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은 바로 그러한 의지를 가진 과학자였다.
그는 1966년에 댄 심벌로프 Dan Simberloff 라는 대학원생을 데리고 다시 그곳을 찾았다. 심벌로프는 수학 실력이 뛰어난 윌슨의 협력자 중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훗날 평형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한 최초의사례로 인정받을 계획을 세웠다. 사실, 그것은 실험 생물지리학에서 일어난 최초의 시도이기도 했다. 이 실험 계획은 논리적 우아함과 그 결과 그리고 특이한 방법 때문에 큰 주목을 끌었다. 계획의 기본 개념은우선 작은 섬 몇 개를 선택해 거기에 사는 모든 절지동물의 종류와 수를조사한 다음, 화산 폭발이 일어난 라카타 섬처럼 그곳에 사는 동물을 모조리 없앤다. 그리고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재이주가 일어날까? 그야 당연히! 날개의 힘을 이용하거나 바람을 타고 모험적인 절지동물이 다시 돌아와 텅 빈 생태계를 채울 것이다.
그것은 빨리 일어날까. 서서히 일어날까? 그 속도는 섬이 얼마나 외딴 곳에 멀리 떨어져 있느냐와 상관관계가 있을까? 각 섬에 서식하는종의 수는 결국 평형에 이를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새로운 평형에서 종의 수는 윌슨과 심벌로프가 처음에 조사한 결과와 대략 비슷할까? 교체도 일어날까? 일어난다면 그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이 모든결과는 이론이 예측하는 바와 일치할까? 이러한 것들이 실험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 궁극적인 질문이었다. - P584

이를 위해 그들은 마이애미의 내셔널 해충방제회사 직원들을 고용했다. 그들은 이 일에 큰 흥미를 느껴 기꺼이 협조했다. 그들은 얕은 바다의 진흙 바닥 위에 비계와 탑을 세웠다. 서식하는 동물들의 개체수 조사가 끝난 뒤, 그들은 각각의 섬을 거대한 나일론 텐트로 둘러쌌다. (아방가르드 예술가 크리스토Christo는 훗날 섬을 포함해 자연 풍경을 둘러싸는 방법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예술사학자들은 크리스토가 윌슨과 심벌로프, 내셔널 해충방제회사에게 빚을 졌다는 사실을 일반적으로 지적하지 않는다.) 그리고 텐트안을 페스트마스터 토양 훈증소독제 1번(주성분이 브롬화메틸인 살충 가스)으로 가득 채웠다. 브롬화메틸은 절지동물에게 치명적인 독가스이다. 어떤 조건에서는 붉은맹그로브에게도 해를 입힐 수 있다. 그래서 윌슨과 심벌로프는 살충 가스를 적당한 농도로 기온이 낮은 밤중에 살포하도록 하여 나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경 썼다. 훈증은 몇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곤충과 거미가 모두 죽어 떨어지자, 텐트를 벗겨내 남은가스가 날아가게 했다. 이제 섬은 순식간에 동물이 전혀 살지 않는 장소로 변했지만, 그 밖의 조건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 P585

어쨌든 세 섬에서는 그런 결과가 나왔다. 세 섬은 재이주가 금방 일어났다. 각 섬에서 종의 다양성은 일시적으로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가 조금 감소하여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안정된 상태에서 종의수는 훈증을 하기 전에 살았던 종의 수와 비슷했다. 이것은 평형 이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사례였다.
한편, 네 번째 섬에서는 재이주 과정이 더 천천히 일어났다. 이 섬은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 섬도 결국에는 평형에 도달했지만, 그 상태에서 종의 수는 가까이 위치한 섬들에 비해 더 적었다. 따라서 거리효과 역시 확인되었다.
2년 뒤에 네 섬을 다시 조사했다. 각 섬에 살고 있는 종의 수는 지난번조사 때와 거의 똑같았다. 다만, 새로운 종이 일부 추가되고, 기존의 종이 일부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다. 이주가 계속 일어났으며, 그것은 멸종과 상쇄되었다. 교체가 일어난 것이다. - P587

다이아몬드는 조류의 다양성에 적용한 평형 이론을 다룬 난해한 논문(1972) 말미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전체 열대 지역에서 열대우림은 "아주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어 수십 년이 지나면 남은 게 거의 없을것이다. 열대우림에 사는 많은 좋은 다른 서식지에서는 살 수 없으므로열대우림 파괴는 지구상의 수많은 종을 멸종시키고 진화의 경로마저 돌이킬 수 없게 바꾸어놓을 것이다."라고 썼다. 이러한 우려를 표명한 생물학자는 그가 최초는 아니지만, 다이아몬드는 맥아서와 윌슨의 연구를확장하여 불길한 예언을 덧붙였다.

