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년은 인류 역사상 참으로 대단한 해였다. 흔히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이든 Franz Joseph Haydn이 사망하고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 Bartholdy이 탄생했다. 『우게쓰 이야기」로 잘 알려진 일본의 설화 작가 우에다 아키나리가 우리 곁을 떠나고 「검은고양이 The black cat」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 Edgar Allan Poe와 내가 은밀하게 좋아하는 러시아의 소설가 니콜라이 고골Nikolai Vasilievich Gogol이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1809년은 여느 해 못지않게 훌륭한 해이기는 하나 ‘참으로 대단한 해이어야 할 까닭이 무엇일까 의아해 할 분들도 계실 것이다.l99o9op99 I o
내가 1809년을 특별히 대단한 해로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인류 역사의 방향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은 대표적인 두 인물,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찰스 다윈이 태어난 해이기 때문이다. 음악과 문학이 인간의 삶에서 과학과 정치보다 덜 중요하다는 뜻은결코 아니지만, 링컨과 다윈은 분야를 초월하여 인류사에 가장 거대한 족적을 남긴 위인들이라는 점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사람은 1809년 2월 12일 같은 날에 태어났다.
- P17

다윈이 아니었더라면 우리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모든 생물들이 태초 생명의 늪에서 우연히 발생한 지극히 단순한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분화되어 나온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인간이라는 동물도 결국 이 세상 모든 다른 생물들과 근본적으로 한 가족이라는 사실처럼 우리를 철저하게 겸허하게 만드는 개념이 또 있을까? 다윈은 우리에게 생명권의 평등을 일깨워 준 사상가이다.  - P18

훌륭한 학술 이론이 갖춰야 할 속성으로 흔히 단순성 simplicity과 응용성robustness, 그리고 직관적 아름다움 intuitive beauty을 든다. 이론 자체가 너무 복잡하면 우선 활용도가 떨어지고 의미 전달에도 어려움이 많다. 수식으로 표현되는 수학적 이론들이 지니기 쉬운 결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다윈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진화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편집하고 서문을 쓴 책이 2006년 노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윌슨 교수는 그 책의 제목을 그처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From So Simple a Beginning』라고 붙였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한 다음과 같은 말에서 따온 것이다. "그처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가장 아름답고 가장 화려한 수많은 모습의 생명들이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니." 사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처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이렇게 엄청난 생명의 다양성이 진화한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 어쩌면 이렇게도 단순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장의 제목을 ‘진화론, 그 간결미 So Simple aBeginning, So Simple a Theory‘라고 붙였다. 다윈의 진화론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우선 간결함이다.
게다가 이처럼 간결한 이론이 설명하지 못할 현상이 거의 없다는것은 더욱 큰 놀라움이다.  - P21

이러한 변이들 중 유전하는 것만이 자연선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둘째 조건이다. 다세포 생물은 기능적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종류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몸의 구조를 이루는 체세포somatic cell이고 다른 하나는 번식을 담당하는 생식 세포reproductive cell이다. 한 생명체가 생애를 통해 아무리 많은 변화를 겪는다 해도 그것이 생식 세포 내의 변화가 아니면 다음 세대로 전해질 수 없다. 체세포의 변화는 당대에만 나타날 뿐 자손에는 전달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 Jean Baptiste Lamark의 ‘획득 형질의 유전‘ 개념의 맹점이다. 당신이 만일 금발의 딸을 원한다면 ‘금발 유전자‘를 지닌 북구의 여인과 결혼해야지 미용실에서 금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한국 여성과 결혼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 P27

