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할 수 있어도 나는 그냥, 못 하는 것들이 있다는거야.」「어째서 내가 그런 특권을 가진 인물이지?」「너는 핀치 집안사람이니까.」네 말대로 나는 핀치 집안사람이야.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그래서 너는 마음 내키면 멜빵바지를 입고 셔츠 자락을 내놓고 맨발로 읍내를 활보할 수 있는 거야. 메이콤 사람들은 핀치 집안 피가 어디 가나, 저 아이는 원래 저래, 라고 말하지. 그러고는 씩 웃고 자기들 할 일이나하는 거야. 예나 지금이나 스카웃 핀치는 변하지를 않아. 메이콤 사람들은 네가 빨가벗고 강물에 뛰어들어 헤엄쳤다는 사실에 즐거워하고 그 이야기를 기다렸다는듯이 선뜻 믿지. 하나도 안 변했어, 라고 말하면서, 항상똑같은 진 루이즈, 그거 기억나? 진 루이즈가....」 헨리는 소금 병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헨리 클린턴이 규범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 봐, 그러면 메이콤 사람들은 클린턴 집안 피가 어디 가나, 라고 하지 않고 쓰레기의 피는 어쩔 수 없어, 라고 해.」 「행크, 그건 사실이 아니야, 너도 알잖아. 그건 부당해, 옹졸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실이 아니야!」「진 루이즈, 그건 사실이야.」 헨리가 다정하게 말했다. 「네가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도 않아서 그렇지.」 - P330
「헨리, 너 그러고도 어떻게 자존심을 갖고 살 수 있어?」 「그건 비교적 쉬워, 가끔씩 내가 가진 신념을 주장하지 않으면 돼.」「행크, 우리는 물과 기름이구나. 다른 건 잘 몰라도 하나는 알겠네. 절대로 나는 너와 같이 살 수 없어. 위선자와는 살 수 없어.」 그때 진 루이즈의 등 뒤에서 건조하면서도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살 수 없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위선자들도 어떤 사람 못지않게 똑같이 이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는데 말이다.」그녀는 뒤돌아서 아버지를 빤히 보았다. 모자는 뒤로젖혀 있고, 눈썹은 치켜 올라가 있었다. 아버지는 딸을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 P335
「아빠는 그들에게 희망을 허락하지 않잖아요. 이 세상 누구도, 머리와 팔다리가 있는 어느 누구도 가슴속에 희망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요, 아빠. 그건 헌법에 적혀 있지 않아요. 언젠가 예배 시간에 들은 적도 있어요. 그들은 단순한 사람들이죠, 대부분은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인간 이하인 것은 아니에요. 아빠는 예수님이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뿐이에요. 아빠 생각에 대다수의 유익을 위한 목적이 정당하다는 걸 보이기 위해 아빠는 끔찍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어요. 그 목적은 아마도 옳을 거예요. 저도 똑같은 목적을 믿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을 볼모로 사용해선 안 돼요. 아빠. 그래선 안 돼요. 히틀러와 러시아의 그 패거리는 자기들 나라를 위해서는 뭔가 근사한 일들을 했다고 하지만 그러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학살했잖아요……애티커스가 웃었다.「히틀러라고, 응?」 「아빠라고 더 나을 게 없어요. 정말 조금도 더 나을게 없다고요. 아빠는 다만 몸뚱이가 아니라 영혼을 죽이려는 것이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요. 이봐, 얌전히 있어. 점잖게 행동해. 착하게 굴고, 우리의 말을 잘따르면 많은 것을 얻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너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이미 준 것마저 빼앗을 거야」라고. - P359
「나는 네가 강박 관념 때문에 우쭐대면서 저지르는 그 성가신 잘못 좀 그만했으면 해. 네가 계속그러면 우리는 따분해 죽을 지경이 될 거야, 그러니 그건 좀 멀리하자. 진 루이즈, 각자의 섬은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집단의 양심이란 것은 없어.」 삼촌에게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이건 뉴스감이었다. 하지만 계속 말하게 내버려 두자, 그러다 어떻게든 19세기로 찾아 들어가겠지. 「.....… 그런데 진 루이즈, 이 아가씨야, 너는 너만의 양심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어딘가에서 그 양심을 따개비처럼 네 아버지에게 붙여 놓았던 거야. 자라나면서, 또 어른이 되고도, 너 자신도 전혀 모르게 너는 네 아버지를 하나님으로 혼동하고 있었던 거야. 인간의 심장을 가진, 인간의 결점을 가진 한 인간으로 보지 않았지. 그것을 깨닫는 게 쉽지 않았으리란 것은 내가 인정한다. 형은 실수를 범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형도 다. 른 모든 사람들처럼 실수를 하기는 해, 너는 정서적 불구자였어,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항상 네 답이 곧 아버지의 답일 거라 가정하고 답을 구해 왔지.」 - P376
「너는 미안하게 생각할는지 몰라도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아버지가 밝게 미소 짓는 것을 보았다. 「네?」「네가 자랑스럽다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요. 저는 남자들이 이해가안 돼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응, 나는 물론 내 딸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물러서지 않았으면 했지. 가장 먼저 내게 맞섰으면했어.」 - P394
「나 아빠를 굉장히 사랑하는 것 같아요.」그녀는 숙적의 어깨에 긴장이 풀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가 모자를 머리 뒤로 기울여 쓰는 것을 지켜보았다. 「집에 가자, 스카웃, 긴 하루였어. 가서 차 문 열거라.」그녀는 그가 지나가게 옆으로 비켰다. 그러고는 차 있는 곳까지 뒤따라가 힘겹게 조수석에 올라타는 그를 지켜보았다. 인류에 들어오는 그를 말없이 환영할 때, 찌르는 듯한 발견이 그녀를 약간 떨리게 했다. 누군가 내무덤 위로 걸어갔어, 그녀는 생각했다. 아마 바보 같은용무로 헛걸음하는 젬 오빠일지도. 그녀는 반대편으로 가서 운전대에 앞에 미끄러지듯 앉았다. 이번에는 머리를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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