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첫째, 스카웃, 네가 간단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아빠?"
"- 말하자면 그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야."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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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개체superorganism의 대표적인 동물입니다. 당신 p한 마리 한 마리는 벌이라는 곤충 개체로서 존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 같이 모여서 한 마리의 기대한 동물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마치 세포가 신체 기관에 따라다른 모습으로 분화해 활동하는 것처럼요.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라는 책을 쓴 독일의 곤충학자 위르겐 타우츠는 당신에게서 척추동물, 그것도 포유동물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꿀벌 군집은 포유류처럼 자식을많이 낳지 않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당신은 ‘여왕벌이 하루에 많게는 3000개나 되는 알을 낳는데?‘라며 반문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생식 능력이 있는 ‘진짜 자식‘인 여왕벌은 그 중두세 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초개체를 유지하기 위해 봉사하는 일벌들이죠. 이들은 여왕벌과 유전자는 공유하지만, 대를 이을 능력이 없습니다. 5기] - P65

발표를 듣다 보니, 조금 이해가 갔어. 호랑이가 깊은 산속에 살았던 것도 맞긴 맞대. 다만 깊은 산속에 주로 산 것은 조선후기에 국한될 뿐이라는 거지, 전기와 중기까지만 해도 호랑이는 산 속 외에도 야트막한 지형의 물가 습지에서도 태연히 살았대.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말인지도 몰라. 지상에서 가장 힘세고 강한 최상위 포식자인 네가 가장 먹잇감이 많고 물이 넉넉한 곳에서 사는 게 당연하잖아? 물가만큼 생태계가 다양하고 복잡하며 풍요로운 곳이 어디 또 있겠어. 플랑크톤류부터 물고기 같은 물 속의 동물, 이들을 노리고 오는 새,
범람원의 무성한 수풀과 주변의 갈대숲에 사는 고라니 같은 초식 동물, 이들을 노리는 육식동물까지 그야말로 동물에게는 천국이지, 동물 입장에서는 이런 지상 낙원을 두고 산에 들어갈 이유가 어디 있겠어!
- P92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네가 밀려났을까. 김 박사는 농지 개간을 큰 이유로 꼽았어, 농업 개발은 고려 말인 15세기부터 본격화됐는데, 이 때 강가에 수리 시설을 짓고 무논을 만들기 시작했대. 그런데 바로 그 강가가 네가 뛰어놀던 공간이었던 거야! 전에는 사람이 가끔 풀이나 베러 갔던곳인데, 여기에 논을 조성하니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게 됐지, 너는 자연히 지상 낙원과 같은 물가를 포기하고, 물 귀하고 동물 수 적은 척박한 산으로 올라가야 했고,
••••••
이번에는 산골짜기와 중턱에 불을 질러 화전으로 만들기 시작했지.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줄곧 이어진 화전 조성으로, 너는 다시 낮은 산을 떠나 깊고 깊은 산 위로 올라가야 했던 거야. 먹을 게 풍부한물가를 포기하고, 물가보다는 못하지만 그나마 영양가가 풍부했던 산 아래마저 사람에게 빼앗긴 너는 어쩔 수 없이 깊은 산속에 갈 수밖에 없었어. 먹을 것도 별로 없는 척박한 그곳으로!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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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 오빠의 팔이 심하게 부러진 것은 열세 살이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상처가 아물고 어쩌면 다시는 미식 축구를 못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라지자 오빠는 좀처럼 상처에 대하여 생각하지않았다. 오빠의 왼쪽 팔은 오른쪽 팔보다 조금 짧아졌다. 서 있거나걸을 때면 손등이 몸과 직각을 이루었고, 엄지손가락은 허벅지와 평행이 됐다. 하지만 공을 떨어뜨려 땅에 닿기 전에 차거나 패스할 수있는 한, 오빠는 눈곱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사건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사건의 발단을 두고 가끔 논쟁을 벌였다. 나는 그 모든 사건이 이웰집안 사람들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주장했지만, 네 살 위인 오빠는그보다 훨씬 전에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딜이 이곳에 온 첫 여름, 부래들리를 집 밖으로 끌어내자는 생각을 해냈을 때 이미 시작되었다는 거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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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할 수 있어도 나는 그냥, 못 하는 것들이 있다는거야.」「어째서 내가 그런 특권을 가진 인물이지?」「너는 핀치 집안사람이니까.」네 말대로 나는 핀치 집안사람이야.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그래서 너는 마음 내키면 멜빵바지를 입고 셔츠 자락을 내놓고 맨발로 읍내를 활보할 수 있는 거야. 메이콤 사람들은 핀치 집안 피가 어디 가나, 저 아이는 원래 저래, 라고 말하지. 그러고는 씩 웃고 자기들 할 일이나하는 거야. 예나 지금이나 스카웃 핀치는 변하지를 않아. 메이콤 사람들은 네가 빨가벗고 강물에 뛰어들어 헤엄쳤다는 사실에 즐거워하고 그 이야기를 기다렸다는듯이 선뜻 믿지. 하나도 안 변했어, 라고 말하면서, 항상똑같은 진 루이즈, 그거 기억나? 진 루이즈가....」
헨리는 소금 병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헨리 클린턴이 규범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 봐, 그러면 메이콤 사람들은 클린턴 집안 피가 어디 가나, 라고 하지 않고 쓰레기의 피는 어쩔 수 없어, 라고 해.」
「행크, 그건 사실이 아니야, 너도 알잖아. 그건 부당해, 옹졸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실이 아니야!」「진 루이즈, 그건 사실이야.」 헨리가 다정하게 말했다.
「네가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도 않아서 그렇지.」 - P330