뉴기니 섬을 포함해 일부 열대 나라의 정부들은 이제 일부 열대우림을 보존하기 위해 따로 떼어내 보호하려고 한다. 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열대우림은 완전히 사라지는 대신에 숲의 종들이 살아갈 수 없는 맨땅의 ‘바다‘로 둘러싸인 ‘섬들‘로 쪼개져나갈 것이다."

그러한 보호 구역을 설정하면 반도 지역이 육교섬으로 고립될 때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것이다. 즉, 희귀종은 멸종할 것이고, 전반적으로 종의 다양성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배스 해협의 플린더스 섬과 킹 섬, 그리고 그레이트베이슨의 산꼭대기 섬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파나마의 바로콜로라도 섬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다이아몬드는 격리된 생태계 조각이라면 어디서도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P604

로라도 섬의 높은 멸종 비율도 지적했다. 이러한 증거들과 이론들을 바탕으로 분석하면, 격리된 보호 구역에서 종들이 살아남을 전망에 대해몇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것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새로 격리된 보호 구역에는 평형 상태보다 일시적으로 더 많은 종이 살 것이다. 그러나 평형을 향한 완화가 일어나면서 여분의 종들은 결국 사라진다.
• 완화의 속도는 큰 보호 구역보다 작은 보호 구역이 더 빠르다.
• 종의 종류에 따라 영속적인 개체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면적이 다르다.

논문 말미에서 다이아몬드는 자연 보호 구역 시스템을 위한 일련의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그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돼 있다.

• 큰 보호 구역에는 작은 보호 구역보다 평형 상태에서 더 많은 종이살 수 있다.
• 다른 보호 구역과 가까이 위치한 보호 구역에는 멀리 떨어진 보호구역보다 더 많은 종이 살 수 있다.
• 서로 분리돼 있거나 직선으로 배열된 보호 구역들의 집단보다 미약하게 서로 연결돼 있는(또는 가까이 모여 있는) 보호 구역들의 집단에더 많은 종이 산다.
• 길쭉한 보호 구역보다 둥근 모양의 보호 구역에 더 많은 종이 산다.
•••••••
다이아몬드의 도표에는 작은 원 4개가 큰 원 1개보다 나쁜 것으로 표현돼 있다. 그러나 실제 세계에서 작은 보호 구역 4개가 큰 보호 구역1개보다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10년 동안 치열한 논쟁거리가 되었고, 나중에는 인신 공격으로까지 비화했다. 이 논쟁에는 SLOSS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SLOSS는 ‘single large or severalsmall‘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큰 것 하나냐, 작은 것 여럿이냐‘ 란뜻이다. 1970년대 후반에 SLOSS 논쟁은 생태학의 참호전이라 부를 수있을 만큼 격렬해졌다. - P607

비행기는 개활지 위를 날고 있었다. 거의 벌거벗은 아마존의 점토 땅위에는 잡초만 조금 자랄 뿐이었다. 풍요로운 열대 지역의 땅이 마치 털깎인 양처럼 벌거숭이로 변한 것이다.
나무 그루터기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숯으로 변한 통나무도 여기저기널려 있었다. 나무를 베고 불을 지른 사람들은 작업을 완벽하게 완수했다. 그런데 그들은 나무만 파괴하고 그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열대우림뿐만 아니라 열대우림을 만드는 조건들마저 파괴했다. 즉, 어둠, 습한환경, 그늘을 좋아하는 하층 식물, 날아다니거나 나무를 기어오르는 다양한 동물, 몸집이 큰 포식 동물, 먹이 동물, 바람과 침식을 막아주는 보호막, 균근균, 영양물질, 생태학적 상호작용의 맥박마저 파괴했다. 숲의 촉촉한 숨결이 영영 사라져버린 것이다.
비행기가 다시 옆으로 기울더니, 창문 밖으로 독특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불에 그을린 개활지 가운데 정사각형 모양의 작은 숲이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 그것은 마치 보풀이 인 융단 조각을 흙바닥에 던져놓은것 같았다. - P613

