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함께 오래도록, 힘차게 수영을 즐긴 후에 모두 집으로 올라가서 리처드와 저녁을 먹었다. 래칫은 복숭앗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로 다시 나와 꿀벌들을 살피러 갔다. 행복에 겨워외양간에서 닭장으로, 다시 밭으로 옮겨 가며, 포근한 여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세상 속으로 평화롭게 나아갔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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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가 집단을 대상으로 작동한다면 암컷이 다수를 차지하는 편이분명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관찰에서는 수컷과 암컷의 수가 동일하다. 이러한 사실은 다윈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훌륭하게 입증해준다. 즉 자연선택은 개체들의 번식 성공을 극대화하려는 투쟁을 통해 작용한다는 주장 말이다. 영국의 뛰어난 수리 생물학자인 로널드 에일머 피셔(Ronald Aylmer Fischer, 1890~1962년)가 처음으로 다윈주의적 주장의 골격을 세웠다. 피셔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이를테면 어느 한쪽의 성이 우세해졌다고 가정하자. 예를 들어 수컷이 암컷보다 적게 태어났다고 하자. 그러면 수컷은 수가 적어지는 만큼 교배할 기회가 늘어나고, 따라서 암컷보다 많은 후손을 남기게 된다. 즉 평균 한 마리 이상의 암컷을 임신시키게 된다. 따라서 어떤 유전적 요인이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수컷의 상대적 비율에 영향을 준다면(실제로 이러한 요인은 존재한다.), 수컷을낳는 유전적 경향을 가진 부모는 다윈적인 이득을 얻는 셈이 된다. 다시말해 후손에게는 수컷이 많아야 번식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2대 후손에서는 평균 이상의 수컷이 태어나게 된다. 그에 따라 수컷의 번식을 선호하는 유전자가 확산되고 따라서 수컷의 출생 빈도도 높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수컷의 이득은 수컷의 출생이 증가함에 따라 저하되며, 이윽고 수컷과 암컷이 동수가 될 때 완전히 사라진다. 이것은 암컷의 수가 적을 때에도 암컷의 출생을 돕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성비(性)는 다윈적인 과정을 통해 ‘1대 1‘이라는 평형값을 유지하게 되는것이다. - P93

 우리가 자연학의 과학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자연의 풍부함 덕분이다. 즉 그 다양성이 규칙을 찾아내는 모든 과정에서 적절한 예외들이 발견될 수 있음을 실질적으로 보증하기 때문이다. 특이함이나 괴이함은 보편성에 대한 검증이지, 한차례의 놀라움이나 웃음거리로 넘기고 지나갈 무엇이 아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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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래칫 클라크와 엄마 헨리엣은 플로리다 펜서콜라에 있는 작고 우중충한 아파트 지하2층에 살았다. 모녀가 사는 집엔 창문이 없었다. 창문이 있다면 온갖 벌레와 유충과 이상하고 무서운 곤충들을 보게 될 거라고 래칫은 상상했다. 그중에는 시체를 먹는 유충도 있는데, 사람들이 어둠을 틈타 아파트 앞뜰에 몰래 파묻고 간 시체를 먹고 산다. 이런 악몽을 쫓아내 주는것은 엄마랑 같이 누워 자는 침실의 얇은 벽뿐이었다. - P9

 늙으면 삶과 죽음을 잇는 과도기처럼 잠이 온다고 틸리는 말했다. 예전만큼 먹지 않게 되었고, 꿈의 복도를 더 많이 헤매고 다녔다. 때로는 세상을 뜬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시간은 의미가 없어진 건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꺼번에 뒤섞여 버렸다. 누구하고도 진득하니 함께 지낼수가 없었고, 시간대를 공유할 수도 없었다. 어쩐 일인지 시간순서도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한꺼번에 펼쳐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미래에서 빌려 온 것으로 과거에 놓친 것을 알아내려고 애쓰면서, 산자와 죽은 자가 모이는 통로를 뚫고 나아가는 것 같았다. - P60