진화학에도 대진화macro-evolution 와 소진화micro-evolution가 있다. 하나의 종이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변화를 거쳐 새로운 종으로 분화하는 것이 대진화라면 시간에 따른 개체군의 유전자 빈도의변화, 즉 세대를 거듭하며 개체들의 형태, 생리, 행동 등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소진화라고 한다. 세대가 아주 짧은 미생물의 경우에는우리가 실제로 종의 분화를 목격할 수 있지만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다세포 생물의 대진화를 관찰하기에는 우리 자신의 수명이 턱없이 짧다.
사람들은 흔히 대진화를 진화의 전부로 착각한다. 그래서 진화가 멈췄다는 궤변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지만 소진화는 결코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그리고 여러분이 글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지구상 어딘가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고있다. 그 아기가 갖고 태어나는 유전체genome 때문에 우리 인류 전체의 유전자군gene pool의 구성은 미세하지만 분명히 변화했다. 이것이 진화의 현장이다. 진화의 필요충분조건 네 가지가 모두 일어나야하지만 그중 어느 하나라도 일어나지 않을 확률은 거의 없다. 진화는 결코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다. - P30

 1858년 앨프리드러셀 윌리스 Alfred Russel Wallace와 함께 영국 린네 학회Linnean Society 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다윈은 진화가 일어나기 위한 조건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 한 종에 속하는 개체들은 각자 다른 형태, 생리, 행동 등을 보인다. 즉 자연계의 생물 개체들 간에 변이variation가 존재한다.
둘째, 일반적으로 자손은 부모를 닮는다. 즉 어떤 변이는 유전heredity한다.
셋째, 환경이 뒷받침할 수 있는 이상으로 많은 개체들이 태어나기 때문에 먹이 등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competition할 수밖에 없다.
넷째,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형질을 지닌 개체들이보다 많이 살아남아 더 많은 자손을 남긴다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 - P26

 돌연변이는 DNA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로인해 유전자 자체가 변형되는 유전자 돌연변이 gene mutation 와 DNA의 실타래인 염색체 일부가 소실deletion 되거나 중복 복제 duplication 되거나 뒤집힘inversion 또는 서로 자리바꿈 translocation을 하는 바람에 벌어지는 비교적 큰 규모의 염색체 돌연변이 chromosome mutation 의 형태로 나타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공정 중 품질 관리 면에서 단연 최고 점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생물의 세포 분열 메커니즘이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 수많은 생명체에서 쉬지 않고 일어났음에도 불량품을 만들어 낸 확률은 극히 낮다. 우리 몸에서 세포들이 분열할 때 품질 관리가 잘되지 않아 번번이 조금이라도 다른 모양을 한 세포들이 만들어진다면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마주하기가 겁날 것이다. 돌연변이는 그리 자주 일어나지도 않으며 일어나서 그리 좋을게 없는 현상이다. 아주 드물게나마 요행히 생존이나 번식에 유리한 돌연변이가 나타나 개체군 내에 어렵사리 자리를 잡는 것이다. 진화가 만일 바람직한 변이의 출현을 기다리며 돌연변이에만 목을 맸다면 지금과 같이 현란한 생물다양성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 P38

생물 진화의 현장은 대체로 국지적인 개체군population이다. 그래서돌연변이보다는 오히려 다른 개체군으로부터 새로운 유전자 변이가유입되어 변화를 일으키는 빈도와 규모가 훨씬 클 것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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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집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고있다. 요새 같은 장마철엔 제법 콸콸 소리를 내고 흐르지만 보통 때는 귀 기울여야 그 졸졸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물소리는 마치 다 지나간다,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있다, 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그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은 어떤 종교의 경전이나 성직자의 설교보다도 더 깊은 위안과 평화를준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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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

마당에서 철따라 피고 지던 일년초 중 맨 나중까지 붉게 피던 백일홍마저 올겨울 첫추위에 얼어 죽고 나니 마당이 너무도 허전하여, 내년엔 일년초 따위 부질없는 것들 심지도 말아야지 하다가 문득 목련나무를 쳐다보았다. 목련나무는 마당에 꽃이 없긴 왜 없냐고 시위라도 하듯이 가장귀마다 솜털 보송보송한, 내년에 필 꽃망울을 촘촘히 매달고 있었다. 내가 너한테 또 졌다고, 소리내어 말하고 나서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그 목련나무하고 나하고는 말이 잘 통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는 사연이 좀 있다.
- P11