 그가 섬으로 선택한 것은 산호초 머리 부분이었는데, 그곳에 서식하는 좋은 한 산호초 머리 부분에서 살아가는 해양절지동물이었다. 아벨은 일관성 있는 패턴을 발견했다. 작은 산호초 2개에는 면적이 같은 큰 산호초 하나보다 더 많은 절지동물 종이 살고 있었다. 아벨의 조사 결과 역시 심벌로프의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애매했다. 하지만 그 결과들은 큰 섬 하나가 작은 섬 2개보다 종의다양성이 더 풍부하다는 단정적 가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종과 면적 관계에 대한 연구의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고 그 무렵에 평형 이론이 열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주장은 이단적으로 보였다. 그것은 마치 교황은 가톨릭교도가 아니라는주장과 같았다.
그런데 예상과 어긋나는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심벌로프와아벨은 (1) 본토에 사는 종의 수, (2) 본토에 사는 종들 사이에 확산 능력의 차이가 없는 점, (3) 종들 사이의 경쟁을 꼽았다. 이 각각의 요인은큰 섬 하나보다 작은 섬 2개에 더 많은 종이 사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기여할 수 있다. - P623

심벌로프와 아벨이 1967년의 논문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SLOSS 논쟁에서 결국 표출된 또 하나의 잠재적 요인은 서식지 다양성이다. 만약 작은 섬 2개가 세 가지 서식지를 제공하는 데 비해 큰 섬 하나가 두 가지 서식지만 제공한다면, 작은 섬 2개에 더 많은 종이 살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큰 섬 하나가 작은 섬 2개보다 더 많은 서식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서식지 요인과 그 밖의 요인들이 큰 면적과 분열이 일어나지 않은 조건이 실제로 종의 다양성을더 풍부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심벌로프와 아벨은 그러한 가능성을인정했다. 현실 세계에서 섬들은 아주 다양하다. 반면에 다이아몬드가 주장한 보호 구역 설계의 원리는 섬들의 균일성을 가정하고 있다.  - P623

지머만은 면적에만 매달리는 짓은 그만두라고 주장했다. 번식에 유리한 서식지를 풍부하게 포함한 100 헥타르의 보호 구역은 적당한 서식지가 부족한 500 헥타르의 보호 구역보다 자연보전의 가치가 더 크다. 그녀는 양서류를 보호하려고 한다면 종-면적 곡선과 S = cAz, 그리고 보호 구역은 클수록 좋다는 개념 따위는 다 잊어버리고 큰 보호 구역 대신에 하천과 웅덩이를 보호하도록 노력하라고 주장했다. - P662

자연 보호 구역이 육교섬과 유사하다는 가설에서 몇 가지를 예측할 수 있다. 즉, (1) 주어진 보호 구역 내에서 멸종되는 종의 수는 유입되는 종의 수를 능가할 것이다. (2) 멸종되는 종의 수는 보호 구역의 면적에 반비례할것이다. (3) 멸종되는 종의 수는 보호 구역의 나이에 정비례할 것이다.