펜펜은 잡초 몇 뿌리를 두엄 위로 던지고는, 사람들은 밭이 썩는 꼴을 못 봐 주지만 썩는 것도 있어야 모두 제대로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펜펜은 이 말을 래칫에게 하고 또 했는데, 그렇게 반복해 들은 말은 으레 마음에 남기 마련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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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대한 톰프슨의 답은 조금 과장되기는 했지만, 그 본질은 예언적인 것이었다. 그는 생명체는 그것에 작용하는 여러 가지 물리적인 힘에 의해 직접 그 형태가 주어진다고 주장했다. 즉 최적의 형태란 적절한 여러 가지 물리적 힘의 영향을 받는 가소성 물질의 자연적인 상태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생물은 여러 가지 물리적 힘이 작용하는 계가 변할 때, 하나의 최적 상태에서 다른 최적 상태로 갑작스럽게 도약한다. 이제 우리는 대부분의 물리적인 힘들이 너무 약해서 형태를 직접 바꿀 수 없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 대신 자연선택에서 그 답을 찾는다. 그러나 선택이 느리고 지속적인 방식으로밖에 작용할 수없다면, 다시 말해 어떤 복잡한 적응 형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한 걸음씩 누적적으로밖에 작용할 수 없다면, 우리는 다시 벽에 부딪치게 된다. - P54

 생물을 이루는 여러 부분들은 성장과정에서 복잡한 방식으로 연결되고, 그중 어떤변화가 그 생명체 전체로 퍼져나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생명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시카고에 있는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데이비드 라우프(David Raup, 1933~2015년)는 톰프슨의 통찰을 현대의 컴퓨터에 응용해서 앵무조개에서 대합조개, 달팽이에 이르는 모든 고둥들의기본 형태가 단 세 가지의 단순한 성장 경사(gradient)를 여러 가지로 바꿈으로써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나는 라우프의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세 가지 경사 중에서 2개만 수정해서 흔한 달팽이를 보통 대합조개로 바꿀 수 있다.  - P55

한편 다윈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우주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일관된 다원주의자였다. 그는 적응이나 조화를 중시했다. 그 이유는 자연선택이 진화의 여러 힘 중에서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화에는 자연 선택 말고 다른 과정도 함께 작용한다. 그리고 생물들은 적응의 결과가 아니고 생존에 직접 도움을 주지도 않는 특성들도 얼마든지 가지고 있다. 다윈은 비적응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두 가지 원리를 강조했다. ① 생물은 통합적인 체계이기 때문에, 한부분의 적응적 변화가 다른 특성들에 비적응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윈의 표현으로 "성장의 상호관계(correlations of growth)"였다.) ② 선택의 영향으로 구체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발생한 기관은 그 구조에 따른 결과로, 선택받지 않은 다른 많은 기능도 함께 수행할 수 있다. - P66

여기에 월리스의 딜레마가 있다. 즉 우리의 실제 선조들로부터 오늘날 생존해 있는 원주민에 이르는 모든 ‘야만인‘은 유럽의 예술이나 도덕, 철학의 가장 섬세한 정교함까지 발전시키고 그 가치를 완전히 인식할수 있는 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그들은, 자연의 상태에서, 빈곤한 언어와 도덕을 가진 초보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원래 가진 능력의 극히 작은 일부밖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연 선택은 당장의 사용(immediate use)에만 유용한 특징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의 뇌는 그것이 원시 사회에서 형성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나친 과잉 설계 (overdesign)에 해당한다. 따라서 자연 선택이 인간의 뇌를 구축할 수 없었다는 다음과 같은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야만인들의 제한된 정신발달을 위해서는 고릴라 뇌의 1.5배 정도 크기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그들의 큰 뇌는 결코 진화의 법칙들에 의해서만 발달한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진화의 본질은 각각의 종의 요구에 엄격히 부응해서 일정 수준의 조직에 도달하는 것이지 결코 그것을 능가하는 것이아니기 때문이다. ・・・・・ 따라서 자연 선택은 유인원의 뇌보다 조금 고등한 정도의 뇌를 야만인에게 주는 이상의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은 철학자의 뇌와 거의 다르지 않은 뇌를 가지고 있다. - P72