자연의 질서를 긍정하고, 거기 순응하는 행복감에는 그런 불안감이 없다. 아무리 4월에 눈보라가 쳐도 봄이 안 올 거라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변덕도 자연 질서의 일부일 뿐 원칙을 깨는 법은 없다. 우리가 죽는 날까지 배우는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사물과 인간의 일을 자연 질서대로 지킬 수 있는방법에 대해서가 아닐까.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이 혹은 누군가가 거두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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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핏 보기에는 이솝 우화에나 나올듯한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로 들리지만, 이 경구 하나로 마코위츠는 노벨 경제학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500년 전, 셰익스피어의희곡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에 나오는 주인공 안토니오Antonio 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다행스럽게도 난 화물을 한 배에만 실은 게 아니고, 내 거래처도 한두 군데가 아니거든.
또 전 재산이 금년 한해의 운수에만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내 물건에 문제가 생겨서 그 때문에 울적한 것은 아닐세. - P555

첫 번째 함의는 계량경제학 모델들은 과거의 자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 정책이 가져올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므로 별로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정부가 야구 경기와 GDP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야구 경기수를 늘려 GDP를 끌어올리려고 시도한다면, 경제 행위자들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라 자신들의 기존 모델을 바꿀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행위를 바탕으로 수립된 새로운 정책은 사람들이 과거와 다른 행동을 하도록 만듦으로써 의도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이것을 루커스 비판Lucas Critique 이라 부른다."
미국 태생의 경제학자이자 시카고대학교 교수인 로버트 루커스RobertLucas, Jr. 는 자신이 합리적 기대이론의 훌륭한 전도사가 될 수 있다는것을 몸소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다. 1995년 10월, 루커스는 그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의 전 부인이 그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미리 점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루커스가 노벨상을 수상하기 7년 전, 그는 부인과 이혼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자신이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상금의 절반을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받아들여 그것을 이혼 서류에 명문화했던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어쨌든, 전 부인의 합리적 기대이론에 기대 만들어진 이 조항으로인해 그는 상금의 절반인 50만 달러를 전 부인에게 지급해야 했다. - P562

충격은 이것만이 아니다. 만일 합리적 기대이론이 옳다면, FRB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 주류 경제학적접근에서는 통화 긴축 정책은 처음에는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만,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합리적 기대이론에 따르면, FRB가 화폐 공급량을 0퍼센트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면, 기업들은 물가가 자동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상품의 가격과 임금을 스스로 낮춘다. 즉, 그들은 화폐 공급량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가 오지도 않았는데 FRB의 정책에 기초해 자동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적응 기대‘가 아닌 ‘합리적 기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 P564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은 사람들이 뭔가를 잃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고, 때로는 사소한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주식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이 약간 손실을 입었다고 해서 바로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 이런 반응은 주식 전문가들이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서적으로자신들이 보유한 주식, 주택, 직장에 집착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 P575

 정부와 경제는 상호 작용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둘의 작용과 반작용을 무시하지 않았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스미스는정부가 길드의 무역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맬서스는 빈민구제법이 빈곤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고, 리카도는 보호주희가 영국을 새로운 중세의 심연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르크스는 정부가 착취와 억압의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케인스는정부 관료들을 깊고 위험한 잠에서 깨우려고 노력했다.
극단주의자들의 외로운 외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부가 필요악이나 선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비록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들이 경우에따라서는 구원적 또는 사탄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본질은 구세주도 사탄도 아니다.
우리가 앞서 다룬 경제학자들은 서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항상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경기 상황을 망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도록 하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미국 의회 의원들은 자신들의 임기를 자신들이 추진한 경제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사람들을 위로하고 구제하느라 허비할 수 있다. 자유로운 국제 무역은 일부 국내 생산자들에게, 낮은 인플레이션은 채무자들에게 해를 준다.
반면, 금리 하락은 채권자들에게 해를 준다. 기술 혁신은 일부 노동자들에게 해를 주고, 공해에 세금을 부과하는 공해세 taxes on pollution는기업들에게 해를 준다.
물론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경제 정책이란 철수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아 영희에게 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비록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하더라도, 우리는 훌륭한 경제 정책을 다수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정책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 P587