이 세 가지 예측은 프레스턴의 표본대격리 집단 논의에서 직접 나왔으며, 맥아서와 윌슨의 이론은 그것을 더 발전시켰고, 다이아몬드의 "섬의 딜레마"는 그것을 보호 구역의 설계에 적용할 수 있게 해석했다.
자연 보호 구역은 본질적으로 격리 집단이 될 운명에 놓여 있는 자연표본이다. "멸종되는 종의 수는 유입되는 종의 수를 능가하는데, 왜냐하면 이주를 통한 유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또, "멸종되는 종의 수는보호 구역의 면적에 반비례하는데, 왜냐하면 (a) 각 종의 개체군 크기는 보호 구역의 면적에 따라 결정되며, (b) 작은 개체군은 특별한 위험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처음의 두 가지 예측은, 새로 생긴 보호 구역은일시적으로는 평형 상태보다 더 많은 종을 포함하지만, 갈수록 점점 좋을 잃게 되며, 보호 구역의 면적이 작을수록 종의 상실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말해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계속 상실되며, 보호 구역이 새로운 평형으로 ‘완화‘될 때까지 종의 상실이 계속된다. 보호 구역의 나이는 표본이 격리 집단이 된 이후에 시간이 얼마나 경과했는지 대략 추정하는 데 도움을 주며, 따라서 종의 상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지 가늠할 수 있다.
북아메리카의 공원들에서는 이러한 예측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타났을까? 기록들이 가장 완전하게 남아 있는 서부의 14개 공원과 공원 집단을 조사한 결과는 실제로 그런 것으로 나타났다.  - P668

그들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분석을 했는데, 이 때문에 그들의 논문은 그 당시에 나온 것치고는 특별한 종류의 논문이 되었다. 그들은 서식지에서 살아가는 캥거루 동물의 밀도를 종별로 계산해보았다. 예를들면, 코카는 1헥타르당 한마리가 살았고, 몸집이 더 큰 유로는 10 헥타르당 한 마리가 살았다. 그런 다음, 그 종의 개체군 밀도에다가 그 종이살고 있는 가장 작은 섬의 면적을 곱했더니 흥미로운 수치가 나왔다. 그들은 "이 자료들을 작은 섬의 상황으로 연장해 적용하면, 생존 가능 최소 개체군의 크기를 대략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생존 가능 최소 개체군‘이라는 용어는 여기서 처음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용어는 단순한 용어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전 생물학자들 중에서 ‘최소 개체군‘이나 ‘생존 가능 개체군이라는 용어를 모호하게 사용한 적은 있었지만, 메인과 야다브가 사용한이 용어는 아주 새로운 개념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구는 당장 큰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두 사람은 또 한 가지 개념을 언급만 하고 크게 강조하지는 않았는데, 이것은 나중에 ‘생존 가능 최소 개체군‘ 만큼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르게된다. 그것은 생존 가능 최소 개체군이 종에 따라 다르다는 개념이었다.
그들은 논문 마지막 문장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생존 가능 최소 개체군(무한정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개체군의 크기로 정의되는)은 200마리에서 300마리 사이로 보인다." - P696

체계적 압력은 그 자체로는 중요할 수 있지만, 섀퍼는 자신의 연구에서는 그것을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논문은 곰사냥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확률적 교란이었다. 이것은 작은 개체군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그 효과가 치명적이 되는 개체군의 문턱값은 얼마일까?
섀퍼는 "일반적으로, 어떤 개체군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의 원천은 네 가지가 있다."1" 라고 썼다. 그리고 그것들을 개체수 요동, 환경적요동, 자연재해, 유전적 요동이라고 열거했다(원문에서는 ‘요동‘에 해당하는 단어가 stochasticity로 나온다.) - P700

내가 페리네를 처음 방문한 시기는 베도가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나역시 그의 재주를 칭찬하고 두둑한 돈을 지불함으로써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가이드로 살아가는 게 더 유망하다는생각을 부추긴 외국인이 되고 말았다. 베도가 나를 아날라마자오트라로 안내하던 날 밤에 나는 그가 라이트나 랜팅과 그런 인연이 있는 줄 전혀몰랐다. 그리고 그가 이미 마다가스카르에서 아주 유명한 젊은 박물학자이며, 관광객뿐만 아니라 아날라마자오트라에서 야외 조사를 했거나 인드리를 직접 보고 듣기 위해 잠깐 방문한 다수의 생물학자에게도 존경을 받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가 학교와 숲 사이에서 겪은 갈등은 말할 것도 없다. 베도가 라노마파나와 다른 곳을 여행한 사실도 전혀몰랐다. 그리고 그의 조용한 매력. 호텔에서 영어와 프랑스 어를 쓰는고객들에게 보여주는 자신감, 전문 지식, 돈을 많이 버는 능력, 외국인들 사이에 유명 인사로 대우받는 것 때문에 그의 마을에서는 질시를 받는다는 사실 역시 알 리가 없었다. 나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라이트에게서 전화를 반기 전까지는 이런 사실들을 까마득히 몰랐다. 라이트는 베도가 살해되었다고 말했다.
자세한 사정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저간의 사정은 짐작이 간다고 라이트는 말했다. 그의 시체는 이미 발견되었다. 라이트는 슬픔에 젖어 메마르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흐렸다. "그는 최고의 눈을 가진 아이였는데... - P711