초선택주의는 오랫동안 여러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해 왔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연의 조화라는 신화(이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 중 최선의 세계이며, 만물은 그 세계 속에서 가능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는 이 경우에 모든 생물의 구조는 구체적인목적을 위해 훌륭하게 설계되었다는 생각)가 19세기 후기에 과학이라는 옷을 입은변형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것은 볼테르(Voltaire, 1694~1778년)가 소설『캉디드(Candide)』에서 생생하게 풍자한 어리석은 그로스 박사의 환상세계는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월리스보다 1세기 앞선책이지만, 이 책에서 그로스 박사는 윌리스의 주장이 가진 오류의 본질을 정확하게 집어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삼라만상은 지금과 같은 모습일 수밖에 없다. ・・・・・・ 모든 것은 최선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의 코는 안경을 쓰기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우리는안경을 쓴다. 다리는 구두를 신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구두를 신는다." 이런 팡그로스주의는 오늘날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주제로 한 수많은 대중들은 인간이 수렵을 하기 위해 큰뇌를 진화시켰다고 주장하며, 현대 모든 악의 근원을 이러한 생활 양식 때문에 형성된 인간의 사고와 감정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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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의 이질감 때문에 생긴 불행한 소외감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느낀 것은 오라치오 가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던 바로 그 길에서였다.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 자랐고, 이들의 행동은 내게도 자연스러웠다. 그들의 거친 언어는 내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6년 동안 매일같이 이들이 전혀 모르는 길을 걸어왔다. 학생들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모든 과정을 훌륭히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땐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조금도 사용할 수 없었다.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자제해야 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학교에서의 내 모습을 잠시 접어두어야 했다. 기껏해야 나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해서 내 주장을 관철시킬 필요가 있을 때만 그런 모습을 잠깐 내비칠 뿐이었다.
자동차 안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그곳에는 내 친구들은 물론 내 남자친구도 있었다. 우리는 함께 릴라의 결혼 피로연에 가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피로연이야말로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전혀 다른 데도 내게 필요한 유일한 사람인 릴라가 이제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식화하는 행사였다. 그녀가 없으면 나와 자동차로 이 길을 달리고 있는 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줄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차라리 나와 같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나처럼 고향에서 벗어난 알폰소와 함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왜 니노에게 "나와 함께 있어줘. 함께 피로연에 가자 내 기사가 실린 잡지는 언제 출판이 되는지 알려줘. 우리끼리 이야기하자. 파스콸레의 운전과 그의 천박함에서, 카르멜라와 엔초와 안토니오의 거친 말투에서 우리를지켜줄 우리만의 은신처를 만들자"라고 말하지 못한 걸까. - P426

다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잘못이기도 했다. 나는 니노가 그의 아버지에게서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너무 당연시했다. 정작 나 자신은 내 어머니와는 달라야 한다는 집착에 시달렸으면서 말이다. - P433

릴라 앞에는 와인 병이 놓여 있었는데 눈빛만으로 병을 산산조각내어 와인을 사방으로 튀게 할 것 같아 겁이 났다. 하지만 릴라는 병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은 더 먼 곳에 있는 마르첼로의 구두를 향해 있었다.
마르첼로는 체룰로 부자가 만든 남성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것도 진열장에 전시된 금색 버클이 달린 모델이 아니었다. 마르첼로가 신고 있는 구두는 예전에 릴라의 남편 스테파노가 구입한 바로 그 신발이었다. 릴라가 수개월 동안 두 손을 망가뜨려가며 만들었다 분해하고, 다시 만들기를 수없이 반복해서 완성시킨 바로 그 신발이었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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