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만나기 전의 이와세는 공부 못하고, 상냥하고, 청순한 못난이 여학생을 좋아하는 축구부원이었다. 나와 친구가 되고부터 이와세는 다치하라 미치조(立原道造, 시인, 음악적인 서정시를 씀 옮긴이)를 읽게 되었고, 콜트레인(John Coltrane, 미국의 흑인 재즈 색소폰 연주자, 작곡가 옮긴이)을 듣기 시작하더니, 청순한 못난이 여학생과 축구를 버렸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이와세를 변하게 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나는 단순한 소개자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세를 바꾼 것은 시인과 재즈와 팝아트였다. 이와세는 면역이 없었던 만큼, 그 세계로 푹 빠져들었다. 재즈, 팝아트, 언더그라운드 연극, 시, 영화에 대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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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데이터과학자, 퀀트, 그리고 내부고발자

어릴 적 내 취미는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판의 숫자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가령 ‘45=3×3×5‘라는 식으로 번호판의 숫자들을소수 로 해체하곤 했다. 흔히 인수분해라고 불리는 이것은 내가 심심할 때 즐겨 하던 놀이였다. 한창 수학에 맛을 들여가던 나는 특히 소수에 매료됐다. 수학에 대한 내 풋사랑은 곧 열정으로 발전했다. 열네살 때는 수학 캠프에 참가해서 받은 루빅큐브를 가슴팍에 꼭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게 있어서 수학은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있는 질서 정연한 도피처였다.
- P13

 빅데이터 경제의 원동력인 수학 모형 프로그램들은 실수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선택에 기반을 둔다. 분명 이런 선택 중 일부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모형은 인간의 편견, 오해, 편향성을 코드화했다. 그리고 이 코드들은 점점 더 우리 삶을 깊이 지배하는 시스템에 그대로 주입됐다.
수학 모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신을 닮았다. 신처럼 불투명해서 이해하기 힘들다. 각 영역의 최고 사제들, 즉 수학자와 컴퓨터 과학자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내부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신의 평결처럼, 잘못되거나 유해한 결정을 내릴지라도 반박하거나 수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사 람들을 차별하고 부자는 더욱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런 유해한 모형들의 적절한 이름을 생각해보았다. 바로 ‘대량살상수학무기 weapons of Math Destruction‘, 줄여서 WMD 다. 지금부터 WMD의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다. 그것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 P16

통계 시스템에서 양만큼 필수적인 것이 있다. 바로 피드백이다. 피드백은 시스템이 정상 항로에서 벗어날 경우, 이를 알려주는 장치다. 통계 전문가들은 피드백을 통해 받은 오류를 토대로 모형을 개선해 더욱 완벽하게 만든다. 만약 아마존닷컴이 잘못된 상관성을 바탕으로 10대 소녀들에게 잔디 관리 서적을 추천하기 시작하면 클릭 수가 급감하고, 아마존의 알고리즘(컴퓨터 코드 형식으로 공식화된 명령 또는 절차)은 오류를 수정할 때까지 계속 왜곡될 것이다. 이렇듯 피드백이 없으면통계적 엔진은 실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파괴적이고 잘못된 분석 결과를 계속 쏟아낼 수도 있다.
워싱턴 교육청의 가치부가모형을 포함해 이 책에서 소개할 WMD중 상당수가 적절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 모형은 스스로 현실을 정의하고, 그 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왜곡된 현실을 이용한다. 이는 매우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는데, 우리 주변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WMD 중 상당수가 이 같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P22

WMD는 가난한 사람들을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이런 모형이 대규모로 사람을 평가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그렇게 된 이유 중하나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특화된 WMD는 저렴한 비용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이는 WMD의 매력 중 하나다. 반면 부자들은 종종 개인적인 접촉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유서 깊고 명망 있는 법률 회사나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나 재정이 빈약한 도시의 교육구보다 추천서와 대면 인터뷰를 훨씬 선호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사례들을 통해 계속 확인하겠지만, 특권층은 주로 개별적인 대인면담을 통해 평가받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기계가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 P24