이 추정치는 ‘50/500 규칙‘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단기적 근교 약세를 피하기 위한 최소 크기는 50마리이고, 장기적 적응 능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 크기는 500마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수치를 구체적으로못박은 것은 비판의 표적이 되었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50/500 규칙을너무 단순한 일반화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오도할 염려가 있다고 생각했다. 50/500 규칙은 보호 구역을 설계하는 사람들과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중에 코스타리카 공무원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부채머리독수리와 재규어 개체군이 50마리 미만이므로 이들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 숫자들이 그렇게능력한 위력을 발휘했을까? 그 수치들은 일단 그럴듯해 보였고, 구체적증거 (비록 적긴 했지만)와 합리적인 논증을 바탕으로 했으며, 또 많은 사람들이 그런 답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사 프랭클린이제시한 수치가 정확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은 논의의 초점을 좁히는 데 도움을 주었다. - P714

그는 "열대 지방에 사는 큰 식물 및 육상 척추동물에게 일어나는 중요한 진화는 이번 세기에 종말을 고할 것이다." 라고 썼다. 진화의 종말이라고? 그렇다. 다만, 그가 의미한 것은 정확하게는 종 분화의 종말이다. 현존하는 나무나 척추동물 종들은 그 계통 내에서는 진화가 조금씩계속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별개의 새로운 계통으로 갈라져나가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정말로 심각한 주장이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분기는 생물다양성의 주요 원천이기 때문이다. 술레의 주장은 생물지리학과 유전학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야생 자연 고갈 현상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열대 지역 전체에서 일어나는 서식지파괴와 분열 때문에, 그리고 사람들이 마지못해 떼어놓은 자연 보호 구역이 너무 작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척추동물과 나무 종들이 사실상 진화를 멈추는 날을 맞이할 것이다. 각 좋은 기껏해야 생존 가능 개체군을 간신히 유지할 서식지는 찾을 수 있겠지만, 여러 개체군으로 분기하는 데 충분한 서식지는 얻지 못할 것이다. - P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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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레는 멸종에 기여하는 요인 열여덟가지를 들었다.
1. 희귀성(낮은 개체군 밀도)
2. 희귀성(작고 희귀한 서식지)
3. 확산 능력 제한
4. 근친교배
5. 이형 접합 상실
6. 창시자 효과
7. 교잡
8. 연속적인 서식지 상실
9. 환경 변화
10. 장기적 환경 추세
11. 천재지변
12. 공생 개체군의 멸종 또는 감소
13. 경쟁
14. 포식
15. 질병
16. 사냥과 채집
17. 서식지 교란
18. 서식지 파괴

그 책에 실린 글에서 술레는 조용하지만 불길한 사실을 강조했다.
"지난 100년 동안 수십 종의 조류, 포유류, 꽃식물이 갑자기 멸종했는데, 특히 대양도에서 많이 멸종했다. 마치 이들 좀 사이에 어떤 전염병이 번져가는 것 같았다. "
여기서 여러분은 술레가 그다음에 한 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염병은 이제 대륙으로 번져가는 것처럼 보인다." - P526

프레스턴의 종형 곡선은 다른 종형 곡선과 마찬가지로 말쑥하고 대칭적이다. 이 곡선이 나타내는 것은 아주 희귀한 좋은 약간 적당히, 풍부한 종은 아주 많이, 그리고 아주 풍부한 종은 약간 포함한 생물 군집이다. 만약 보편성과 희귀성의 분포가 프레스턴의 주장처럼 법칙적이라면, 이 곡선은 일부 상황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생물개체군에 적용될 것이다. 프레스턴은 한 가지를 더 명기했다. 완전한 생물 군집에서 가장 풍부한 극소수 종들이 (적당히 풍부한 많은 종들보다) 군집을 이루는 전체 개체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 P535

