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치 서로 밀어내는 두 개의 음이온과도 같았다. 소년이 나를 함부로 대한 것은 그가 자신을 혐오했기 때문이다. 내가 소년을 함부로 대한 것은 내가 나를 혐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혐오한다는 증거가있나? 왜 나는 그의 수치심이 그 네일숍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피해망상이라 할 정도로 과도하게 예민해져 나 자신의 불안을 몽땅 소년에게 투사해버린,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다. 정말 아팠는지 아니면 아프다고 상상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 기억을 너무나 여러 번 곱씹은 나머지 형체가 없어지도록 짓이겨 놓았고, 그리하여 소년은 분개의 얼룩이 되고 나는 특권의 얼룩이 되고 결국 우리가 하나의 얼룩으로 번져 그냥 나 하나로 합쳐질 때까지 소년의 존재를 지워 없앴다. 그러나 그는 나와 달랐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특권을 누렸다. 방과 후 시간을 모두 네일숍에서 보내는 베트남 10대 소년에 대해 내가 뭘 알았겠는가? 당시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 P30
1917년 미국 정부는 이민 금지를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 적용했으며, 필리핀은 한때 미국의 식민지였는데도 필리핀 사람들의 이민마저 제한했다. 기본적으로 그런 이민 금지 조치는 전 세계적 규모의 인종 분리정책이었다. 1965년에 미국이 "하급 인종"을 다시 받아들이게된 것은 소련과 이념 경쟁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난한 비서구권 국가에서 일렁이는 공산주의의 물결을 막아내려면 인종차별적인 짐 크로법의 이미지를 지우고 재부팅해 미국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증명해야했다. 해결책은 비백인의 미국 유입을 허락해 직접 실상을 보도록 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 시기에 모범 소수자 신화가 대중화되어 공산주의자들-그리고 흑인을 견제하는 작업에 이용되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성공 신화를 퍼뜨려 자본주의를 선전하고 흑인 민권 운동을 깎아내렸다. 우리 아시아인은 뭘 요구하지도 않고, 근면하고, 절대로 정부에 손을 내밀지 않는 "착한" 사람들이었다. 고분고분하게 일만 열심히 하면 차별은 없다며, 저들은 우리를 안심시켰다. - P42
그의 전과 기록이 유나이티드 항공 사건과 아무 상관도 없다는 변호에는 동의하지만, 덕분에 다오라는 인물을 좀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견지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내게는 상관이 있다. 다오는 범죄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국의 재난을 피해 달아났다가 기적적인 회복력을 발휘해 존경받는 의사가 되고 자녀들 역시 의사가 된, 어떤 근면한 기계 인간도 아니다. 트라우마를 겪고 이곳으로 이민 온 많은 이민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감수한다. 사람을 속인다. 아내를 구타한다. 노름을 한다. 그들은생존자이고, 대다수의 생존자가 그렇듯, 지독한 부모가 된다. 나는 다오를 보면서, 당신의 아버지가 집에서 질질 끌려 나오는 모습을 목격하던 우리 아버지를 생각했다. 역사를 통틀어 강제로 질질 끌려가던 아시아 사람들을 생각했다. 태어난 고향 집에서, 제2의 고향 집에서, 태어난 고국에서, 제2의 고국에서 쫓겨나고 내쳐지고, 퇴출, 퇴거, 추방되던 그들을 생각했다. - P57
그 시절 나는 심하게 외로웠고 별로 활기도 없었다. 나는 미술을 할 때, 나중에는 시를 짓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생기를 되찾았고, 그 속에서 자유를 발견했다. 왜냐하면 내 육체가 비물질화되고, 내 정체성이 떨구어지고, 내가 다른 삶을 사는것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모든 글이 이 자유를 인증했다. 존 키츠에 따르면 시인은 "정체성이 없다- 시인은 끊임없이 어떤 다른사람을 대신하고 그 사람의 역할을 한다". 롤랑 바르트에 따르면 "문학은 모든 주체가 피해 가는 그 중립자, 그 합성물, 그 모호성이며, 글을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비롯하여모든 정체성이 실종되는 덫이다". - P67
문학이 문화적 간격을 잇는 이른바 가교역할을 한다지만, 출판업계에 존재하는 불평등을 이해하고나자 그 공리가 거짓으로 들렸다. 출판업자들은 소수민족의이야기를 "단일한 이야기" (single story)로 취급했다. 치마만다응고지 아디치에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하나의단일한 이야기를 지어내, 한민족을 한 가지 존재, 오로지 한가지 존재로만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면, 그들은 정말 그런존재로 둔갑한다." 작가 매슈 샐러시스가 ‘리트 허브‘(LitHub:에세이, 작가 인터뷰, 책 발췌문 등을 싣는 문학 전문 웹사이트리터러리 허브 [Literary Hub]의 약칭 - 옮긴이)에 게재한 2015년에세이에서 자세히 설명한 대로 출판업계는 그 단일한 이야기를두 가지 방식으로 확립했다. (1) 출판사는 중국계 미국인 작가는단 한 명의 작품만 출간할 수 있다는 할당 비율이 있었다. (2) 중국계 작가가 여러 명 있을 경우에도 그들은 중국계미국인의 경험과 관련해 시장성이 입증된 똑같은 이야기만되풀이해야 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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