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생각해 봐도 신기한 사실은,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는 심오한 비밀을 간직한 수수께기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밤에 대도시에 갈 때면, 어둠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집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리라는 엄숙한 생각이 든다. 그뿐인가. 집 안의 방마다 비밀이 있으며, 그 방에 살고 있는 수천 수백 명의 가슴속에서 고동치는 심장은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도 상상하지 못할 비밀을 품고 있다. 그런 면에서 두려운 어떤 것, 심지어 죽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제 나는 애지중지하는 책을 펼칠 수도 없고 끝까지 읽겠다는 희망도 품지 않는다. 섬광이 비치면 깊은 물속으로 보물과 가라앉은 다른 물건 들도 더는 보이지 않는다. 한쪽밖에 읽지 못하고 확 덮어버린 스프링으로 제본한 책도 영원히 그렇게 덮여 있을 것이다. 햇빛이 아무리 수면을 희롱해도 물은 빙판 아래 영원히 갇혀 있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물가에서 있었다. 내 친구도 죽고, 내 이웃도 죽고, 내가 목숨 바쳐 사랑한 연인도 죽는다. 죽음은 저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비밀을 변함없이 공고화하고 영속화한다. - P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모든 무지개는 완벽한 원의 형태를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눈에 반원의 무지개만 보이는 이유는그 아래쪽 절반이 땅에 가리기 때문이다. 무지개를 통째로 보려면 아주 높은 빌딩이나 절벽 가장자리처럼 위쪽에서 보아야 한다.  - P57

하늘의 미소smile in the sky‘라고 불리기도 하는 천정호 circum-zerithoul arc는 거꾸로 뒤집은 무지개처럼 보이는 광학효과다. 사실 이것은 일종의 무리lhalo 현상이다. 빗방울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구름의 얼음 결정을 통과하면서 햇빛이 굴절되어 만들어지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천정호의 색은 무지개의 색보다 더 밝고 강렬하다. 이처럼 눈에 확 띄는 광학효과를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생기는 위치 때문이다. 지평선 근지 낮은 곳에 생기는 무지개와 달리 천정호는 머리 위 높은 곳에 나타난다. 천정점zenlity 주변으로 생기는 원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광학현상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이다. 물론 구름추적자의 눈은 피할 수 없겠지만!
- P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맹자가 말했던 사람의 착한 본성 네 가지는 불쌍히 여기는 ‘惻隱之心‘, 잘못을 미워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羞惡之心‘ 예의를 지키는 ‘辭讓之‘,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是非之心‘이다. 맹자는 이 네 가지 선한 마음으로부터 유교의 가장 핵심적인 덕목인 인의예지가 발현된다고 했다. 측은지심은 仁, 수오지심은 義, 사양지심은 禮, 시비지심은 智의 실마리가 된다는 것으로 맹자는 이 마음들을 ‘네 가지 단서‘, 사단四端이라고 불렀다.
맹자에 따르면 인의예지의 단서가 되는 네 가지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천성天性으로,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할 마음이다. 맹자는이 네 가지 가운데 하나만 없어도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 P51

大司徒以三物 敎萬民而與之日 二 三日 德 知仁聖義和대사도이향삼물 교만민이빈흥지 일원 육덕 이활 육행 삼왈 육예 육덕 지인성의충화
대사도는 각 지역에서 세 가시 일을 백성에게 가르치고,
그곳의 현명한 사람을 뽑아 천거하는 일을 맡았다. 세 가지 일은 여섯 가지 덕목,
여섯 가지 행실, 여섯 가지 기예다. 그중 여섯 가지 덕목은 지식, 어진 마음,
성스러움, 의로움, 충실한, 조화다. <周禮>
- P51