이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표본은 보편종과 희귀종 사이의 균형이 어느 정도 반영된 반면, 격리 집단은 그와는 다른 종류의 균형이 반영돼있기 때문이다. 표본은 격리 집단보다 희귀종을 더 많이 포함한다. 왜그럴까? 프레스턴은 "그 까닭은 격리된 섬에서는 내부 평형에 가까운결과, 어쩌면 자기 충족적인 정준 분포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은 제한된 수의 개체만 수용할 수 있으므로 종의 수가 매우적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내부 평형은, 격리 집단 내에서 희귀종은 외부에서 흘러들어오는 같은 종의 다른 개체를 통해 보충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 희귀종 개체들은 순전히 자신들에게만 의존해 살아가야 한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살아남아 번식해야 하며, 이것에 성공하지 못하면 섬에서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본토에서는 면적이 작은 지역이라도 내부 평형상태에 놓여 있지 않다. 그 지역은 자신의 경계를 넘어선 다른 지역들과 평형 상태에 있으며, 따라서 훨씬 넓은 지역의 표본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본토의 표본 지역에는 희귀성의 문턱이 낮은 종들이 더 많이 포함돼 있다. 한 표본지역 내에서 국지적으로 희귀한 이 종들은 더 넓은 땅에서 배회하다가흘러들어오는 개체들을 통해 간신히라도 계속 보충되는 경향이 있다. - P540

 예컨대 종과 면적의 관계가 그랬다. 또, 필립 달링턴이 사람들의 주목을 끈 반복적인 비율도 있다. 면적이 10분의 1로 줄어들 때마다 종의 다양성은 약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관계 말이다. 윌슨은 아시아와 태평양의 섬에 사는 개미 종들 사이에서 또 다른 패턴을 발견했다. 새로 진화한 종은 아시아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넓은 땅에서 생겨난 다음, 거기서 모험적인 이주를 통해 멀리 떨어진 섬까지 확산하는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확산해가는 종이 피지 제도처럼 작고 멀리 떨어진 장소로 이주하면, 그곳에서 오래 전부터 살아온 토착종을 대체하는것처럼 보였다. 새로운 좋은 계속해서 도착했고, 오래된 좋은 끊임없이 멸종해가기 때문에 순 효과는 개미의 전체 수가 증가하지도 감소하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슨의 눈에 그것은 일종의 자연적인 균형처럼 보였다.
"그래, 맞아. 이것은 평형이야." 맥아서가 말했다. - P563

맥아서와 윌슨 이전의 과학자들은 이 패턴을 대개 역사적 이유로 설명했다. 외딴 곳에 격리된 상태는 오직 오랜 세월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있는 장애 요인이었다. 외딴 곳에 격리된 데다가 종까지 빈약하다면, 그것은 섬의 역사가 비교적 짧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새로 생긴 대양도에생물이 이주해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만약 섬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면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먼 곳에 외따로 떨어진 섬들은 일반적으로 종이 풍부하게 존재할 만큼 나이가 충분히 오래되지 않았다. 역사적 가설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맥아서와 윌슨은 역사는 정답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새로 생겨난 대양도에서 시간은 오직 초기에만 제약 요소가 된다고믿었다. 그리고 전 세계의 섬 생태계들은 대부분 그 이후에 성숙해져 균형 상태와 평형에 도달했으며, 각 섬에 존재하는 종의 수는 역사적 상황이 아니라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믿었다. 또, 그러한균형을 빚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진행 과정은 이주와 멸종이라고 주장했다. - P576