이렇듯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모형들에도 대개 개발자의 목표와 이념이 반영된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 음식을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없다는 원칙을 정했을 때, 나는 식단 모형에 내 이념ideology을 주입한셈이다. 솔직히 우리 모두는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렇게 행동한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지부터 무엇을 질문할지까지, 우리 자신의 가치관과 바람은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요컨대, 모형들은 수학에 깊이 뿌리내린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할 수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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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도쿄대학은 입시를 중지했다. 비틀스는 <<화이트>>, <<엘로 서브마린>>,<<애비 로드>>를 발표했고, 롤링 스톤스는 최고의 싱글 <홍키 통키 우먼>을 히트시켰으며, 머리칼을 마구 기른 히피들이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고 있었다. 파리의 드골은 정권에서 물러났다. 베트남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여학생들은 생리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969년은 그런 해였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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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의 턱이나 지하철역의 계단이 내 몸을 붙잡는 듯이 느껴지자, 장애인들은 더 이상 이동의 어려움을 국가 등이 제공하는 사회복지나 배려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의 자유가 오줌권이) 침해당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동하지 못하는 환경에 놓인 장애인들은더 이상 편의시설을 설치해달라거나 장애인복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읍소하지 않았다. 대신에 "나를 계단과 횡단보도의 턱에 묶어두지 말라"며, "집 안에 더 이상 가두지 말라"며 외부의 침해로부터내 몸을 지키기 위한 방어권을 행사했다(즉 무엇을 ‘해달라‘가 아니라 ‘하지 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는 장애인 개개인에게는 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사고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으로 나아가는 일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할 만했다. 이동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발명된다.
- P221

이처럼 신체적, 정신적 특성이 다수와 다른 사람들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일상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주류 집단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장애인의 대학 입학에 어떤 불이익을 주지는 않더라도 입학 이후 수업을 듣기 위해 계단을 기어오르든 굴러 내려가든, 교수의 말이 들리지 않으면 친구의 필기를 빌리든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면 사실상 이는 대학에 다니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세계 주요 국가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특별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해두고 있다. 바로 ‘합리적 편의 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 이다.
- P237

합리적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다시 표현한다면, 이는 결국
"순응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면 개인이 국가나 고용주[등]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국가와 고용주[등]가 개인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 당신은 혹시 나에게 장애가 없거나 장애가 없는 척하지 않으면 이 회사에, 학교에, 영화관에, 식당에, 정부 건물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에 대한 논리적근거를 ‘당신이 제공해야 한다. 당신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나는 장애를 가진 내 모습 그대로를 존중받아야 한다. 이쯤에서 관련성을 눈치 챈 독자가 많을 것이다. 합리적/정당한 편의 제공은 결국 우리가 6장에서 살펴본 켄지 요시노의 ‘논리적 근거를 강제하는 대화‘의 원칙과 연결된다. 우리 개인이 가진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 몸의 특성, 복잡다단한 고유성을 주류 집단이 간단히 무시해버리지않아야 하며, 만약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왜 그러한지 그들이 직접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이 곧 합리적 정당한 편의 제공의 전제다.

- P240

디보티 예외주의자들의 문제는 장애 여성이 직면한 현실의 어려움을 성적인 욕망의 문제로만 환원하고, 차별이나 빈곤, 각종 건물과 교통수단에 대한 접근성 문제 등을 상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나 퀴어 이론가들, 장애 이론가들은 장애인들의 성과 섹슈얼리티에 관하여 연구할 때 ‘장벽이 되는 요소들‘을 비장애인 중심주의ableism"나 정치적 억압, 성적 주변화 등 넓은 맥락에서 분석한다. 반면 디보티 예외주의자들은 장애 여성이 ‘디보티즘‘에 대해더 많은 정보와 폭넓은 이해를 가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이런 문제들에 접근한다.  - P271

존엄의 순환은 그렇게 시작되고, 그 순환 속에서 존엄은 더 구체화되고, 더 강해지고, 더 중요한 가치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을 보고 그를 더 사랑하게 되듯이, 우리는 나를 존중하는 상대방을보고 그를 더 존중하게 되고, 나를 존중하는 법률을 보고 그러한 법의 지배를 기꺼이 감내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나를 더 깊이 사랑하고 관용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존엄하고, 아름다우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있는 존재인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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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진저,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마흔다섯 살인데 이제야 나 말고 다른 일에 마음 쓰는 법을 배우네요. 남을 보살피는 법 말이에요. 윌리 덕분에 배우는 셈이죠. 나를 믿어줬거든요.
있죠, 이 녀석이 나를 믿어주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무도 나를안 믿어주는데,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요. 그럴 자격을 얻지 못했으니까 그랬겠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토니는 이야기하면서 내 뒤의 먼 곳을 응시한다.
그가 리드줄을 느슨히 잡아당겨 윌리에게 걸으라고 신호한다.
윌리의 나이든 눈이 반으로 자른 달걀 모양으로 감긴다. 녀석은 눈알을 뒤로 굴리면서 쩍 하품을 한다.
"가자, 윌리. 가서 쉬어야지."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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