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범주 사이의 차이는 양적인 것일까? 그러니까 두 종 사이의 차이는 같은 종에 속한 두 변종의 차이보다 양적으로 더 클 뿐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는 종 간의 차이와 변종 간의 차이 사이에 큰 차이가없을 수 있고, 두 범주는 경계가 흐릿해져 합쳐질 수 있다. 만약 그 경계가 흐릿해진다면, 좋은 신의 개입으로 탄생한 반면 변종은 그렇지 않다.
고 믿는 것은 "아주 비논리적 "이라고 월리스는 주장했다.
아니면, 두 범주 사이의 차이는 질적인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종을더 높은 범주에 올려놓는 속성은 어떤 특별한 속성일까? 영속성일까? 천만에, 그럴 리가 없다. 일반 상식과 달리 변종이 늘 정상에서 일시적벗어난 존재인 것은 아니다. 변종도 사실상 영구불변의 존재가 될수 있다. 특히 아마존의 사키원숭이나 말레이 제도의 새날개나비처럼 영구적인 지리적 경계가 그 개체군을 계속 격리시킬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영속성이 아니라면 또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다른 합리적인 답은 생각나지 않았다. 같은 종 내에서 변종은 보편적으로 그리고 아주다양하게 나타났으며, 종과 종을 구별하는 데 사용되는 것과 똑같은 종류의 차이들을 모두 포함했다. 윌리스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상업적 채집가로서 수많은 표본을 채취하는 동안 종내에서 나타나는 변이를 다른 박물학자가 다섯 번의 생애를 살면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윌리스는 이렇게 썼다. "[종과 변종을 구분하는 질적인 요소가 없다면] 이사실은 종의 독립적 창조를 부정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왜냐하면, 기존의 법칙으로 만들어진 생물과 단지 정도의 차이만 나는 생물을 탄생시키는 데에는 굳이 특별한 창조 행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 P146

이곳의 핀치나 이구아나, 거북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유명한 동물들로 여긴다. 사람들은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타 지역과는(심지어는 다른대양도와도 아주 다른 신비한 곳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다윈과 비글호 항해에 관해 대중적인 책을 쓴 저자인 앨런 무어헤드 Alan Moorehead는강렬한 표현을 사용해 갈라파고스 제도에 대해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 섬들의 명성은 난 한 가지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이 섬들이 세상의 어떤 섬들과도 다르다는, 즉 아주 독특한 곳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갈라파고스 제도가 지닌 진짜 중요성은 오히려 정반대 사실에 있다. 즉, 갈라파고스 제도는 다른 섬들과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섬들을 대표한다. 갈라파고스제도가 다윈과 우리에게 교훈을 준 것은, 다른 섬들이 독특해 보이는 것처럼 갈라파고스제도 역시 독특해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섬은 생물학적으로 독특하다. 갈라파고스 제도 역시 생물학적으로 독특하기 때문에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갈라파고스제도는 독특하기 때문에 정상이다. - P163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되었다. 알다브라 섬의 거북수는 역사상 가장 적은 수로 추락했다가 극적으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고기를 노리는 사람들의 접근을 막음으로써 거북들은 대체로 방해를 받지 않고 살아갔고, 관목이 우거진 서식지 역시 그대로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또, 환초의 황량하고 혹독한 환경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천적인 쥐나 고양이가 크게 번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영국 정부가 알다브라 섬에 공군 기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워 위기가 고조된 적이 있지만, 일반 대중이 앞서 다원이 동참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반대 운동에 나서고, 왕립 학회까지 이 섬의 보호자로 나섰다. 그 결과로 알다브라 섬 연구 기지가 건설되었으며, 다른 개발 계획은 모두 취소되었다. 1976년, 알다브라 섬은 독립국이 된 세이셸 공화국 영토로 편입되었고, 세이셀 정부는 1981년에 알다브라 섬을 특별 보호 구역으로 지정했다. 최근의 보고에 따르면, 알다브라황소거북은 무사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잘 살아가서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알다브라 섬에는 거북이 약 15만 마리나 살고 있는데, 가까운 장래에 먹이 부족 사태가 발생해 자연적으로 개체수 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알다브라황소거북의 이야기는 다소 복잡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 사실은 딱 한 가지, 지리적 격리이다. 알다브라 섬은 격리 상태가 아주 심했다. 격리는 단순히 거리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날로 좁아지는 지구촌 시대에도 알다브라 섬의 격리 수준은 감소하지 않았다. 접근의 어려움은 다른 곳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 P172