그다음 성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성스러움‘이나 ‘탁월함‘
이 아니라 ‘동하지 않음이 없다‘라고 해석했다. 통하지 않음이 없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떤 상황에도 보편타당하다는 뜻이다. 즉 공정성과 보편성을 함께 갖추고 있는 것으로 언제나 지켜야 할 도리다. 일상에 적용하자면 사람에 따라 차별하거나 자기 선호도에 따라 일을 판단하지 않는 것을말한다.
의는 악을 미워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맹자는 말했지만, 여기서는 "결단과 제재함이 있다"라고 했다. 의로움을 행하기 위해서는 불의에 대해 단호하고 타협하지 않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정의 앞
「충은 자기 마음을 중심에 바로 세우는 것이다. 충실해야 하고, 진실해야 한다. 충이 정립되어 있으면 다른 덕목을 바르게 행할 수 있는 근본이바로 서지만 만약 스스로 충실하지 않으면 그 어떤 덕목도 온전하게 행할수 없다.
마지막으로 화는 주변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삶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 함께 생활하고 일하는 사람과 서로조화를 이루어 살아갈 때 좋은 세상이 만들어진다.
《주례)에서 말하는 여섯 가지 덕목은 오히려 맹자의 네 가지 덕목보다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다. 삶과 공부의 표준과 지침이 되는 덕목이라고할 수 있다. 따라서 학문을 시작하거나 바른 도리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명심해야 하는 것들이다. 집해에서 이를 잘 말해준다.
- P53

고전에서는 이렇게 물들기 쉬운 인간에게 지혜의 말을 일러준다. 사람인 이상 주위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 좋은 곳을 찾아가면 되는것이다. 바로 마중지봉麻中之蓬의 지혜다. 곧게 자라는 삼밭에서 자라면 구불 구불 자라는 쑥도 곧고 바르게 자란다는 뜻인데, 사람도 마찬가지다. 바른 사람, 올바른 인재 곁에 함께 있으면 나 자신도 바르게 될 수 있다. 다산은 맏아들 학연에게 이렇게 경계했다.

수신은 효도와 우애로써 근본을 삼아야 하니, 여기에 본분을 다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아무리 학식이 높고 글재주가 좋더라도 흙담에다 색칠하는 것일 뿐이다. 내 몸을 이미 엄정하게 닦았다면 그 벗도 자연히 단정한 사람일 것이다. 동류는 함께 모이므로 특별한 힘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천륜에 야박한 사람은 가까이해서도 안 되고, 믿어서도 안 되며, 정성을 다해 나를 섬기더라도 절대 가까이하지 마라. 끝내 운혜를 배반하고 의리를 망각하니 아침에는 따듯하게 대하다가도 저녁에는 냉정해지기 때문이다. - P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1장 시대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들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말하자면, 현재와 너무나 비슷하게도, 그 시절 목청 큰 권위자들 역시 좋든 나쁘든 간에 극단적인 비교로만 그 시대를 규정하려고 했다.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내 나이 예순,
한 갑자를 다시 만난 시간을 견뎠다.
나의 삶은 모두 그르침에 대한
뉘우침으로 지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날을 거두어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빈틈없이 나를 닦고 실천하고,
내 본분을 돌아보면서
내게 주어진 삶을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
_정약용, 《자찬묘지명)에서,
- P19

이제 너희들은 폐족(무거운 죄를 지어 출셋길이 막힌 집안)이다. 그러므로 더욱 잘 처신해 본래보다 훌륭하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기특하고,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밖에 없다. 독서는 사람에게 가장 깨곳하고 중요한 일일뿐더러, 호사스러운 집안자제는 그 맛을 알 수 없고, 시골의 자제들은 그 오묘한 이치를 알 수 없다.
반드시 어려서부터 듣고 본 바가 있고, 너희들처럼 중간에 재난을 겪어본 젊은이들이 진정한 독서를 할 수 있다. 그들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아니라, 뜻도 모르면서 그냥 글자만 읽어 내려가는 것은 진정한 독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38

군자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마음에 붙어서 온몸으로 퍼져 행동으로 나타난다.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입으로 나온다. 입과 귀 사이는 겨우 네 치에 불과하나, 어찌 일곱 자나 되는 몸을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가르침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는 것이 진정한공부다. 그리고 공부의 마지막은 일과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따라서 삶이 계속되는 한 공부는 끝이 없다.

인간은 허공에 흩어지는 말이 아니라 땅에 남기는 발자국으로 스스로를 증명한다.
- P40

집에 책이 없느냐? 몸에 재주가 없느냐? 눈과 귀가 총명하지 않느냐? 어째서자포자기하려는 게냐? 폐족이라 생각해서냐? 폐족은 다만 벼슬하는 데 거리낌이 있을 뿐이다. 폐족으로 성인이 되거나 문장가가 되는 데에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식견이 트인 선비가 되는 데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 거리낌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좋은 점이 있다. 과거시험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데다, 가난함과 곤궁함을 통해 오히려 심지를 단련할 수도 있다.
- P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