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준비할 수 있어야 해요. 클래식, 고전을 만나기 위해서는,
함부로 씹다 버린 껌처럼 여기지 않으려면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있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우리는 첨성대를 알고, 비발디를 알고, 도스토예프스키를 압니다. 하지만 진짜 알까요? 잘 생각해보세요.
진짜 알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질 겁니다.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걸 알기 전에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단순히 ‘비발디 좋지. 바로크 알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그거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나오는건데‘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보는 인터넷으로 조금만 찾아보면 다 나옵니다. 알려고 하기 전에 우선 느끼세요. 우리는 모두 유기체잖아요?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문이 열려요. 그 다음에는 막힘 없이 몸과 영혼을 타고 흐를 겁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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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택 시인의 첫사랑입니다.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 옷도
아, 꿈같던 그때
이 세상전부 같던 사랑도
다 날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는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옷 빛깔 같은
그 꽃 빛에 놀랄 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 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 P71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위대한 문학이나 미술, 음악 등 예술작품들은 본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한테만 좋은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만 좋은 것이 아닌, 전 세계 다수의 인간이라는 종이 느끼는 근본적인 무엇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이 바로 그렇습니다. 고전의 성격을 아주 잘 이해했어요. 누군가는 좋고 누군가는 싫을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좋아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 고전입니다. 세월을 이겨내고 살아남았기 때문이죠.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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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현재의 디지털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나 같은 지진아에게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겁니다. 친구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우리 나이에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뉴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며 공부하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때 막걸리 한 사발을 깨끗이비우고 잔을 내려놓으면서 제가 말했습니다. "난 그거 못 따라가겠다."
저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그럼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변하지 않는 것, 본질을 보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본질일까요? 바로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는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입니다. 이것만 확실하면 페이스북에서, 트위터에서 퍼갑니다. <강남스타일>이 아주 좋은 예죠. 가수 싸이도 처음 그 뮤직비디오를 만들면서 유투브에 올리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빌보드에 진출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예요. <강남스타일> 성공의 이유는 수많은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싸이라는 가수가 자신의 본질을 놓지 않았기때문이라고 봅니다. 그가 뜬 건 현대 미디어의 덕이 아니라, 흥이 많은싸이라는 사람 자체의 본질을 놓지 않은 결과입니다. 그 본질이 살아있는 콘텐츠의 힘이 지금의 싸이를 만든 거예요. - P52

저는 딸에게도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으면 스펙 관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시간에 네 본질을 쌓아놓으라고 하죠. "기준점을 밖에 찍지 말고 안에 찍어,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별을 만들어낼 수 있어. 강판권을 봐, 언젠가 기회가 온다니까. 그러니 본질적인 것을 열심히 쌓아둬."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다 본질이냐? 고스톱이나 애니팡 같은 게임을 진짜 잘하는데 그럼 이게 내 본질일까?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것이냐 아니냐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치는 고스톱이, 애니팡이 당장의 내 스트레스는 풀어주겠지만 5년 후에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본질은 결국 자기 판단입니다. 나한테 진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합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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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에게 딱 맞는 신을 찾고 싶었다!

병원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나는 특히 심한 편이다. 아버지가 암 전문의였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날 끌고다니며 회진을 돌았다. 아버지는 너무 많이 볶아서 타버린 커피 냄새와 공포의 악취가 풍기는, 형광등이 켜진 연옥 같은 카페테리아에 나를 놓아두고는 환자들을 보러 갔다. "20분 뒤에 돌아오마." 그러고는 한두 시간 뒤에 미안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아버지가 맡고 있던 환자 한 명이 죽었다면서 환자들은 언제나 죽었다. 그것도 항상 병원에서 죽었다. 그래서 나의 여덟 살짜리 뇌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만 피해 다니면 절대 안 죽겠구나. 물 샐 틈 하나 없이 탄탄한 논리였다. 그리고 나는 열일곱 살에 다리가 부러졌을 때를 빼면, 대체로 그 결론대로 살아왔다 - P8

나는 떨고 있었다. 추위 때문이기도 했지만, 두려움이 더 컸다. 혹시 암일까? 그것보다 더한 병? 그런데 암보다 더한 병이 뭐지? 틀림없이 암보다 더한 병이 있을 텐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간호사가 들어왔다. 나이는 나랑 비슷했고, 말투를 보니 카리브해 지역이나 서아프리카 출신인 것 같았다. 간호사가 몸을 기울이고 피를뽑다가 내 두려움을 알아차렸는지 동작을 멈추고는 내 귓가로 다가와 내게 말했다. 천천히, 분명하게. 그 말을 나는 결코 못 잊을 것이다. "아직 당신의 신을 만나지 못하셨나요?" - P9

 하지만 이성만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내가 아는 한, 이성의 힘만으로 순수한 지복의 상태에 이른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이성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뛰어난 도구지만, 어떤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알아내는 데는 그다지 길잡이가 되어주지 못한다. 이성은 뛰어난 하인이지만, 주인이 되기에는 형편없다. 이성은 G. K. 체스터튼의표현처럼 "지적으로는 당혹스럽지만 지극히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순간들을 설명하지 못한다. - P16