두 개체군이 서로 교배할 수 없거나 교배를 통해 그 사이에서 태어난 첫 번째 세대가 생식이 불가능하다면, 두 개체군은 생식적으로 격리돼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말은 당나귀와 교배하여 노새를 낳을 수 있지만,
노새끼리는 교배해도 자손을 낳을 수 없다. 따라서 말과 당나귀는 각각 별개의 종이다. 마이어의 정의는 어떻게 두 집단이 생식적으로 격리될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낳는다. 그것은 지리적 격리의 결과로 생겨나는 가 아니면 다른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가?
계통 진화는 많은 사람들이 그 개념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또한 가지 기본 과정이다. 계통 진화는 한 종이 두 종으로 갈라지는 종 분화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개념이다. 종 분화가 한 번 일어날 때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의 수는 하나씩 늘어난다. 말과 동물 개체군이 생식적으로서로 격리된 두 개체군으로 갈라지면, 한 종이던 조상 대신에 두 종의후손, 예컨대 사바나얼룩말 Equus burchelli과 그레비얼룩말 Equus grevyi이 생기는데, 이런 것이 바로 종 분화이다. 종 분화에는 분명히 진화가 작용한다. 그러나 진화와 종 분화는 동의어가 아니다. 둘의 관계는 중첩된 범주와 같다. 종 분화는 전체의 한 측면에 불과하고, 계통 진화 역시 전체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 P180

계통 진화란,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어떤 종의 모습이나 행동이 원래의 종과는 다르게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이다. 즉, 한 종이 둘로 갈라지지 않고 변화한 환경에 적응해 변해간다.
종 분화는 주로 공간 차원에서 일어난다. ‘이소적 종분화와 ‘동소적 종분화에 공간상의 위치를 가리키는 ‘지역‘이란 말이 들어 있는 이유도이 때문이다. 반면에, 계통 진화는 주로 시간 차원에서 일어난다. 즉, 어떤 종이 이전의 종과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한 종으로 남아 있다. 종 분화가 일어나면  새로운 종들로 분리되지만, 계통 진화는 일단 종이 분리된 다음에도 두 종 사이의 차이가 점점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사바나얼룩말과 그레비얼룩말 사이의 차이는 종 분화의 결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얼룩말과 코끼리 사이의 차이는 종 분화에다가 수백만 년에 걸친계통 진화가 더해진 결과이다. - P181

그 밖에 또 다른 패턴은 없는가? 나는 온대 지방의 섬보다는 열대 지방의 섬을 많이 언급했다. 그리고 개구리나 도롱뇽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거대화, 왜소화, 비행 능력 상실 등 본토의 조상종과는 다른특징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따라서 우리는 혼돈 속에서 질서가 어렴풋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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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스가 실제로 표적으로 겨냥한 것은 특별한 창조론이었다.
윌리스는 종은 멸종한다고 썼다. 종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 대개 수백만 년 단위로 측정되는 시간 동안 살다가 사라진다. 이 사실은 화석기록에 분명히 남아 있다. 긴 시간의 척도에서 보면 그것은 점진적인 과정이며, 어떤 종이 멸종한 자리는 다른 종이 출현해 메운다. 독실한 창조론자(최소한 찰스 라이엘처럼 과학적 사고를 가진 독실한 창조론자)도 오래된 종의 멸종과 새로운 종의 탄생 사이에 그러한 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새로 태어나는 종의 기원은 무엇인가? 새로운종이 출현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정통 견해는 그 메커니즘이 바로 특별한 창조라고 주장했다. 윌리스는 이렇게 썼다. "일반적인 설명에 따르면, 오래된 종이 멸종하면 각 나라나 지역에서 그곳의 물리적 조건에 적응한 새로운 종이 창조된다." 즉, 하느님의 직접 개입을 통해 종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코카투앵무가 사는 바로 그 장소에 하느님이 코카투앵무를 창조했으며, 또 하느님은 현명한 판단을 통해 아루 제도는딱따구리가 살기에 적당하지 않은 곳으로 결정했다. 하느님은 각 종을사는 곳의 환경에 맞춰 적절한 모양으로 만들었으며, 신성한 생태학적 명령으로 전 세계의 동물상과 식물상을 만들어내고 배분했다. 특별한창조론은 이런 식의 논리를 펼쳤다. - P135

윌리스는 생물지리학을 범위와 영향력이 아주 큰 개념적 도구로 사용했다. 그는 종들이 어떤 곳에는 살고 어떤 곳에는 살지 않는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창조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관찰 자료가 기존의 이론과 어긋나는 현실 앞에서 월리스는 이론을 포기하는 쪽을 택했다. "따라서 종들의 분포를 결정하는 다른 법칙이 있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그는 종들의 분포뿐만 아니라 그기원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 P137

아루 제도에서 쓴 논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 논문에서는 기후는 서로 다르지만 과거에 서로 연결돼 있었던 거대한 두 섬 뉴기니 섬과 오스트레일리아를 비교연구했다. 뉴기니 섬에는 가까운 관계이긴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화식조(큰화식조)와는 다른 작은화식조가 살고 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의 캥거루와는 다른 나무캥거루도 살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윌리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 섬이 분리된 이후에 새로운 종들이 각 섬에 서서히 도입되었다. 그렇지만 이 종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종들과 아주 가까운 관계였다. 그리고 그중 많은 좋은 처음부터 두 장소에 공통으로 존재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처럼 많은 근연종이 존재하는(똑같은 좋은 거의 없이)두 가지 동물상이 생겨난 게 틀림없다. 

더 보자.

분리가 일어날 당시에 한곳에만 살던 종들은 근연종이 점진적으로 도입되면서 그곳만의 특별한 집단이 생겨났다. 