맥아서와 윌슨은 이 비역사적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공동 저서 21 페이지에서 예의 그 X 그래프를 다시 소개했다. 유입 곡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하강했다. 멸종 곡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상승했다. 유입 비율 감소와 멸종 비율 증가는 경과한 시간이 아니라 그섬에 존재하는 종의 수에 대해 나타냈다. 섬이 종들로 채워져감에 따라유입은 감소하고 멸종은 증가해, 결국에는 어느 평형 수준에서 상쇄된다. 그 지점에서는 유입 속도와 멸종 속도가 정확히 상쇄되어 좋은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는다. 증가분과 감소분이 상쇄되는 이 현상(종의 명단에서 이름만 바뀌는 현상)을 교체라고 부른다. 새로운 나비가 한 종 도착하면 다른 나비 한 종이 멸종해, 결과적으로 섬에 존재하는 전체 나비의 종수는 이전과 똑같다. 교체를 통한 평형이 유지되는 것이다. - P576

그들의 개념 모형은 실제 세계의 자료에 나타나는 두 가지 패턴을 설명해주는데, 이 모형이 강력한 위력을 떨친 것은 설명의 힘이 뛰어났기때문이다. 작은 섬에는 큰 섬보다 종이 더 적다. 왜? 작은 섬에서는 멸종하는 종보다 이주해오는 종이 더 적기 때문이다. 맥아서와 윌슨의 체계에서는 이것을 ‘면적 효과‘라 부른다. 본토에 가까운 섬보다 멀리 떨어진 섬은 종이 더 적다. 왜? 멀리 떨어진 섬에서는 멸종하는 종보다 이주해오는 생물이 더 적기 때문이다. 이것을 ‘거리 효과‘라 부른다. 이렇게 면적과 거리가 결합하여 유입과 멸종 사이의 균형을 조절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렇게 설명하니 모든 것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 P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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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토하는 몸을 꼿꼿이 세우더니 어깨를 쭉 펴고서 정면을 바라본다. "제일생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고 가장 사랑한 것이 바로 군대입니다."
"지금 자네가 군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군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걸세." 스카비노 장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쓴다. "적어도 그 특별봉사대를 책임지는 동안에는 말일세."
판토하 대위가 눈을 꿈뻑거린다. "죄송합니다만 지금 무슨 말씀을하시는 겁니까?"
"난 자네가 사령부나 이키토스의 막사에 발을 들여놓지 않길 바라네." 스카비노 장군은 윙윙 소리만 낼 뿐 보이지 않는 선풍기 날개에 손바닥과 손등을 번갈아 갖다 댄다. "모든 공식 행사나 사열, 혹은 미사나 종교 행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좋네. 또한 군복을 입고 다닐 필요도 없어. 사복만 입도록 하게."
"근무를 할 때도 사복을 입어야 합니까?" 판토하 대위는 계속해서눈을 깜박거린다.
"자네 근무지는 사령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마련할 것이네." 스카비노 장군은 걱정스럽고 당황스러우며 동정 어린 눈빛으로그를 쳐다본다. "모르는 척하지 말게. 자네가 조직하려는 특별봉사대를 위해 이곳에 사무실이라도 열어줄 거라고 생각했나? 이키토스 외곽 그러니까 아마존 강변에 내가 창고 하나를 준비해놓았네. 항상 사복을 입고 다니게 그곳이 군대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알아서는 안 되며 눈치 채서도 안 되네. 알겠나?"
"예, 장군님" 판토하 대위는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끄덕인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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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나는 이 소설을 1973년과 1974년에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리아 지역의 허름하고 비좁은 집에서 있으며, 동시에 소설의 영화 시나리오도 함께 작업했다. 영화는 호세 마리아구티에레스가 감독을 맡아 촬영해야 했지만, 영화계의 황당한 술책에 휘말려 결국은 내가 그와 함께 공동으로 감독을 맡게 되었다. 그 영화가 실패작으로 끝난 것은 모두 내 책임이다.
아마존 수비대원들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페루 군부가 조직했던 ‘특별봉사대‘라는 소설의 이야기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나는 1958년과 1962년에 아마존 지역을 방문하면서 너무나 확장되고 왜곡된 나머지 잔혹하고 처참한 우스개 꼴이 되고 만 특별봉사대의 존재에 관해 알게 되었다. - P5

