함이 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비용과 이익보다이 결함에 더 주위를 기울였다. 그의 첫사랑이 도덕 철학이었다는 것을 상기하자. 물리적 환경이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스미스는 일관 작업이 노동자들의 지능과 정신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평생을 몇 가지 단순 작업을 하며 보내는 사람은, 비록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만 (•••) 자신의 지력(智力)을 발휘하거나, 어려운 작업을 손쉽게 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고자 하는 등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 자연히 그는 머리를 쓰는 습관을 상실하게되고, 그리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지능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노동자들에게 온정적이었던 스미스는 노동분업에 따른 대중의 우둔화 경향을 치료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교육 public education 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이 교육을 받음으로써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정신을 수양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공교육은 매우 적은 비용으로 거의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기본 교육을 받아야할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격려하며, 심지어는 강제할 수 있다."
- P85

그럼, 이제 <국부론>을 요약해보자. 애덤 스미스는 노동을 경제성장의 주요 엔진으로 보았고, (1) 노동력 공급이 증가할 때, (2) 노동이 분화될 때, (3) 새로운 기계의 도입으로 인해 노동의 질이 상승할 때 경제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와 발명이 계속해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유로운 교역이 허용되는 한,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으로 일반 국민들이 높은 생계 수준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태생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 Paul S. Samuelson 은 스미스의 성장 이론을 현대 수리경제학의 수리 기법 mathermatical techniques 을 동원해 재조사했다. 밀턴 프리드먼과 걸핏하면 논쟁을 했던 그는 이 과정에서 만일 "계속해서 발명이 이뤄진다면 (•••) 이윤율과 실질 임금 수준은 평균적으로 생계 수준을 상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새뮤얼슨은 "애덤 스미스가 오늘날 시행된 사후 검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것이 기쁘다"고 선언했다. - P86

벤저민 프랭클린이 미국에서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맬서스는 인구가 25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인구는 그가 예상한것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맬서스는 좀 더 급진적인 사례를 인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온건한 쪽을 선택했다. 프랭클린은 15년 만에 인구가 2배로 증가한 마을도 있다고 보고했다! 비록 프랭클린이 제공한 자료에는 식량 공급에 관한 자료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맬서스는 식량 생산이 결코 인구 증가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렸다. 맬서스는 인구가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할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 P111

맬서스는 이렇게 말했다.

기근은 자연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지막이자 가장 치명적인 수단처럼 보인다. 인구 성장률은 지구상의 인구를 부양하는 데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지력(地), 즉 생산력을 뛰어넘기 때문에 인류는 어떤 식으로 든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인구를 조절할 수 없는 인류의 결함이 인구를 감소시키는 최적의 수단이 된다. 그것은 인구 감소의 특명을 받은 대규모 학살 부대의 선봉장이며, 자체적으로 이런 무시무시한 임무를 완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이것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다음으로 유행병, 페스트, 그리고 역병 등 지원 부대가 맹렬한 속도로 진격해 수천수만의 목숨을 일순간에 앗아간다. 이것으로도 임무가 완수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기근이 불가피하게 뒤따라 일어나고, 따라서 인구는 단번에 식량 생산량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 P116

맬서스는 자연의 엄격한 견제에 의해통제되는 인구 성장이 임금을 최저 생계 수준으로 유지시킬 것이라는 예견했다. 만일 임금이 상승하면, 노동자들은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이고, 그 결과 식량 부족이 뒤따르면서 생계 수준이 자연적으로 하락할것이다. 물론 임금도 다시 최저 생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P117

맬서스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몇 가지 흐름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몇가지 분명한 통계학적 실수를 범했다. 사소한 실수이기는 하지만, 맬서스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제공한 인구통계조사 자료에서 미국의 인구 증가율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 수와 본토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수를 구분한 것인지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다. 다른 말로, 맬서스는 이 둘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뭉뚱그려 계산함으로써 이미 미국 본토에 정착한 영국의 어머니들이 뉴욕 항을 통해 입국하는 네덜란드계 이민자들의 자식까지 낳고 있는 치명적인 계산상의 실수를 범했다. 자신이 범한 이런 통계학적 실수는 까마득히 모른 채, 프랭클린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미국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영국 어머니들이 엄청난 속도로 아이들을 낳고 있다고 간주했던 것이다. 아마 그는 영국 어머니들이 다른 일은 하지 않은 채 별다른 고통 없이 평생 아이만 낳는 기계 장치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보다 더 결정적인 실수는 맬서스가 의학의 발전, 농업 혁명, 그리고 산업혁명의 시작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런 실수는 그를 족집게 예언가에서 거짓말쟁이 점쟁이로 추락시켜버렸다. - P125