우리는 처음의 몇 단어를 몇 번이나 자꾸만 되풀이한다. 라일라하 일랄라.
하느님 이외의 신은 없다. 이게 무슨 뜻인가? 예전부터 나는 이것이 알라의 우월성을 확립하려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신 이외의 신은 없다는 뜻이라고. 빌랄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 말은, 하느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수피교도들은 어디서나 신을 본다. 그들은 범신론자가 아니다. 모든 것이 신이라는 믿음은없다. 하지만 사방에 신의 흔적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볼 수 있다고. 코란은 말한다. 어디를 보든 신의 얼굴이있다. 신 그 자체가 아니라 변장한 신이다. "널리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는 숨은 보물." - P47

외지인들은 이스탄불의 실체를 알 수 없다. 여긴 유럽인가 아시아인가? 종교적인 곳인가 세속적인 곳인가? 고대 도시인가 현대 도시인가? 물론 이스탄불은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일컫는 ‘대조적인 것들의 도시‘라는 게으르고 진부한 말을 웃음으로 물리친다. 이 말은 사실이지만, 의미는 없다. 모든 대도시는, 언뜻 획일적으로 보이는 도쿄조차도 대조적인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의 위대성은 이 대조적인 것들을 어떻게 수용하는가에 따라 판가름난다. 이스탄불은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것에서 숨은 가치를 찾아냄으로써 대조적인 것들을 수용한다. 그러니 시인들이 이 도시를 사랑하는 것도 무리가아니다. 문화의 교차점은 최고의 뮤즈가 되니까. - P52

 높은 상태의 정신, 그러니까 가슴과 머리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고 한다. "사랑에 빠지면 돼요."
"누구하고요?"
"무엇이든 돌을 사랑해도 돼요. 상대는 중요하지 않답니다. 그냥사랑에 빠지세요."
이 얼마나 놀라운 말인가. 수피교도들은 정말이지 ‘사랑하는 자들‘이다. 그건 나도 알고 있었다. "우리한테는 모든 것이 사랑이에요." 그들은 이 말을 즐겨 한다. 하지만 나는 항상 이것이 신에 대한 사랑일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사랑한다는 뜻인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들의 말은 정확히 그런 뜻이었다. 루미는 이 생각을 한 걸음 더 발전시켰다. 그는 대상이 없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고귀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것이 가능할까? 아니면 혹시 이건 음식이 전혀 없을 때 먹는 행위가 가장 고귀해진다는 말과 같은 걸까?  - P76

 예전에 수피교도인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상대가 무엇이 됐든 내가 왜 복종해야 하지? "중요한 건 네가 복종하는 이유야." 친구가 말했다. "두려움 때문에 복종하는 건지, 아니면 사랑 때문에 복종하는 건지. 사랑 때문에 복종하는 편이 엄청나게 쉽지." 친구가 이 말을 하는 순간뭔가가 찰칵 하고 맞아 들어갔다. 이런 종류의 복종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에 굴복하는 것이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기쁨에 굴복하는 것과 같다. 이런 종류의 복종은 개인의 자율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상식적인 일이기도 하다. 옷에 불이 붙었는데 근처에 수영장이 있다면 물에 굴복하지 않겠는가? 내 생각에 수피교도들이 말하는 복종은 이런 것 같다. 우리는 몸에 불이 붙은 사람이고, 신은 수영장이다. 이건 뇌가 없는 사람도 알 수 있는 논리 같다. 하지만 정작 물속에 뛰어드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옷에 불이 붙은 채로 살아가는 법을 이미터득했거나, 수영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거나, 설사 믿더라도 물이 너무 깊어서 불길이 꺼진 뒤 결국 익사하고 말 거라고 걱정하기 때문이다. 수피교도는 생각하지 않는 훈련을 많이 한 사람들이라서 이런 자기합리화를 살짝 피해서 그냥 물속으로 뛰어든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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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어느 날 다섯 살 아들을 둔 여자 후배가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 제법진지한 얼굴로 묻더군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글쎄"라고 답은 해놓고 술잔을 앞에 두고 고민을 해봤죠. 어떤 것을 가르쳐야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다행히 그 술자리가 끝나기 전에 제 자신도 납득할 만한 답이 떠올랐습니다. 행복한 삶의 기초가 되는 것은 바로 ‘자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후배에게 이야기해줬습니다. - P15

자존감을 가지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은 아마 우리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에 기준을두고 그것을 끄집어 내기보다 기준점을 바깥에 찍죠. 명문 중학교, 특목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엄친아, 엄친딸을 따라가는 게 우리 교육입니다. 다시 말해 판단의 기준점이 ‘나‘가 아니라 엄마 친구의 아들과 딸이란 말입니다. 이건 마치 고소영에게 너는 왜 김태희처럼 생기지 않았냐고 하는 것과 같아요. 고소영은 김태희가 아니죠. 고소영의 매력은고소영일 때 있는 겁니다. 박웅현의 매력도 박웅현일 때 있는 것이지, 제 어머니 친구분의 아들을 따라 한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턱대고 친구의 아들, 딸처럼 되라고 하니 우리 각자 개인의 ‘아모르 파티‘는 어쩌라는 겁니까?
이렇게 교육받은 우리는 ‘다름‘을 두려워해요. 기준점이 되는 누군가와 다른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다같이 몰려가는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불안해 합니다. - P20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그리고 모든인생마다 기회는 달라요. 왜냐하면 내가 어디에 태어날지, 어떤 환경에서 자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도 다르겠죠. 그러니까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인생에 정석과 같은 교과서는 없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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