표현이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정확하면서도 중요하다. 윌리스는 사라와의 논문에서 표현한 것처럼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 함께존재하는 근연종들의 패턴을 설명하는 데 한 발짝 더 다가갔다.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이제 두 단계가 남아 있었다. ‘점진적 도입‘이란용어는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해야만 ‘진화‘라는 단어로 탈바꿈할 수 있을것이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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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 속의죽은 병사들은 놀랄 만큼 살아 있는 것들에 무관심하다. 자신들의목숨을 앗아간 사람들, 자신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 즉 우리에게말이다. 그렇지만 왜 그들이 우리의 시선을 끌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말인가를 꼭 들려줘야만 하는 것일까?
[그들이 말해준다 해도 ‘우리‘ 즉 그들이 겪어 왔던 일들을 전혀 겪어본 적이 없는 ‘우리‘ 모두는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알아듣지못한다. 정말이지 우리는 그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상상조차 할수 없다. 우리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하며,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런 상황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리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다. 전쟁이 벌어지던바로 그때에 포화 속에 갇혔으나 운 좋게도 주변 사람들을 쓰러뜨린 죽음에서 벗어난 모든 군인들, 모든 언론인들, 모든 부역 노동자들, 독자적인 모든 관찰자들이 절절히 공감하는 바가 바로 이점이다. 그리고 그들이 옳다. - P184

소련의 당 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장일치의 박수, 자축의박수는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관료들과 대중매체 논평자들이 독실한 신자인 척하며 만장일치로 무책임하게 지껄여대고 있는 말들, 현실을 감추려는 수사도 성숙한 민주주의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지금 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임무가 사람들을 속이는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말해서 사람들의 자신감을 부추기고, 슬픔을 조종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래 전부터 심리요법이 정치, 특히 논쟁을 수반하고 허심탄회함을 장려하는민주주의 정치를 대신해 왔던 것이다. 부디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강하다"라는 말을 우리는 끊임없이 들어 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런 말은 전혀 위안이되지 않는다. 미국이 강하다는 사실을 누가 의심하겠는가? 그러나꼭 강해지는 것만이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아니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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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고비를 넘긴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는 인민군가 대신 학교에서 배운 새 노래로,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를 소리높여 부를 수 있게끔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윤봉이었다.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었음을 그 애한테 이해시키기란 참말이지 장대로 보름달을 따는 것보다 더 불가능한 일이었다. 녀석은 저를 그토록 귀애해 주던 나어린인민군병사가 왜 갑자기 떠나버렸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 노래에 박수와 칭찬을 아끼지 않던 마을 사람들이 약속이라도한 듯이 하루아침에 마음을 바꾸어 바보 윤봉이로 통하던 당시처럼 다시 거들떠도 안 보게 되었는지 그 까닭을 전연 몰랐다. 하기야 너석 입장에서 본다면 구태여 그걸 알고 이해할 필요가 없는 노릇이었다. 녀석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축음기판이 돌아가고 있었다. 마음이 내킬 때마다 그걸 틀기만 하면 되었다. 그걸 틀고만 있으면 빛나던 시절 화려한 기억이 저한테서 떠나지 않고 머무는 줄로 알았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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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고방식은 방금 묘사했던 사고방식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듯한 사고방식으로서, 이미지로 뒤덮인 세계에서는, 아니 그것도 사방팔방이 모조리 이미지로 뒤덮인 세계에서는 우리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인가의 영향력이 점점 떨어져 간다는사고방식이다. 예컨대 우리는 완전히 무감각해져 버리는 셈이다. 결국 우리의 양심을 콕콕 찔러대는 이미지는 뭔가를 느낄 수 있는능력을 우리에게서 서서히 앗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 P156

현실이 일종의 스펙터클이 되어가고 있다는 주장은 깜짝 놀랄만큼 지역성을 띠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 세계의 부유한 곳, 그것도 뉴스가 오락으로 뒤바뀌어 버린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극소수 교육받은 사람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습관을 보편화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이들의 방식은 원숙하기 이를 데 없는 것으로서, ‘현대적인 것‘의 주된 획득물이자 진지한 논쟁과 토론을제공하는 정당 기반의 전통적 정치 형태를 분쇄하는 데 필요한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을 일종의 구경꾼으로 보는 것이 바로 이들의 방식이다. 전혀 진지하지 않을 뿐더러 괴팍하기그지없는 이들의 방식으로 보자면, 이 세계에는 현실적인 고통이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타인의 고통을 그저 쳐다만 보는 구경꾼으로 존재하거나, 구경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미덥지 않은 특권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부유한 나라들이 이곳저곳에 있다는 식으로 이 세계를 구별하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리라. 마찬가지로 전쟁, 엄청난 불의, 테러리즘 등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아는바가 아무것도 없는 뉴스 소비자들의 사고방식에 근거해 타인의 고통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일반화하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자신들이 텔레비전 상에서 보는 것들에 전혀 단련되어 있지 못한 텔레비전 시청자들도 수십 억이 넘는다. 이런 사람들은 현실에 선심을 베푸는 호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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