그렇다면 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않았을까? 경제학자들은 ‘인구 변천 demographic transition‘(또는 인구학적 추이에 네 가지 단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 단계인 전산업 사회에서는 높은 사망률이 높은 출산율을 상쇄함으로써 인구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두 번째 단계, 즉 초기 산업 사회에서는 보건 위생의 발전으로 사망률이 감소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높아졌으며, 그 결과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다. 맬서스가 바로 이 시기에 인구 자료를 수집했고, 그것을 토대로 인구 변화를 예측했기 때문에 잘못된 예측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도시화와 교육이 출산율을 낮추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이렇게 사망률도 계속 떨어지고 출산율도 떨어지면서 인구는 완만한 성장 곡선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사회가 완숙 단계에 이른 네 번째 단계에서는 성공적인 산아 제한과 맞벌이 부부의 등장으로 자녀를 많이 두려고 하지 않으면서 인구가 안정된 수준을 유지한다. 마르크스는 역사라는 기차가 굽은길을 돌때마다 모든 지식인들이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맬서스는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는 직접 목격했지만, 세번째 단계와 네 번째 단계는 보지 못했다. 그가 그려 놓은 인구 예측 도표에서 수치가 떨어졌을 때, 그는 벌써 기차 밖으로 튕겨져 나온 상태였다. - P127

그럼, 이것이 경제학자들은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환경오염이나 저개발 국가들의 식량 부족 문제를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까? 그렇지 않다.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일단 경제학자들이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오염문제가 애덤 스미스의 단순 모델(자유시장 또는 보이지 않는 손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오염을 기업의 생산 활동, 즉 생산비용의 일부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기업의 생산 활동에서 초래되는오염이 노동 비용(임금)이나 기계의 감가상각 또는 지대와는 어떻게 다를까? 기업은 이들 비용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지불한다. 즉, 그것들은 기업의 생산 활동에서 ‘본질적 internal‘이다.
하지만 기업은 자신의 생산 활동에서 비롯하는 오염에 대해서는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 전체가 오염된 공기를 들여마심으로써 지불하는 ‘비본질적인 external‘ 요소다. 그럼 이로 인해 초래되는 결과는 무엇일까? 환경오염이 생산비용으로 산정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보다 낮게 책정되고, 따라서 기업은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재품을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적정량의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생산비용외에 환경오염 비용까지 그것에 포함시켜 환경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경제학자들은 자주 환경세 taxes on pollution (공해세라고도 함)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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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속에서는 기억하고 싶은 마음과 잊고 싶은 마음이 이미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몇 달 후 루카는 슬픔에 잠겼던 처음 며칠을 낭비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가끔씩 후회할 것이다. 슬픔이 자신을 관통해서 더 철저히 무너졌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잊어버리는 일이 고정되고 습관이 되면서 자신이 아빠를 배반했다는 기분이 들기때문이다. 아빠의 왼쪽 눈썹 위에 있던 사마귀, 거칠고 작은 컬로 이뤄진 곱슬머리, 웃음소리, 밤에 루카의 침대에서 함께 책을 읽을때 머리에 닿던 까끌까끌한 턱, 나중에 루카는 아빠와 관련된 이런 세세한 기억이 지워진 이유는 자신이 비겁해서라고 오해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미래를 전혀 모른다. 지금 무슨 일을 하든 점점 기억이 상실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이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도 모른다. 지친 루카는 기억을 밀쳐내고 쫓아버린다.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나이로비, 토론토, 홍콩의 지리학적 특성을다가 이내 엄마의 무릎 위에서 부드럽게 코를 곤다.
- P256