1

"일어나요, 판타" "포치타가 말한다. "벌써 여덟시예요. 판타, 판티타."
"벌써 여덟시라고? 맙소사, 세상 모르고 잤어." 판티타가 하품한다. "내 계급장 달았어?"
"그럼요, 중위님." 포치타가 차려 자세를 취한다. "아이, 미안해요. 대위님. 내가 습관이 될 때까지는 그냥 중위로 계속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계급장을 달아놓으니 아주 멋져 보이는걸요. 하지만 지금 당장 일어나야 해요. 약속이 몇 시죠?"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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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준페이, 이 세계의 온갖 것들은 의지를 갖고 있어." 작은 목소리로 그녀는 고백하듯이 말했다. 준페이는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하는 말은 밤공기 속에서 문장으로서의 형태를 잃고 희미한 와인 향기에 섞여 그의 의식 깊은 곳에 은밀히 와닿았다. "이를테면 바람은 의지를 갖고 있어. 우리는 평소에그런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지.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저절로 깨닫게 돼. 바람은 단일한 의지를 갖고 당신을 감싸고 당신을 뒤흔들어 바람은 당신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
바람뿐만이 아니야. 온갖 다양한 것들이, 돌도 그중 하나겠지? 그들은 우리를 아주 잘 알아.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 어느 순간이찾아오고, 우리는 그것을 문득 깨달아 우리는 그런 것들과 함께 살아나갈 수밖에 없어. 그런 것들을 받아들여서 우리는 살아남고 그리고 점점 더 깊어져가는 거야."

고독한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콩팥 모양의 검은 돌이 이제는 그녀의 생활 대부분을 지배한다.
이 돌은 외부에서 온 물체가 아니구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사이에 준페이는 그것을 깨달았다. 중요한 건 그녀의 내부에있는 뭔가였다. 그녀 안의 뭔가가 콩팥 모양의 검은 돌을 활성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에게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것을 원했다. 그러기 위한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었다. 밤마다 자리를 바꿔 이동하는 방식으로. - P147

"무엇보다 멋진 것은 그곳에 있으면 나라는 인간이 변화한다는거예요." 그녀는 인터뷰어에게 말했다. "아니, 그보다 변화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높은 곳에 올라서면 그곳에 있는것은 단지 나와 바람뿐이에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바람이 나를 감싸고, 나를 뒤흔들어요. 그렇게 바람이 나라는 존재를 이해합니다. 동시에 나는 바람을 이해하고요. 그리고 우리는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거예요. 나와 바람뿐, 그밖에 다른 것은 끼어들 여지가 없어요. 내가 좋아하는 건 바로 그런 순간이죠. 아뇨, 공포감은 없어요. 일단 높은 곳에 발을내딛고 그 집중 속에 빠져버리면 공포감은 사라집니다. 우리는 친밀한 공백 속에 함께 존재해요. 나는 그런 순간이 세상 무엇보다 좋은 거예요." - P154

어쩌면 이렇게도 재미없는 인생인가. 미즈키는 자신의 과거와현재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새삼 탄식이 흘러나왔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인생에서는 드라마틱한 요소라고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영상물로 비유하자면, 수면을 유도할 목적으로 제작된 저예산 자연풍경 비디오 같다. 덤덤한 색조의 풍경이 그저 덤덤하게, 하염없이 이어진다. 장면 전환도 없고 클로즈업도 없다. 신나는장면도 없고 우울한 장면도 없고 눈길을 끄는 에피소드 같은 것도없다. 복선도 없고 시사점도 없다. 이따금 생각난 것처럼 카메라앵글이 조금 달라질 뿐이다. - P174

"물론이죠." 사카키 데쓰코는 말했다. 그리고 유연성이 뛰어난얼굴을 옆으로 쭉 늘이며 씨익 웃었다. "그때는 또 우리 둘이서뭔가 때려잡아봅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자 미즈키는 원숭이에게서 되찾아온 ‘오자와 미즈키‘라는 낡은 이름표와 ‘안도(오자와) 미즈키‘라는 이름이 새겨진은팔찌를 갈색 서류봉투에 넣어 테이프로 밀봉하고 벽장 안의 종이박스에 넣었다. 마침내 자신의 이름이 손 안에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 다시 그 이름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일이 잘 풀릴수도 있고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게 바로그녀의 이름이고 그밖에 다른 이름은 없는 것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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