「헨리, 너 그러고도 어떻게 자존심을 갖고 살 수 있어?」
「그건 비교적 쉬워, 가끔씩 내가 가진 신념을 주장하지 않으면 돼.」「행크, 우리는 물과 기름이구나. 다른 건 잘 몰라도 하나는 알겠네. 절대로 나는 너와 같이 살 수 없어. 위선자와는 살 수 없어.」
그때 진 루이즈의 등 뒤에서 건조하면서도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살 수 없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위선자들도 어떤 사람 못지않게 똑같이 이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는데 말이다.」그녀는 뒤돌아서 아버지를 빤히 보았다. 모자는 뒤로젖혀 있고, 눈썹은 치켜 올라가 있었다. 아버지는 딸을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 P335

「아빠는 그들에게 희망을 허락하지 않잖아요. 이 세상 누구도, 머리와 팔다리가 있는 어느 누구도 가슴속에 희망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요, 아빠. 그건 헌법에 적혀 있지 않아요. 언젠가 예배 시간에 들은 적도 있어요. 그들은 단순한 사람들이죠, 대부분은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인간 이하인 것은 아니에요.
아빠는 예수님이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뿐이에요. 아빠 생각에 대다수의 유익을 위한 목적이 정당하다는 걸 보이기 위해 아빠는 끔찍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어요. 그 목적은 아마도 옳을 거예요. 저도 똑같은 목적을 믿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을 볼모로 사용해선 안 돼요. 아빠. 그래선 안 돼요. 히틀러와 러시아의 그 패거리는 자기들 나라를 위해서는 뭔가 근사한 일들을 했다고 하지만 그러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학살했잖아요……애티커스가 웃었다.「히틀러라고, 응?」 「아빠라고 더 나을 게 없어요. 정말 조금도 더 나을게 없다고요. 아빠는 다만 몸뚱이가 아니라 영혼을 죽이려는 것이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요. 이봐, 얌전히 있어. 점잖게 행동해. 착하게 굴고, 우리의 말을 잘따르면 많은 것을 얻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너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이미 준 것마저 빼앗을 거야」라고.
- P359

「나는 네가 강박 관념 때문에 우쭐대면서 저지르는 그 성가신 잘못 좀 그만했으면 해. 네가 계속그러면 우리는 따분해 죽을 지경이 될 거야, 그러니 그건 좀 멀리하자. 진 루이즈, 각자의 섬은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집단의 양심이란 것은 없어.」
삼촌에게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이건 뉴스감이었다.
하지만 계속 말하게 내버려 두자, 그러다 어떻게든 19세기로 찾아 들어가겠지.
「.....… 그런데 진 루이즈, 이 아가씨야, 너는 너만의 양심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어딘가에서 그 양심을 따개비처럼 네 아버지에게 붙여 놓았던 거야. 자라나면서, 또 어른이 되고도, 너 자신도 전혀 모르게 너는 네 아버지를 하나님으로 혼동하고 있었던 거야. 인간의 심장을 가진, 인간의 결점을 가진 한 인간으로 보지 않았지. 그것을 깨닫는 게 쉽지 않았으리란 것은 내가 인정한다. 형은 실수를 범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형도 다.
른 모든 사람들처럼 실수를 하기는 해, 너는 정서적 불구자였어,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항상 네 답이 곧 아버지의 답일 거라 가정하고 답을 구해 왔지.」
- P376

「너는 미안하게 생각할는지 몰라도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아버지가 밝게 미소 짓는 것을 보았다.
「네?」「네가 자랑스럽다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요. 저는 남자들이 이해가안 돼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응, 나는 물론 내 딸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물러서지 않았으면 했지. 가장 먼저 내게 맞섰으면했어.」 - P394