레베카가 털어놓은 사연을 들으면서 루카는 이것이 모든 난민의 공통점이고 그들을 연대하게 만드는 요소임을 깨달았다. 비록 떠나온 나라와 환경은 다 달라서 누구는 도시에서 살았고, 누구는시골에서 살았고, 누구는 중산층이고, 누구는 가난하고, 누구는 고학력이고, 누구는 문맹이고, 누구는 살바도르인이고, 온두라스인이고, 과테말라인이고, 멕시코인이고, 마야인일지라도 다들 힘든 사연을 기차 위에 실은 채 엘 노르테로 향한다. 레베카처럼 믿어도 될만한 사람을 만나 자기 사연을 조심스럽게, 한두 명에게만 털어놓으며 기도하듯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터진 수류탄처럼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괴로운 사연을 털어놓고 고통을 파편처럼 날리는 사람도 있다. 그리하여 어느 날에는 불현듯 자신의 짐이 가벼워졌음을 깨달을 수도 있다. 루카는 그렇게 터지면 어떤기분일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불발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공포는 마음속에 단단히 밀봉하고 안전핀은 제자리에 꽉 고정한 채로. - P275

"너희들에게 과달라하라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구나." 남자는 미소를 짓고, 자신을 바라보는 루카와 눈이 마주친다.
덩치가 어찌나 큰지 저 마체테를 이쑤시개로 쓸 수 있을 듯하다.
루카는 겁을 먹고 다시 엄마 옆으로 간다. "아저씨 이름은 다닐로야. 너희들 목적지가 어디든 거기 도착해서 일자리와 좋은 집을 구하고, 잘생긴 미국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서 살다가어느 날 할머니가 되어서 손자를 재우려고 침대에 눕혔을 때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렴. 옛날 옛날에 과달라하라에서 다닐로라는 좋은 아저씨를 만났고, 아저씨가 너와 함께 걸어주었고, 얼간이들이 얼씬도 못 하도록 마체테를 휘둘렀다고."
그 말에 레베카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린다. - P307

리디아와 루카 그리고 솔레다드와 레베카는 앞으로 가능한 한 함께 여행하자고 입 밖으로 내어 말한 적은 없지만, 네 사람 모두본능적으로 그렇게 합의했다고 받아들인다. 이번 여행에서는 어찌나 많은 일이 터지는지 1시간이 1년 같지만 단지 그래서만은 아니다. 트라우마에서 비롯되는 유대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함께한다는 연대감 때문이다. 시련과도 같은 이 여정과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 늘 그들을 따라다니는 공포, 그들을 잠식하는 슬픔과 피로를 다른 사람은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계속 북쪽으로 가야 한다는 공동의 결의가 있고, 그것이 그들을 하나로납땜해버려서 이제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 P341

기차에서 내린 그들은 무작정 달린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생각해서가 아니라 도망쳐도 소용없다는 생각과 싸우기 위해서다.
공포심에 내몰려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잡히면 여기까지 힘들게 계속해온 전진이 급격히 끝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했던 모든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제 최선의 결과는 직분에 충실한 요원에게 잡히는 것이다. 그들을 억류하고 조사한 다음, 그들의 여행 전부를 지워버리고 원점으로 돌려보낼 사람. 그것이 최선의 결과다. 반면 이 체포는 행정 업무가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을 조사하고 지문을 채취하고 집에 돌려보내려고 대기 중인 요원은 아무도 없을지 모른다. 대신 이 체포는 훨씬더 악랄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납치나 고문, 금품 강탈, 손가락을 자르고 사진을 찍어서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협박 문자를 보내는 범죄로 가족이 돈을 보내지 않으면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갈것이다. 이런 사연은 들판의 바위처럼 흔하다. 이걸 모르는 난민은없다. 그래서 모두 달린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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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가끔 짧게 정차하기도 하고 가끔은 한 시간 혹은 그 이상 정차하기도 한다. 그동안 난민들은 숨을 죽인 채 몸은 잔뜩 긴장하고 감각을 활짝 열어둔다. 그들 밑의 빈 차량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일꾼들 너머로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지 주위를 샅샅이 살핀다. 가끔은 일꾼들이 기차가 떠나기 전에 기차 지붕으로 간식거리를 던져주거나 근처 호스로 물통을 채워준다. 또 가끔은 난민들을 도와주지 말라는 경고라도 받았는지 기차 위에 있는 난민들이 안 보인다는 듯이 행동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마치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이 다들 안 보고 안 보이는 척한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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