지구적인 기아, 빈곤, 절망이 도래할 것이라는 묵시론적인 예언이 넘쳐난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대해 너무 절망적일 필요는 없다. 미래가 반드시 희망적일 것이라는 어떤 보장도 없지만, 희망을 가질만한 이유는 있다. 국민 소득national income 이노동, 자본, 천연자원, 기술에 의존한다는 것을 상기하자. 근래에 이들 생산 요소들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이것은 장기적으로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P591

인류의 기나긴 역사에서 볼 때, 지금 두 발로 걷는 인류가 네 발로 걸었을 때보다 더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두 발로 걷고있는 지금이 네 발로 걸었을 때보다 분명히 나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내 우리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고자 애썼고 애쓰고 있는 경제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의 마음으로 신뢰를 보내도록 하자. - P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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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중령, 당신네들 과학적 이론으로는 없어진 달은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
「어디로 가냐구?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우리 눈에 안 보이게 될 뿐이야!」슈호프가 고개를 흔들며 웃는다.
「만약 눈에 안 보인다면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럼, 자네 생각으로는 매달 새 달이 나온다고 생각하나?」중령이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그게 뭐 그리 이상한가? 사람도 매일 태어나는데, 왜 달이라고 사 주에 한번 태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이런 멍청한 녀석을 봤나」중령이 뭐 하고 침을 뱉는다.  「해군에서는 자네 같은 멍청이는 한 명도 없었지! 그래, 자네 생각으론 헌 달이 어디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나?」 「그래서 내가 물어보는 것 아닌가. 도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슈호프가 이를 쏙 드러내며 웃는다.
「그래, 어디야?」슈호프가 숨을 한번 들이쉰 다음, 약간 혀 짧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하느님이 헌 달로 별을 만드신다는거야」 「이런 미개한 사람들 같으니라구!」하고 말하고 중령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어. 그래 슈호프, 자네는 하느님을 믿는단 말인가?」 「아니, 그렇지 않으면?」 슈호프가 깜짝 놀란다. 「천둥소리를 듣고도 믿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 P134

슈호프는 오늘 처음으로 그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수용소 내의 죄수들이 모두 새우등처럼 허리를 굽히고 있는 반면에, 이 노인은 유독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다. 의자에 앉은 모습을 보니, 의자에 뭘 기대고 앉은 것처럼 꼿꼿하게 앉아있다. 머리카락은 이미 모두 빠져서 이발할 필요도 없어진지 오래다. 수용소에서 하도 잘 먹은 탓에 머리가 모두 빠진 모양이다. 그는 식당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듯, 슈호프 머리 너머 어느 곳인가 먼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끝이 다 닳은 나무 수저로 건더기도 없는 국물을 단정한 모습으로 먹는다. 다른 죄수들처럼 국그릇에 얼굴을 처박고먹는 것이 아니라, 수저를 높이 들고 먹는다. 이는 아래위로 하나도 남은 것이 없다. 뼈처럼 굳은 잇몸으로 딱딱한 빵을 먹고있다. 얼굴에는 생기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 그래도 어딘가 당당한 빛이 있다. 산에서 캐낸 바위처럼 단단하고 거무스름하다. 쩍쩍 갈라진 거무스름한 손은 그가 걸어온 수십 년의 감옥살이를 통해, 한번도 가벼운 노동이나 사무직 같은 것을 얻어 일한 적이 없이, 생고생만 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그는 전혀 굴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다. 어떤 타협도 하려들지 않는다. 삼백 그램의 빵만 하더라도, 다른 죄수들처럼 더러운 식탁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지 않고, 깨끗한 천을 밑에 깔고 그 위에 내려놓는다. - P177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제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있는 그런 날이었다.

이렇게 슈호프는 그의 형기가 시작되어 끝나는 날까지 무려 십 년을, 그러니까 날수로 계산하면 삼천육백오십삼 일을 보냈다. 사흘을 더 수용소에서 보낸 것은 그 사이에 윤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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