「나 아빠를 굉장히 사랑하는 것 같아요.」그녀는 숙적의 어깨에 긴장이 풀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가 모자를 머리 뒤로 기울여 쓰는 것을 지켜보았다. 「집에 가자, 스카웃, 긴 하루였어. 가서 차 문 열거라.」그녀는 그가 지나가게 옆으로 비켰다. 그러고는 차 있는 곳까지 뒤따라가 힘겹게 조수석에 올라타는 그를 지켜보았다. 인류에 들어오는 그를 말없이 환영할 때, 찌르는 듯한 발견이 그녀를 약간 떨리게 했다. 누군가 내무덤 위로 걸어갔어, 그녀는 생각했다. 아마 바보 같은용무로 헛걸음하는 젬 오빠일지도.
그녀는 반대편으로 가서 운전대에 앞에 미끄러지듯 앉았다. 이번에는 머리를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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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박쥐에게

당신이 떠난 텅 빈 동굴을 생각하며 이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아직 동굴에 머물고 있던 시절에 방문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당신의 몸은 아직 냉기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 냉기는 곧 동굴의 냉기였습니다. 체열體熱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포유류의 일원임에도, 겨울이면몸의 온도를 낮춰 겨울잠을 자는 당신, 저는 당신을 굳이 깨울 생각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다 나왔답니다. 지금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당신에게 그리움의 편지를 씁니다.
- P19

한때 과학자들은 당신의 두 가지 대표 능력 중 어떤 것이 먼저 생겼을까 논쟁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의 조상 화석들은 지금의 당신 모습과 별 차이가 없었거든요. 날개나 초음파를 내는 구조 둘 중 하나가 없는 화석이 나와야어느 것이 먼저 나타났는지 알 수 있을 텐데, 무려 5250만 년전 화석까지 거슬러 가도 지금의 당신과 다른 점이 없었거든요. 세상에! 당신은 ‘살아있는 화석‘이었던 셈이에요.
논쟁은 2008년, 새로운 화석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오며 일단락 됐습니다. 그 해 2월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한 당신의 조상 ‘오니코닉테리스 핀네이 ‘의 골격 화석은, 지금의 박쥐와 거의 비슷한 날개막 골격 구조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뒷발이 좀더 크다는 차이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차이가 발견됐습니다. 두개골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초음파는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거는요. 초음파를 내고 반사음을 받아들이려면 그 역할을 담당할 기관이 머리에 있어야 하고, 기관의 흔적이 두개골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화석에서는 그 흔적을 발견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알게 됐습니다. 최초의 당신은 먼저 하늘을 날았고 초음파는 내지 못했다고요. 당신이 초음파를 내게 된 것은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였다고요.
- P37

잠시 후 다시 또 한 마리의 애벌레를 끌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영차! 한 데 힘을 모아 날아오르더니, 이번에는 1.5m 정도 떨어진 숲에 내다 버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애벌레를 먼 데 버린 데 성공한 당신은 다시 벌통으로 돌아왔습니다. 붕붕붕, 날갯짓 소리를 내면서요.
저는 그 순간의 날갯짓 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저 날개의 진동소리였는데, 마치 울음소리와 같이 슬펐습니다.
애지중지 키우던 애벌레를 제 손으로 내다 버리는 비통한 심정이 소리에서 전해왔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바이러스성 유행병 때문이었죠. 2010년부터 전국을 휩쓸던 ‘낭충봉아부패병‘ 이라는 전염병 때문에 동양꿀벌의 상당수가 집단 폐사했습니다. 당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나 농촌진흥청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동양꿀벌 군집의 약 75~77%에 해당하는 31만 7000군 정도가 폐사했습니다.
한국토봉협회는 그보다 심가하다며 98%가 폐사했다고 주장했고요.  - P56

하지만 서양에서는 좀 더 갑갑한 일이 벌어진모양입니다. 이유를 모르는데 당신들이 사라져 버리는 현상이 여러 해째 반복되고 있거든요. ‘봉군붕괴현상 蜂群崩壞現象‘이라고 불리는 기묘한 현상입니다. 이 현상은 2006년 11월 처음 보고됐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합니다. 벌들이 죽는 것도 아니고, 어느날 갑자기 그냥 사라집니다. 마치 인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인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온데간데없이, 밑도끝도없이 사라지는 것처럼요. 벌들은 벌집을남겨 놓은 채, 마치 집단 가출이라도 하듯 사라집니다. 당신은 벌집에 애벌레를 키우고, 그 안에 꽃가루와 꿀을 저장하면서 삽니다. 벌통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온 벌들이 달려들어 벌집을 지킵니다. 장소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강합니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벌집을 버리고 사라지다니요. 이게 무슨 변괴인가요.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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