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중령, 당신네들 과학적 이론으로는 없어진 달은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
「어디로 가냐구?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우리 눈에 안 보이게 될 뿐이야!」슈호프가 고개를 흔들며 웃는다.
「만약 눈에 안 보인다면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럼, 자네 생각으로는 매달 새 달이 나온다고 생각하나?」중령이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그게 뭐 그리 이상한가? 사람도 매일 태어나는데, 왜 달이라고 사 주에 한번 태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이런 멍청한 녀석을 봤나」중령이 뭐 하고 침을 뱉는다.  「해군에서는 자네 같은 멍청이는 한 명도 없었지! 그래, 자네 생각으론 헌 달이 어디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나?」 「그래서 내가 물어보는 것 아닌가. 도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슈호프가 이를 쏙 드러내며 웃는다.
「그래, 어디야?」슈호프가 숨을 한번 들이쉰 다음, 약간 혀 짧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하느님이 헌 달로 별을 만드신다는거야」 「이런 미개한 사람들 같으니라구!」하고 말하고 중령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어. 그래 슈호프, 자네는 하느님을 믿는단 말인가?」 「아니, 그렇지 않으면?」 슈호프가 깜짝 놀란다. 「천둥소리를 듣고도 믿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 P134

슈호프는 오늘 처음으로 그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수용소 내의 죄수들이 모두 새우등처럼 허리를 굽히고 있는 반면에, 이 노인은 유독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다. 의자에 앉은 모습을 보니, 의자에 뭘 기대고 앉은 것처럼 꼿꼿하게 앉아있다. 머리카락은 이미 모두 빠져서 이발할 필요도 없어진지 오래다. 수용소에서 하도 잘 먹은 탓에 머리가 모두 빠진 모양이다. 그는 식당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듯, 슈호프 머리 너머 어느 곳인가 먼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끝이 다 닳은 나무 수저로 건더기도 없는 국물을 단정한 모습으로 먹는다. 다른 죄수들처럼 국그릇에 얼굴을 처박고먹는 것이 아니라, 수저를 높이 들고 먹는다. 이는 아래위로 하나도 남은 것이 없다. 뼈처럼 굳은 잇몸으로 딱딱한 빵을 먹고있다. 얼굴에는 생기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 그래도 어딘가 당당한 빛이 있다. 산에서 캐낸 바위처럼 단단하고 거무스름하다. 쩍쩍 갈라진 거무스름한 손은 그가 걸어온 수십 년의 감옥살이를 통해, 한번도 가벼운 노동이나 사무직 같은 것을 얻어 일한 적이 없이, 생고생만 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그는 전혀 굴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다. 어떤 타협도 하려들지 않는다. 삼백 그램의 빵만 하더라도, 다른 죄수들처럼 더러운 식탁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지 않고, 깨끗한 천을 밑에 깔고 그 위에 내려놓는다. - P177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제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있는 그런 날이었다.

이렇게 슈호프는 그의 형기가 시작되어 끝나는 날까지 무려 십 년을, 그러니까 날수로 계산하면 삼천육백오십삼 일을 보냈다. 사흘을 더 수용소에서 보낸 것은 그 사이에 윤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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